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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하증권에 화물 기재 시 포장 단위를 어떻게 기재할 것인가

- 컨테이너 운송 중심으로 -

  • 기사입력 2024.10.07 20:40
  • 기자명 나우경
나우경 미국변호사(워싱턴 D.C.), 법학박사
나우경 미국변호사(워싱턴 D.C.), 법학박사

[현대해양] 운송인은 화주로부터 화물(운송물)을 인수하고 선적을 완료한 후, 인수한 화물의 외관상 상태를 기재하여 선하증권을 발행한다. 컨테이너 화물의 경우, 운송인이 컨테이너 내부를 확인할 수 없으므로 화주가 제공한 정보에 따라 선하증권에 기재하게 된다. 그리고 송하인이 서면으로 통지한 운송물의 종류, 중량 또는 용적, 포장의 종별, 개수와 기호 등을 선하증권에 기재한다(상법 제853조 제1항).  

선하증권에 화물의 명세를 기재할 때 화물의 포장단위를 어떻게 기재하느냐가 중요하다. 왜냐하면 국제협약 및 우리나라 상법이 화물의 멸실이나 손상에 대한 운송인의 책임을 제한하고 있고, 책임을 제한하는 단위가 운송물의 포장 또는 선적 단위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헤이그 규칙은 운송인이 포장 또는 선적 단위당 ‘100파운드 스털링’이상의 책임을 지지 않도록 하고 있고(헤이그 규칙에서 규정한 ‘100파운드 스털링’이 영국 화폐 100파운드를 의미하는지 또는 금화 100파운드를 의미하는지 다툼이 있었으며 영국 법원은 이를 금화 100파운드의 의미라고 해석했다), 헤이그 비스비 규칙은 666.67SDR(Special Drawing Right, 각국 화폐의 등락에 따른 교환가치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하여 국제통화기금에서 주요 5개국 통화의 환율 변동을 고려하여 일별로 계산한다), 함부르크 규칙은 835SDR, 미국 해상법은 미화 500달러, 우리나라 해상법은 666.67SDR을 운송인의 책임 한도로 설정하고 있다(상법 제797조 제1항). 이를 일반적으로 ‘포장당 책임제한’이라고 부른다. 만약, 한 상자에 미화 1만 달러 가치의 기계류가 해상 운송 중 유실되었을 때 운송인이 선박의 감항성과 관련한 주의의무를 다했다면, 국내 상법이 적용되는 경우 자신의 책임을 666.67SDR로 제한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헤이그 비스비 규칙, 함부르크 규칙, 및 우리나라 해상법 등은 중량당 책임 한도 금액도 도입하여, 포장당 책임제한 금액과 중량당 책임제한 금액을 비교하여 그 중에 큰 금액으로 운송인이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선하증권에 포장을 어떻게 기재할 것인가에 대해서만 논하기로 한다. 

해상 운송인이 포장 또는 단위당 책임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이유는 비교적 저렴한 운임으로 화물을 운송하는 해상운송의 특성을 반영한 것이다. 저렴한 운임으로 대량의 화물을 운송하기 때문에 운송물의 유실 또는 손상에 대해 운송인이 모든 책임을 지지 않고 일정 금액까지만 책임을 지도록 법적으로 보호해 주는 것이다. 따라서 화주는 가급적 최소 단위의 포장 단위를 사용해야 사고 발생 시 자신의 손해를 최대한 보상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운동화 100박스를 나무 상자 1개에 담았을 경우, 선하증권에 나무 상자 1개만 기재하는 것보다 운동화 100박스라고 기재해야 자신의 손해를 최대한 많이 보상받을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운송인 입장에서는 가급적 큰 포장 단위를 기재해야 손해 보상 금액을 줄일 수 있다. 

문제는 화주가 선하증권에 기재될 화물의 수량, 포장의 개수 등을 운송인에게 알려줄 때, 여러 종류의 포장 단위가 함께 기재되거나 상호 모순되는 기재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선하증권에 운동화 1,000 박스가 6개의 팔레트(Pallet)에 나뉘어 고박되고 1개 컨테이너 에 실렸다고 기재된 경우, 운송인이 책임을 제한 할 수 있는 포장이 무엇인가 의문이 생길 수 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쉽지 않다. 법원은 당사자의 의도가 무엇이었는지 계약의 해석론적인 방법으로 해결 할 수도 있고, 실제로 어떤 형태로 포장되어 운송되었는지 사실의 문제로 해결할 수도 있다.

선하증권에 여러 종류의 포장이 기재되어 있을 경우, 운송인의 책임을 제한할 수 있는 포장의 의미를 각국 법원의 결정을 통해 몇 가지 정리해 볼 수 있다. 

첫째, 설사 선하증권에 컨테이너 운송용 선박에 실리는 컨테이너가 하나의 포장에 해당한다고 기재되어 있더라도 컨테이너는 운송을 위한 하나의 운송 수단일 뿐 포장은 아니다(정영석, “운송인책임제한의 기준으로서 포장 또는 선적단위의 개념”, 「해사법연구」 제17권 제1호, 한국해사법학회, 2005, 278쪽). 

둘째, 선하증권에 표시된 당사자의 의사를 최우선적인 기준으로 삼아야 하며, 그러한 관점에서 선하증권에 대포장과 그 속의 소포장이 모두 기재된 경우에는 달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최소 포장단위에 해당하는 소포장을 책임제한의 계산단위로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4. 7. 22. 선고2002다44267 판결). 

셋째, 만약 선하증권의 기재사항과 실제 화물의 포장의 개수가 다르다면, 법원은 실제 선적된 개수를 기준으로 운송인의 책임을 제한할 것이다(정영석, 위의 논문, 281쪽). 

넷째, 헤이그 규칙의 포장 또는 단위당 책임제한은 소위 벌크화물(산적화물)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 등이다([2018] EWCA Civ 276 [23], [95], 아직 우리나라 법원에서는 벌크 화물의 책임제한에 대해 다투어 진바가 없다. 

만약 우리 상법이 적용된다면 별도의 약정이 없는 한 벌크 화물에 대하여는 개품운송에 적용되는 운송인의 책임제한을 적용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이와 같은 혼동을 피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운송인은 화주에게 운송인의 책임이 포장 또는 운송 단위 또는 중량에 의해 제한됨을 사전에 설명하고, 선하증권에 적절한 기재를 요구할 필요가 있다. 둘째, 선하증권 약관에 여러 종류의 포장이 혼재되어 있는 경우, 무엇을 기준으로 운송인의 책임제한금액을 계산할 것인지 미리 기재해 두면 도움이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선하증권에 대포장과 소포장이 함께 기재되어 있는 경우에는 대포장을 기준으로 운송인의 책임제한액을 산정한다”와 같이 명확한 기준을 정해두면 좋을 것이다. 

다만, 헤이그 규칙 제3조 제8항이나 우리 상법 제799조는 법이나 협약에서 정한 것보다 운송인의 책임을 경감하거나 면제하는 약정은 무효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위에서 예로 든 약관이 그와 같이 운송인의 책임을 경감하는 조항인지는 신중히 검토해야 할 것이다. 

생각건대, 대포장과 소포장의 정보를 제공하는 당사자는 화주이고, 선하증권 약관은 해석의 기준을 제공하는 것일 뿐이라는 점에서 운송인의 책임을 경감하는 조항으로 보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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