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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해자원 개발, 국내 탐사에서 국제 광구까지

메탄하이드레이트·열수광상·CCZ 망간단괴 등 심해자원의 현실과 과제

  • 기사입력 2025.11.14 10:16
  • 기자명 나준수 기자
대왕고래 시추를 수행한 웨스트카펠라호
대왕고래 시추를 수행한 웨스트카펠라호

[현대해양] 지난해 정부는 동해 심해 가스전 탐사사업(일명 ‘대왕고래’) 결과를 공개하며 국내 심해자원 개발 가능성에 대한 첫 시험대에 올랐다. 심해 1,000m급 시추를 통해 가스 존재 징후는 확인됐으나, 회수 가능성과 경제성 면에서는 상업적 단계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이 결과를 계기로 동해 울릉분지의 메탄하이드레이트, 심해열수계, 잔류 심해가스 구조 등 국내 EEZ 내 자원의 실체와 개발 잠재력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졌다.

한편 우리나라는 국제해저기구(ISA)를 통해 태평양 클라리온-클리퍼튼(CCZ) 해역의 망간단괴 광구와 서태평양 코발트 리치각 광구를 확보하며 공해상 자원 경쟁에도 참여하고 있다. 자원 확보 범위는 국내 해역을 넘어 국제 광구로 확장됐지만, 실제 개발을 가능하게 할 기술력과 제도적 기반은 여전히 검토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이번 기사는 국내 EEZ에서 탐사 중인 자원의 현황과 국제해역에서 확보한 광구의 의미를 짚고, 심해자원 개발이 현실화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기술적‧정책적 과제를 종합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국내 EEZ, 메탄하이드레이트와 심해열수 탐사의 현재 위치

지난해 동해 심해 가스전 탐사 결과가 공개된 이후 국내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진행되어 온 심해자원 탐사 대상과 관련 연구들이 다시 정리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 EEZ 내 심해자원 개발 논의는 크게 △메탄하이드레이트 △심해열수 기반 광상(SMS) 가능 구조 △컨벤셔널 심해가스 구조 세 영역에서 추진되고 있다.

가장 먼저 본격적인 시추가 이뤄진 자원은 동해 울릉분지의 메탄하이드레이트(가스하이드레이트)이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KIGAM)은 2007년(UBGH-1)과 2010년(UBGH-2)의 심해 시추를 통해 수심 1,000m 이상 퇴적층에서 하이드레이트-bearing zone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바 있다. 이후 지난해에는 동위원소 분석과 음향 chimney 구조 해석을 통해 일부 지역에서 미생물 기원의 메탄 공급 가능성이 제시되며, 해당 자원이 단기성 부존 형태가 아닌 지속형 시스템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됐다.

심해열수계 기반 광상(SMS) 가능성도 국내 EEZ 내 탐사 대상에 포함돼 있다. 울릉분지 및 포항 인근 해역에서는 열수 플룸, 자생 탄산염(MDAC), 메탄 유동 흔적 등이 발견되며 열수계 활동의 지질학적 지표가 확인되고 있다. 다만 국제적으로 발굴된 활성 열수 분출공 수준의 대규모 광상이 확인된 사례는 아직 없으며, 정밀 시추와 추가 지구물리 조사가 필요한 단계로 평가된다.

한편, 컨벤셔널 심해가스 구조 탐사는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사업(‘대왕고래’를 포함)으로 추진돼 왔다. 1차 탐사는 2023년 말부터 2024년 초까지 진행됐으며, 분석 결과 가스 존재는 확인됐지만 가스포화도가 기준치(약 40%)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6% 수준으로 나타나 상업성은 확보되지 못했다. 본 탐사 대상은 총 7개의 유망구조로 구분되어 있으며, 한국석유공사는 현재 2차 시추 및 인접 구조 재평가를 위한 검토를 진행 중이다.

올해에는 글로벌 메이저 에너지 기업인 BP(브리티시페트롤리엄)가 2차 탐사시추 국제 입찰에 참여하면서, 국내 심해가스전 사업이 국제 파트너십 기반 재추진 단계로 진입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BP는 지난 30여 년간 11개 심해 프로젝트를 수행한 경험을 보유한 기업으로, 업계에서는 이를 “국내 심해 탐사 기술 검증 및 경제성 분석 고도화 기회”로 평가하는 시각이 존재한다. 다만 후속 탐사 추진 여부는 향후 경제성 평가 결과, 기술 협력 구조, 정책적 안정성 등이 함께 고려돼 결정될 전망이다.

