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업인들이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어업인들이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 박종면 기자
  • 승인 2022.12.12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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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자원 정책혁신 현장발굴단’ 활동이 남긴 것
수산자원 정책혁신 현장 발굴단 권역별 토론회
수산자원 정책혁신 현장 발굴단 권역별 토론회

[현대해양] 기후변화 등 환경변화에 따른 구체적이고 과학적인 수산자원 관리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해양수산부가 수산자원 관리 정책 개선을 위해 어업인과 전문가, 그리고 정책담당자로 구성된 ‘수산자원 정책혁신 현장발굴단(단장 정영훈 한국수산회 회장)’을 구성, 10월말부터 운영했다. 우리나라 연근해 어업인들은 어업활동에 어떤 애로사항이 있으며, 수산자원 관련 어떤 요구를 했을까?

현장발굴단은 10월 말부터 11월말까지 서해, 서남해, 제주, 동남해, 동해 등 5개 권역별 현장토론회를 개최해 수산자원관리정책에 대한 어업인의 의견을 들었다. 총 5회에 걸친 토론회에서 주로 거론된 내용은 총허용어획량(TAC)제도와 관련한 규제였다. 총허용어획량을 정한 것 까지는 수산자원 보호를 위해 필요한 조치라는 것에 대해서는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인데 그 외 금어기, 금치제장, 혼획 금지 등의 규제가 2중, 3중 규제로 어업에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불만이 팽배했다. 그 외에 금어기 재조정, 금어기 대신 자율 휴어기 제정 등 총 110가지에 이르는 의견이 수렴된 것으로 파악됐다. 권역별로 어떤 내용이 거론됐는지 연근어업인들의 고충과 희망사항을 들여다본다.

 

현실에 맞는 금어기 재설정 요구

먼저 서해권역이다. 10월 27일 보령에서 열린 서해권역 토론회에서는 △신규어선에 대한 TAC 할당방식 개선 △TAC 참여 어선과 미참여 어선의 형평성 문제 해결 △주변국과 연계한 TAC 제도 실시 △꽃게 금어기 조정 및 낚시인구 증가에 따른 주꾸미 자원 보호를 위한 금지체장 신설 등 주로 TAC 할당량에 대한 개선과 금어기, 금지체장 조정에 대한 의견이 나왔다.

부안수협 어업인들은 환경변화로 꽃게 산란기가 앞당겨졌으므로 현행 6월 21일~8월 20일인 꽃게 금어기를 6월 11일~8월 10일로 조정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군산시수협은 낚시인 주꾸미 남획 문제가 심각해 주꾸미 금지체장을 신설하고 낚시인 1인당 1일 최대포획량 제한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영흥수협은 피뿔고둥의 어획량 급감에 따라 금지체장(5㎝)을 신설하고 민꽃게 산란 및 탈피기 상품성 저하 방지를 위한 금어기(7월 1일~8월 31일)를 신설할 것을 제안했다. 또한 어가가 높은 시기인 문치가자미의 현 금어기(12월 1일~1월 31일)를 산란기인 3월 1일~4월 30일로 조정할 것과 주꾸미 낚시인 남획 문제 해결 위해 금어기를 현행 5월 11일~8월 31일에서 5월 11일~9월 30일로 확대할 것, 꽃게 금어기를 7월 1일~8월 31일로 일원화할 것 등을 주장했다.

인천수협은 삼치 금어기(5월 1일~5월 31일)는 경인지역 성어기이므로 4월 15일~5월 14일로 조정할 것과 대하 금어기(현행 5월 1일~5월 31일)를 5월 20일~6월 30일로 조정할 것, 소라방 주꾸미는 5월이 성어기이므로 현행 금어기 5월 11일~8월 31일에서 6월 1일~9월 30일로 조정할 것 등의 의견을 냈다. 또한 꽃게의 크기가 작아진 경향이 있고, 서해안 치게양이 풍부하므로 금지체장을 6.4㎝에서 6㎝로 조정하고 피뿔고둥 자원남획이 심해 금지체장(5㎝)을 신설해 줄 것을 건의하기도 했다.

