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해양] 수익 다각화를 위한 첫 행보
Sh수협은행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자산운용사 인수합병(M&A)을 단행하며 비은행 부문 확장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은행은 지난 9월 12일 이사회 의결을 통해 SK증권 계열 자산운용사인 트리니티자산운용 인수를 확정하고, 9월 29일 공시를 통해 인수 절차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이번 인수는 수협은행이 이자이익 중심의 수익 구조에서 벗어나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장기적으로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한 전략적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트리니티자산운용은 2008년 설립된 중형 전문 운용사로, SK증권이 2020년 70%의 지분을 인수하며 계열사로 편입된 바 있다. 2025년 6월 말 기준 총수탁자산(AUM)은 약 1,569억 원 규모로, 전문사모펀드와 일임자산을 중심으로 운용 중이다. 수협은행은 트리니티자산운용의 보통주 100%(60만500주)를 약 200억 원대 중반에 인수하며 자회사로 편입했다.
이번 인수는 단순한 외형 확장을 넘어, ‘해양금융 중심 은행’에서 ‘투자금융 복합그룹’으로의 변화를 가속화하는 시발점으로 해석된다. 은행 내부에서는 “예대마진 의존도를 낮추고 수수료 수익을 확대하기 위한 실질적 체질 개선의 첫 단추”라는 평가가 나온다.
자산운용 진출로 체질 전환 가속
최근 은행산업 전반이 자본규제 강화와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순이자마진(NIM) 하락, 디지털 전환 비용 증가 등으로 수익성이 둔화되고 있다. 여기에 사회공헌 확대와 배드뱅크 출연 등 비이자성 지출이 늘면서, 전통적인 이자수익 중심 영업구조만으로는 장기적인 성장 한계에 직면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수협은행 역시 예외가 아니다. 해양수산금융 특화은행으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해왔지만, 전체 수익의 90% 이상이 여전히 이자이익에 의존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은 수수료 기반의 비이자이익 확대와 자본 효율성 제고를 통해 ROE(자기자본이익률)와 ROA(총자산이익률)를 개선하고, 비은행 부문 진출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삼았다.
이기동 수협은행 M&A실장은 “자산운용업은 고객의 위탁자산을 기반으로 수익을 창출하기 때문에 위험가중자산을 크게 늘리지 않으면서도 BIS 비율을 개선할 수 있는 구조”라며 “이자이익(은행)과 수수료이익(운용사)이 균형을 이루는 안정적 수익 구조를 구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번 인수를 통해 수협은행은 WM(Wealth Management)과 PB(Private Banking) 부문 경쟁력을 한층 강화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했다. 향후 트리니티자산운용은 고객 데이터를 활용한 맞춤형 투자상품 개발, ESG 및 블루오션 관련 펀드 조성, 해양·수산업 특화 금융상품 확대 등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게 될 전망이다. 특히 해양산업, 수산업, ESG 분야를 결합한 ‘블루 이코노미 금융 플랫폼’ 구축이 중장기 목표로 제시되고 있다.
‘해양금융+투자금융’ 융합, 장기성장 기반구축
수협은행은 이번 인수를 계기로 단기적 성과보다 장기적 성장 기반 구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인수가 향후 수협은행의 금융지주사 전환을 염두에 둔 중장기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수협은행은 “현재로서는 구체적인 지주사 전환 계획은 없다”며 “우선 트리니티의 안정적 성장과 내실화를 최우선 목표로 삼겠다”고 선을 그었다.
이번 인수는 수협은행 내부적으로도 상징적 의미가 크다. 1969년 설립 이후 50여 년간 해양수산 분야 전문은행으로서 역할을 해온 수협은행이 독립 자회사 인수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단순한 투자 행위를 넘어 조직 체질 개선과 금융 생태계 확장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편 SK증권은 비핵심 계열사 매각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과 선택과 집중 전략의 일환으로 이번 거래를 추진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거래는 수협은행의 체질 전환과 SK증권의 구조조정이 맞물린 상호 윈윈형 M&A”라며 “수협은행이 자산운용 노하우를 내재화하면 향후 경쟁력 있는 종합금융 플랫폼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Sh수협은행은 트리니티자산운용 인수를 발판으로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장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향후 캐피탈·신탁 등 비은행 계열사 진출도 중장기 과제로 검토 중이며, 이를 통해 ‘해양금융+투자금융 융합 모델’을 완성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신학기 수협은행장은 “이번 트리니티자산운용 인수는 수익구조 다변화와 자본 효율성 제고를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며 “공모운용사 전환과 대체투자 확대를 통해 은행과 운용사 간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범(汎)수협 자산운용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