 

심해 자원 분포지도 출처_World Resources Institute
심해 자원 분포지도 출처_World Resources Institute

공해 광구로 확장된 심해자원 확보 전략

국내 EEZ 기반 탐사와 병행해 우리나라는 2000년대 중반부터 국제해저기구(ISA, International Seabed Authority)를 통해 공해에서의 심해자원 탐사권을 확보해 왔다. 국내 심해가스 구조 탐사가 아직 초기 검토 단계에 머물러 있는 가운데, 공해 광구 확보는 확보 가능한 자원 범위를 EEZ 외부로 확장하는 전략적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한국이 확보한 탐사권은 크게 클라리온-클리퍼튼(Clarion-Clipperton, CCZ) 해역의 망간단괴 광구와 서태평양 지역의 코발트 리치각(Cobalt-rich Ferromanganese Crust) 광구로 나뉜다.

CCZ 망간단괴 광구는 2015년 국제해저기구로부터 재승인을 받아 현재까지 탐권을 유지하고 있는 해역으로, 연면적은 약 75,000㎢이다. 해당 해역에는 니켈, 코발트, 망간, 구리 등 2차전지 및 첨단소재 산업에 필요한 희유금속이 다량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지역에서의 탐사 사업은 주로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이 주도하며, 광구 내 단괴 분포 평가와 양광 시스템 실증 환경 조사를 수행하고 있다.

서태평양 코발트각 광구는 2006년에 ISA로부터 탐사권을 승인받았으며, 면적은 약 3,000㎢ 규모다. 이 광구에서는 해산(subaqueous seamount) 표면에 코발트가 풍부한 철·망간 산화물이 부착된 구조가 형성되어 있으며, 망간단괴와 달리 해저면 표층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지형의 기울기·수심 조건 등을 고려한 채굴 기술 적용이 필요하다. 탐사 사업은 KIOST 및 한국지질자원연구원(KIGAM) 등이 협력하여 수행하고 있다.

두 광구의 탐사권은 모두 ‘채굴권’이 아닌 ‘탐사권’ 단계이며, ISA는 올해까지 심해 채굴규칙(Mining Code)의 최종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상업적 채굴로의 진입은 기술 검증뿐 아니라 국제 규제 기준 충족 여부, 환경영향평가(ISA EIA 기준)를 통과해야 가능한 구조다. 업계에서는 이들 공해 광구가 향후 공급망 안보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전망과 함께, 기술적 구현성 및 경제성 평가가 병행돼야 한다는 신중론도 제기되고 있다.

 

자원 추출 기술은 어디까지 왔는가

심해자원 개발은 단순히 자원이 존재하는지 확인하는 단계에 그치지 않고, 이를 실제로 회수하고 경제적 가치를 확보하기 위한 기술 체계를 요구한다. 일반적으로 이 과정은 △지구물리 탐사 및 시추를 통한 구조 확인(탐사) △해저면에서 자원을 수거하는 채광 △수심 수천 미터 구간을 수면까지 끌어올리는 양광 △선상 또는 육상에서의 광물 선별 및 제련 순으로 이어진다.

국내에서는 탐사 단계를 넘어 해저 채광 기술 일부에 대한 실증이 이뤄진 바 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은 심해 채광을 위한 집광로봇을 개발해 약 1,300m급 해역에서 주행 안정성, 경로 제어 성능 등을 검증한 바 있다. 이는 해저면 이동 및 수거를 위한 최소 기술 요건을 일부 충족했다는 의미로 평가되지만, 실제 자원 수거 헤드 장착 및 지속적 작업을 수행하는 수준의 채광 단계까지는 추가 개발이 필요한 상태로 분류된다.

