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남부수협 |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변화 이끈다”
태안남부수협 |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변화 이끈다”
  • 박종면 기자
  • 승인 2024.04.15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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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점포 입점’ 새 시도
태안남부수협
태안남부수협

[현대해양] 봄이면 주꾸미가, 가을이면 꽃게로 유명세를 떨치는 곳. 그럼에도 인구 감소, 고령화의 덫을 비켜가기 위해, 살기 좋은 어촌을 만들기 위해 무던히 애를 쓰는 곳. 바로 충남 태안이다.
삼면이 바다인 충남 태안군에는 과거부터 수산자원이 풍부해 무려 3개의 수산업협동조합이 있다. 서산수협, 안면도수협, 그리고 태안남부수협이 그것. 이 중 태안남부수협은 서해 청정해역을 아우르는 태안군 남면에 위치하고 있으며, 12개의 어촌계와 1,000여 명의 조합원들로 구성된 지구별 수협이다.
수산자원 감소와 맞물려 진행되는 어촌 고령화와 어업 인력 감소는 태안남부수협에도 크나큰 압박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에 태안남부수협은 충남도에서 시행하는 ‘수협의 지역혁신 역량강화 지원사업’과 연계해 향후 수협에서 추진 가능한 다양한 종류의 혁신사업을 구상했다. 이를 통해 어업인과 지역사회가 함께 상생·발전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신축 본소로 이전

3년 전 새 본소를 지어 노후한 구 본소에서 지금의 신축 건물로 옮겨온 태안남부수협 문승국 조합장은 2015년 취임 이후 세 번째 임기를 이어오며 조합원들과 호흡을 같이하고 있다. 이 같은 탈바꿈이 가능했던 것은 지역혁신사업이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충남도비와 태안군비, 그리고 자부담으로 진행된 본소 이전 작업으로 얻어낸 일명 ‘바다허브센터’는 남면 신장리에 연면적 916.74㎡ 지상 3층 규모로 지어졌다. 1층에는 상호금융시설이, 2층에는 어업인 지원 및 정보공유시설이, 그리고 3층에 어업인 복지시설과 조합 업무 공간이 들어섰다.
지역 활성화를 도모하겠다는 목표로 추진된 수협혁신사업의 핵심인 바다허브센터 건립 이후 업무 환경의 변화와 새로운 전기 마련으로 수협 성장 발판이 마련됐다. 문승국 태안수협 조합장은 지역이나 각 조합원을 혁신시키는데 수협이 나서 생산 혁신, 유통 혁신, 소비 혁신을 일으켜보자고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요즘 지역 수산물 생산이 기후변화 등과 함께 오락가락하는 조짐이다. 작년에 주꾸미 위판액은 5억 원 가량 늘었다. 반면 다른 어종이 줄었다. 태안남부수협 위판량으로 주꾸미 뒤를 잇는 주어종은 낙지, 꽃게 등이다. 그리고 해삼도 있지만 해삼은 봄철 한 달 가량 잠깐 난다고.


위판장 3곳 운영

작년 태안남부수협 모든 위판장을 통한 수산물 거래액은 55억 원이다. 많은 금액은 아니다. 그럼에도 작은 면 단위 수협에서 위판장을 3곳을 운영하고 있다. 문 조합장은 “우리는 작은 면에 위판장이 4곳인데 이 중 3곳을 운영하고 있다. 더 줄이지는 못한다. 위판장을 통폐합하면 지역이 위축되고 어민들이 불편해지기 때문”이라고 조합원의 편의를 위한 협동조합 정신을 앞세운다.
기업이라면 이미 구조조정을 피해가지 못했겠지만 협동조합이 단순히 영업이익만 높이자고 위판장을 줄이면 안 된다는 의지를 피력한다. 현재 남면의 몽산포, 마검포, 드르니 위판장이 조업상황에 맞게 경매업무를 이어가고 있다.
태안남부수협은 1961년 7월 소원, 안흥, 남면어업조합 합병됐으며, 1977년 몽산, 곰섬, 신온, 원청의 4개 비법인 어촌계가 남면법인어촌계가 됐다. 그러다 2002년 4월 법인어촌계가 지금의 수협으로 승격됐다.

