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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의 어촌정담 漁村情談 91. 작은 섬 화양연화, 그 영화는 다시 올까

옹진군 북도면 삼형제섬 2. 시도

  • 기사입력 2025.09.18 08:31
  • 기자명 김준 전남대학교 학술연구교수

 

시도염전
시도염전

[현대해양] 삼형제섬은 2000년대 초 여행객들에게 큰 주목을 받았다. 우리나라 여행객만 아니라 일본과 중국 여행객도 들어왔다. 주말이면 자동차를 가지고 가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었다. 드라마 풀하우스(2004), 겨울연가(2005), 연인(2006, 2007)과 영화 활(2005)과 시간(2006) 등이 촬영되면서다. 일부 드라마는 일본과 중국 등 외국에까지 송출되었다. 지난여름 수기해수욕장은 해수욕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분주했다. 마을주민들이 관리하는 이 해수욕장은 한때 드라마 ‘풀하우스’의 주인공 한지은(송혜교 분)과 이영재(정지훈 분)가 사는 촬영지였다. 2010년 무렵까지는 우리나라는 물론 중국과 동남아시아에서 많은 여행객들이 이곳을 찾았다. 이제 그 흔적은 많이 사라졌지만 빛바랜 외상장부처럼 해안에 그 옹이를 품고 있다. 지금은 철거되고 샤워장과 화장실이 들어섰다.

수기해수욕장
수기해수욕장
수기해수욕장에 만들어진 드라마 ‘풀하우스’ 세트장
수기해수욕장에 만들어진 드라마 ‘풀하우스’ 세트장

어장이 좋은 섬이 살기 좋은 섬이다

시도는 삼형제 섬 중 가운데 있는 섬으로 총면적 2.4㎢의 작은 섬이다. 신도와 마주한 동남쪽 해변은 펄갯벌, 북쪽은 모래갯벌, 북서쪽은 모래해변이다. 그리고 인천공항과 마주한 북쪽은 갯바위 해안이다. 작은 섬이지만 다양한 해안은 염전, 농사, 해수욕장, 바지락 양식, 고기잡이 등 시도의 다양한 섬살이에 큰 영향을 미쳤다.

주민들이나 북도 사람들은 시도를 ‘살섬’이라 불렀다. 옛지명은 거을도(居乙島) 또는 거도(居島)다. 오늘날 시도(矢島)는 살섬의 ‘살’을 화살시(矢)로부터 비롯된 것으로 풀기도 한다. 또 거도에서 살거(居)는 사람이 사는 섬, 살기 좋은 섬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강화도에서 무사들이 수련할 때 시도를 목표로 활을 쏘아서 ‘살섬’이라 불렀다고도 한다. 고려말 최영과 이성계가 마니산에 올라 시도를 과녁 삼아 활을 쏘았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서해나 남해에서 ‘살’은 고기잡는 ‘어살’을 칭한다. 섬과 섬 사이 폭이 넓지 않고 조류가 빠르며 수심이 얕은 곳은 어살을 설치하기 좋은 장소다. 어살은 서남해나 남해에서는 발이라고도 한다. 죽방렴도 어살의 일종이다. 시도 마을 앞에 살을 매어 고기를 잡았다는 곳도 있다. 지금은 망둑어 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다.

시도의 땅이름 중에 다리에서 남쪽으로 ‘살막구지’가 있다. 살을 막은 터를 말한다. 살은 어살의 줄임말로 싸리, 대, 장나무 등을 날개 모양(V자형)으로 꽂아 울타리를 만들고 가운데 그물이나 통발을 놓아 물고기를 잡는 장치를 말한다. 오늘날 정치망이다. 이런 어구를 설치하려면 갯골이나 도랑이 있으면 유리하다. 구지라는 말은 터나 장소만 아니라 도랑이나 웅덩이를 뜻하기도 한다. 옛날 바닥이 평평한 배가 마을 가까운 곳으로 들어오기 좋은 곳이며, 양쪽으로 갯벌이 발달했다. 바닷물이 갯골을 따라 들어오고, 섬에서 내려가는 민물 흐르는 곳이기도 하다. 이런 갯골은 막아서 염전을 만들고 농지를 만들기 용이하다. 그곳이 시도염전이 있는 곳이다.

이렇게 땅의 내력을 살펴보면 인간이라는 존재는 자연 앞에 한없이 겸손해진다. 노루메기는 시도에서 모도로 가는 길목에 있다. 노루목처럼 잘록하게 튀어 나와 선착장으로 이용하기 좋다. 섬이 었던 것이 사주로 이어지거나 육지였던 자리가 풍화와 침식으로 약한 곳이 먼저 침식되면서 목처럼 만들어진 경우도 있다. 목섬 주변에 다양한 해양퇴적물이 형성되어 다양한 해양생물들이 서식하는 곳이다.

시도염전에서 소금을 걷는 모습
시도염전에서 소금을 걷는 모습
옹진군에 마지막 남은 시도염전에서 생산된 소금과 소금창고
옹진군에 마지막 남은 시도염전에서 생산된 소금과 소금창고

옹진의 마지막 염전

옹진군에 50여 개의 염전이 있었다. 인천경기지역에는 육지부 외에 섬에 대부도에 39개, 영흥도에 8개, 백령도에 2개, 북도면에는 시도 1개, 신도 3개의 염전이 있었다(옹진군지, 1987). 지금 안산시에 속하는 대부도에는 지금은 1개의 염전이 남아 있고, 옹진군 백령도나 영흥도에는 염전이 없다. 신도에 있던 염전은 새우 양식장으로 바뀌었고, 시도에 한 개의 염전이 운영 중이다. 이 염전들은 대부분 한국전쟁 이후에 만들어졌다.