양광 기술은 국내 개발의 핵심 과제로 지목된다. 심해 환경에서는 슬러리 형태의 광물을 수직 파이프를 통해 장시간 안정적으로 끌어올려야 하며, 이 과정에서 펌프 성능, 유체 거동, 마모, 관 진동 등 복합적인 기술 요소가 포함된다. 현재 국내 연구는 개념 설계와 일부 요소 실험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실제 수심 2,000m 이상의 환경에서 양광 시스템 전체를 검증한 사례는 없다. 선상 선별 및 분리 공정 또한 광종별 특성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특정 해역 자원에 대한 상용 적용형 공정은 아직 표준화돼 있지 않다.

제련은 육상에서 이루어지는 최종 단계로, 심해 광물에 포함된 니켈·코발트·망간·구리 등의 금속을 추출하기 위해 파이로메탈루르기(용융) 또는 하이드로메탈루르기(용해) 공정이 적용된다. 국내에서는 심해자원 시료를 활용한 소규모 실험 수준의 연구가 진행된 바 있으나, 특정 자원 유형에 최적화된 제련 공정이 확정되거나 실증 플랜트가 가동 중인 단계는 아니다.

또한 국제해저기구(ISA)의 채굴규정(Mining Code)이 아직 완전히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술 개발은 반드시 환경영향평가(EIA) 기준 충족 및 실시간 모니터링 체계 구축과 연동돼야 한다. 일부 국가와 기업은 파일럿 채굴 시험을 시도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국제적 승인을 받은 상업적 채굴 사례는 없다. 이는 기술 확보만으로는 개발 가능성을 단정할 수 없으며, 규범적·경제적 기준을 동시에 충족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따라서 국내 심해자원 개발 기술은 해저 채광 일부 실증 경험과 양광 시스템 요소 연구에 기반한 ‘전 실증 단계 기술 확보’ 수준으로 평가된다. 향후 기술 개발은 경제성 확보와 국제 규범 준수 능력을 동시에 갖출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될 필요가 있으며, 단독 개발과 글로벌 컨소시엄 방식 중 어느 경로를 선택할지 또한 정책적 판단 과제로 남아 있다.

 

심해탐사를 주도하는 KIOST 이사부호
심해탐사를 주도하는 KIOST 이사부호

개발을 가로막는 세 가지 부담

한국이 보유한 공해 광구(ISA 탐사권)와 EEZ 탐사 경험을 실제 상업 개발로 전환하려면, 국제 규범 대응력과 환경 기준 충족 능력, 경제성 확보 여부가 동시에 요구된다.

첫째, 국제 승인 절차 대응 능력이다. 2025년 제30차 국제해저기구(ISA) 회의에서 최초 채굴 신청 기업인 TMC가 국제법 위반 여부 조사 대상으로 지정되면서, 향후 채굴권 확보 과정에서 환경·법적 검증 기준이 강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는 한국 역시 공해 광구를 개발하려면 채굴규정(Mining Code) 확정 이후에도 까다로운 승인 절차를 통과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기반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둘째, 한국 정부의 환경 입장 정립 문제다. 2025년 기준 38개국이 심해 채굴 모라토리엄을 지지하며 국제 여론을 형성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은 아직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한국 기업 일부가 심해 채굴 관련 해외 프로젝트에 투자한 상황인 만큼, 개발 참여와 보전 논리 사이의 정책 균형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 존재한다.

셋째, 경제성 검증과 투자 구조 설계 부담이다. 2024년 정부 R&D 계획에서도 심해자원 채광·양광 실증 기술은 여전히 개발 단계로 분류돼 있으며, 실제 채굴·제련 단계에 필요한 경제성 분석과 민간 투자 유치 구조는 확정되지 않았다. 향후 독자 개발과 다국적 컨소시엄 참여 중 어느 방식이 한국에 유리한지를 판단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한국은 이미 EEZ 탐사 경험과 공해 광구 보유를 통해 심해자원 논의의 주변부를 넘어선 국가로 분류된다. 그러나 개발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기술 성숙도뿐 아니라, 국제 승인 대응 능력, 환경 정책 방향성, 투자 전략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심해자원은 단순한 채굴 문제가 아니라, 한국이 어떤 방식으로 국제 심해 체제에 참여할지를 결정해야 하는 중장기 국가 전략 과제로 이동하고 있다.

작년 9월 30일 한국에서 제7차 국제해저기구(ISA)체약자 회의가 개최됐다
작년 9월 30일 한국에서 제7차 국제해저기구(ISA)체약자 회의가 개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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