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레저 바로알기 18. 보트 사용자가 원하는 것을 해야 할 때
해양레저 바로알기 18. 보트 사용자가 원하는 것을 해야 할 때
  • 김충환 경영학박사·경기도청 전문위원
  • 승인 2024.04.15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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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해양] 2024 경기국제보트쇼에는 조 린치(Joe Lynch) 세계해양협회(ICOMIA, International Council of Marine Industry Associations) 협회장과 패트릭 햄프(Patrick Hemp) 기술이사를 비롯하여 전 세계의 여러 해양레저산업 전문가가 내한하였다. 이들은 보트쇼에 전시된 한국의 보트와 기자재 등 여러 제품을 비롯하여 경기해양레저 인력양성센터의 선외기와 선내기, FRP 선체 교육 현황 및 교육 시설과 김포 아라마리나 등 우리나라의 해양레저 산업을 둘러보았다.
세계해양협회는 아시아를 새로운 성장의 기회로 보고 있다. 이미 2020년에 아시아 13개 국가가 참여한 Asia Boating Dialogue를 직접 개최하였으며, 2023년에는 세계해양협회 내 Asia Working Group을 만들었다. 한국은 이러한 흐름에 적극 참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2024 경기국제보트쇼에서 한국해양레저산업협회(KMIA, Korea Marine Industry Association)가 세계해양협회 정식회원(Full Member)으로 가입하였다. 한국은 아시아에서 다섯 번째로 세계해양협회의 정식회원국이 되었으며 앞으로 세계 해양레저 산업계에 공식적으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채널을 확보하였다.
아시아에서도 한국이 세계가 주목하는 해양레저 국가가 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시장이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1회 경기국제보트쇼가 개최되었던 2008년에 우리나라에 등록된 보트의 수는 1,000 대 이하에 불과 하였으나, 16년이 지난 2023년 말 등록된 동력수상레저기구의 수는 3만 8,000 대를 넘어섰다. 불과 16년 사이에 시장이 약 38배 성장하였으며, 신규로 등록되는 동력수상레저기구는 이미 11년 전인 2013년부터 연간 3,000 대를 넘어섰다. 매년 10% 내외의 성장을 10년 넘게 꾸준히 이어오고 있는 시장을 세계가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2024년에 방문한 해외 해양레저산업계 전문가 중 싱가포르 보트협회(SBIA, Singapore Boating Industry Association)의 회장 YP Loke는 한국이 OECD 가입 국가 중 해양레저산업이 활성화 되고 있는 마지막 국가로서 유니크한 사례라는 의견을 남겼다. 왜냐하면 한국은 국가 경제의 성장과 민주화를 성공시켰을 뿐만 아니라 국민 삶의 개선을 위한 주 5일 근무와 주 52시간 근무라는 제도를 성공적으로 도입함으로써 일반인이 삶의 힐링을 위해 선진국형 레저 활동인 해양레저 활동까지 즐기는 국가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보트 구매자 432명 대상 전국 리서치

동력수상레저기구가 이렇게 꾸준하게 성장하고 있다는 것은 보트 구매자와 사용자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대표적인 동력수상레저기구인 보트를 구입한 보트 사용자들은 어떤 이유로 구매하였으며 어떠한 문제인식을 갖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성장기로 접어드는 한국의 해양레저산업에서 무엇을 우선순위에 두어야 하고 어떠한 인프라를 구축하며 제도를 개선해 나갈지 등 여러 정책 결정과 합의에 사용자 의견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2023년 하반기에 전국을 대상으로 보트를 구매한 선주를 대상으로 리서치를 하였으며, 이 중 유효 응답자 432명에 대하여 데이터를 분석하였다. 응답자 남녀 비율로는 남자가 399명으로 압도적으로 높게 나왔으며, 연령은 40대가 46%로 가장 높았으나, 50대와 30대 이하 연령대가 26%와 23%로 큰 차이가 없었다. 보트 사용자 거주지로는 경기도가 33%로 가장 높았으며, 서울과 부산/울산/경남, 대전/충청권이 각 16% 내외로 비슷한 비율로 나타났다.