태안남부수협은 2002년 이래 매년 꾸준히 조합원 배당을 실시하고 있다. 매년 이익을 내고 있지만 규모가 작다보니 1~2억 원 수준의 당기순이익에 그친다. 그나마도 상호금융 의존도가 높다. 작은 면(面) 지역이지만 경쟁을 피할 수는 없다. 이곳에서 우체국, 새마을금고, 농협 등과 금융업무로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한다. 상호금융사업에서 연 12억 원 가량의 흑자를 내야 지금처럼 배당이 가능하다는 것이 문 조합장의 설명이다.
태안남부수협은 상호금융 중에서도 공제사업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해온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전국 유일의 여성 상임이사인 가순복 이사를 비롯한 임직원들의 노력으로 2002년부터 2009년까지 8년 연속 전국 최우수상을 수상하는가 하면, 전국 50위까지 허용되는 명예의 전당인 수협공제리더스클럽에 거의 매년 이 곳 직원 이름이 오를 정도로 지역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이런 탁월한 능력과 노력도 지방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고. 그러다보니 서울 수도권 진출을 꿈꾸는 것이 당연지사다. 그렇다고 수도권 진출이 호락호락한 것은 절대 아니다. 최소한 2~3년간의 적자와 투자를 감수해야만 긍정적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그래서 결단이 어렵다. 안건이 이사회를 넘기조차 쉽지 않다. 또한 지방의 작은 회원조합의 경우 중앙회의 도움을 얻을 수밖에 없다.

문승국 태안수협 조합장(오른쪽)이 몽산포 위판장에서 위판 수산물을 살펴보고 있다.
문승국 태안수협 조합장(오른쪽)이 몽산포 위판장에서 위판 수산물을 살펴보고 있다.

을지로금융센터에 입점

수협중앙회가 지난해 회원조합 상호금융(제2금융)이 수도권에 소재한 수협은행(제1금융) 지점에서 영업할 수 있도록 한 ‘복합점포’를 출범시켰다. 복합점포는 고객에게 1·2금융권의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개설한 것으로 금융권 최초 시도다.
복합점포는 수협은행 영업점 공간 일부에 조합이 입점해 있는 영업점 내 영업점 형태로 태안남부수협은 서울에 소재한 수협은행 을지로금융센터에 강원고성군·전남동부·하동군수협과 함께 지난해 11월 입점했다. 고객이 한 공간에서 은행과 상호금융 대출상품을 다양하게 상담받을 수 있어 금융소비자의 편익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되는 곳이다.
그동안 재정적인 어려움으로 수도권 진출이 힘들었던 소규모 조합도 복합점포를 통해 영업기반을 늘려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 셈이다. 태안남부수협의 입장에서 새로운 도전이지만 독립 점포 개설보다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어지는 도전이다.
문 조합장은 “고객이 한 공간에서 은행과 상호금융 대출상품을 다양하게 상담받을 수 있어 금융소비자의 편익이 높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문 조합장은 “우리는 미래를 보면, 규모를 좀 더 키워야하는 부분이 있다. 열악한 위판상황, 경제사업 등을 고려하면 상호금융사업을 확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합원에게 더 많은 이익을 돌려주기 위해서는 사업 확장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장담할 수 없는 10~15년 뒤를 내다봐야 한다는 것. 특히 고령화는 심각하다. 현재 70~80대 조합원이 40%에 육박한다. 이는 비단 태안남부수협 만의 문제는 아니다. 당연히 누가 먼저 현재와 미래를 대비하느냐가 관건이다. 무리한 투자라는 일부 임원들을 설득해서 관철할 수 있었다는 것.

문승국 조합장
문승국 조합장

색다른 군납

태안남부수협엔 다른 수협에서 볼 수 없는 사업이 있다. 이곳에서는 얼마 전부터 반농반어(半農半漁)의 지역 특성을 살려 민물 우렁이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우렁이 농어가 육성과 함께 군납을 하고 있는 것. 태안남부수협은 5년 전부터 우렁이 사업에 손을 떠 군납(軍納) 개척에 성공했다. 처음 연 25톤 남짓한 소량으로 시작했지만 이 또한 새로운 시장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태안남부수협은 우렁이 사육 농어가 교육을 실시하며 본격적으로 뛰어들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문 조합장은 수협중앙회 비상임이사로도 적극 참여하며 전국 수협의 발전과 회원조합의 권익을 위해 활약하고 있다.
문 조합장은 “현실에 안주하지 않아야 더욱 안정적인 수협이 될 수 있다”며 “조합원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수협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태안남부수협은 지난해 11월 8일 수도권에 소재한 수협은행(제1금융) 지점에서 영업할 수 있도록 한 ‘복합점포’에 입점했다.
태안남부수협은 지난해 11월 8일 수도권에 소재한 수협은행(제1금융) 지점에서 영업할 수 있도록 한 ‘복합점포’에 입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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