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 살리기 프로젝트’ 실패 선언 빠를수록 좋다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 실패 선언 빠를수록 좋다
  • 박종면 기자
  • 승인 2022.10.13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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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 공식 인정하고 예산 낭비 멈춰야
양식 명태

[현대해양] 해양수산부가 2020년까지 국내산 명태를 국민밥상에 올리겠다고 호언장담하며 추진했던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가 이미 2년 전에 실패로 판명됐음에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 예산 낭비가 이어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해수부가 방류한 치어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보호수면을 설정하고 포획금지를 내려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불만이 쏟아져 나온다.

시간은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해수부 장관은 연두 대통령 업무보고 때 우리 동해에서 사라지다시피한 명태를 국민 밥상에 올리는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를 하겠다고 보고했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명태 살리기에 특별한 관심을 보이면서 이 프로젝트는 날개를 단 듯이 막힘없이 진행됐다.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의 첫 번째는 수정란을 얻는 것이었다. 수정란을 얻기 위해서는 명태 성어를 구해야 했다. 어쩌다 한 번 구한 명태 선어에서 받은 알로는 인공수정을 해도 자어 상태에서 폐사하기 일쑤였다. 결국 한 마리에 50만원이란 믿기 어려울 정도의 고액의 현상금을 걸고 해수부, 동해수산연구소 등과 협업에 나선 강원도 한해성수산자원센터(구 해양심층수수산자원센터) 연구사들이 활명태를 찾아 나섰다.

천신만고 끝에 2015년 어업인으로부터 어렵게 수집한 자연산 어미 1마리로부터 수정란 53만 립을 확보해 1세대 인공종자 생산에 성공할 수 있었다. 이처럼 어렵사리 구한 활명태가 강원도 한해성수산자원센터에서 성장하고 산란을 함으로써 건강한 수정란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 한해성수산자원센터에서 생산한 1세대 우량종자는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에 제공됐고, 이 종자 중 7마리가 성어로 성장해 산란하고, 알에서 부화한 자어 3만여 마리가 0.7㎝ 전후로 성장해 마침내 2016년 10월 10일 해양수산부(당시 장관 김영석, 국립수산과학원장 강준석)는 세계 최초로 명태 완전양식기술 개발에 성공했다고 대대적으로 발표했다. 언론마다 대서특필했다.

2015년 당시 해수부 자원정책관이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 당위성을 설명하고 있다.
2015년 당시 해수부 어업자원정책관이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 당위성을 설명하고 있다.

어렵게 양식기술 확보는 했지만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는 투 트랙으로 진행됐다. 인공종자 생산에 의한 치어 방류와 외해 가두리 양식. 그러나 이미 <현대해양>이 2019년 6월호 종이잡지와 온라인 보도로 전한 것처럼 투 트랙 중 가두리 양식은 해양수산부와 지자체의 무관심 속에 실천되지 못했다. 남은 방류에 의한 어장 형성 또한 명태가 자취를 감춘 원인 분석부터 잘 못하는 바람에 사실상 실패했다. 나아가 대국민 사기극이라는 비난까지 받고 있다. 그럼에도 해수부와 해수부 소속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 강원도는 치어 방류에 시간과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

명태 치어를 동해에 방류하기 시작한 것은 프로젝트가 시작된 이듬해인 2015년부터다. 2015년 12월 당시 장관까지 참석해 강원도 고성군에서 자연산란을 통해 얻은 명태 치어 1만 5,000마리(7~20cm)를 처음 방류했다. 그리고 2016년엔 양양군 수산항 해상가두리에 5,000마리를 방류했다. 그리고 2018년 91만 마리를 비롯해 프로젝트 9년차인 올해까지 총 180만여 마리의 명태를 강원도 동해안에 방류했다.

해수부가 국내산 명태를 국민들 밥상에 올리겠다고 장담한 2020년은 이미 2년 전에 지났다. 그럼에도 여전히 자연산 국산 명태 한 마리도 밥상에 올리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수산자원 전문가인 정석근 제주대 교수는 “명태 자원 고갈의 원인분석부터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지난 8월 출간된 ‘정석근 교수의 되짚어보는 수산학’ 단행본에서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가 시작된 이유는 동해에서 명태가 사라지게 된 원인 진단부터 잘못되었기 때문”이라고 직언한다. 이어 정 교수는 “노가리를 굳이 잡을 필요가 없는 러시아 연안과 일본 연안에서도 1980년대 이후에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명태 어획고가 줄어들었다”며 “우리나라 동해바다에서 1990년대 들어서 명태 어획고가 크게 줄어든 가장 큰 이유는 지구 온난화를 비롯한 기후변화라는 것이 일본이나 러시아 수산학자들이 펴낸 논문에서 이미 설명이 되어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관련 논문이 나와 있다”고 밝혔다.

