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해양] 선하증권은 분류하는 기준을 어떤 것으로 하느냐에 따라서 다르게 분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화물을 수령하고 선적하기 전에도 선하증권을 발행할 수 있는데 이를 ‘수취 선하증권’이라고 하고 선적 후에 발행하는 선하증권은 ‘선적 선하증권’이라고 구분한다. 선박을 운항하는 선사가 발행하는 선하증권을 ‘마스터(Master) 선하증권’이라고 하고 운송주선인이 발행하는 선하증권을 ‘하우스(House) 선하증권’이라고 한다. 가장 흔하게 사용하는 분류 방식은 선하증권의 수하인 기재 방식에 따른 분류이며 이 방식이 무역 실무에서 의미가 크다. 이 번 글에서는 수하인 기재 방식에 따른 선하증권의 종류와 선하증권의 배서양도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선하증권에 수하인을 어떻게 기재하느냐에 따라서 크게 ‘무기명 선하증권(Bearer B/L)’, ‘지시식 선하증권(Order B/L)’, ‘기명식 선하증권(Straight B/L)’으로 구분한다. 무기명 선하증권은 수하인 란에 아무런 이름이나 지시사항이 기재되지 않은 선하증권을 말한다. 운송인은 무기명 선하증권을 소지한 자에게 화물을 인도하면 된다. 무기명 선하증권 소지자가 선하증권을 또 다른 사람에게 양도할 때는 배서(Endorsement) 등 어떠한 기재 없이 그냥 선하증권을 양도하면 된다. 지시식 선하증권은 수하인 란에 “To Order” 또는 “To Order of ABC Co. Ltd.”와 같이 누구누구의 지시를 받아 화물을 인도하라는 취지의 문구가 기재된다. 지시식 선하증권은 배서하여 양도가 가능하다. 기명식 선하증권은 운송계약을 체결할 때 아예 목적지의 특정인에게 화물을 인도해 달라고 약정하는 경우로서 화물을 수령할 당사자의 이름이 수하인 란에 기재된다. 화물을 수령할 당사자가 선하증권에 기재되어 있기 때문에 기명식 선하증권을 배서하여 양도할 수 있는지에 대한 다툼이 있다.
배서란 선하증권 뒷면에 지시사항과 함께 자신의 이름을 기재하고 서명을 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데, 우리 민법에는 “증서 또는 그 보충지에 그 뜻을 기재하고 배서인이 서명 또는 기명날인”하는 것이라고 기재되어 있다(민법 제510조). 선하증권의 경우에는 보통 뒷면에 배서인 회사의 명판 도장을 찍고 직인을 찍거나 서명을 한다.
다른 지시문구 없이 배서인 회사의 명판 도장과 함께 서명이나 직인을 찍는 경우를 무기명식 배서 또는 백지 배서라고 한다. 백지 배서가 된 선하증권을 또 다른 이에게 양도할 때는 소지자의 배서를 다시 요구하지 않는다. 무기명 선하증권과 마찬가지로 백지 배서가 된 선하증권을 소지한 자는 운송인에게 화물 인도를 청구할 수 있다.
배서는 피배서인을 지정하여 할 수 있다. 이 때 “To Order of ABC” 또는 “Deliver to ABC or Order”와 같은 지시 문구와 함께 배서를 할 수 있는데, 이 경우 ABC는 다시 자신이 배서하여 제3자에게 선하증권을 양도할 수 있다. 이런 경우를 배서의 연속이라고 한다. 만약 배서와 함께 기재되는 문구가 “Deliver to ABC”와 같이 “Order”문구 없이 표기되었다면 ABC는 다시 제3자에게 배서하여 양도할 수 없다(이 부분은 영국법과 미국법의 입장이 다른데, 이 글에서는 영국법의 입장만을 소개하기로 한다).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수하인 란에 "To Order of ABC," “To Order of Shipper,” “To Order”와 같이 기재된 선하증권을 지시식 선하증권(Order B/L)이라고 한다. 이 때 누구의 배서를 받아야 하는지가 중요하다. "To Order of ABC Co. Ltd."와 같이 기재되어 있는 경우에는 ABC Co. Ltd.의 배서를 받아야 한다. 종종 ABC Co. Ltd.가 아닌 송하인, 실수하인, 통지처(Notify Party)의 배서를 받아오는데 운송인은 그런 선하증권을 받고 화물을 인도할 수 없다. 종종 선하증권 소지자와 배서권자(예, 은행) 사이에 분쟁이 있거나 선하증권이 정당한 유통과정을 거치지 않고 전달된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정당한 배서권자의 배서가 아닌 다른 사람의 배서가 된 선하증권을 제출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정당한 배서권자가 아닌 자의 배서가 된 선하증권을 받고 화물을 인도하면 운송인은 나중에 손해배상을 해 줄 위험이 있다. 어떤 경우에는 수하인 란에 "To Order of ABC Bank 종로지점"이라고 기재되어 있는데 종로지점이 아닌 압구정 지점 은행의 배서를 받아오는 경우도 있다. 선하증권이 이미 운송인에게 제시되었으므로 이것을 다시 소지인에게 주는 것보다는 ‘ABC Bank 종로지점’으로부터 화물을 현재 선하증권 소지인에게 인도해도 좋다는 확인서를 받고 화물을 인도해 준 경험이 있다.
기명식 선하증권의 경우에는 국가마다 관련법의 내용이 달라 주의가 필요하다. 영국에서는 기명식 선하증권은 배서하여 양도할 수 없다고 하는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기명식 선하증권이라도 배서하여 양도할 수 있다(상법 제130조). 따라서 기명식 선하증권을 발행할 때는 ‘배서양도 금지의 문구’를 넣어 국가 간의 법률의 차이로 인한 혼선을 방지하기도 한다. 이 문구가 포함된 기명식 선하증권은 배서 양도 할 수 없다(기명식 선하증권에 기재된 배서양도 금지 문구(예시: Non Negotiable Unless Consigned to Order)의 효력에 대해서는 ‘대법원 2001. 3. 27. 선고 99다17980 판결’ 참조).
한편 수하인 란에 "To Order"라고만 기재되어 있는 경우에 누구의 배서를 받아야 하는지 질문을 자주 받는다. 이와 같은 단순 지시식 선하증권은 “송하인, 신용장 개설은행, 취결은행, 추심은행, 송하인의 대리인, 매수인, 그 밖에 소지인 등”이 모두 배서권자라고 보는 견해도 있고, “To Order”는 “To Order of Shipper”와 같이 송하인의 배서를 받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국제표준은행관행(International Standard Banking Practices)’ 제85항에서 “To Order” 및 “To Order of Shipper” 방식으로 발행된 선하증권은 반드시 송하인의 배서를 받도록 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운송인 역시 송하인의 배서를 요구하는 것이 은행의 표준 관행과 일치하여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국제표준은행관행’은 신용장거래와 관련한 은행의 서류심사과정에서 UCP(신용장통일규칙)의 해석에 대하여 발생하는 불일치를 없애기 위하여 ICC(국제상공회의소)에서 제정하는 것이다.)
수하인 란의 기재 방식에 따른 선하증권의 분류와 함께 선하증권에 배서하는 방식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았다. 다음 글에서는 선하증권의 배서와 관련된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자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