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과학으로 풀어본 명태가 사라진 이유
해양과학으로 풀어본 명태가 사라진 이유
  • 조양기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 승인 2022.06.07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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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기 교수는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이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 오레곤주립대학 방문교수, 서울대 자연과학대학 부학장, 한국해양학회장, 서울대학교 기초과학공동기기원 원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해양예측을 위한 국제 협력 연구회(OceanPredict) 자문위원회(Sponsors and Advisory Board) 위원, 해양수산과학기술원 전문평가위원 등을 맡고 있다.
조양기 교수는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이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 오레곤주립대학 방문교수, 서울대 자연과학대학 부학장,
한국해양학회장, 서울대학교 기초과학공동기기원 원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해양예측을 위한 국제 협력 연구회
(OceanPredict)자문위원회(Sponsors and Advisory Board) 위원,
해양수산과학기술원 전문평가위원 등을 맡고 있다.

[현대해양] 지구 온난화에 따라 우리나라의 과일 재배지가 크게 변하고 있다는 사실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 과일 재배지 이동 원인에 쉽게 공감을 할 수 있는 것은 과학적 판단 근거가 되는 신뢰도 높은 기온 자료가 오랫동안 축적된 결과 때문일 것이다. 바다는 접근과 관측의 어려움 때문에 신뢰할만한 장기 관측 자료가 크게 부족하다.

1980년대 초까지 매년 수만 톤씩 잡혔던 동해안 명태 어획량이 1980년대 후반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그동안 명태가 사라진 원인으로 인간에 의한 남획과 기후변화 등의 가능성이 제시되어 왔으나 명확하게 규명되지 못하고 논란의 대상으로 남아있었다. 명태 자원량의 급격한 감소에 대해 과학적 결론에 이르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바다에서 장기간 관측된 자료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동해안 명태 감소 원인

최근 서울대학교 해양환경예측실 연구팀은 강릉원주대, 부산대, 국립해양조사원 연구팀과 공동으로 명태가 사라진 시기인 1980년대 동해안의 해류와 수온변화를 과학적으로 재현하였다. 기후변화가 명태 자원량의 급감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하기 위해 인공위성 관측 표층수온 자료를 슈퍼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에 동화하여 표층뿐 아니라 해양 내부까지 신뢰성 높은 해류와 수온 자료를 재현하여 분석하였다.

재현된 해류와 수온 자료에 따르면 1980년대 후반 명태 산란지역인 원산만 해역의 해수면 온도가 1980년대 초반에 비해 약 2℃ 상승하였다. 원산만의 수온 상승으로 인해 동해안의 명태 산란 적지가 많이 감소한 것으로 추산되었다. 재현된 해류와 수온 자료를 바탕으로 명태의 알과 유생의 이동을 모의한 입자 추적 시뮬레이션 결과, 1980년대 후반에 변화된 해류에 의해 원산만 부근의 산란지에서 동해안 서식장(북위 38도 이남)으로 이동된 유생의 개체 수가 74% 감소한 것으로 계산되었다. 1980년대 후반 한반도 연안을 따라 북쪽으로 흐르는 동한난류의 강화로 인해 명태 산란지인 원산만에서 서식장인 남부 해역으로 이동되는 명태 유생 개체수의 급격한 감소와 명태 산란지의 수온 상승을 우리나라 동해안 명태 감소의 원인으로 설명하였다.

이러한 해류와 수온 변화는 1980년대 후반 급격한 기후변화에 기인한 것으로 해석하였다. 1980년대 후반 약해진 몬순으로 겨울철 기온이 상승하고 북서풍이 약화 되었다. 강한 북서풍은 동한난류의 북상을 저지하나, 약해진 북서풍은 동한난류의 북상을 저지시키지 못한다. 북서풍의 영향이 약해진 1980년대 후반에 동한난류는 원산만 해역까지 북상하여 명태 산란지의 수온 상승을 가속화 하였다.

 

수온상승이 명태 산란과 유생 이동에 영향

이번 연구 결과는 명태가 사라진 시기에 기후변화에 따른 해류변화와 수온상승이 동해안의 명태 산란과 유생 이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과학적 관점에서 처음 밝혔다. 환경수용성의 한계 때문에 어류의 개체수가 무한정 증가하기 어렵기 때문에 적정량의 어획은 자원량 변동에 큰 영향을 주지 않지만, 환경변화나 남획으로 개체수가 임계값 이하로 줄어들면 자원량이 다시 쉽게 복원되기 어렵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는 이론이다.

이번 연구는 기후변화에 따라 어장 환경과 수산자원 변화 원인을 이해하고 정책을 결정하는데 있어서 해양과학의 중요성을 제시한 것이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지구의 기온과 수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것이 생태계를 크게 변화시키지만, 단기간에 생태계에 더 큰 충격을 주는 것은 기후 변동성 증가이다. 과거보다 더 극단적인 기온이나 바람 변화로 연안에서 큰 수온 변화가 종종 발생한다.

 

다양한 요인이 해수에 복합적으로 작용

2013년 여름은 몹시 더운 해였다. 이 때문에 많은 해역에서는 고수온에 의한 피해가 발생하였는데, 남해안은 오히려 평년보다 수온이 훨씬 낮은 냉수가 출현하여 전복의 먹이가 되는 다시마 양식장에 도움이 되었다. 예년에 비해 2013년 7월에 남서풍이 강하고 불었고, 이로 인해 남해안에 용승현상(바람에 의해 바다의 심층수가 표층으로 올라오는 현상)이 발생하였다. 연안 용승현상은 대한해협으로 빠르게 흐르는 표층 해류에 의해 역학적 균형을 이루면서 바람이 약해진 8월까지 지속되어 남해안 양식장에 큰 영향을 미쳤다.

해양 생태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해수의 흐름과 수온은 다양한 기상과 해양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이런 다양한 요인들은 해수에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제한된 해양관측 결과로 이들의 인과관계를 명확하게 규명하기 어려움이 있었다. 이러한 어려움 때문에 우리에게 피해를 주는 여러 가지 해양 현상들에 대한 과학적 원인 규명이 선행되지 못하고 현장의 긴박한 목소리에 묻혀 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 바다에 과학적 대책이 필요한 시기

우리나라 연안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양식장 집단폐사, 빈산소수괴, 적조, 연안침식 등 여러가지 현안들도 다양한 원인들의 결과이다. 이들에 대한 과학적 원인 규명 없이 무리하게 진행되는 사업들은 효율적인 대응책으로 완결되기 어렵다. 최근 해양과학의 눈부신 발전과 우리나라의 경제력 향상에 따라 이제 우리 연안의 다양한 현안들에 대한 원인을 과학적으로 규명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추어 지고 있다.

지구 온난화에 따라 우리나라 주변 바다의 수온과 해수면 상승이 왜 전 세계 평균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지, 이러한 빠른 변화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인지 등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와 과학적 예측이 필요하고, 이에 따른 적절한 생태계 적응 대책이 요구된다. 현재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지구 온난화와 해양오염에 의해 과거의 기능을 상실해가고 있는 우리 바다에 대한 통합적 진단과 이에 따른 과학적 대책이 필요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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