근해안강망수협에서는 신규 어선은 과거 어획실적이 없어 TAC 할당량 산정시 동종 어선에 비해 할당량이 적게 산정되므로, 최초 할당시 동종 업종 평균 어획량 기준으로 할당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옹진수협에서는 꽃게는 하반기 어획량이 많아 매년 하반기에 TAC 할당량을 대부분 소진해 봄철 조업에 어려움이 있어 TAC 어기를 매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로 변경해 줄 것을 제안했다.

3·4구잠수기수협은 키조개 TAC 할당량 미충족시 다음 어기 할당량 감소 문제를 개선해 줄 것을 요구했다.

전남 어업인들은 업종별 특성을 고려한 TAC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남 어업인들은 업종별 특성을 고려한 TAC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금어기·금지체장·혼획 규제 완화해 달라”

동남권 어업인들은 금어기, 금지체장 제도, TAC, 혼획금지 조치 등에 대한 의견이 많았다. 구했다. 구체적으로 △TAC 적용 업종(오징어, 갈치, 참조기, 삼치)에 대한 금어기 또는 금지체장 완화 적용 △자율적 휴어기 운영 등 자원관리 선도업종에 대한 인센티브 마련 △TAC 참여 어업인에 대한 경영안정직불금 도입 등 경영안정대책 필요 △급격한 어획량 변동시 자원재평가를 통한 TAC 재설정 등의 현장 의견을 제시했다.

11월 2일 부산공동어시장에서 열린 동남권 토론회에서는 TAC 할당량 소진후 채산성이 나오지 않을 경우 경영안정직불금 도입 등의 경영안정대책 마련, 혼획이 이뤄지는 정치망 어업의 경우 금지체장을 제외, 금어기 혼획률 20% 확대 요청이 주요 안건으로 다뤄졌다. 특히 혼획 금지 조항은 바다를 오염시키고, 조업을 방해하는 제도라는 비판이 거셌다.

대형기선저인망수협 관계자는 “TAC, 금어기, 금지체장 동시적용을 어업인은 중복규제로 인식하고 있다”며 “금지체장의 적용을 완화하거나 일부를 폐지하고, TAC총량 내에서 어업 생산량이 극대화될 수 있도록 금어기도 완화돼야 할 필요성이 있다”며 수산자원관리 정책뿐 아니라 보상 규제에 대한 현실화가 이뤄져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건의했다. 또한 경쟁조업의 대안으로 냉동 시설이 구비돼있는 대형 어선들은 먼 바다에서 조업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줄 것도 요청했다.

서남구기선저인망수협에서는 살오징어 금어기 조정을 요청했다. 정동근 서남구기선저인망수협상임이사는 “서남구기선업종에서 오징어가 혼획되는 시기는 5월부터 7월인데, 금어기인 5월에 혼획되는 오징어는 전량 바다에 버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창은 대형선망수협 상무는 “대형 선박 총생산량의 80%이상이 TAC 제약을 받고 있다. 금어기와 금지체장 적용을 일부라도 완화해 달라”며 “TAC규제를 지키며 수산자원을 관리해도 수입 수산물 때문에 손익분기점을 초과하는 이윤 창출이 힘들다”고 강조했다.

기선저인망수협도 “수산업계가 TAC를 지키다 손익분기점을 못 넘는 상황이 많다, 규제를 조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둘순 한국여성어업인연합회 거제분회장은 청어 금지체장을 완화해 줄 것을 요청했다. “남해안의 경우 정치망 어업에 멸치와 함께 청어가 포획된다”며 금어기 시행에 금지체장까지 적용하면 연안선망업종에서는 잡을 어종이 없다는 것이다.

연안과 근해 조업의 금지체장을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연안자망, 통발어업이 연안에서 조업하는 경우 내만에서 포획되는 붕장어와 가자미가 현재 금지체장인 35cm, 20cm 미만에 해당되어서 사실상 어획이 불가하다는 것이다.

 

“혼획 일정 부분 인정해야”

김흥호 멸치권현망수협 지도과장은 “다른 업종은 체포어종이 수산생물로 되어있는 반면 수산업법 시행령 14조에 멸치권현망은 멸치만을 잡도록 되어있다”며 “멸치권현망 어선이 그물을 펼치면 멸치만 잡을 수 없어 혼획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바다에는 멸치만 있는 것도 아니고 먹이사슬 최하위에 있는 멸치를 잡으면 멸치를 먹으려고 달려든 다른 어종도 잡힌다”고 밝혔다.