5년 이내 보트 구매자가 70%, 중고 구매가 65%

보트를 구매한 지 얼마나 되었는가 하는 질문에 3년~5년 미만이 35%로 가장 높았으며 1년~3년 미만은 27%, 5년~9년 미만은 20%로 나타났다. 1년 미만 구매자 8%까지 합하면 보트를 구매한 지 5년 이내라는 응답자는 무려 70%로써 한국의 해양레저시장이 최근 급성장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보트의 구매 형태는 중고 구매 65%, 신조 구매 35%로써 중고 구매 비율이 신조보다 거의 2배 가까이 높게 나타났다. 이 비율은 성별, 연령별, 출항 횟수 비율에서 모두 비슷하게 나타났으나, 지역별 구분에서는 유의미한 차이가 나왔다. 서울, 경기, 대구/경북, 강원/제주는 신조 구매가 40% 대로 높게 나타난 반면, 부산/울산/경남과 광주/전라, 대전/충청권은 신조 구매 비율이 20%대로 절반 가까이 낮게 나왔다. 또한 신조 선박은 연간 지출 비용이 중고 보트보다 높다고 응답하였다.

보트 구매 연식
보트 구매 연식

 

보트 무게 50kg~2톤 미만 86%, 길이 4~9m가 81% 차지

일반적으로 4~6m급 FRP 피싱보트의 경우 500kg~1톤n 이내의 무게를 보인다. 응답자가 가장 많이 구매한 보트의 무게는 이 구간인 500kg~1톤 미만에서 24%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50kg 이상부터 2톤 미만까지는 각 구간별로 20% 내외의 비슷한 비율로 나타나 큰 차이가 없었다. 2톤 이상의 보트는 전체에서 8%에 불과하여 선박 대수는 가장 적었지만, 선박 자체가 비싸고 좋은 만큼 연식이 오래되더라도 사용되고 있었으며 영업적 목적 사용 비율이 높게 나왔다.
응답 결과에서 흥미로운 점은 보트의 무게가 가벼울수록 출항 횟수가 적은 반면, 보트가 무거울수록 출항 횟수도 많아진다는 점이다. 특히 500kg~2톤 구간은 연 21회 이상 출항한다는 응답이 67%로서 레저 선박의 크기와 용도 면에서 이 구간이 한국에서 레저 선박 활동이 가장 활발한 스펙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우려스러운 점은 보트 보험 미가입자 중 90%는 500kg 미만의 소형 보트였다. 고무보트와 콤비보트 등 가벼운 보트 중 상당수는 보험을 가입하고 있지 않다는 것으로 이 구간은 보험 미가입자가 가입자보다 높게 나타났다.
레저 선박 길이에서도 4~6m 구간이 45%, 6~9m 구간이 36%로써 이를 합친 4~9m 구간이 81%를 차지한다. 즉, 우리나라에서 판매되는 상당수의 레저보트는 4~9m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같은 길이의 레저보트라도 소재와 비율에 따라 무게가 달라진다. 레저보트의 소재로 많이 사용되는 고무, 알루미늄 등은 가벼운 반면, FRP(Fiberglass Reinforced Plastic, 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 철 등은 상대적으로 무겁기 때문이다.

보트의 무게
보트의 무게
보트의 길이
보트의 길이

보트의 가격 1,000만 원~5,000만 원 67%, 한국산 보트 35%로 1위

응답자가 구매한 보트의 가격은 1,000만원~3,000만원 미만이 35%, 3,000만 원~5,000만 원 미만이 32%로써 1,000만 원~5,000만 원 구간이 67%를 차지한다. 5,000만 원 이상의 보트는 영업용 비율이 높았으며, 60세 이상은 5,000만 원 이상의 구매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반면 1,000만 원 미만은 15%, 5,000만 원 이상은 18%로 나타나 양 극단 비율의 차이는 크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유하고 있는 보트의 제조 국가로는 한국이 가장 높은 35%를 차지했으며, 미국과 일본이 그 뒤를 이었다. 한국은 2위 미국과 3위 일본을 합친 33%보다 높은 비율로 한국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보트 제조 국가가 되었다. 특히 연식 구간을 비교해 보면 3년 미만의 짧은 연식 구간이 한국은 39%이며, 미국과 일본은 15%와 11%에 불과하다. 오히려 미국과 일본이 5년 이상 연식의 보트 구간에서 26%와 20%로 높게 나온 것을 감안해 보면 한국 보트는 신조 보트의 구매 비율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한국 보트는 피싱 보트에서 47%로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난 반면, 미국 보트는 스포츠용과 수상레저용에서 42%와 25%로 높게 나타났다. 주목할 점은 향후 보트를 교체한다면 구매하고 싶은 국가에서도 한국산 보트가 1위를 차지하였다는 것이다.

