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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 유치권(Cargo Lien) 이야기

  • 기사입력 2025.03.05 21:59
  • 기자명 홍순필 Aon Korea 부장, 미국 변호사(뉴욕주)
홍순필 Aon Korea 부장, 미국 변호사(뉴욕주)
홍순필 Aon Korea 부장, 미국 변호사(뉴욕주)

[현대해양] 1. 서론 

2024년 10월 영국 상사법원(Commercial Court)은 ‘The Lord Hassan’ 판결 (Lord Marine Co. S.A. v Vimeksim SRD D.O.O. [2024] EWHC 3305 (Comm))에서 런던중재가 진행 중인 운임 미수 및 그에 따른 화물 유치권(Cargo Lien) 사건과 관련하여 터키 양하항에 보관중인 옥수수 화물 매각을 승인하였다. 법원은 영국 중재법 제44조상 법원이 중재 대상물에 대하여 매각을 결정할 수 있다는 조항과 증거 및 재산의 보존에 필요한 명령을 내릴 수 있다는 조항을 근거로 해당 판결을 내렸다.

본 판결은 운임을 받지 못한 선주가 항해용선계약상의 Cargo Lien을 행사한 구체적인 사례로 의미가 있으며, 특히, 해당 화물이 채무자인 용선자의 소유물이 아닌 경우에도 Cargo Lien을 근거로 화물 매각을 승인함으로써 화물 가치가 하락하는 긴급 상황에서 담보권을 보존하는 해결책을 제시한 사례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Cargo Lien은 영국법을 준거법으로 하는 용선계약상의 권리로, 계약의 당사자가 아닌 선의의 수화주와 선주의 이해가 상충되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또한, 선박이 전 세계를 항해하며 각각 다른 양하지 국가에서 영국법상의 계약 권리를 주장하는 것에 불가피한 제약이 있다는 한계도 존재한다. 이번 호에서는 해당 판결을 중심으로 용선계약상 Cargo Lien의 주요 쟁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2. 사건의 요약

선주는 항해용선계약에 따라서 2024년 5월 18일 우크라이나에서 옥수수 1만 1,000톤을 선적하였다. 운임이 지급되었다고 명시된 (Freight Prepaid, 운임선불)선하증권을 발행했으나 실제로 운임이 지급되지 않아 선주는 선하증권을 송하인에게 제공하지 않았다. 

용선계약서 제21조에는 운임의 미지급될 경우 선주가 Cargo Lien을 행사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으며, 선하증권은 ‘Congenbill 1994’ 양식을 사용하였다. 이 선하증권의 이면에는 용선계약의 모든 계약조건이 선하증권에 편입된다고 명시되어 있다. 

선박이 양하지에 도착했음에도 운임이 지급되지 않자, 선주는 창고를 수배하여 화물의 점유를 유지하였다. 그러나 화물이 자체 발열 및 해충 피해로 상품 가치가 하락할 우려가 있어, 선주는 용선자를 상대로 런던중재를 개시하고, 별도로 영국 법원에 즉각적인 화물의 매각 승인을 신청하였다.

3. Cargo Lien에 관한 주요 쟁점

(1) 운송화물이 채무자인 용선자의 재산이 아니라는 근본적인 문제

영국법을 준거법으로 하는 용선계약에서 용선자는 자신이 대금을 지급하지 않을 경우, 선주가 Cargo Lien을 행사할 수 있음을 약속한다. 하지만 그러한 약속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운송계약에서 화물은 용선자의 소유가 아니므로 선주가 선의로 화물을 매수한 수화주를 상대로 Cargo Lien을 주장하는 것은 쉽지 않다. 특히, 수화주는 선주가 Cargo Lien을 주장할 경우 화물을 인도받을 권리가 침해된다는 이유로 현지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선박이 억류되거나 상당 기간 출항이 지연될 수 있어 선주에게는 큰 위험과 부담으로 작용한다.

(2) 수화주는 선하증권상 편입된 용선계약 조항에 구속되는가?

앞서 언급했듯이, 화물이 채무자인 용선자의 소유가 아니라는 점에서 Cargo Lien이 무효라는 주장이 제기될 수 있다. 이에 대한 선주의 대응 논리는 선하증권에 Cargo Lien 조항이 포함되어 있으며, 수화주가 선하증권을 인수할 때 이미 Cargo Lien 조건을 인지하고 화물을 매수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The Lord Hassan’ 판결에서도 법원은 선하증권에 용선계약의 Cargo Lien 조항이 편입되어 유효한 경우, 수화주는 해당 Cargo Lien에 구속된다고 판시하였다. 

한편, 실무에서 흔히 사용되는 Congenbill 1994 선하증권 양식에는 자체적인 Cargo Lien 조항이 없으며, 단순히 “용선계약의 모든 조항이 편입된다”는 이면조항만 포함되어 있어, 용선계약의 편입이 인정되지 않을 우려가 있다. 

