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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선자의 지시 수행 중 발생한 선주의 손해를 용선자가 부담하는가?

Implied Indemnity - The Grand Amanda Case 2025

  • 기사입력 2025.09.10 08:45
  • 기자명 홍순필 Aon Korea 부장, 미국 변호사(뉴욕주)

 

홍순필 Aon Korea 부장, 미국 변호사(뉴욕주)
홍순필 Aon Korea 부장, 미국 변호사(뉴욕주)

[현대해양] 1.   서론 – The Grand Amanda 판결

2025년 7월에 판결이 내려진 영국법원의 “The Grand Amanda” 사건에서 선주는 정기용선계약 상 용선자의 지시에 따라 2014년 4월 우루과이에서 중국으로 약 70,000톤의 콩을 운송하였는데 약 40일의 항해결과 일부 화물에 변색 및 곰팡이 발생의 손상이 발생하였다. 선주와 용선자는 공히 해당 손상이 높은 수분을 갖은 화물 본래의 특성에 기인함을 확인했지만, 화주가 제기한 중국의 소송에서는 ‘화물 본래의 특성(inherent vice)’이라는 원인이 부당하게 거절되어 선주는 패소했고 화주에게 미화 550만불을 배상하게 된다.

이후 선주는 해당 손해가 용선자의 지시로 운송한 화물과 기항한 중국법원의 부당한 판결에 기인하므로 implied indemnity 법리를 근거로 용선자가 부담해야 함을 주장하였다. 반면, 용선자는 해당 손해가 선주가 계약 상 인수한 위험임을 항변하였는데, 런던중재부는 선주의 주장을 받아들이며 용선자가 손해를 부담해야 한다고 판결하였다. 용선자는 법원으로 항소하였지만 법원 역시 용선자가 해당 책임을 부담한다고 최종 판결하였다 (Sino East Transportation Ltd v Grand Amazon Shipping Ltd [2025] EWCH 1990 – The Grand Amanda).

이번 호에서는 본 판결을 바탕으로 정기용선계약 상 빈번히 다툼이 될 수 있는 Implied Indemnity 법리 및 그 적용 사례를 살펴보고자 한다.

2.    Implied Indemnity 법리

Implied Indemnity는 영국법원의 판례로 발전된 법리로써 누군가의 지시로 업무를 수행하는데 그 과정에서 수행자의 과실 없이 수행자에게 예상하지 못한 손해가 발생한다면 해당 손해는 그 업무를 지시한 당사자가 부담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Dugdale v Lovering 1875). 

정기용선계약은 용선료 지급의 대가로 선주가 선박의 상업적 지배권을 제공하여 용선자의 지시에 따라서 계약 상 금지된 일부 국가 및 화물을 제외하고 자유롭게 선박을 운영할 수 있는 계약이다. 이와 같은 용선자의 지시와 선주의 수행 관계 상 지시의 수행 중 발생하는 예상 밖 선주의 손해를 용선자가 부담해야 한다는 Implied Indemnity 법리가 적용되기 적합하다. 예를 들어, 특정 화물의 위험성이 알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용선자 지시에 따라 화물을 운송 중 폭발하여 손해가 발생하는 경우, 계약 시 예상하지 못한 특정 지역의 물리적, 정치적 위험 또는 새롭게 제정된 규제로 인해서 선주에게 부당한 손해가 발생하는 경우 등에서 다양하게 작동할 수 있다.

한편, 현대의 정기용선계약은 100개 이상의 조항으로 선박의 운항 상 발생할 수 있는 많은 이슈를 이미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Implied Indemnity 법리의 적용이 제한적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선주는 감항성을 갖춘 선박을 제공해야 하는 명시적 의무가 있기 때문에 선박의 고장/수리, 선급유지를 위한 조치, 선원의 갑작스러운 질병/부상, 황천조우로 인한 선창 내 해수의 침수 등 선주가 명확히 책임을 부담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implied indemnity를 주장할 수가 없다. 특히, BIMCO (발틱국제해운협회)에서는 업계의 이슈가 생길 때마다 선제적으로 표준조항을 제작하여 선주와 용선자간 책임관계가 계약조항으로 정리되고 implied indemnity 법리가 적용될 여지가 적다.

