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해양] 국내 유일한 해양생물자원 전문 연구, 전시, 교육기관인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이 개관 10주년을 맞았다.
지난 2010년 일본 나고야에서 치러진 제10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생물자원에 대한 접근 및 이익공유’에 대한 ‘나고야 의정서’가 채택됐다. 이 협약은 생물자원에 대한 접근을 자국법으로 관리해야 하며, 활용한 생명자원으로부터 발생하는 이익은 원산국과 공유해야 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런 맥락에서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은 국내외 해양생물자원의 국가자산화와 지속적 이용을 위해 지난 2015년 4월 충남 서천군 장항읍에 설립, 10주년을 맞았다.
이런 중요한 해에 김현태 전 해양수산부 수산정책실장이 제4대 관장에 지난 2월 24일 취임했다. 김현태 관장은 “블루카본 국제인증, 표본을 보관하는 보존연구동 증설 등 시급한 일들이 있다”며 “해양생물보전과 지속 가능한 이용을 위해 꼭 필요한 해양생물 전문연구기관으로서 이름값을 하는 기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기관 개관 10주년, 취임 6개월을 맞은 김 관장을 <현대해양>이 만났다.
자원관 개관 10주년과 취임 6개월을 맞았는데…
28년간 해양수산부에서 해양환경, 국제관계, 수산분야정책들을 경험했지만, 해양생물자원관은 생소함, 신선함, 매일 매일 새로운 배움의 연속이었습니다. 이곳은 해양생물의 표본들을 확보해 보존하고, 그 정보들을 수록하며, 해양생물에서 유래하는 소재를 연구하는 해양생물의 다양성을 지키는 수호기관입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해양생물자원관이 올해 개관 10주년을 맞았습니다. 그 출발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서천갯벌 보전에서 비롯됐습니다. 당시 장항국가산업단지 매립계획이 있었지만, 대안사업으로 해양생물자원관이 건립되면서 서천갯벌과 갯벌 속 생명들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제가 취임한 이후 기관의 정체성을 더 친숙하게 널리 알리기 위해 조금씩 변화를 주고 있습니다.


지난 10년간 자원관의 주요 성과는?
설립되고 10년 동안 해양생물자원관은 우리나라에 기록이 있는 해양생물종의 63% 1만 345종, 60여만 점의 표본을 확보했습니다. 표본들이 자원관에 들어오면 저희 연구진들은 학명, 국명, 채집정보와 유전자 정보들을 시스템에 올려놓습니다. 이 시스템은 해양생물의 기록을 보관하고 있는 디지털 도서관 같은 겁니다.
표본들을 왜 보관하고 관리하냐고 물어본다면 기후, 환경변화의 흔적이나 단서들이 이 표본들 속에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마치 수만 년 전 지구 온실가스 농도를 파악하기 위해 수만, 수십만 년 전부터 형성된 남극 빙하코어를 시추해서 빙하 속에 갇혀있는 공기 방울을 연구하는 것과 이유가 비슷합니다. 해양생물은 지구환경의 타임캡슐 역할을 합니다.
세계 각국은 이제 자국 바다에서 서식하는 해양생물들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표본을 보존하는 것도 국력입니다. 1910년대 독도를 중심으로 서식했지만, 일본의 무자비한 포획으로 1950년대 이후 발견되지 않은 바다사자, 독도강치의 뼈, 고래상어 다음으로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물고기 돌묵상어, 등껍질이 갑판(甲)이 아닌 가죽으로 되어있고, 수심 1,000m 깊이에서 수영하는 장수거북이 아마 여러분들이 흥미를 가질 만한 표본이 아닐까 합니다.
신규 탄소흡수원 발굴을 위한 연구, 분석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해양생물 표본을 확보해 연구하는 활동 이외 저희 연구진들은 해양생물 복원과 치료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제주 연산호와 멸종위기야생생물 Ⅰ급 남방방게 인공증식에 성공하였고, 그간 바다거북 160여 마리를 구조해 치료, 방류했습니다. 또한, 신규 탄소흡수원(블루카본) 발굴을 위해 해조류, 조개류, 굴 등을 대상으로 탄소흡수 능력을 2022년부터 분석하고 있습니다. 2018년부터 운영하는 ‘해양바이오뱅크’는 연구기관과 기업에 기초연구가 완료된 유용소재를 제공하는 서비스입니다. 유전자원, 추출물, 미생물, 미세조류, 화장품·항생제·대사질환 소재 등 7개 분야를 표준화해 지금까지 1,800건을 분양했습니다.
