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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안 청정영덕의 푸른바다, 신뢰를 지키다

영덕북부수협 김영복조합장이 일군 '현장경영'의 진심

  • 기사입력 2025.11.14 13:22
  • 최종수정 2025.11.14 22:30
  • 기자명 권재환 기자
      김영복 영덕북부수협 조합장 (경북지역 조합장협동회 회장)
      김영복 영덕북부수협 조합장 (경북지역 조합장협동회 회장)

[현대해양] 지난 3월, 영덕 북부 해안 일대를 덮친 대형 산불은 수많은 어민의 삶터와 생업 기반을 잿더미로 만들었다. 그러나 불길 속에서도 사람과 바다를 지킨 이들이 있었다. 바로 김영복 영덕북부수협 조합장과 조합 직원들이었다.

위기 앞에서 “현장에 답이 있다”는 신념으로 직접 발로 뛴 수협, 그리고 어업인을 위한 진정성 있는 복구의 행정력은 그 후로도 긴 시간 지역 사회에 깊은 울림을 남겼다.

이번 조합탐방은 그날의 긴박했던 현장과, 이후 더 강해진 영덕북부수협의 오늘을 함께 짚어본다.

“불길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재난 현장에서 빛난 책임감

지난 3월 24일 밤, 강풍을 타고 번진 화마가 영덕 북부 해안을 집어삼켰다. 6개 마을, 100여 가구가 전소되고 어구와 어망이 잿더미가 됐다. 불길은 바닷가를 따라 어선의 연료통을 위협했고, 주민들은 패닉 상태에 빠졌다.

그 시각, 김영복 조합장은 주저할 틈이 없었다. “조합 직원들과 함께 즉시 현장으로 달려갔습니다. 새벽 세 시 반, 잠깐 눈을 붙이고 다시 불길을 막으러 나섰죠.” 그는 당시를 회상하며 담담히 말했다.

조합은 화재 발생 직후 어민과 주민 100여 명을 긴급 대피시키고, 인근 숙소와 체육관에 임시 거처를 마련했다. 수협 직원들이 식당에서 600인분의 식사를 밤낮없이 준비했고, 생필품·의류·화장품까지 자체 조달해 나눠줬다. “그때 필요한 건 행정문서보다 밥 한 끼와 따뜻한 잠자리였습니다.” 김 조합장의 말은 단순한 구호가 아닌 행동이었다.

무너진 마을을 돌보며 그는 조합을 ‘현장 재난본부’로 전환했다. 군·해경·소방과 협조망을 구축하고, 어민 피해 상황을 실시간으로 수협중앙회에 보고했다. 조합 차량이 구호 물품 수송차로 변했고, 직원들은 불길이 진화되기도 전에 현장 복구를 시작했다.

“어민이 곧 조합이고, 조합이 어민의 가족이라는 마음뿐이었습니다.” 그가 밤새 현장을 누비며 내린 결정은 이후 복구 지원의 속도를 완전히 바꾸어놓았다.

      영덕 대형 산불 피해현장
      영덕 대형 산불 피해현장

수협중앙회, 전국 회원조합이 손 내밀다 

재난 직후, 영덕북부수협에는 전국의 수협에서 따뜻한 손길이 이어졌다. 수협중앙회가 지정 기부금 1억 원을 전달했고, 전국 회원조합의 모금으로 8천만 원이 추가됐다. 여기에 조합 자체 기금 2천만 원을 더해 총 2억 원 규모의 긴급지원금이 마련됐다.

이 지원금은 조합이 직접 피해 어민들에게 주택·어구·선박 단위로 구분해 신속하게 지급됐다. “서류보다 사람이 먼저였죠. 부모님 같은 어민 한 분 한 분을 찾아가 손을 잡고 위로하는 것이 더 큰 행정이었습니다.”

현장 중심의 빠른 복구는 중앙회와 지역 사회 모두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수협이 이렇게 빨리 움직일 줄 몰랐다”는 주민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왔다. 실제로 피해 어민 대부분이 “마음의 상처까지 어루만져줬다”고 전하며, 조합에 대한 신뢰가 한층 깊어졌다.

김 조합장은 “피해 복구의 핵심은 돈이 아니라 마음”이라며, “처음부터 끝까지 현장을 지켜주는 게 진짜 조합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산불 이전보다 더 끈끈한 지역공동체가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재난 이후 조합원 가입률은 오히려 증가했고, 수협중앙회 차원의 복구사업은 영덕북부수협의 사례를 표준 모델로 삼았다. 위기는 조합을 단단하게 만든 시련이자, 협동조합 공동체의 신뢰를 다시 세우는 계기가 됐다.