3.    The Grand Amanda 사건의 논쟁

해당 사건에서 용선자는 중국법원의 부당한 판결로 발생한 화물 클레임 책임은 계약 상 선주가 인수한 위험임을 주장했다. 선주는 우루과이에서 중국으로 항해를 기준으로 한 항차 (1 trip) 대선계약 체결했는데 화물 클레임의 발생과 양하지 법원의 화주 친화적인 판결은 선박의 운영상 있을 수 있는 일로 용선료를 지급받는 선주가 통상적으로 인수하는 위험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선장이 선하증권을 발행하여 선주와 화주간 직접적인 운송계약 관계가 형성되는 용선계약 구조 상 부당한 화물 클레임의 위험은 용선료를 지급받는 선주가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당 판결에서 The Island Archon 1994 라는 유사한 항소법원 판례가 핵심적으로 인용되었다. The Island Archon 1994 판례에서 선주는 정기용선계약 상 용선자의 지시에 따라 이라크로 화물을 운송하였는데, 당시 이라크에서는 근거 없는 화물 클레임이 빈번히 제기되었고 신뢰할 수 없는 사법시스템으로 인해서 클레임 대부분이 인정되는 것으로 악명 높았다. Island Archon 호의 선주도 이라크에서 화주의 클레임을 받게 되는데 불가피하게 화주에 배상 후 용선자에게 손해를 구상 청구하였다. 용선자는 당시 이라크에서의 빈번한 화물 클레임이 널리 알려진 위험으로 선주가 해당 위험을 인수했음을 주장하였다. 하지만, 법원은 3년전 용선계약의 체결 시에는 이라크의 부당한 화물 클레임 발생상황이 사고 당시만큼 심각하지 않았던 점을 근거로 선주가 해당 위험을 인수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하였다 (선주승소). 

해당 판결에 비추어 The Grand Amanda 사건에서 법원은 선주가 계약 당시 양하지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당한 판결 위험을 인수했다고 볼 수 없음을 판결하였다. 결과적으로 implied indemnity 법리의 적용에 있어서 핵심은 계약의 체결 당시의 상황을 살피어 과연 당사자가 해당 위험을 인수했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이다. 물론 조항의 해석 상 이러한 판단이 간단하지 않으며 항시 분쟁이 될 수 있다. 

4.    Inter Club Agreement

해당 사건에서 선주는 선주와 용선자 사이에 화물 클레임의 책임을 분배하는 IG P&I 클럽표준조항(Inter Club Agreement: ICA)을 근거로 용선자가 100% 책임을 부담한다고 주장했으나, 중재부는 해석 상 해당 조항은 화물 클레임이 합의에 의해서 처리된 경우에만 적용되고 법원 판결에 의해 처리된 경우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결하였다. 화주의 클레임을 합의로 종결했는지 또는 법원판결을 받았는지 여부에 따라서 선주와 용선자간 책임을 분배하는 방식이 달라지는 것은 논리적이지 않으며 조항의 작성 의도도 아닌 상황으로, 2025년 7월 해당 판결이후 개정되어 현재는 법원판결에 의한 종결에도 적용된다. 해당 사건에서 중재부는 만일 ICA 조항이 적용되었더라도 불완전한 화물을 선적한 용선자가 화물 클레임에 대하여 100% 책임이 있을 것이라고 언급하였다. 

5.    Implied Indemnity 법리의 적용 사례

Implied indemnity는 용선계약 상 다양한 부분에서 적용될 수 있는데 아래와 같은 예시를 확인할 수 있다. 

(1)    용선자의 지시에 따라서 원본 선하증권의 상환 없이 화물을 인도하는 경우

대부분의 경우 용선계약 상 명시조항이 있으므로 implied indemnity 법리의 적용이 불필요할 것이나, 명시조항이 없더라도 용선자의 지시에 따라 원본 선하증권의 제출 없이 화물을 인도하는 경우 implied indemnity 법리가 적용되고 오인도 사고 발생 시 선주는 용선자에게 구상을 요구할 수 있다 (Strathlorne Steamship Co Ltd v Andrew Weir & Co 1934). 다만, implied indemnity 법리의 적용 시 용선자의 지시가 불법적이거나 제3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 명백한 경우 선주는 그 결과를 예상하고 수행한 불법행위로 용선자에게 구상청구가 불가하다.

