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해양] 국제해사기구(IMO)가 해양환경보호위원회 특별회기(MEPC ES.2)에서 논의하던 ‘IMO Net-Zero Framework(NZF)’ 채택을 지난달 1년 뒤로 미루면서 글로벌 해운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 10월 회기에서 국제 해운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규제 틀이 마련될 예정이었지만, 논의가 연기되면서 각국의 대응 전략에도 온도차가 감지되고 있다.
△로이드선급, 규정–검증–보고–행정 절차 ‘원스톱’ 체계 구축
글로벌 선급 중에서는 로이드선급(LR)의 행보가 눈에 띈다. LR은 이미 지역별·제도별로 흩어진 규제 요구사항을 단일 체계로 통합해 EU MRV·EU ETS·FuelEU Maritime·UK MRV는 물론 IMO DCS와 CII까지 데이터 수집–검증–보고–행정 이행을 아우르는 전주기적 모델을 갖춘 상태다.
LR은 선사로부터 연간 항차 수와 항만 기항 기록 등 필수 정보를 제출받아 2025년 12월 15일까지 사전 위험평가를 수행하고, 2026년 1월 15일까지는 Emissions Verifier 포털을 통해 활동 데이터와 증빙서류를 접수할 계획이라고 각 해운사에 지난 19일 안내했다. 이후 THETIS-MRV 플랫폼에는 FuelEU·EU MRV·EU ETS 데이터를 ‘검증 완료(verified)’ 상태로 입력하고 필요 시 MOHA(해사 운영 계좌)를 연동해 ETS 의무 이행까지 지원할 계획이다. 규제별 상이한 보고 체계와 시한을 단일 체계로 돌리는 이 방식은 선사가 THETIS·Union Registry·GISIS 등 여러 플랫폼에 직접 대응해야 하는 부담을 최소화한다는 점에서 경쟁력 확보 요소로 평가된다.

△국내 해운업계 “1년 연기, 기회이자 부담”
국내 해운시장의 반응은 복합적이다. IMO 논의가 1년간 연기된 상황은 준비 시간이 늘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한국 해운이 친환경 규제에 대응하는 데 아직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 19일 KMI가 주최한 ‘세계해운전망 세미나’에서 한국선급 김회준 협약업무팀장은 ‘IMO MEPC ES.2 주요 결과와 함의’를 주제로 발표했다. 김회준 팀장은 발표에서 IMO 넷제로 프레임워크에 한국 해운·조선업계가 면밀히 대응해야 하며, 특히 1년의 유예 기간을 잘 활용해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친환경 듀얼 엔진(중·단기 전환 장치) 탑재'를 규제 대응 속도를 맞추는 방향으로 활용해 '환경 효율 측면'에서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해운업계에서는 환경규제가 비즈니스 의사결정의 한 축으로 자리잡은 만큼 친환경선박 투자를 병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규제가 주는 불확실성 때문에 해운사들이 쉽게 움직이기 어려운 실정이다. 한국해운협회 김경훈 이사는 “규제가 기술혁신보다 앞선다”고 꼬집으며, "친환경선박 전환을 위해 정책·민간 금융을 아우르는 지원 체계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KMI 이언경 해운물류·해사연구본부장은 데이터 기반 리스크 대응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IMO MEPC ES.2의 1년 유예는 친환경 선박 관련 법·규제 재정비와 비용 효율적 대응 방안 마련의 기회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2026년 해운시황은 ‘흐림’… 운임지수 20~30% 하락 전망
한편 2026년 해운시장 전망은 밝지 않다. 뒤이어 발표를 이어간 KMI 김병주 전문연구원은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내년 평균 1100~1300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보다 20~30%가량 떨어진 수치로, 해운사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IMO 규제 강화 속 글로벌 선급의 대응은 속도를 내고 있지만, 국내 해운시장은 여전히 규제와 비용 부담 사이에서 전략 재정비가 요구되는 처지다. 여기에 2026년 시황까지 부정적으로 예상되면서 해운업계의 셈법은 한층 복잡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1년의 유예 기간이 준비 시간으로 작용할지, 추가 부담으로 이어질지는 향후 대응에 달려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