보트 제조국가
보트 제조국가
교체하고 싶은 보트 제조국
교체하고 싶은 보트 제조국

할부가 결합된 구매 금융상품 필요 84%, 향후 5년 이내 보트 교체는 79%가 원해

보트 구매비용 조달 형태에 관한 질문에서 현금 일시불이 61%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자동차 구매 시 보편적 구매 형태인 할부나 리스와 같은 상품이 활성화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는 금융상품에 대한 불만으로 나타나 보트 금융상품에 대해 만족한다는 응답을 한 사람은 28%에 불과하였다. 보트 선주들은 보트 구매 시 더 필요한 금융상품으로 할부가 결합된 상품을 84%가 희망하였다. 현금으로 보트를 구매한 선주는 물론이고 전 연령대에서 모두 희망하는 자금 조달 형태이다. 단, 39세 이하에서는 리스 상품을 희망하는 비율이 다른 연령대보다 약 4배 가까이 높게 나타난 특징이 있다.
향후 보트 교체를 희망하는 비율은 73%에 이른다. 출항 횟수가 연 21회 이상으로 가장 많은 구간에서는 83%이며, 보트 연식이 5년 이상으로 오래된 구간도 80%로 높게 나타났다. 보트 교체시기에 대한 질문에는 1년~3년 구간이 48%로 가장 높았으며, 5년 이내 교체 희망 비율도 79%로 매우 높았다. 교체 이유에 관한 질문에는 기존과 다른 형태의 보트가 필요해서라는 응답이 53%였으며, 마음에 드는 보트를 발견해서라는 응답이 18%로 그 뒤를 이었다. 즉, 보트의 기능과 디자인이 보트 구매와 교체에 가장 큰 이유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보트 구매시 필요한 금융상품
보트 구매시 필요한 금융상품
향후 보트 교체계획 유무
향후 보트 교체계획 유무
향후 보트 교체 시기
향후 보트 교체 시기

가장 시급한 건 슬립웨이 시설확대, 그리고 구매 금융상품과 계류장, 종합보험 순

보트 선주의 48%는 활성화를 위해 가장 시급한 문제로 슬립웨이(Slipway)를 꼽았다. 슬립웨이는 트레일러에 올려놓은 보트를 수면 위로 내릴 수 있는 물가에 만든 경사로이다. 대부분의 보트 사이즈인 7m 이하는 트레일러에 올려 자동차로 견인해 쉽게 이동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은 슬립웨이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사용을 제한하는 상황이 많아 보트 사용자는 사실상 이용 가능한 슬립웨이를 찾아다녀야 한다. 다수의 슬립웨이는 어항에 설치되어 있는데 이 슬립웨이 사용을 두고도 어민들과 갈등이 많은 상황이다. 특히 낚시를 목적으로 하는 보트와 연간 출항 횟수가 많을수록 슬립웨이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높았다. 그다음 시급한 문제로는 금융상품과 보트 보관 장소인 계류장, 종합보험이라고 응답했다.


증가했던 자동차만큼 증가시킨 도로 인프라

자동차 산업의 경우 우리나라의 자동차 수요는 1988년 서울올림픽을 전후로 급증하였다. 1980년대 초반 10% 이내의 성장률을 보이던 자동차 시장은 1980년대 중반에는 10% 중반으로 올라섰고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는 최대 연간 30%까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정부는 이 기간 자동차의 중요한 인프라 중 하나인 도로를 꾸준히 연장하여 1980년 4만 6,951km에서 2000년 8만 8,751km로 2배 가까이 증가시켰다. 동 기간 고속도로 역시 1,225km에서 2,131km로 증가하였으며, 2020년에는 4,848km까지 연장하여 늘어나는 자동차 수요에 대응하였다. 이렇게 증가시킨 도로 위에 자동차 수요는 더 많이 증가하였으며, 이제 한국산 자동차는 세계적인 수준으로 성장하였다.

연도별 자동차대수 증가율(1980~2000년대)
연도별 자동차대수 증가율(1980~2000년대)

이제 사용자가 원하는 것을 해야 할 때

보통 수요와 수량이 적으면 문제점이 크게 드러나지 않을뿐더러 미리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경우도 드물다. 그런데 보팅과 같은 해양레저 사용자는 이미 빠르게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물론 레저는 여가 활동인 만큼 생업 활동과 다른 관점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결국 여가 활동도 생업 활동을 잘 하기 위해 필요한 휴식이다. 그뿐만 아니라 여가 활동에 필요한 장비를 생산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생업 활동이 되는 경제인구도 그 이상으로 증가하고 있다. 리서치 결과를 통해 알 수 있듯 사용자가 원하는 바는 명확하다. 어떤 것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하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았으니 이제 그것을 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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