반복되는 ‘정어리 폐사’ 원인, 어떤 말이 맞는지…
반복되는 ‘정어리 폐사’ 원인, 어떤 말이 맞는지…
  • 박종면 기자
  • 승인 2023.11.06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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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과원, “남해 설천면은 어민 투기…마산만은 산소 부족”
2023년 10월 마산만 정어리 폐사 사태. 사진_전홍표 창원시의원 제공
2023년 10월 마산만 정어리 폐사 사태. 사진_전홍표 창원시의원 제공

[현대해양] 작년에 이어 올해도 경남 마산만에 정어리 폐사 사태가 벌어졌으나 원인 분석에 의견이 분분하다. 다만 작년과 다른 양상이라면 국립수산과학원이 마산만 원인은 작년과 같이 ‘산소 부족’이라고 밝힌 반면 남해군 설천면 사태는 어민 투기라는 다른 결과를 내놓았다는 것.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남해안 일원에서 정어리 집단폐사가 발생했다. 창원시는 지난달 15일, 지난달 11일부터 15일까지 마산합포구 3.15해양누리공원 해역에서 정어리 폐사체 45톤을 수거, 소각했다고 밝혔다. 

창원시 연안에서는 지난해 10월 한 달 총 226톤의 정어리 폐사체를 수거하는 등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량으로 정어리 집단폐사가 발생했다. 따라서 매년 이런 사태가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린다.

예견된 인재?

일부 어업인들은 이번 정어리 집단폐사에 대해 이미 예견된 인재라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올해 초 정어리 개체수가 증가할 것이라는 예보가 이미 나왔기 때문이다. 국립수산과학원이 앞서 예보를 한 것. 이 때문에 예견된 인재라는 주장이 이어진다. 연초에 멸치권현망수협은 창원시에 법으로 금지하고 있는 혼획을 7월~9월 한시적으로 해제해 조업할 수 있도록 허가해 달라고 건의했다. 그러나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유는 해양수산부에서 업종 간 형평성과 법질서 문란이 예상된다는 이유로 불허했다는 것.

이에 대해 어업인들은 “정어리 자원은 현재 사료용 외에는 수요처가 별로 없어 잡아도 그다지 돈은 안 되기에 굳이 애써 잡으려 하지 않는다. 다만 치어의 경우 마른 멸치 대용으로 판매 수요가 있어 정치망이나 권현망에서 어획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면 집단폐사는 막을 수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창원시 관계자들이 마산항 정어리 폐사체를 수거하고 있다.
창원시 관계자들이 마산항 정어리 폐사체를 수거하고 있다.

남해 설천면 폐사는 ‘어민투기’ 확인

경남 남해군은 지난 9월 23일부터 26일까지 4일간 5만 톤가량의 정어리떼 수천 마리가 설천면 동흥방파제 인근 해안에서 폐사했다고 밝혔다. 원인에 대해 수산과학원은 일찌감치 ‘어민들의 투기’라고 결론냈다. 이와 관련, 국립수산과학원 연근해자원과 김현우 연구관 “어민들이 해상에 투기했다는 증언이 있었다. 정어리가 너무 많이 잡히는데 위판도 안 되고 보관할 곳도 없다 보니 잡힌 것을 해상에 투기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연구관은 지난달 19일 <현대해양>과의 통화에서 “9월에 남해 설천면에서 정어리 폐사가 있었고, 10월 1일과 10월 11일에 마산만 안에서 폐사가 있었다. 남해 설천면 쪽에서는 빈산소 징후가 없었다. 그리고 그때 당시 연안선망 쪽에서 조업을 하고 있었는데, 그쪽에서 정어리를 해상에 투기했다는 증언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반면 마산만 폐사에 대해서는 답변을 유보했다. 김 연구관은 “마산만은 지금 분석 중에 있고 다 분석한 다음에 최종 정리할 예정”이라면서도 “일단 초안은 작성해서 보고 단계에 있고, 각 과 의견 수렴해서 최종 결과를 도출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튿날 창원시에서 원인을 발표했다. 창원시는 “정어리 집단폐사 발생 이후 즉시 시료를 채취해 국립수산과학원에 폐사 원인 분석을 의뢰한 결과 ‘산소부족에 의한 질식사’로 드러났다. 국립수산과학원으로부터 유선상 통보받은 결과에 따르면, 산소 소비량이 많은 정어리가 산소부족 물 덩어리가 있는 반 폐쇄성 해역에 대량으로 들어와 산소부족으로 질식사해 집단폐사 했다는 것이다”라고 보도자료를 내놓았다. 마산만의 정어리 폐사는 작년과 같은 사유다. 다만 수과원이 작년처럼 두 번이나 공식 발표하지 않고 전화로 사유를 통보하는 형태를 취했다는 것이다.

