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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태 한국해기사협회 회장 “해기전승 위해 국가 지원 꼭 필요”

해기인력의 경력개발 프로그램 개발 운용

  • 기사입력 2025.11.12 08:50
  • 기자명 박종면 기자
김종태 사단법인 한국해기사협회 회장. 사진_박종면 기자
김종태 사단법인 한국해기사협회 회장. 사진_박종면 기자

[현대해양] 항해사, 기관사, 선박통신사, 운항사의 면허를 받은 사람을 해기사(海技士)라고 한다. 그런데 한국 해운의 근간이자 바다 위의 국방력으로 불리는 해기 인력이 급격히 줄고 있다. 저출산·고령화, 승선기피, 육상전직 확산 등으로 해상근무를 지속하는 젊은 해기사의 수가 급감하면서, 해운안보와 물류안전 모두가 위협받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종태 한국해기사협회 회장은 “국가 전략 차원에서 해기전승(海技傳承)을 위한 지원 체계를 세워야 한다”며 “국가전략해기사 제도와 해기인력 경력개발(CDP) 프로그램이 그 해답”이라고 강조했다. 국가안보의 제4군, 대체불가 필수인력인 해기사 지속성과 연속성, 국가전략해기사 육성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김 회장. 그는 해기전승을 위한 국가 지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회장 취임 후 가장 중점을 둔 과제는 무엇인가?

협회는 지난해 창립 70주년을 치르며 새로운 전환기를 맞았습니다. 그동안 협회는 해기사의 권익 보호와 교육, 국제교류에 큰 역할을 해왔지만, 지금은 환경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해운시장은 빠르게 디지털화되고, 인력은 줄어들고 있습니다. 저는 이 변화 속에서 협회의 자생력을 강화하고, 회원들이 ‘필요성을 체감할 수 있는 협회’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우선 미래해기인력운영협의회를 정례화해 산업계·정부·학계가 함께 해기정책을 논의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또 해기인력의 경력개발을 위한 ‘CDP 프로그램’을 개발해, 해기사가 경력단절 없이 승선과 육상 업무를 오가며 전문성을 확장할 수 있도록 기반을 닦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국가전략해기사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국가가 책임지고 해기사를 양성·유지·관리하자는 취지입니다. 승선근무예비역제도의 한계를 보완하는 새로운 병무 대체제, 장기승선자의 연금제도와 공무원 우선채용 제도 등도 함께 검토 중입니다. 협회가 더 이상 단순한 직능단체가 아니라, ‘해운인력의 정책 허브’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해기인력의 경력개발과 순환근무제 도입이 산업현장에서는 어떤 효과를 낼 것으로 보나?

“해기사 감소의 가장 큰 이유는 ‘미래 불확실성’입니다. 과거에는 가족을 위해, 생계를 위해 바다로 나갔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릅니다. 승선근무 3년이 끝나면 해기사의 80%가 육상으로 전직합니다. 경력을 이어갈 수 없고, 승선 경험이 육상 취업에 불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더 머물 이유가 없다’는 인식이 확산된 것이죠.

CDP는 이러한 구조를 바꾸는 제도입니다. 해기사가 휴가 중에도 승진 교육, IT·물류·경영 등 육상전문 분야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국가가 지원하고, 해운기업이 순환근무제도를 운영한다면 해기사는 자연스럽게 경력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상위직 해기사가 안정적으로 양성되고, 해운산업 전반의 기술·안전 역량이 강화됩니다. 결국 CDP는 해운산업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하는 핵심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김종태 한국해기사협회장이 선원인력 정책 세미나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김종태 한국해기사협회장이 선원인력 정책 세미나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해기사협회 70여 년의 성과와 이에 따른 중장기 목표는 무엇이 되어야 한다고 보나?

한국해기사협회는 창립 이래 한국 해운의 성장과 함께 걸어온 기관입니다. 해외 해운사 취업의 교두보 역할을 했고, 외국 전문기술자료 번역과 해기 교육을 통해 한국 해기사의 국제적 위상을 높였습니다.

1983년 한국해양수산연수원이 설립되면서 교육 기능은 이관됐지만, 협회는 여전히 국내 유일한 해기사 대표기구로서 정책 개선과 현장 의견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70주년을 맞으며 우리는 ‘다음 100년의 해기’를 준비하는 협회로 방향을 새로 세웠습니다. 해기사의 사회적 위상을 높이고, 회원 복지를 강화하는 것은 물론, 국가 차원의 전략 인력 체계 속에 해기사를 포함시키는 일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단순한 직능단체를 넘어 ‘해운 인력 정책의 중심축’으로 거듭나겠습니다.

 

내국인 해기사를 1만명 이상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는 무엇이며, 어떻게 목표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 보나?

우리나라 동원 선박을 331척으로 가정하면 필요한 해기사는 약 5,000명입니다. 승선근무예비역 제도를 통해 매년 1,000명 정도가 편입되지만, 실제 충원률은 85%에 불과합니다.