김 과장은 “그물에 눈이 달려 멸치만 찾아다니면서 멸치만 잡을 수도 없고, 바다에 멸치만 사는 것도 아니다”라며 “혼획을 규제하면 고기를 잡기 위해 그물을 내리는 멸치권현망 어업이 불법이 된다”고 밝혔다. 그는 “규제를 완화해 혼획 어종도 상업적 판매를 허용해줄 것”을 건의했다.

김정길 1·2구잠수기수협 조합장은 “과거에 비해 해양환경이 바뀌었지만 규제가 너무 많다. 20m에서 작업하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30~40m까지 잠수해 작업해야 한다”며 바뀐 어장에 맞는 어구 개발과 사용을 허가해 줄 것을 요구했다.

 

다중규제 완화해야

제주 어업인들은 금어기·금지체장의 이중적인 수산규제로 조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11월 8일 제주도 농어업인회관에서 열린 제주권역 토론회에 참석한 서귀포수협 소속 근해연승 어업인은 “금지체장과 금어기의 이중 적용으로 인해 갈치 조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면서도 “선원의 인건비는 고정적으로 지출되어 어업경영이 악화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따라서 갈치자원 보호를 위해 금지체장을 현행 18cm에서 20cm로 강화하되, 근해연승업에 적용되고 있는 금어기 규제를 풀어달라고 건의했다. 현재 갈치 금어기는 7월 1일~31일이지만 근해채낚기어업과 연안복합어업은 이 규제에서 제외돼 있다. 제주 해녀의 주 소득원인 소라 채취에 대한 규제 조정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소라의 금지체장은 전국 어디서나 5cm 이하지만, 제주를 비롯해 울릉도·독도산은 이보다 강화된 7cm 이하다. 이 규제로 제주 해녀들이 소라 채취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어 지역 구분 없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해류변화에 따른 제주의 우뭇가사리 생육 시기가 다른 지역에 비해 점차 빨라짐에 따라 금어기 종료일을 한 달(4월 30일까지→3월 31일까지) 앞당겨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제주 어업인은 TAC 제도와 관련해 이 제도가 수산자원보호를 위해 필요한 규제라면서도 당해 연도 할당량을 소진하지 못한 경우 차기 연도로 이월할 수 있는 제도 도입이 강구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냈다.

 

업종 특성 고려한 TAC 제도 개선

전남 어업인들은 업종별 특성을 고려한 TAC 제도 개선 필요하고 주장했다. 11월 15일 전남 목포에서 개최된 ‘수산자원 정책혁신 현장발굴단 서남권역 토론회’에서 전남 어업인들은 어업현장에서 중복적용 되는 수산자원관리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서남권역 토론회에서는 △혼획이 수반되는 업종(정치망어업, 근해안강망어업)의 자원관리 방안 △TAC 적용 업종(참조기, 말쥐치, 소라 등)에 대한 금어기 또는 금지체장 완화 적용 △주변국과 연계한 회유성어종 자원평가 실시 △어선원·어선보험 국고보조율 인상 등의 현장 의견이 나왔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조선현 전남정치망수협 조합장은 “정치망어업의 특성상 비선택적 어업을 할 수밖에 없다”며 “금어기·금지체장 규제의 일괄적 적용 때문에 생업에 종사하는 어업인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따라서 조속한 어업자협약을 통해 정치망어업에 대한 금어기·금지체장 적용 제외를 위한 관련 법안 개정을 요청했다.