지역 언론, 투기 정황 보도

앞서 거제지역에서도 정어리 폐사가 발생했다. 지난달 5일 칠천도 송포항 해역에서 정어리 폐사체로 의심되는 신고가 창원해경에 접수됐다. 당시 신고한 어업인은 기선권형망 어선이 바다에 투기한 것 같다고 신고했다. 이후 거제시 수산과에서 정어리 폐사체 2.5톤을 수거 처리했다. 17일에도 정어리 폐사체가 발견됐다.

수과원은 설천면 동흥방파제 인근 해안에서 폐사한 사건에 대해서는 투기라고 결론 내고 나머지 폐사 원인에 대해서는 원인 발표를 유보하거나 산소 부족으로 결론을 냈다. 지역 언론에서는 의문을 제기하는 기사가 실렸다. <거제신문>에서는 해상투기를 의심하는 듯한 기사를 보도했다. 거제신문은 10월 20일자 신문에서 “거제 지역에서도 최근 칠천도 수역에서 정어리 폐사가 발생했다. 당시 신고한 어업인은 기선권형망 어선이 바다에 투기한 것 같다고 신고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어업인 A씨는 ‘매물도 근해에서 작업하던 기선권현망 어선들이 혼획 금지 조항 때문에 어획된 정어리를 바다에 폐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하소연했다”고 전했다. 또 이 신문은 “정치망 어업인 B씨는 지난해부터 남해안에서 정어리 어획량이 열 배 이상 늘어난 것은 사실인데 양어 사료용 말고는 별다른 수요처가 없어 수협 위판장에서 받아주지 않으면 판매처가 없어 그물에 잡힌 정어리를 바다에 버릴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고 어업인들의 말을 인용했다.

<경남신문>은 10월 12일 보도에서 창원시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며 “이번 정어리 집단 폐사 원인을 빈산소수괴라고 단정짓기는 이르다. ‘김현수 창원시 수산과장은 모니터링 당시 마산만 주변에는 정어리가 거의 유입되지 않았고 떼로 뭉쳐 다니는 것도 없었다며 작년 집단폐사의 경우 국립수산과학원이 빈산소수괴를 원인으로 지목했지만 장담할 순 없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어민 투기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며 혼획(섞어잡기)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정석근 제주대 교수는 이번에도 용존산소 부족이면 정어리는 모두 입을 다물고 있어야 하고, 어민들이 잡아 배 위에서 여전히 살아있던 정어리가 공기에 노출이 되었다면 입을 벌렸을 것이라며 올해도 입을 벌린 정어리가 폐사체에 섞여 있어 어민들이 버린 것으로 본다반박했다. 

정어리 폐사 반복 대책 시급

한편, 일본 구마모토 아마쿠사에서도 정어리 대량 폐사 사태가 보고됐다. 구마모토현 아마쿠사시 고와초의 어령 어항에서 지난달 18일 아침 정어리가 대량 죽어 있는 것이 발견됐다. 아마쿠사시에 의하면, 지난달 18일 아침, 근처의 주민으로부터 ‘어항에 정어리가 대량으로 떠 있다’라고 연락이 있었다. 작업은 10시경부터 시작되어 어협의 50대 남성 직원은 “아마쿠사의 어항 내에 대량으로 정어리가 들어가 죽는 것은 처음이 아닐까”라고 보도했다.

아마쿠사시에 의하면, 시내의 다른 어항에서 대량 폐사의 정보는 없다. 다만 구마모토 아마쿠사 정어리 대량사 주변 해역의 산소 농도가 통상의 60% 정도로 나타났다는 것. 아마쿠사 광역 본부 농림수산부 수산과와 현 수산연구센터가 폐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폐사 원인 분석을 떠나 이런 현상이 반복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상당수 어업인들은 국립수산과학원의 공식적인 발표에도 거제를 비롯, 통영 고성 마산만 연안에서 정어리 집단폐사는 계속해서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최근 5년 동안 경남도내 정어리 어획량은 폭증했다. 2017년 1,025t톤이던 것이 2023년 1만 2,000t(7월 말 기준)까지 10배 이상 늘었다. 이는 작년 9,245t보다도 많은 수치다.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석근 교수는 멸치권현망어선의 정어리 혼획을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전홍표 창원시의원은 “많아진 정어리 활용처와 소비품목을 만들어야 한다. 또 반려동물 사료 및 식재료 등에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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