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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빛디자인나눔이 그린 가평 산바라기학교 희망 프로젝트

산을 보며 희망의 색을 그리다

  • 기사입력 2025.11.17 12:01
  • 최종수정 2025.11.17 12:33
  • 기자명 김비도 기자
디자인 봉사 단체 '(사)눈빛디자인나눔'이 가평 산바라기학교에서 봉사 활동을 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디자인 봉사 단체 '(사)눈빛디자인나눔'이 가평 산바라기학교에서 봉사 활동을 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현대해양] 2025년 10월 마지막 주 토요일 이른 아침, 운악산 자락 아래 자리한 산바라기학교 운동장에는 희망을 그리는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연두빛 앞치마, 손에 든 붓과 페인트. 사단법인 눈빛디자인나눔의 2025년 하반기 정기봉사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마음이 아픈 아이들을 품어온 산바라기학교

이곳은 정식 학교는 아니지만, 오랫동안 상처받은 아이들의 진짜 보금자리가 되어준 곳이다. 폐교를 임대해 운영하며 여섯 명의 학생과 네 명의 교사가 서로의 빈자리를 품고 살아가는 작은 공동체다. 12년 전, 건축가 출신의 나성금 대표가 사재를 털어 운영하고 있어 재정은 좋지 않지만, 아이들을 향한 사랑만큼은 그 어느 곳보다 풍성한 곳이다. 이곳의 시간은 늘 회복을 향해 흐른다.

“예쁜 벽 하나가 아이들에게 희망이 되기를”

강현실 눈빛디자인나눔 이사장은 이번 봉사지 선정 배경을 설명했다. "가평은 수도권이지만 교육·문화 인프라가 부족한 산간 지역이며, 폐교를 임대해 운영하는 만큼 시설 개선도 쉽지 않다. 이곳 학생들에게 '예쁜 벽 하나'가 희망의 색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눈빛디자인나눔(이사장 강현실, 오른쪽)과 산바라기학교와 MOU를 맺었다.
눈빛디자인나눔(이사장 강현실, 오른쪽)과 산바라기학교와 MOU를 맺었다.

첫째 날, 신입회원부터 13년 장수 회원까지 21명의 봉사자들이 현장에 도착했다. 페인트가 벗겨진 본관 외벽, 숨 죽인 놀이터, 길 잃은 교문이 그들을 맞이했다. 박정옥 신입회원은 "처음 봤을 땐 막막했지만 아이들의 공간이라고 생각하니 예쁘게 만들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봉사자들의 눈빛은 이미 완성될 학교를 그리고 있었다. 작업 범위는 도로 앞 교문, 후문, 본관 외벽, 운동장 놀이터까지 넓었다. 봉사자들은 팀을 나누어 체계적으로 움직였다. 전문 작가들이 스케치를 담당하고, 일반 봉사자들이 청소와 벽면 긁기 같은 선행 작업을 진행했다. 

산바라기학교 학생들 이야기를 들었던 휴식시간
산바라기학교 학생들 이야기를 들었던 휴식시간

둘째 날은 반포로터리클럽의 회원들과 중학생 회원들을 포함해 12명의 봉사자가 모였고, 팀을 나누어 본 작업에 들어갔다. 오후에 갑작스러운 비바람에도 붓질은 멈추지 않았다. 칠해지는 색 하나하나가 아이들의 내일을 그려주는 기도 같았다. 그리고 그날, 벽은 더 이상 벽이 아닌 꿈의 캔버스가 되었다. 낡고 벗겨진 회색은 산 아래에서 희망의 색깔로 다시 태어났다.

색채디자인이 만드는 정서적 치유의 힘

이번 색채디자인은 긍정을 상징하는 노랑과 연두, 환영을 상징하는 주황색으로 배색되어 낡은 본관 입구가 희망의 문이 되었다.
이번 색채디자인은 긍정을 상징하는 노랑과 연두, 환영을 상징하는 주황색으로 배색되어 낡은 본관 입구가 희망의 문이 되었다.

이번 리페인팅 봉사는 단순히 시설을 칠하는 물리적 행위에 그치지 않는, 정서적 회복을 돕는 디자인 치유 프로젝트다. 그 핵심은 색채가 심리 상태에 직접적으로 작용한다는 점에 있다. 한국색채학회 부회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강 이사장은 "이번에 사용된 컬러들은 각각의 의미를 담고 있다. 연두는 성장의 숨, 밝은 노랑은 따뜻한 손길, 주황은 '환영해'라는 포옹을 의미한다"며 "아이들이 색깔이 있는 벽면을 오가면서 바라보게 될 때, 마음속의 상처를 조금씩 지워나가길 바라는 염원이 담긴 작품"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변화는 즉각적인 반응으로 나타났다. 한 학생은 "우리 학교가 이렇게 예뻐질 수 있다니 믿기지 않아요. 매일 학교 오는 게 기다려질 것 같아요"라며 진심으로 기뻐했다. 색채디자인이 상처 입은 마음까지 보듬는 순간이었다.