일제강점기에 경기만은 소래염전, 남양염전 등 육지부를 중심으로 염전이 조성되었다. 일제강점기 초기에는 지금 북한지역에 속하는 염백지역을 중심으로 염전이 조성되었다. 한국전쟁 이후 소금부족 사태가 발생하면서 원조자금을 활용한 염전조성이 가능했고, 실향민의 생계지원과 연계한 제방축조사업도 필요했다. 덕분에 옹진지역만 아니라 무안(신안) 지역까지 섬 지역에 염전이 조성될 수 있었다. 시도염전은 1.4후퇴 이후 실향민들이 만들어 소금을 생산했다. 지금까지 지주가 바뀔 때마다 부양염전, 동성염전, 유진염전, 시도염전, 강원염전 등으로 염전이름도 바뀌었다. 염전 결정지도 토판에서 옹기와 타일로 바뀌었고, 일부는 장판을 깔았다. 삼형제섬 중에서 염전이 많았던 곳은 신도다. 신도에 옛날 소금을 생산하던 마을이 있었다. 짠물을 솥에 넣어 끓이는 큰 가마솥을 ‘염벗’이라 했다. 이렇게 소금을 생산하는 마을을 염벗마을이라 했다. 이 마을이 염촌이 되었다. 신도3리 마을이다. 그리고 그 옆에 신도4리는 실향민 150가구가 정착해 형성된 마을이다. 이 마을은 천주교구제회가 제공하는 쌀, 밀가루, 옥수수 등을 지원받아 공생조합을 만들어 제방을 쌓고 간척을 해서 농지를 만들었다. 그렇게 45만평을 만들어 가구당 3천평씩 나누었다. 이 중 염기가 많아 농사를 짓기 어려운 땅은 염전으로 만들었다. 그 염전이 공생염전, 신도천일염전, 신도염전 등 3개 염전 27만 평에 이른다. 이 염전은 1997년 소금시장 개방으로 보상을 받고 폐전된 후 팔렸다. 신도 폐염전은 인천공항 건설로 보상을 받은 사람들이 구매했다. 일부 염전은 이후 새우양식장으로 전환했다.

폐전된 염전
폐전된 염전

섬에 만들어진 최초의 인공 해수풀장

시도에는 1970년대 한때 을왕리, 서포리와 함께 인천을 대표하는 유명한 해수욕장이 있었다. 심지어 샤워장, 디스코장, 보트장, 미니골프장, 방갈로 등 편의 시설을 갖췄었다. 성수기에는 배가 지금보다 더 자주 오갔다. 당시 전국 해수욕장 중 소개된 곳은 낙산, 북평, 대진, 일산, 가포, 만성리, 율포, 신지도, 가마미, 변산, 비인, 무창포, 난지도, 을왕리, 작약도 그리고 시도 해수욕장이 소개되었다. 당시 소개된 시도해수욕장 관련 내용이다(조선. 1970.7.19.). 기사 내용을 더 살펴보면, 시도는 ‘인천에서 서쪽으로 30㎞쯤 떨어져 있다. 새한상사가 처음으로 개발한 곳으로 샤워장과 50여 개의 크고 작은 텐트가 마련된 조용한 수영장이다. 교통은 서울 삼일로 하니문센터에서 매일 1회 왕복의 정기관광버스와 선박을 운행하고 있다.’고 했다.

시도풀장은 섬에 조성된 최초의 인공 해수풀장이다. 시도풀장은 높이 5미터, 길이 750m 인공둑을 시도 앞 바다에 쌓아 넓이 4만 1000평을 조성하였다. 그리고 입장료 100원을 받고 숙박, 식당, 샤워, 보트놀이, 골프 등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당시 둑을 쌓았던 흔적이 지금도 남아 있다. 특히 우리나라 최초의 수중방갈로로 알려져 있다. 당시 인천에서 70톤급 여객선 2척이 수시로 다니고, 서울에서는 고속버스가 운행했다. 자가발전으로 전기 시설까지 갖추었다.

시도소금을 비롯해 포도와 바지락 그리고 단호박 등은 ‘신도바다역’에서 판매되고 있다. 바다역은 옹진군이 섬 개발을 위해 추진한 ‘주민참여형 특성화사업’이다. 신도바다역은 2017년 12월 신도선착장 대기장소에 있다. 그중 일부에 특산물을 판매하는 장터를 마련했다. 이곳에서는 삼형제섬만 아니라 인천에서 생산가공된 젓갈, 건어물, 산나물, 버섯, 고구마 등 계절별 특산물을 판매한다. 옹진군은 여객선터미널에 기차역이나 지하철역처럼 친근한 바다역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바다역 내에 섬 주민이 생산한 특산물을 판매할 수 있는 판매장을 마련했다. 여행을 마치고 귀가하는 길에 섬 주민이 생산한 믿을 수 있는 농수산물도 구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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