3년 복무와 8년 예비군 근무를 포함하면 11년간 누적 인력은 약 9,000명인데, 이 중 절반 가까이가 해군이나 해경 등으로 전직합니다. 실제 운항 가능한 인력은 간신히 유지되는 수준입니다. 게다가 해기사의 휴가·교대근무 확대에 따라 예비인력 규모도 늘어나야 합니다.

이런 현실을 고려하면 ‘1만 명 체제’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국가 병참망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 기준입니다. 국가가 전략상선대 규모를 늘리고, 선주의 인건비 부담을 세제나 보조금 형태로 지원해야 인력 유지가 가능합니다. 결국 해기사의 안정적 수급은 해운산업뿐 아니라 국가 경제와 안보의 문제입니다.

 

‘국가 전략 해기사 제도’ 도입을 강력 주장하고 있는데…

국가전략해기사제도는 전시나 유사시 병참선을 확보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해기인력 관리 제도입니다.

북한은 전략물자를 육로로 운송하지만, 우리는 모든 자원을 바다로 들여옵니다. 석유, LNG, 철광석, 곡물—all이 해상 운송에 의존합니다. 전쟁이나 위기 상황이 오면 외국 선원이 위험해역에 들어올 리 없습니다. 결국 자국 해기사가 있어야 물류가 유지됩니다.

따라서 국가는 일정 규모의 해기사를 전략 인력으로 지정하고, 양성·관리·복지까지 국가가 책임져야 합니다. 이 제도는 단순한 산업정책이 아니라 국가 안보정책이자 경제생존 전략입니다.

김종태 회장이 해기로 나라에 보답한다는 뜻이 담긴 해기보국(海技報國) 휘호 아래에서 해기사의 사명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_박종면 기자
김종태 회장이 해기로 나라에 보답한다는 뜻이 담긴 해기보국(海技報國) 휘호 아래에서 해기사의 사명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_박종면 기자

승선근무예비역 제도와 국가전략 해기사 개념은 어떻게 조화가 될 수 있다고 보나?

현재의 승선근무예비역 제도는 졸속으로 만들어져 실효성이 낮습니다. 졸업 후 3년 승선, 8년 예비군 복무 체계로는 선장이나 기관장급 인력을 양성하기 어렵습니다.

이 때문에 유사시 병참선을 운항할 숙련 인력을 확보하기 어렵고, 결국 애국심에만 기대는 구조가 되어버렸습니다. 저는 미국의 N-ROTC 제도를 참고해 예비 해기사제도를 신설해야 한다고 봅니다.

해기사 양성대학을 사관학교 수준으로 지원하고, 일정 연령까지 국가 동원 인력으로 관리합니다. 장기근무자에게는 연금, 공무원 우선채용 등 복지 인센티브를 부여해야 합니다. 이렇게 해야 평시에는 숙련 인력을 양성하고, 위기 시에는 즉시 투입 가능한 체계를 구축할 수 있습니다.

 

AI, 자율운항선, 디지털 선박관리 기술 등이 발전하면서 해기사의 역할이 달라지고 있다. 앞으로 해기사의 ‘직업 정체성’을 어떻게 재정의해야 한다고 보나?

이제 해기사는 단순히 조타를 잡는 운항자가 아니라, 데이터를 기반으로 선박을 관리하고 통제하는 ‘해양시스템 관리자’로 진화해야 합니다. AI, 자율운항선, 사이버보안 기술이 발전하면서 해기사는 운항·안전·정보·데이터를 융합적으로 다루는 전문가가 되어야 합니다.

해양대학 교육과정에도 IT, 데이터 분석, 원격운항, 사이버보안 교육이 필수적으로 포함되어야 하고, 면허체계 역시 변화에 맞게 개편해야 합니다. 승선인원은 줄겠지만, 육상 통제센터의 역할이 커지는 만큼 해기사의 전문성은 오히려 더 중요해질 것입니다. 운항 경험과 기술을 겸비한 시스템 관리자는 세계가 찾는 인력이 될 것입니다.

 

후배 해기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상, 육상에 계신 해기사 여러분들이 선배들의 세대와 비교될 수 없는 상대적 낮은 처우 속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며, 개선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국가는 국민소득 1만 달러가 넘은 국가에서 해기사 양성은 어렵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과거를 보며 해기사는 고수익 직업으로 지원자가 많다는 허상에서 벗어나, 현재 미국이 왜 ‘SHIPS for America Act’를 입법하고 있는지 직시해야 합니다. 국민소득 3.5만 달러의 대한민국, 섬나라에서 유사시 국가를 지켜낼 병참부대, 제4군을 어떻게 양성할 것인지 많은 고민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일본의 경우에서 보는 바와 같이 한번 무너진 해기 인력은 백약을 처방해도 되살릴 수 없다는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2023년 회장에 취임한 김종태 회장은 해기사 경력 단절을 막고 해기전승을 이어 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23년 회장에 취임한 김종태 회장은 해기사 경력 단절을 막고 해기전승을 이어 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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