영미법 국가에서는 선하증권 전면에 기재된 “To be used with Charterparty” 문구를 보다 적극적으로 해석하여 최대한 용선계약이 해당 선하증권에 편입되었음을 추정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많은 국가의 법원들은 수화주가 보지도 못한 용선계약의 조항에 구속되는 것을 부정하는 경우가 많다. 더욱이 현지 법원은 관할권 내 존재하는 화물의 권리에 대해 우선적으로 현지법(Lex Fori)을 준거법으로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수화주를 상대로 용선계약상의 권리를 보다 강하게 주장하기 위해서는 선하증권 전면부에는 특정 용선계약의 날짜를 명시하는 것이 유리하다.

(3) 선하증권상 'Freight Prepaid' 기재 

선하증권에 운임이 기 지급되었다는 뜻의 ‘Freight Prepaid’ 문구가 삽입된 경우, 선주의 Cargo Lien 행사 가능성은 더욱더 어려워진다. 수화주가 용선계약의 당사자인 경우, 비록 Freight Prepaid 문구가 적혀 있더라도 선주는 실제 운임이 지급되지 않았음을 증명하며 수화주를 상대로 Cargo Lien을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수화주가 선의로 Freight Prepaid 표시가 있는 선하증권을 취득한 경우, 선주는 더 이상 해당 수화주를 상대로 운임 미지급을 주장할 수 없으며, Cargo Lien 행사도 불가능하다. 이는 선주의 표시를 믿고 거래한 선의의 화주를 상대로 선주가 이를 번복할 수 없다는 금반언(Estoppel) 법리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4) Cargo Lien은 어디에서 행사되어야 하는가? 

Cargo Lien은 양하지에서 행사되는 것이 원칙이다. Cargo Lien을 근거로 항해를 중단하거나 다른 항구로 이로(Deviation)하는 것은 선하증권상 계약위반이 될 수 있다. 다만, 양하지 국가에서 영국법상 유효한 Cargo Lien 권리가 인정되지 않는 것이 명백한 경우, 선주는 양하지 국경 밖에 선박을 정박한 채 Cargo Lien을 행사할 수도 가능하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선주는 여전히 현지에서 화주의 클레임에 직면할 위험이 있으며, 궁극적으로 대금을 미지급한 용선자에게 Cargo Lien 조치로 발생한 손실까지 구상 청구할 수 있다. 다만, 용선자가 자력이 없는 경우에는 아무런 실익이 없다. 

2015년 싱가포르 판례(Five Ocean V Cingler Ship 2015)에서는 선주가 인도네시아에서 석탄을 인도로 운송하는 과정에서 용선자가 운임을 미지급하자, 양하지 국경 밖에서 선박을 정박한 채 싱가포르 법원의 화물 매각 명령을 받은 사례가 있다. 

(5) 화물의 양하 후에도 선주는 Cargo Lien을 행사할 수 있을까? 

Cargo Lien은 미수 채무를 근거로 선주가 화물을 물리적으로 점유하며 실력 행사를 하는 것이다. 선박에 화물이 선적된 상태에서 Cargo Lien을 행사하면, 선박의 시간 손실이 비용으로 발생하게 된다. 

핵심은 선주가 화물의 점유를 유지하는 것이다. 만약 선주가 화물을 양하한 후에도 지속적으로 점유할 수 있다면, Cargo Lien은 화물 양하 후에도 유효하게 행사될 수 있다.

(6) Cargo Lien 대상 화물을 매각할 수 있는가?

Cargo Lien은 대금이 지급될 때까지 운송화물을 점유하여 상대방의 권리를 제한하는 조치로, 그 위협만으로도 효과적인 대금 회수의 수단이 될 수 있다. 실무적으로, 운임의 미지급 상황에서 선주가 Cargo Lien을 행사하겠다고 경고하면, 용선자는 수화주의 압박으로 인해 높은 확률로 대금을 지급하게 된다. 

그러나 Cargo Lien 조치 이후, 선주가 해당 화물의 매각할 수 있는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해 왔다. 이에 대해 영국법원은 2017년 ‘The Moscow Star’ 사건에서 중재법 제44조를 근거로 법원의 승인을 받은 경우 Cargo Lien이 행사된 화물을 매각할 수 있다고 판결하였다. 해당 사건에서 선주는 화물(원유)의 점유를 유지하기 위하여 약 9개월 동안 화물 양하를 보류했고, 결국 법원의 승인 하에 화물을 매각하여 담보권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 판결은 선주에게 긍정적인 의미를 갖는다. 

다만, 이 사건에서 화물은 채무자인 용선자의 소유였기 때문에 매각의 정당성에 대한 이견이 없었다. 그러나 채무자가 아닌 제3자(수화주)의 소유 화물을 매각할 수 있는지는 논란이 있었다. 이에 대해 The Lord Hassan 판결에서는 이러한 모호성을 없애고 선하증권에 유효하게 Cargo Lien 조항이 편입된 경우, 제3자의 화물도 매각이 가능함을 명확히 판시하였다.  

(7) 현지법의 중요성 

Cargo Lien의 행사와 관련하여, 실제 양하지 국가에서 영국법상의 Cargo Lien을 인정할지 여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또한, 영국법원의 매각 결정을 해당 국가 법원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확신할 수 없다. 따라서, Cargo Lien 조치를 고려하는 경우, 반드시 양하지 국가의 현지 변호사와 사전에 협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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