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검색 서비스

부터
까지


부터
까지

'마스가(MASGA)' 단상

  • 기사입력 2025.11.12 08:50
  • 최종수정 2025.11.12 09:05
  • 기자명 이신형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학과장·제36대 대한조선학회장
이신형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학과장·제36대 대한조선학회장
이신형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학과장·제36대 대한조선학회장

[현대해양] 지난 9월 초, 지인에게서 “뭘 했다고 상을 주나. 앞으로 할 일이 더 많은데…”라는 메시지를 받았다. ‘무슨 얘긴가’ 궁금해서 함께 보내온 링크를 열어봤더니 산업통상부 조선해양플랜트과 공무원들이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는 경제지의 기사가 있었다. 한미 관세 협상에서 우리가 약속한 3,500억 달러의 투자 중 1,500억 달러는 마스가(MASGA; 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의 약자.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뜻) 프로젝트로 조선업 협력에 배정되어 지출된다. 1,500억 달러는 우리나라 내년도 예산액의 29% 수준이고, 조선업 빅3의 시가총액을 다 더한 것보다도 훨씬 큰 액수다. 그런데 이렇게 어마어마한 규모의 투자를 하면서 표창을 주고받은 공무원들은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일전에 정부의 고위급 관료들을 만난 적이 있다. 얘기를 나누던 중, 민간인 전문가들이 몇 마디를 했더니 “말씀을 들어보니 아이디어가 꽤 있으시네요”라고 하며 놀라워했다. 사실 놀란 건 필자였다. 수십 년 동안 조선업에 종사하면서 관련 업무에 집중하며 살아온 사람들에게 아이디어가 많은 건 당연한 일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미국에 대한 여러 감정이 얽혀있다. 고마우면서도 미안할 때가 있고, 동경심이 들다가도 부러움으로 바뀐다. 가끔 서운함에 마음이 상하지만 기회가 된다면 뭐라도 해주고 싶다. 부자 친구에게 매일 얻어먹다가 가끔 한 턱 내고 싶은 마음 같은 건지도 모른다. 그런데 마스가에 관한 얘기를 접하면 왠지 비슷한 느낌이 든다. 한민족 역사상 최초로 세계의 패권을 쥐고 있는 초강대국으로부터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았으니, 어찌 흥분을 참을 수 있겠나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주의할 점이 있다. 미국을 바라볼 때는 미국이라는 ‘국가’와 미국 사람이라는 ‘개인’을 따로 봐야 한다. ‘국가’로서의 미국은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원칙을 철두철미하게 지킨다. 한국전쟁에 참전하고 전후에 원조도 해준 미국은 그게 자국에 이익이 됐기 때문에 그랬던 거다. 한국전쟁이 발발하기 불과 몇 달 전에 ‘애치슨 라인’을 그으면서 우리나라를 자국의 방위선 밖으로 밀어낸 것도 같은 나라 미국이다. 그땐 그게 미국의 이익에 부합했기 때문이다.

한편, 미국 사람들은 대부분 친절하고 인정이 많다. 청교도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는 미국의 기독교는 사회 참여와 선교를 중요하게 여긴다. 봉사와 자선, 교육 활동에 큰 관심을 두고 적극적인 선교에 나서는 미국의 기독교인들이 ‘개인’으로서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던 우리는 ‘국가’로서의 미국과 ‘개인’으로서의 미국을 하나의 미국으로 섞어서 본다. 그러다 보니 미국이 뭔가 부탁을 해오면 어떻게든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니다. ‘국가’로서의 미국에 ‘국가’로서의 한국이 대응하면 된다. ‘기브 앤 테이크’의 원칙에 충실하면서 각자 자국의 이익을 위해 열심히 협력하면 될 일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현대해양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