서툰 붓질이지만 희망을 칠하는 중학생팀
서툰 붓질이지만 희망을 칠하는 중학생팀

13년의 발자취, 앞으로의 약속

눈빛디자인나눔은 2013년 동해안 공현진초등학교 벽화 봉사를 시작으로 올해로 13년째를 맞았다. 2021년에는 사단법인으로 성장하면서 꾸준히 색채와 디자인을 통해 사회문제 해결에 앞장서 왔다. 골목길 감성 벽화, 해안길 정화 벽화, 어린이 교통안전 옐로카펫 설치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쳐온 눈빛디자인나눔은 이번 폐교 리페인팅으로 산바라기학교와 특별한 인연을 시작한 것이다.  강 이사장의 말에는 확신이 담겨 있었다. "소외된 곳일수록 디자인의 힘이 더 크게 작용합니다. 작은 변화가 큰 희망이 되는 곳, 그곳이 바로 우리가 가야 할 곳입니다."

페이트 칠하기 전 벽면 고르기는 필수
페이트 칠하기 전 벽면 고르기는 필수

봉사를 넘어 지역 연대와의 소통

이번 리페인팅 봉사에는 특별한 의미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지역사회와의 연대다.  (주)베토, (주)아라이엔지, (주)와이즈인포텍, 라합, (주)퍼블릭디자인담빛 등 후원 기업들의 지원과 지역 단체인 반포로터리클럽이 힘을 보탰다. 이번 만남은 오랫동안 눈빛디자인나눔과 산바라기학교 양쪽에서 봉사활동을 해온 민진옥 회원이 다리 역할을 하여 이루어질 수 있었다. 나성금 대표는 "이번 봉사가 앞으로도 계속될 수 있는 마중물이 되어 주어서 고맙다"는 인사를 잊지 않았다.

학교의 상징물인 조각배를 초벌 칠하고 있다.
학교의 상징물인 조각배를 초벌 칠하고 있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변화의 현장

눈빛디자인나눔 봉사단이 특별한 이유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가 아니어도, 미술을 못해도 상관없다. 페인트 정리, 페인트 칠하기, 붓 빨기, 간식 준비 등 각자가 할 수 있는 일로 참여하면 된다. 미술 전공이 아니어도, 가족 단위로도 참여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이날도 유남식 회원은 "조카와 함께 붓질을 하면서 더 친해지고 나눔의 가치도 자연스럽게 이야기했다"며 웃음 지었다.

산바라기가 바라본 희망

이틀간의 봉사활동이 끝나고 봉사자들이 떠난 뒤, 학교는 새로운 옷을 입은 듯 환하게 빛났다. 칙칙했던 회색 벽은 따뜻한 색채 이야기책이 되었고, 녹슬었던 대문은 희망의 문이 되었다.  하지만 진짜 변화는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학생들의 표정이 밝아졌고, 학교에 대한 자부심이 생겼다. 무엇보다 '우리도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소중한 존재'라는 메시지가 마음에 새겨졌다. 

2025년 가을, 가평 산바라기학교에서 일어난 작은 기적. 그것은 붓과 페인트가 만든 것이 아니라, 따뜻한 마음들이 모여 만든 사랑의 결실이었다. 

산을 바라보며 꿈을 키우는 아이들이 있는 곳. 그곳의 학생들에게 우리는 속삭인다. 

"우리가 칠한 것은 색이지만, 여러분에게 전한 건 '관심과 사랑'이에요“

(사)눈빛디자인나눔이 2025년 하반기 정기봉사활동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눈빛디자인나눔이 2025년 하반기 정기봉사활동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봉사 참여 문의]

- 사단법인 눈빛디자인나눔(www.noonbitt.org)

- 연락처: noonbitt@noonbitt.org / 070-8887-0800/ 010-7186-3295

- 정기봉사: 연 2회 (상반기 5월, 하반기 10월)

"디자인과 색채로 세상을 바꾸는 작지만 큰 일, 당신도 함께할 수 있습니다."

* 현대해양은 (사)눈빛디자인나눔을 후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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