회유성 어종에 대한 주변국과 연계한 자원평가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현재 오징어, 고등어 등 주변국과 경쟁적으로 조업하는 회유성 어종의 경우, 우리나라 자체로 진행하는 자원평가에 근거해 TAC를 설정한다. 하지만 어업인들은 타국의 자원관리 현황을 고려하지 않은 TAC 제도에는 한계가 발생함을 지적하며, 일본·중국 등 인접국과 연계한 자원평가 및 관리 기구 설립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아울러, 수온상승으로 인해 말쥐치, 소라 등의 산란기가 조정돼 효과적인 자원관리를 위해서는 금어기를 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TAC는 자원을 관리하면서 어업인들의 생산성을 유지하고 지속 가능한 사업으로 가기 위해 실시하는 정책인데 오히려 국내 어업인들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행정의 획일성을 주장하면서 중국 어선도 TAC 규정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도 선주협회 관계자도 회유성 어종에 대한 TAC 적용에 의문을 표시하면서 중국 어선에 의한 어획량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제주도에서 꽃게통발을 운영하는 관계자도 국내에서 건조되지 않는 300톤 이상의 어선들이 국내에 들어와 조업하고 있다며 중국 어선의 입어척수와 어획량과 함께 톤수 제한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불합리한 수산규제 개혁 원해

강원·경상 동해권 어업인들은 지난 22일 포항수협 대회의실에서 개최된 ‘수산자원 정책혁신 현장발굴단 동해권역 토론회’에서 불합리한 수산규제 개혁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특히 지역 특성상 오징어, 대게 어획과 관련한 의견이 많았다.

‘정석근 교수의 되짚어보는 수산학’ 출간으로 촉발된 수산자원 정책혁신 현장발굴단(단장 정영훈) 권역별 토론회 중 마지막 5번째인 이날 토론회에서는 △TAC 적용 업종(붉은대게, 대구, 감성돔, 넙치 등)에 대한 금어기 또는 금지체장 완화 적용 △혼획이 수반되는 업종(저인망어업, 정치망어업)의 자원관리 방안 △청어, 기름가자미 금지체장 혼획율 신설 △지속 가능한 오징어 어업방안 마련 등의 현장 의견이 나왔다.

토론회에 참석한 김대경 경북 후포수협 조합장은 “수온변화에 따라서 어류의 성장 및 산란기가 변화하지만 현 제도는 이를 반영하지 못한다”며 “이에 따른 탄력적인 금어기 및 금지체장 설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덕호 강원붉은대게통발어업경영인협의회 회장은 “붉은대게의 경우 근해통발어업과 연안자망·통발 어업의 금어기가 상이하여 효과적인 수산지원 관리가 어렵다”며 “업종별로 금어기를 일원화 하는 정책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정 어법에 대해서는 획일적인 금어기·금지체장 준수가 어렵기 때문에 탄력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저인망어업의 경우 혼획되는 어종에 대한 선별이 어렵기 때문에 금지체장 제한을 제외하는 일정 혼획율을 신설하는 방안이 제안됐다.

회유성 어종인 오징어 자원에 대해 지속 가능한 어업을 하기 위한 방안들도 논의했다. 오징어의 경우 동해지역을 회유하는 어종이기 때문에 여러 지역과 업종들 간 공조를 통한 자원 보호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세였다.

불합리한 수산규제 개혁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불합리한 수산규제 개혁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TAC 기반 합리적 규제 개선 필요

수산자원 정책혁신 현장발굴단 권역별 토론회에서는 110가지 의견이 제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대부분 TAC 규제 완화, TAC 시행 업종과 미시행 업종과의 구분 및 인센티브 지급, 환경변화에 따른 금어기 재조정 등 현실과 맞지 않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대체로 TAC 기반 규제 개선과 금어기 금지체장, 휴어기, 혼획률 등을 반영시키고 무엇보다 특별 감척예산 조성, 수산자원보호기금 확보 등의 권고를 권고안에 담을 것으로 전해졌다. 정영훈 단장은 “전국 5개 권역의 목소리를 권고안에 담아 어업인과 지속 가능한 수산업을 위한 정책 혁신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해수부 수산자원정책과 관계자는 “해양수산부는 수산자원관리 정책에 대한 어업인의 목소리에 대안을 마련해 수산자원 회복정책의 효과성을 제고하고 현장의 수용성을 확보해나가겠다”고 말했다.

TAC는 자원을 관리하면서 어업인들의 생산성을 유지하고 지속 가능한 사업으로 가기 위해 실시하는 정책인데 오히려 어업인들을 어렵게 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TAC는 자원을 관리하면서 어업인들의 생산성을 유지하고 지속 가능한 사업으로 가기 위해 실시하는 정책인데 오히려 어업인들을 어렵게 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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