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업인 목소리 듣는 걸로 그쳐서는 안 된다
어업인 목소리 듣는 걸로 그쳐서는 안 된다
  • 박종면 기자
  • 승인 2022.12.08 09: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종면 기자
박종면 기자

[현대해양] 지난 8월 ‘정석근 교수의 되짚어보는 수산학’ 단행본 출판을 계기로 기후변화 등 환경변화에 따른 구체적이고 과학적인 수산자원 관리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이런 가운데 해양수산부가 수산자원 관리 정책 개선을 위해 ‘수산자원 정책혁신 현장발굴단(발굴단)’을 민간 중심으로 구성, 운영했다. 발굴단은 10월 말부터 11월말까지 한 달간 5개 권역별 현장토론회를 개최했다. 활동 결과 TAC(총허용어획량) 제도 개선, 규제 완화 등의 다양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고 한다. 실제로 발굴단에 제출된 의견이 110여 건에 이른다고 한다.

사실 이런 현장의견 수렴 절차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많은 해수부, 지자체, 공공기관 관계자들이 설명회, 간담회 등을 통해 현장의 의견을 듣고 갔다. 애초 우려했던 것은 과거에 그랬듯이 듣는 것으로 끝나면 어떡하느냐는 것이었다. 그런데 장관이 직접 지침을 내려 발굴단을 구성, 운영하게 했다고 하니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고 믿음을 가졌던 것으로 풀이된다. 분위기가 이렇다보니 권역별 토론회가 열리는 공간마다 앉을 자리가 부족할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발굴단원들의 멘트, 의견 제시마저 참석 어업인들이 제지할 정도로 할 말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발굴단은 이렇게 수렴한 의견을 토대로 권고안을 만들어 해수부에 제출하는 일이 남았다. 문제는 여기서 부터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이 있는 것처럼 아무리 좋은 말을 많이 들었다 한들 정부부처에서 개선하지 않고, 실행에 옮기지 않고 의견으로만 치부해버린다면 차라리 안 듣는 것만 못한 결과를 낳는다. 물론 발굴단에서 제시한 권고안에는 정부나 관계부처가 수용하기 어려운 의견도 있고 쉽게 풀 수 없는 업종 간 갈등도 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어업인들에게 더 이상 좌절을 맛보게 해서는 안 된다. 유류비 상승, 인건비 상승, 외국인 노동자 이탈 등으로 출어하면 오히려 손해가 날 것을 우려해 출어 결정조차 쉽게 내리지 못하는 날이 많다고 하는 어업인들이다. 바다 속 수산자원 여건을 손바닥 보듯 할 수 없으니 요즘 같은 악조건에서는 출어결정이 더 고민이란다.

이런 이유로 감척을 고려하고 있는 이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그런데 감척 신청 조건 중 하나인 연간 조업 일수 60일 이상 항목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어업인도 많다고 한다. 출어 고민이 얼마나 큰지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금어기, 휴어기 끝나고 모처럼 부담스러운 출어경비를 감수하고 조업에 나섰는데 금지체장 규정에 걸리는 물고기가 많은 경우 등 조건이 좋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해수부를 비롯한 수산업 정책 결정 기관에서는 어업인들의 현장 목소리를 듣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적극 행정을 펼쳐주기 바란다. 기우에서 당부드리면 의견을 듣는 시늉만 했다는 원성은 듣지 않기를 바란다. 이번만큼은 어업인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