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해양]
밤 기온이 내려가 풀잎마다 흰 이슬이 맺히기 시작한다는 백로는 이미 지났고,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추분 날(9월 23), 1박 2일의 탐조 여행에 동참하여 새만금 매립지 중 마지막으로 남은 수라 갯벌과 군산 앞바다의 작은 섬, 유부도로 향하였다.
이맘때면 북극권의 알래스카와 시베리아의 광활한 초원에서 풍요로운 여름 번식을 마친 도요새·물떼새들이 머나먼 남극권을 향한 긴 여정에 오른다. 그들에게는 한반도의 서해안 갯벌은 끝없는 비행 속에 잠시 날개를 접고 숨을 고르며 에너지를 보충할 수 있는 따뜻한 어머니의 품속과도 같다.

한반도의 서해안 갯벌 지역은 예로부터 뭇 생명의 움터 였다. 그러나 더 넓은 농토의 확보를 위하여 전라북도 군산, 김제, 부안 앞바다에서는 대규모 간척사업이 1991년부터 시작되었다. 오랜 세월의 공사 끝에 2010년 새만금 방조제가 완공된 바다는 육지와 갈라지고, 한 시대의 풍경은 새롭게 바뀌었다.
새만금 방조제는 33.9km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세계 최장 방조제이다. 방조제 안쪽에는 광활한 간척지가 펼쳐지고 바깥쪽은 잔잔한 서해로 이어진다. 본래는 농업용 토지 확보가 주목적이었으나, 최근에는 산업단지, 관광·레저 부지, 신재생에너지 단지 등 복합개발 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개발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환경 보존 문제가 제기되며, 개발 논리와 환경 보존과 인간의 안전 문제 사이의 갈등이 충돌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국가적인 현안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법원에서 새만금 매립 사업 중 마지막 남은 수라 갯벌 지역에 건설 예정이던 국제공항 사업의 기본계획 취소소송에서 ‘항공기와 조류의 충돌 우려’와 ‘갯벌 손상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 등을 충분히 평가·반영하지 않았다는 사유로 원고의 손을 들어, 인용하였다.
새만금 수라 갯벌에 건설 예정이었던 신공항 건설이 취소될 수도 있고 뭇 생명의 움터 인 수라 갯벌을 지켜낼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이 소식에 동참한 모든 탐조 대원은 매우 기뻐했다.
탐조의 시작은 수라 갯벌과 주변 매립 습지에서 시작되었다. 일천 여 마리의 검은 민물가마우지가 먹이 활동에 열심인 수라 갯벌에 뚜렷이 두드러지는 흰 황새 9 마리도 함께했다. 발가락에 가락지를 찬 예산 복원 센터에서 야생 적응 훈련 후 방사한 황새 8마리에 시베리아에서 날아온 야생 황새 1마리가 포함되어 있었다. 예산 황새 복원 센터에서 방사된 황새가 새만금 매립지를 먹이 활동의 주 지역으로 자주 찾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저어새도 여러 무리가 갯벌에서 열심히 부리를 가로 저어면서 먹이 활동을 하고 있다. 국제공항 개발로 사라질 위기에서 수라 갯벌은 비로소 뭇 생물들에게 생명의 움터와 평화를 제공하는 듯하다.

오후에 군산항 앞 바다에 있는 작은 섬 유부도로 이동하였다. 유부도는 금강이 서해로 흘러 드는 하구의 서쪽, 약 5킬로 미터 떨어진 바다 위에 자리하고 있다. 주변에는 대죽도와 소죽도 등 작은 섬들과 함께 어우러져 멋진 해양의 풍경과 경치를 만들었다.
금강 하구 광대한 갯벌에 더하여 금강 하구 개발의 하나로 도류제(導流堤)가 설치된 이후 모래가 쌓이며 갯벌은 확장되었다. 유부도는 더 넓은 갯벌이 발달되어 많은 도요새·물떼새가 찾아오는 매우 중요한 중간 기착지가 되었다. 천연기념물 326호인 검은머리물떼새(Eurasian Oyster Catcher)의 주요 번식지로 알려졌다. 또한, 세계적으로 희귀조인 넓적부리도요가 봄·가을 이동 시기마다 찾아온다. 이날도 우리 탐조 대원들이 도착했을 때는, 1백여 명의 탐조인이 이미 도착하여 탐조 활동을 열심히 진행하고 있었다. 바닷물이 들어올 때면 작은 도요새·물떼새 들이 해안으로 점점 이동해 오는 데 그날의 움직임은 상당히 안정적이었다. 보통은 작은 도요새·물떼새 들이 이리저리 날았다 앉기를 반복하는데 이날은 큰 움직임 없이 계속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전체 머릿수로 본다면 소형부터 대형까지 대략 10만여 마리 이상인 것 같았다. 우리가 탐조하는 동안에 매나 수리 등 맹금류가 나타나지 않았고, 이웃 탐조객들도 질서를 잘 지켜서 새들이 안정적으로 잘 앉아 있었다. 멸종위기 1급인 넓적부리도요를 8 개체나 관찰할 기회가 되었다. 만조 시간이 지난 이후에도 1시간 이상 도요·물떼새 들이 해안가에 머물러 줘서 조용하게 잘 관찰할 수 있었다.
도요새·물떼새가 한꺼번에 날아올라서 흰색과 회색의 군무를 펼칠 때의 질서 정연함의 아름다움은 최근 개발된 집단 드론 쇼를 보는 것 같았다.
본인은 유부도 탐조에 이미 여러 차례 참여하였으나 섬에서 밤을 새우는 탐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섬에서 밤을 새우는 탐조는 시간적인 여유로움에 더하여 간조 탐조와 만조 탐조를 즐길 수가 있고, 특히 간조 탐조 때는 갯벌을 걷을 수 있어 좋았다. 새벽 만조에 새를 보는 것 또한 진귀한 경험이었다. 이번 탐조 여행 중에는 이른 새벽에 탐조 나갔을 때는 이미 새들은 저 멀리 날아갔다. 그래도 서해의 갯벌에서 만나는 멋진 일출과 도요새·물떼새 들이 넓게 퍼져서 먹이 활동하는 모습은 평화 그 자체였다.

하루 종일 비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는 기상예보에 반하여 오전 중에는 비는 오지 않고 선선한 바람과 함께 편안한 탐조를 할 수 있었다. 우리 대원 곁으로 슬금슬금 다가오는 민물도요, 좀도요, 붉은어깨도요, 그 작은 새들이 먹이 활동에 열중인 모습을 자세히 관찰할 수 있었다.

저 멀리 물의 끝 선에는 수백 마리의 저어새와 셀 수 없이 많은 검은머리물떼새, 알락꼬리마도요 들도 관찰되었다.
간조 탐조를 하면서 대원 중에는 백합 조개를 주어왔다. 갯벌을 파지 않고도 자연 갯벌에 싱싱한 백합 조개들이 나와 있었는데. 그 조개로 점심에 조개탕 라면을 끓였는데 일품의 요리가 되어 모두 즐겨 들었다.
오후에 많은 비가 예보되어 새만금 매립지 쪽으로 작은 어선으로 이동하였다.
수라 갯벌·유부도 탐조에 나는 벌써 여러 차례 동참하고 있지만, 이번에는 작은 새들과 하나가 되는 감동을 경험했고 자연과 천천히 하나가 되어 가는 편안함 느낄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