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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포수산업협동조합 “고래 특화 수협으로 거듭난다”

위기 극복 시~작!

  • 기사입력 2025.09.16 18:53
  • 기자명 박종면 기자
구룡포수산업협동조합
구룡포수산업협동조합

[현대해양] 구룡포수산업협동조합(조합장 김성호)이 고래 특화 수협으로 거듭난다.

경북 포항시 구룡포읍. 겨울 별미 과메기가 유명하고, 오징어, 대게, 홍게가 위판장에서 흥겹게 거래되는 경북 동해안 어업 전진기지 구룡포수협은 1922년 설립 이후 지역 어업인의 삶을 지켜온 버팀목이었다.

그러나 2023년 가을, 조합의 심장을 잃는 비극이 찾아왔다. 전임 김재환 조합장이 상임이사, 지도상무와 함께 불의의 교통사고로 숨지면서 조합은 100년 역사에 전례 없는 충격을 겪었다. 수협 내부와 지역 사회는 깊은 상심에 빠졌고, ‘구룡포 경제의 동맥’인 수협의 앞날마저 흔들렸다.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해 같은 해 10월 보궐선거가 열렸다. 선거인 1,544명 중 1,285명이 참여한 선거에서 김성호 후보가 556표를 얻어 당선됐다. 전임 조합장의 조카이기도 한 그는 한국수산업경영인중앙연합회장, 수협중앙회 비상임이사 등 풍부한 경력을 쌓아온 인물이었다. 조합원들은 위기를 정면 돌파할 수 있는 젊고 개혁적인 리더십에 기대를 걸었다.

상호금융의 부실, 최대 난제

하지만 구룡포수협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김성호 회장 취임 당시 전년도(2023년) 결산 기준, 상호금융에서 63억 원, 경제사업에서 32억 원 적자, 총 96억 원 적자를 기록하고 있었다. 외형적인 성과에 치중해 자리 보전에 주안점을 뒀던 임원을 믿고 맡겼던 결과가 전임 조합장 사고 이후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다. 전국 5위 수협으로 꼽히던 위상은 흔적을 감췄다. 이에 김성호 조합장은 취임 직후 곧바로 수협중앙회 특별감사를 요청했다. “조합원들이 조합을 불신하는 상황에서는 어떤 사업도 힘을 받을 수 없다. 감사로 투명성을 회복하고, 부실채권을 정리해 다시 흑자를 내야 한다”는 그의 결의는 단호했다.

이어 2024년 말 열린 임시 대의원회에서 수협중앙회 출신 금융 전문가를 상임이사로 영입했다. 내부에서 뽑아 쓰는 인력풀에는 전문성 부족 등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상호금융 정상화를 이뤄내기 위한 결단이었다. 금융 체질 개선은 조합의 재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관문이었기 때문이다.

신임 오 상임이사는 1994년 수협중앙회에 입사, 대구지점장, 경북금융본부장, 신탁사업분부장 등을 역임했다. 오 상임이사는 “구룡포수협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특히 상호금융을 정상화하는 것이 보답하는 길”이라며 “구룡포수협 상호금융의 정상화를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조합장의 새 상임이사에 대한 신뢰도 매우 높다.

구룡포수협이 고래 특화 수협으로 거듭나고 있다.
구룡포수협이 고래 특화 수협으로 거듭나고 있다.

새 정체성 구축

김 조합장은 위축된 경제사업 활성화를 위해 기발한 아이다어를 냈다. 바로 ‘고래 위판 특화 수협’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해양생태계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 따라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되지 않은 혼획 고래는 합법적으로 유통이 가능하다. 구룡포수협은 이 제도적 근거 위에서 국내 유일의 고래 전문 위판 수협으로 도약을 선언하고 전국 고래 위판은 구룡포수협에 맡겨달라고 호소하고 홍보를 시작했다.

구룡포수협의 고래 위판은 단순한 경매에 그치지 않는다. 위판 이후 가공, 유통 등 전문시스템을 구축, 행정 보고 절차까지 원스톱 서비스 체계를 갖춰 합법성과 투명성을 확보한다. 이런 원스톱 시스템에 따라 위판 단가 또한 높아 동해는 물론 서·남해에서 혼획된 고래가 이곳으로 모여든다. 이는 단순히 틈새사업이 아니라, 오징어와 대게 어획량 감소로 위기에 빠진 수협에 새로운 먹거리를 제공하는 전략적 전환이다. 김 조합장은 “위판 단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경매 이후의 행정 절차까지 책임지는 투명 구조를 통해 조합원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강조했다.