(2)    용선자의 선하증권 약관이 용선계약 보다 과도하게 선주의 의무를 부과하는 경우  

정기용선계약 상 선장은 용선자가 제시하는 대로 선하증권을 발행하기로 하는데 선하증권의 약관이 용선계약보다 선주에게 과도한 의무를 부과하여 선주가 화주에게 책임을 부담하는 경우 선주는 용선자에게 구상을 요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용선계약에서는 항해과실로 인한 사고시 선주가 면책임을 합의했으나 용선자가 요구한 선하증권에는 동일한 면책조항이 없어서 선주가 화주에게 항해과실로 인한 사고에서 책임을 부담하는 경우 선주는 용선자에게 구상청구가 가능하다 (Kruger & Co Ltd v Moel Tryvan Ship Co Ltd 1907). 

(3)    선저오염 (Bottom Fouling) 문제

The Kitsa (2005) 사건에서 선박은 4~6개월의 기간으로 정기용선 되었는데 용선자가 인도 서부의 항구로 항해를 지시했고 해당 항구에서 약 3주간 정박하였다. 정박기간 중 해양생물에 의한 선저오염이 발생하였고 선주는 선저오염 처리에 미화 18만불을 지급 후 해당 손해가 용선자의 지시로 인해서 발생한 손해임을 근거로 용선자에게 구상을 청구하였다. 이에 대하여 법원은, 명시조항이 없는 상황에서, 전세계를 항행구간으로 4~6개월간 선박을 빌려준 선주는 선박이 개별 항구에 기항하며 발생할 수 있는 선저오염은 계약의 체결 시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위험으로 선주가 인수했다고 판결하였다. 같은 사유로 Coral Seas 2016 사건에서 선박이 용선자 지시에 따라서 26일간 브라질 열대지역에서 정박하여 선저오염이 발생하고 계약상 보증된 선속을 내지 못했지만 선저오염은 선주가 계약상 인수한 위험이고 선속을 보증하는 것도 계약상 약속한 상황이므로 선주가 선속 저하에 책임이 있다고 판결하였다. 종합해보면 선저오염과 관련해서는 선박의 유지/관리책임을 선주가 부담하는 사정 상 implied indemnity 법리의 주장이 어렵다. 

(4)    COVID 등 전염병 발생 지역의 기항   

용선자의 지시로 기항한 항구에 갑작스러운 전염병이 창궐하는 경우 implied indemnity 법리에 따라 선주는 선원의 감염, 선박의 기항 제한 등의 손해를 용선자에게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해당 전염병이 이미 알려진 상황에서는 해당 항구로의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선주는 해당 위험을 인수한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BIMCO에서 제작한 표준조항(BIMCO Infectious or Contagious Diseases Clause) 이 있는데 그러한 표준조항이 사용되는 경우 선주와 용선자의 책임관계가 해당 조항으로 정리될 수 있다 (Sagar Ratan 2025). 한편, 표준조항이 명확히 규정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여전히 implied indemnity 법리가 적용될 수 있다. 

(5)    홍해 통항 중 선박에 대한 폭격

2023년 10월부터 예멘의 후티 반군은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서방에 대한 공격으로 홍해를 통항하는 선박을 공격하고 있다. 이에 많은 선박이 남아공 항로로 항해하나, 일부는 여전히 홍해를 통항하는데 실제로 후티 반군의 폭격 대상이 되기도 한다. 만일 홍해를 통항하는 조건으로 용선계약을 체결한 상황에서 통항 중 실제 폭격으로 선박이 침몰한다면 과연 선주는 용선자를 상대로 구상청구가 가능할지 이슈가 될 수 있다. 해당 이슈에 대한 영국법원의 판결이 아직 존재하지는 않는데, 선주 입장에서는 용선자의 지시수행 중 발생한 선주의 손해로 용선자가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특히, 용선계약서 상 전쟁위험에 대한 BIMCO의 표준조항(CONWARTIME)이 포함되었다고 하더라도, 해당 조항에는 실제 선박이 폭격을 당한 경우에 대한 내용이 없으므로 implied indemnity 법리를 주장할 수 있다. 반면, 용선자는 계약의 체결 시 선주가 해당 위험을 충분히 인지한 상황으로 폭격의 위험은 선주가 계약 시 인수한 위험임을 주장할 수 있다. 결국 개별 사건의 계약조항과 사실관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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