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해양] 1. 서론
헤이그 규칙은 많은 경우 선하증권 혹은 용선계약의 지상약관(Clause Paramount)로 편입된다. 헤이그 규칙은 화물에 관련된 분쟁에 대하여 청구인에게 1년의 시효를 인정하고 있으며, 이는 단기 소멸시효를 통해 운송인의 이익을 보호하려는 취지를 담고 있다.
다만, 운송인이 화물의 손상에 관해 1년보다 더 짧은 시효로 계약을 체결하고자 하는 경우, 이는 헤이그 규칙 제 3조 8항에 따라 무효가 된다. 물론 화물에 관련된 분쟁이 아닌 경우에는 계약에 따라 얼마든지 짧은 시효를 합의할 수 있다.
따라서, 지상약관과 별도의 시효합의가 충돌하게 되는 경우, 어떠한 계약조건이 우선 적용되게 되는지에 대해 분쟁의 여지가 있다. 최근 영국 법원에서는 화물에 관련된 사고에 적용되는 시효에 관해 판단을 내린 바 있으며, 이는 향후 유사 조항의 해석에 기준을 제시하는 판례가 될 수 있다.
2. 사실관계
원고는 548개의 콘테이너 화물의 이해관계인이며, 2021년 9월 몸바사까지 항행하는 운송계약을 체결하였다. 피고는 운송인이자 선하증권의 발행권자였다.
2021년 9월 20일, 선박 엔진의 하자로 인해 공동해손이 선포, 구조작업이 진행되었으며, 2022년 7월 29일, 원고는 구조업자와 구조비를 합의하였다. 이후 원고는 화물 일부의 손실 및 구조업자의 합의금을 바탕으로 피고에 배상청구를 하였다.
선하증권에는 헤이그 규칙이 지상약관으로 편입되어 있음과 동시에, 화물 손상이 아닌 분쟁에 대하여는 화물의 인도 이후 20일 이내 서면 통지가 없으면, 청구권이 없어진다는 조항(이하 “20일 규칙”)이 있었다.
피고는 구조업자와의 합의금은 화물의 손상과 관계가 없으므로 헤이그 규칙의 1년의 시효가 아닌 계약조건상 20일의 시효가 적용된다고 주장, 원고의 주장을 반박하였다.
3. 법원의 판단
우선 법원은 위 ‘20일 규칙’이 헤이그 규칙보다 우선 적용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지상약관으로 편입된 헤이그 규칙의 적용을 강조하였다.
법원은 헤이그 규칙 제 3조 제8항의 적용을 강조하였는데, 만약 당사자가 20일 규칙에 우선권을 부여하기로 합의하였다면, 이는 헤이그 규칙 제 3조 제8항을 합의로 배제한 것이 되어야 하나, 그러한 사정이 보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지상약관의 적용을 우선시한 것으로 판단하였다. 따라서, 20일 규칙은 헤이그 규칙 제 3조 제8항에 따라 운송인의 책임을 경감시키는 조항으로 간주되며, 헤이그 규칙이 적용되는 범위 내에서는 무효로 보았다.
나아가, 설령 20일 규칙이 적용된다고 하더라도, 법원은 화물 구조에 관한 구조업자의 비용 역시 헤이그 규칙상 “화물의 손상”에 관련된 비용으로 판단하였다.
이전 판결에서 법원은 일관되게 화물의 물리적 손실뿐 아니라 “경제적 손실” 역시 헤이그 규칙의 적용 대상임을 인정해 왔으며, 이번 사건에서도 구조업자의 비용이 화물의 경제적 손실에 포함된다는 입장을 재확인하였다.
이는 구조업자의 조력이 없었다면 화물의 인도가 불가능하였고, 구조업자는 화물에 대한 유치권을 행사할 권리가 있다는 점에서 구조업자의 보수가 화물의 감가를 초래했다는 판단에 근거한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법원은 해당 화물 손실에 대한 청구권에 대하여 지상약관을 적용하여 1년의 소멸시효를 인정하고, 원고의 소송 제기를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4. 결론
이 판결은 헤이그 규칙이 편입된 지상약관의 우선적 효력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으며, 특히 헤이그 규칙상 화물의 손상에 대해 상당히 넒은 범위로 해석하고 있음을 명확히 하였다.
따라서, 운송인은 계약 작성시 지상약관의 적용 범위를 명확히 설정하기 위하 구체적인 내용의 계약 조항을 포함할 필요가 있으며, 그렇지 아니한 경우, 헤이그 규칙 제 3조 제8항에 따라 해당 조항이 무효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