명태 방류 현황(2015~2022). 윤미향 의원실 제공

“명태 자원 고갈 이유 남획 때문 아니다”

그런데 이런 주장이 최근에 나온 것은 아니다.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 초기부터 나왔던 것. 당시 기후변화 요인을 감안해야 한다고 일부 수산학자들이 주장했지만 이들의 의견은 묵살됐다. 해수부는 완전양식 성공 보도자료 배포에 심취해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최근 조양기 교수가 이끄는 서울대학교 해양환경예측실 연구팀은 강릉원주대, 부산대, 국립해양조사원 연구팀과 공동으로 명태가 사라진 시기인 1980년대 동해안의 해류와 수온변화를 과학적으로 재현해 명태가 사라진 이유가 남획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했다.

조양기 교수는 “기후변화가 명태 자원량의 급감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하기 위해 인공위성 관측 표층수온 자료를 슈퍼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에 동화해 표층뿐 아니라 해양 내부까지 신뢰성 높은 해류와 수온 자료를 재현하여 분석한 결과, 1980년대 후반 명태 산란지역인 원산만 해역의 해수면 온도가 1980년대 초반에 비해 약 2℃ 상승했다. 원산만의 수온 상승으로 인해 동해안의 명태 산란 적지가 많이 감소한 것으로 추산됐다”고 밝혔다.

조 교수는 또 “재현된 해류와 수온 자료를 바탕으로 명태의 알과 유생의 이동을 모의한 입자 추적 시뮬레이션 결과, 1980년대 후반에 변화된 해류에 의해 원산만 부근의 산란지에서 동해안 서식장(북위 38도 이남)으로 이동된 유생의 개체 수가 74% 감소한 것으로 계산됐다”며 명태 산란지인 원산만에서 서식장인 남부 해역으로 이동되는 명태 유생 개체수의 급격한 감소와 명태 산란지의 수온 상승을 우리나라 동해안 명태 감소의 원인으로 설명했다. 조 교수는 이러한 해류와 수온 변화는 1980년대 후반 급격한 기후변화에 기인한 것으로 해석했다.

 

2020년에 명태 회복하겠다?

그러나 당초 해수부 진단은 달랐다. 해수부는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 추진 배경을 “그동안 과도한 어획으로 우리나라 동해에서 명태 자원이 고갈되면서 소비량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명태의 종자 생산기술 개발 등을 통해 동해에서 명태 자원을 회복시켜 국내 생산량 증대를 통한 수입 대체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2014년 11월 27일 오전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 서장우 당시 해수부 어업자원정책관(국장)은 “지난 1970년대부터 과도한 어획으로 고갈된 명태를 종묘 생산기술을 통해서 우리 동해 해역에 명태자원을 회복시켜 국민의 식탁 위에 올리기 위한 명태 프로젝트의 금년도 추진 내용과 향후 계획에 대해서 말씀드리겠다”며 “국민들이 명태를 연간 27만 톤 소비하고 있으나 대부분 러시아에서 수입되고, 1980년대에 7만 4,000톤까지 어획되던 것이 2007년 이후에는 현재까지 연간 1~2톤 어획되는데 불과하고 있다. 그래서 명태 살리기를 위한 프로젝트가 절실했다”고 프로젝트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2015년 명태 살리기 워크숍에서 김영석 당시 해수부 장관이 축사를 하고 있다.
2015년 명태 살리기 워크숍에서 김영석 당시 해수부 장관이 축사를 하고 있다.

혈세 낭비 멈춰야

그럼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에 예산은 얼마나 투입됐을까? 해수부가 윤미향 국회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21년까지 8년간 동해안 명태 인공종자 생산 기술개발 및 생태연구, 명태 종자 생산 및 방류 기술 개발 등에 무려 69억 9,000만 원이 투입됐다. 여기에 강원도 한해성수산자원센터 명태 종자 대량생산시설 구축비 48억 원 중 국비 50%도 포함된다. 강원도 소속기관인 한해성수산자원센터는 동해 연안 수산자원 증식을 위해 자체 예산(도비)을 확보해 명태, 대문어, 대구, 해삼, 북방대합 등을 생산방류하고 있으며, 이 중 일부예산을 명태 종자 생산방류에 활용했다.

