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해양] 1. 서론
선주의 배상책임보험인 P&I(Protection & Indemnity) 보험은 강제보험이다.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자국에 입항하는 선박들에게 유류오염, 난파물사고, 선원유기사고를 대비한 P&I 보험자의 재정보증서를 요구하므로 P&I보험에 가입하지 않으면 선박의 운항이 불가하기 때문이다. P&I보험은 유류오염, 난파물 제거, 교각·어장 등 재물 손상, 운송 화물의 손상 및 멸실, 선원 또는 제3자의 인명사상 등에서 발생하는 선주의 법적 배상책임을 담보한다.
한편, 용선자 배상책임보험(CLI, Chaterers’ Liability Insurance)은 용선자가 부담하는 상기의 배상책임과 별도로 선박에 발생하는 손상에 대한 책임을 담보하는데, 이 보험 가입에 대한 강제성은 없다. 이번 호에서는 용선자 배상책임보험의 중요성과 유용성을 알아보고자 한다.
2. 용선자의 책임 및 배상책임보험
용선은 정기용선(TC, Time Charter)과 항해용선(VC, Voyage Charter)으로 구분할 수 있다. 선체용선(BBC, Bareboat Charter)은 용선자가 점유와 운영책임을 인수하여 사실상 선주로서 P&I보험에 가입하므로 본 논의에서 제외한다.
정기용선은 용선기간동안 용선자가 선박의 상업적 지배권을 갖는다. 선주는 선박과 선원을 구비하고 용선자가 지정하는 항구로 항해를 하며 용선료를 받는다. 벙커는 용선자가 공급한다.
항해용선에서는 용선자가 화물을 제공하고, 선주는 특정 구간 화물운송의 대가로 운임을 받는다. 정기용선과 항해용선에서 모두 용선자는 안전항 지정과 안전한 화물제공의 의무를 부담한다. 또한, 화물의 선적/양하 및 고박 책임도 부담한다. 계약자유원칙에 따라 해당 의무들을 선주에게 이전시킬 수 있으나 통상의 표준계약 상 용선자의 책임이다. 유류오염 등 제3자에게 피해를 주는 선박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피해자들은 선주를 상대로 클레임을 제기하는데, 해당 클레임을 처리한 선주는 책임관계에 따라 용선자에게 구상을 청구할 수 있다. 화물손상의 경우 선하증권을 선주와 용선자 중 누가 발행했는지 여부에 따라서 화주에게 우선 배상하고 책임관계에 따라 상호 구상한다. 이러한 관계에서 용선자가 법적 책임을 부담하는 경우 용선자 배상보험에서 담보가 가능하다.
(1) 안전항(Safe Port) 지정 의무
2006년 10월, Ocean Victory호는 정기용선자의 지시에 따라 남아공에서 철광석 17만 톤을 선적하여 일본 카시마항에 입항 후 하역을 개시했으나 악천후로 피항 중 바람에 밀려 항구 내 좌초 후 전손되었다. 2014년 1심에서 법원은 해당 사고가 용선자가 지정한 항구의 특성으로 발생했으므로 안전항을 보증한 용선자가 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판결하였다. 해당 판결은 이후 항소법원 및 대법원에서 뒤집혔지만, 여전히 용선자가 지정한 항구의 위험성으로 사고 발생 시 클레임 금액이 얼마나 클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이다. 해당 사고에서 선주의 청구금액은 선박전손 8,800만 달러, 난파물제거 3,500만 달러, 구조비 1,200만 달러, 용선료손실 280만 달러 등 총 1억 4,000만 달러이었다. 또한, 클레임 방어에도 100만 달러 이상의 법률비용이 발생했으며, 용선자 배상책임보험에서 담보 받을 수 있었다. 유사 사건들에서 클레임에 대한 보험자의 보증장 제공도 용선자에게 큰 도움이 된다.
(2) 위험 화물 운송 시 용선자의 의무
2012년 7월, 컨테이너선박 MSC Flaminia호는 미국에서 벨기에로 항해 중 대서양에서 선창 내 디비닐벤젠 액화화물이 폭발하여 선원 3명이 희생되고, 수백 개의 컨테이너가 손상되어 구조 비용 등 약 2억 달러의 손해가 발생했다. 선주는 용선자 상대 위험화물 관련 의무 위반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고, 영국중재에서 용선자의 책임이 인정되어 용선자는 엄청난 배상금을 지급하게 되었다. 위험 화물 관련 사고 중에는 선박이 철광석과 같은 액화성 화물의 운송 중에 화물이 액화되어 복원성을 잃고 침몰하는 사고가 빈번히 발생하는데, 이러한 사고 역시 용선자가 배상책임을 부담할 가능성이 있다.
(3)벙커 품질위반 (Off Spec.) 클레임
정기용선에서 벙커(Bunker, 선박연료유)는 용선자가 공급하는데 해당 벙커의 품질이 불량한 경우 선박 엔진 고장 등 문제가 발생한다. 이러한 경우 수리비용 및 시간손실을 용선자의 배상책임보험에서 담보 받을 수 있다.
많은 경우 선주는 공급된 벙커를 사전 분석하여 품질을 확인하는데 품질위반이 확인되는 경우 벙커 교체를 요구한다. 이 과정에서 벙커에 대한 전문가의 분석, 변호사의 대응이 절실한데 용선자 배상책임보험을 제공하는 P&I클럽이 해당 비용을 담보하고 및 클레임 대응에 도움을 준다.
(4) 하역사 손상
화물을 싣고, 내리는 업무는 통상 용선자의 책임이다. 용선자가 선임한 하역사가 선박의 크레인을 사용하거나 포크리프트 작업 중 선박에 손상을 입힌다면, 그 책임은 용선자에게 있다. 이 경우에도 용선자 배상책임보험을 통해 담보 받을 수 있다.
(5) 공동해손 분담금
공동해손은 위험에 처한 선박과 화물 등을 구하기 위하여 발생하는 희생 및 비용손해를 이해관계자들이 공동으로 부담하는 제도이다. 좌초, 충돌, 엔진 고장 등의 사고 시 발생하는 구조비용이 대표적인 예이다. 공동해손 분담은 관계자들의 재산가치의 비율에 따르는데 선주는 선박, 화주는 화물 그리고 용선자는 운임 및 벙커를 기준으로 분담금을 배분한다. 이 경우 용선자가 부담하는 운임 및 벙커에 대한 공동해손 분담금 책임은 용선자 배상책임보험에서 담보를 받을 수 있다.
(6) 전쟁위험
용선자 배상책임보험은 통상 전쟁위험 담보를 포함한다. 즉, 전쟁위험으로 선박이 손상되어 용선자가 선주에게 배상책임을 부담하는 경우 용선자 배상책임보험에서 담보가 가능하다. 다만, 현재 러시아 전 지역과 홍해 지역은 담보가 제외되어, 추가담보 가입이 필요하다.
이와 같이 용선 시 발생할 수 있는 대형 클레임의 위험성과 다양한 담보범위 고려할 때, 용선자 배상책임보험은 매우 중요하고 유용한 역할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