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당사자
대법원 2024. 12. 24. 선고2024다290802, 2024다290819 판결
원고(반소피고, 피상고인) 해양환경공단
피고(반소원고, 상고인) 주식회사A
원심: 서울동부지방법원2024. 8. 27. 선고2023나24840, 2023나24857 판결
2. 사실관계
해양환경공단(원고)는 해양환경 보전·관리·개선을 위한 사업 등을 수행하기 위하여 해양환경관리법 제96조의 규정에 따라 설립된 법인으로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른 공공기관이다. 주식회사A(피고)는 폐기물 처리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다.
원고는 해양폐기물 운반·처리를 위한 입찰을 공고했고, 피고가 낙찰되어 2020. 4. 23. 용역 계약을 맺었다. 2020. 6. 말경, 원고는 해당 해양폐기물에 대한 배출자 신고를 하면서 피고의 사업자등록증과 폐기물 수집·운반 허가증을 인천 중구청장에게 제출했다. 그러나 중구청장은 피고가 사업장생활계폐기물 운반에 필요한 등록 차량을 보유하고 있지 않아 해당 작업이 불가능하다고 원고에게 통보하였다. 이후 피고는 인천 서구청장에게 사업장생활계폐기물 수집·운반업 허가를 신청했으나, 기존에 보유한 허가증으로는 해양폐기물 운반이 불가하고, 보유 차량 또한 사업장배출시설계 폐기물만 운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려되었다.
이에 원고는 2020. 7. 6.부터 피고에게 계약 이행을 촉구했다. 피고는 차량 허가 변경에 20일의 처리 기간이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결국 원고는 2020. 7. 15. 제3의 업체를 통해 업무를 대행 처리하겠다고 통보했고, 2020. 9. 6. 계약을 해제했다.
원고는2021. 1. 28. 피고에 대하여, 이 사건 용역계약 체결 후 정당한 계약 이행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3개월의 부정당업자 제재처분을 하였다. 피고는 원고를 상대로 위 제재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고(서울행정법원2021구합53726), 법원은 2022. 8. 11. 이 사건 용역계약에 관한 피고의 행위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39조 제2항의 ‘공정한 경쟁이나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해칠 것이 명백한 경우’라는 재제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위 제재처분을 취소한다는 판결을 선고하였으며, 위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원고는 피고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해 발생한 손해(운반 처리 비용과 용역 대금의 차액인 5,410,503원)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에 맞서 피고는 자신이 입찰 참가 자격을 충족했고, 일정 시간(20일)만 더 주어졌다면 계약 이행이 가능했으며, 행정소송에서 부정당업자 제재처분이 취소된 점을 들어 채무불이행이 없다는 것을 주장하여 계약 해제가 부적법하므로 계약이행보증금 17,861,940원과 이행이익 손해배상 8,930,966원을 반소로 청구했다.
3. 법원의 판단
피고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한 원고의 계약해제가 적법한지가 핵심 쟁점으로, (1) 피고는 사업장생활계폐기물 수집·운반에 필요한 법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였다는 점, (2) 입찰 자격을 갖추었다고 하더라도 이행 능력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 (3) 계약상 2일 이내 처리 의무를 이행하지 못하였다는 점이 계약해제 사유가 된다는 점을 이유로 원고의 계약해제가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법원은 이 사건 과업지시서에 명시된 대로 계약 대상 폐기물은 ‘사업장생활계폐기물’이며, 이를 운반하기 위해서는 폐기물관리법령에 따른 특정 허가와 차량을 갖추어야 함을 지적하였다. 피고는 입찰 자격에 맞는 폐기물재활용업 허가만 보유했을 뿐, ㉠폐기물재활용업 등 폐기물처리업 허가를 받은 자로서 사업장생활계폐기물을 운반가능한 차량을 이용하거나, ㉡사업장생활계폐기물 수집·운반업 허가증을 보유하는 자라는 두 가지 요건 중 어느 하나도 충족하지 못하였다.
또한, 피고는 자신이 입찰 자격을 갖추었고 원고의 적격 심사를 통과했으므로 계약 이행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입찰 자격은 참가 요건일 뿐 실제 계약 이행 능력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며, 이행 능력은 피고 스스로가 판단해야 할 책임이라고 판단하였다. 즉, 원고가 적격심사를 실시하는 것은 피고의 참가자격 등을 심사한 다음 낙찰자로 최종 결정함으로써 이 사건 입찰절차의 공공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절차이지, 피고에게 계약이행능력이 있다고 보장해주기 위한 절차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보았다.
피고는 피고의 차량 허가를 변경하기 위하여 20일의 처리기간만 있었으면 이 사건 용역을 이행할 수 있었으며, 이 사건 용역계약에 따른 의무를 이행하기 위하여 노력을 다하였다고 주장하였으나, 이 사건 과업지시서 4.1.1에서 ‘도급자는 공단의 요청이 있을시 물량에 관계없이 요청시부터 기산하여 2일 이내에 공단이 지정한 폐기물을 도급자의 사업장 내로 운반을 완료하고, 이를 적법하게 처리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으므로, 해양폐기물 배출신고 반려처분이 있었던 2020. 6. 말경에는 이미 피고가 2일 이내에 해양폐기물을 수거·처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확인되었고, 원고가 2020. 7. 6. 피고에게 ‘2020. 7. 9.까지 해양폐기물을 운반·처리하라’고 이행을 촉구하였으나 피고가 그 이행을 완료하지 못하였으므로, 피고는 그로써 이행불능 또는 이행지체에 빠진 것이라 보았다. 원고가 피고의 차량 허가 변경을 위한 20일의 처리기간을 기다릴 의무가 있다거나 원고의 직원이 이행기를 유예해 주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보았다.
마지막으로, 피고가 관련 행정소송에서 부정당업자 재제처분의 취소판결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이는 부정당업자 재제사유인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해칠 것이 명백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에 지나지 않고, 이 사건 용역계약에 따른 피고의 채무불이행이 없다고 판단한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
대법원은 위 원심법원의 판결에 대한 피고의 상고에 대해, 상고이유가 없다고 보아 상고기각 판결하였고, 원심이 확정되었다.
4. 결론
이 판결은 공공기관의 입찰공고 및 입찰자격과 관련해 법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경우 계약이행 책임이 엄격하게 적용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특히 입찰 자격을 갖추었다는 것만으로 계약 이행 능력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며, 실제로 계약서에 명시된 의무를 지체 없이 이행하지 못하면 계약 해제가 적법하다는 중요한 판단을 내렸다.
입찰 자격은 계약 체결을 위한 최소한의 참가 요건일 뿐, 실제 계약 이행에 필요한 모든 요건이 충족되는지는 참가 업체 스스로 면밀히 확인해야 하며 그 책임도 참가 업체에게 있다는 것을 명확하게 하였다. 계약서 및 과업지시서상 정한 처리 기간을 반드시 준수해야 하며, 허가입증이나 행정절차상 지연 등은 계약불이행에 대한 면책사유가 되지 않으므로, 입찰에 참가하는 업체들은 입찰 공고상 입찰자격뿐 아니라 과업지시서를 참고하여 과업 이행에 필요한 모든 법적, 행정적 요건을 사전에 철저히 검토하고 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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