위기 속의 합의와 결속

구룡포수협이 직면한 어려움은 내부 문제만이 아니다. 기후변화는 이미 동해 어장을 흔들고 있다. 고수온 현상으로 오징어 어군은 평년 대비 70% 가까이 줄었고, 대게는 35% 이상 감소했다. 전국 대게 위판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구룡포에서 이 충격은 치명적이었다.

김성호 조합장은 취임 직후 총체적 위기를 ‘함께’ 극복하기 위해 본인의 급여부터 줄였다. 그리고 인력 감축 등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노조와의 마라톤 협상 끝에 총인건비의 20%인 10억 원 절감에 합의했다. 이는 단순한 비용 삭감이 아니라, 노사가 공동으로 위기 극복을 위해 희생을 분담한 사례로 평가된다.

또한 조합원들도 지도사업 예산의 80% 삭감에 동의하며 허리띠를 졸라맸다. 상호금융 점포도 하나 줄였다. 위기 앞에서 노·사·조합원이 하나가 된 것이다. 김 조합장은 “세상의 조직은 망해도 협동조합은 살아남는다. 조합원 모두가 같은 목적을 위해 움직일 때, 반드시 꽃을 피울 수 있다”고 호소했다.

김성호 조합장의 하루는 새벽 4시에 시작된다. 그는 3곳의 위판장을 직접 돌며 어업인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경영의 해법은 책상 위 숫자가 아니라 현장 바닥에 있다는 철학이다.

그의 리더십은 점차 신뢰를 얻고 있다. 경북 해양수산공무원회 대표가 상호금융 본점에 3,000만 원을 예치하고, 프로야구 스타 출신 양준혁 씨가 조합원으로 가입하는 등 김 조합장의 인맥과 신뢰가 실제 성과로 이어졌다. 해양수산부 장관이 직접 조합을 찾아 격려하기도 했다.

김성호 구룡포수협 조합장이 위기 극복 방안을 밝히고 있다.
김성호 구룡포수협 조합장이 위기 극복 방안을 밝히고 있다.

희망의 근거, 그리고 다음 100년

구룡포수협은 현재(7월말 기준) 32개 어촌계, 1,500여 명의 조합원, 7개 상호금융 지점, 사업규모 5,500억 원, 자산 700억 원의 중견 수협이다. 위판 중심의 사업구조와 수도권까지 뻗은 상호금융 네트워크, 냉동·저빙 시설 등 인프라는 여전히 견실하다. 문제는 이 강점을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전환하는 일이다.

고래 특화 전략은 그 출발점이자 상징이다. 기후변화로 불확실성이 커진 시대, 합법성과 투명성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위판 시스템은 조합이 다시 ‘1등 수협’으로 도약할 수 있는 희망의 발판이 될 수 있다.

김성호 조합장은 “바다는 비에 젖지 않는다”며 헤밍웨이의 구절을 인용했다. 거센 폭풍에도 가라앉지 않는 바다처럼, 구룡포수협은 지금 위기 속에서도 다시 일어서는 길을 찾고 있다. 김 조합장은 “바다는 비에 젖지 않는다. 저는 오직 조합원, 어업인만 바라보고 경영 위기를 돌파하겠다. 조금만 참고 기다려주시면 조합장을 비롯한 임직원 모두가 분골쇄신해 반드시 구룡포수협을 1등 조합으로 만들어 조합원 여러분과 읍·면민들께 돌려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위기에서 기회로

구룡포수협은 지금도 쉽지 않은 항해를 하고 있다. 상호금융 부실, 기후변화, 인력난, 국제 어업질서의 불확실성. 그러나 동시에 고래 특화 위판 시스템, 노사·조합원의 결속, 그리고 새벽을 여는 조합장의 땀방울은 분명한 희망의 근거다.

100년을 넘어 또 다른 100년을 향해, 김성호 조합장은 오늘도 바다로 나선다. 그의 어깨에 걸린 짐은 무겁지만, 그가 반복해 말한 다짐은 간결하다.

“저는 오직 조합원, 오직 어업인만 바라보겠습니다. 반드시 구룡포수협을 1등 수협으로 만들겠습니다.”

구룡포수협이 김성호 조합장 취임을 계기로 위기 탈출을 꾀하고 있다. 사진은 구룡포수협 임직원
구룡포수협이 김성호 조합장 취임을 계기로 위기 탈출을 꾀하고 있다. 사진은 구룡포수협 임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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