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해양] 한강은 조선시대 세곡선이 오가던 물류의 대동맥이었습니다. 마포나루와 노량진은 국가 경제를 이끌던 교역의 중심지였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의 한강은 배는 사라지고, 도시 경관의 일부로만 남아 있습니다.
서울시는 이 정체된 수면 위에 새로운 도전장을 던졌습니다. ‘한강버스’ 사업은 출퇴근용 수상 대중교통을 표방하며 시민의 일상 속으로 배를 다시 불러오려 했습니다. 그 취지는 분명 의미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운항 열흘 만에 중단되며 사업은 좌초되고 말았습니다. 11월부터 재운항을 예고했지만 시민들의 시선은 차갑게 식었습니다.
한강버스는 수상 교통의 가능성을 보여주려 했지만, 수심·조류·항로 등 기초 검토가 부족했고 수요 예측을 제대로 못했으며 운영체계도 현실과 맞지 않았습니다. 이는 서울시 행정에 해양 전문 인력 부족과 제도적 기반이 미비했음을 말합니다. 과거 여러사례에서 보았듯이 해양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못한 행정은 필연적으로 시행착오를 낳게 마련입니다.
더 큰 문제는 전문가와 행정, 시민 사이의 의사소통이 부족했다는 것입니다. 해양산업은 조선·물류·관광·환경이 복합적으로 얽힌 산업입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기술 중심의 언어에 갇혀 있었고, 행정은 이를 단순한 관광 사업이나 이벤트성 프로젝트로 해석하려 했던 것 같습니다. 이로 인해 기술은 정책으로 이어지지 못했고 정책은 현실성을 잃고 말았습니다. 한강버스의 실패는 이러한 구조적 불통의 결과라고 보여집니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이번 사태가 정치권에 “물과 관련된 사업, 즉 해양산업은 어렵고 위험하다”는 인식을 남겨 해양산업에 대한 도전을 위축시키지나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이미 국민 생활과 다소 거리가 있다는 이유로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는 경향을 보이는 해양수산 분야가, 이번 일로 정치권에서 더 외면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인식은 결국 국가 해양력의 약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제는 비판보다 보완이 필요합니다. 재운항을 앞둔 서울시는 ‘안전성 확보’라는 하드웨어적 보완에만 머물지 말고, 정책의 투명성과 전문성이라는 소프웨어적 신뢰를 함께 구축해야 합니다. 운항 중단의 원인을 전문가의 언어로 분석해 공개하고, 우수한 해양수산 전문 인력을 행정에 상시 배치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해양(물)에 대한 시민 인식을 넓혀야 합니다. 해양을 전문가의 영역으로 한정해서는 안되고 한강을 해양문화와 해양산업의 기반으로, 나아가 일상을 풍요롭게 하는 수변공간으로 체감할 수 있도록 해양문화 교육을 강화하고, 해양 콘텐츠 산업을 함께 육성해야 합니다.
전문가들도 행정과 시민사회, 시장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기술 중심의 언어를 일상의 언어로 바꿔야 제시해야 할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중심, 서울의 한강이 해양산업을 꽃피우는 상징의 공간으로 발전하길 기대합니다.
한강에 요트/보트가 떠다녀야 우리나라 해양산업이 발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