       수협중앙회, 영덕 산불 피해 어업인에 구호물품 지원
       수협중앙회, 영덕 산불 피해 어업인에 구호물품 지원

경영 혁신과 사람 중심의 조직

김영복 조합장은 위기 이후 조합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데 착수했다. 그는 “조합의 경쟁력은 결국 사람에게서 나온다”고 단언한다. 직원 교육을 정례화하고, 친절과 고객 응대를 어민 서비스의 핵심으로 삼았다.

“이제 조합 문을 열면 직원들이 먼저 웃으며 인사합니다. 예전에는 어색하던 장면이 이젠 자연스러운 일상이 됐죠.” 실제로 방문객 만족도가 눈에 띄게 높아졌고, 거래처 확장과 예수금 증가로 이어졌다.

또한 내부 성과보상제를 도입해 직원들의 사기와 책임감을 높였다. “성과에 따라 정당한 보상이 있어야 조직이 산다”는 원칙 아래, 포상금 규모를 최대 200만 원까지 상향했다. 단순한 보상제도를 넘어 ‘함께 성장하는 조직문화’로 정착시킨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직원들에게 ‘조합은 나의 일터이자 가족’이라는 자긍심을 심어주었다.

그 결과, 조합의 금융 자산은 5년 사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예금·대출 총액이 3,600억 원에 달하며, 연체율은 경북도 내 최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김 조합장은 최근 수협중앙회로부터 ‘연체 감축 우수조합’, ‘경영 공로상’ 등을 연이어 수상했다. 그는 받은 상금 전액을 다시 어민을 위한 성금으로 내놓으며 “조합이 받은 사랑은 다시 어민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조합 내부에서는 김 조합장의 ‘현장 중심 리더십’을 두고 “언제나 앞에서 뛰는 사람”이라고 평한다. 그는 늘 직원들에게 말한다. “조합은 사무실에서 완성되지 않습니다. 어민의 삶이 있는 현장에서 완성됩니다.”

       김영복조합장, 해양수산부 차관 등 관계자들에게 현장에서 산불피해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김영복조합장, 해양수산부 차관 등 관계자들에게 현장에서 산불피해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지역 어업의 미래와 수협의 비전

산불의 상처가 아물고 난 뒤, 영덕의 바다는 다시 생기를 되찾았다. 가자미, 미역, 전복, 방어 등 주요 어종의 어획량이 회복세를 보였고, 가공·유통·판매까지 이어지는 ‘어업 일원화 시스템’이 점차 자리 잡고 있다.

김 조합장은 이를 ‘지속 가능한 어촌 모델’로 발전시키겠다는 비전을 내놓았다. “어민이 단순한 생산자가 아니라, 유통과 가공의 주체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바다의 가치가 높아지고, 조합이 진정한 동반자가 됩니다.”

그는 특히 청년 어업인 육성을 핵심 과제로 꼽는다. “고령화된 어촌에 젊은 바람이 필요합니다. 기술, 경영, 유통을 아우르는 실질적 지원체계를 만들겠습니다.” 이를 위해 영덕북부수협은 최근 비대면 금융 서비스와 복합점포 운영을 강화하며, 젊은 세대와의 접점을 넓혀가고 있다.

김 조합장은 “수협은 어민의 보험이자 금융이고, 결국 마음의 안식처입니다.”라고 말한다. 화려한 경영 실적보다 ‘어민이 웃는 조합’을 최고의 목표로 삼는 그의 철학은 단단하다.

사람, 바다, 그리고 신뢰

영덕북부수협의 역사는 위기 속에서 더욱 단단해졌다. 산불의 잿더미 속에서 피어난 공동체의 연대, 조합장의 헌신적 리더십, 직원들의 한마음 서비스 정신은 지금도 지역 사회를 지탱하는 힘이다.

김영복 조합장은 말한다. “조합이 존재하는 이유는 어민의 삶을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우리가 지키는 건 단순한 경제가 아니라 사람입니다.”

그의 말처럼, 영덕북부수협은 오늘도 동해 바다의 깊은 푸른 물결 속에서 조용히, 그러나 꾸준히 신뢰를 일구어가고 있다. 바다를 닮은 사람들의 땀과 헌신이 모여 영덕의 내일을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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