이처럼 수산자원회복 프로그램 예산은 여전히 낭비되고 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인 셈이다. 고갈된 명태 자원 회복을 위해 정부(해수부, 국립수산과학원)와 지자체(강원도 한해성수산자원센터) 및 학계(강릉원주대)간 연구 협력체계를 구축, 운영하고 있다는 명분이다.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명태 치어 방류

예산 낭비로만 그치지 않는다. 어업인들은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그리고 그 감수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어떤 일이 있었을까? 2015년 10월 13일 해수부와 강원도는 동해 명태를 살리기 위해 여의도 면적 7.4배에 해당하는 해면을 보호수면으로 지정했다. 동해안 저도·북방어장 주변해역(21.49㎢)을 보호수면으로 지정한 것이다. 보호수면으로 지정되면서 수산자원의 포획이나 채취 행위가 전면 금지됐다. 지정된 보호수면 공식 해제 공고는 아직 나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해수부는 1월 21일 수산자원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을 시행하고 명태를 1년 내내 포획 금지하기로 했다. 수산자원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으로 전 해역에서 명태의 포획 금지기간을 연중으로 설정했다. 이에 따라 치어인 노가리는 물론 사실상 모든 명태의 포획이 금지됐다. 어쩌다 한 마리씩 혼획되는 것조차 허용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를 어기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이 또한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 예산 집행 현황과 어획된 명태 샘플 유전자 분석 현황. 윤미향 의원실 제공

돌아오지 않는 명태

이처럼 치어 방류에 이어 포획금지 조치까지 내렸는데도 명태 자원은 여전히 미미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럼 방류한 명태는 어디로 갔을까? 이에 강원도 연구사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또 동해수산연구소 관계자는 “심층에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왜 명태는 보이지 않는 걸까? 방류한 명태에 태그를 달았지만 지금까지 재포획된 명태는 2015년부터 2022년 6월 현재까지 16마리에 불과하다. 이런 와중에 어업인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강원도 고성군에서 자망어업을 하는 한 어업인은 “명태 잡지 말라고 하니 다른 고기도 못잡을 판이다. 잡힐 때는 한 번 조업 나가면 자연산 명태가 1~2마리씩 잡히는데 혼획하지 말라고 해 다시 바다에 던져 주는데 모두 새 먹이가 된다. 그물에 올라오면서 이미 죽은 고기는 수면 위에 뜨기 때문에 새 먹이만 된다. 가져 오지도 못하고 골라내느라 시간만 낭비하고 물고기는 물고기대로 새 먹이만 되고..”라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어업인은 “자연산은 가끔 한두 마리 잡히는 데 방류한 명태는 보이지 않는다”고 증언했다. “방류한 물고기는 태그가 되어 있고 자연산에 비해 하얗다. 또 자연산은 40cm 이상으로 크고 검다. 자연산과 방류한 것이 쉽게 식별이 되는데 양식산은 보이지 않는다. 방류 효과가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명태 때문에 다른 고기까지 못 잡게 하니 울화가 치민다”고 발끈했다.

또 익명을 요구한 다른 어업인은 “돌아오지 않는 명태 때문에 불편 겪는 어업인들을 위해 명태 포획금지기간을 해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심선언 언제 나올까?

그럼 왜 실패한 정책이 계속 이어지고 있을까? 이에 대해 국회 농해수위 관계자는 “실책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실패를 인정하는 순간 누군가 책임을 져야하기 때문에 아무도 스스로 실패라 말하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또 다른 수산 전문가는 “‘폭탄 돌리기’라고 정의했다. 언젠가 터질 것이지만 내 순서에서만 안 터지면 된다는 식으로 담당 공무원들이 폭탄을 돌리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어업인은 “그냥 정책이 잘못 되었다 하고 새롭게 정책 수립하면 될 것을 부정하고 짝퉁 포럼이나 개최하고..”라면서 혀를 찼다.

또 다른 해양과학자는 “실패를 인정하고 빨리 방향을 선회하면 되는데 매우 안타깝다. 용기 있는 공무원이 나와야 되는데 그렇지 않다. 현 장관이라도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좀 더 과학적인 분석과 합리적인 방안으로 자원 회복과 관리를 해야 할 것”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는 대통령에 보고됐던 대한민국 국정과제였다. 이 프로젝트는 2016년 과학기술 10대 뉴스에 선정됐으며, 프로젝트 첫 해인 2014년에는 해수부가 자체적으로 선정한 ‘최우수 해양수산 브랜드정책’이기도 하다.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를 주도했던 이들은 지금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해수부 차관까지 오르고 퇴직후 ㅇㅇ공사 사장을 하고 있는 A씨, 국장(2급)에서 실장(1급)까지 올랐다  퇴직 후 국립ㅇㅇ관 관장을 맡고 있는 B씨, 연구사에서 연구관으로 진급하고 훈장까지 받은 C씨 등이 대표적이다. 

 

“명태 포획금지기간 해제해야”

그러나 앞서 현대해양이 보도한 것처럼 양식을 통한 생산은 비경제성과 정부의 무관심으로 실패로 돌아갔다. 그리고 투 트랙 중 하나인 치어 양식과 방류에 의한 자원 회복 또한 사실상 실패로 돌아갔다. 한해성 어종인 명태가 살 수 없는 환경이 될 정도로 기후변화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아무도 정책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침묵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직 해수부 공무원은 “빠른 실패 선언으로 예산과 에너지 낭비를 막고 명태 포획금지기간 설정으로 인한 어업인들의 불편, 소득 감소를 회복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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