전시관인 씨큐리움은 지역의 명소가 됐는데…
지역의 명소가 된 전시관 씨큐리움은 200만 명의 관람객이 찾았으며, 그동안 18회 기획전을 통해 해양생물의 가치를 널리 알렸습니다. 올해는 10주년을 기념해 「날개 아래 바다 – 서천갯벌의 생명 이야기」 전시를 8월 29일부터 내년 3월까지 개최합니다. 자체 개발한 교육프로그램은 지금까지 6만명 학생들에게 제공되었고, 그 중 사회적 배려 대상자를 위한 ‘바다나눔’ 교육은 유네스코 지속가능발전교육 인증을 두 차례 연속 획득했습니다.
해양생물자원의 산업화는 어느 단계인가?
해양바이오 산업은 잠재력은 크지만 아직 초기 단계입니다. 상용화, 즉 대량생산 체계로 가기 위해서는 기초효능을 검증하고, 소재를 고도화해서 임상실험 등 선행 과정이 있어야 합니다. 자원관은 이 과정에서 해양생물의 생리활성을 연구하고, 그 결과를 해양 바이오뱅크를 통해 연구자와 기업에 제공하고 있습니다. 기업과 연구기관은 저희 연구결과를 가지고 후속 연구나 상용화에 집중할 수 있어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앞으로 AI와 합성생물학을 결합한 바이오파운드리 기술을 도입해 소재 개발과 검증 속도를 높일 계획입니다.
2026년과 2028년에 의미 있는 일이 있다는데?
내년에 해양생물종복원센터가 만들어집니다. 오는 9월 25일 착공하는 해양생물종복원센터는 2027년 개소를 목표로 경북 영덕군에 건립됩니다. 해양생물들의 유전정보를 보존해 인공증식을 통해 그 개체를 바다에 방류하고, 구조한 동물들은 치료하고, 서식지 복원사업을 전담하는 역할을 종복원 센터가 할 것입니다.
2028년에는 서천에 블루카본 실증연구센터가 만들어집니다. 이곳은 해양생물과 서식지의 탄소흡수 능력을 국제기준에 부합하게 검증하고, 제도화하여 탄소배출권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연구합니다. 새로운 블루카본 자원이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에서 국제인증 과정을 거치면 어촌지역의 소득원이 새롭게 생길 것이라고 기대해봅니다.

자원관이 풀어야 할 과제는?
현재 가장 시급한 과제는 표본을 보관하는 보존연구동을 증설하는 일입니다. 그동안 확보한 표본을 10년 동안 13개 수장고에 보관하고 있는데, 수용률이 이미 90%를 넘어 몇 년 후에는 더 이상 보관을 할 수 없게 됩니다. 표본은 학술적·사료적 가치가 높아서 보존연구동 증설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아울러 표본의 영구 보존과 활용을 위한 디지털 아카이빙도 중요한 과제입니다. 실물 표본은 시간이 지나면서 훼손되거나 변형될 수 있고, 재해로 소실될 위험도 있습니다. 고해상도 촬영과 데이터베이스화를 통해 표본 정보를 영구히 보존하면 기후변화 연구, 생물다양성 분석 등 다양한 목적의 연구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시대 흐름에 맞게 준비하고 있는 것이 있다던데…
AI(인공지능) 교육입니다. 우리 자원관은 공공부문의 인공지능 수요 증가에 대응하고, 직원들의 AI 문해력과 실무 활용 능력 향상을 위해 단계별 교육을 시행합니다. 임직원을 대상으로 AI 활용 역량을 진단하고, 이러닝 및 위탁 교육 등 다양한 학습 기회를 제공할 계획입니다.
또한, AI 자격 과정인 ‘에이스(AICE, AI Certificate for Everyone)’취득을 지원하여 매년 10명 이내의 AI 전문가를 양성할 방침입니다.
이러한 교육을 통해 확보한 AI 역량을 연구 및 행정 업무에 적용하고, AI 기반 자동화와 데이터 분석의 활용 범위를 점차 확대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자 합니다.
재임 중 꼭 추진하고 싶은 것은?
올해 3월 우리나라는 유엔에 「공해 해양생물 다양성 협정(BBNJ)」 비준서를 기탁했습니다. 협정 발효 전까지 우리나라가 축적한 해양유전자원 연구 성과가 국제적으로 정당한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동시에 해양생물자원에 대한 접근권과 이용권이 국가 간에 공평하게 보장될 수 있도록 법적 기반을 갖추는 것도 중요한 과제입니다.
인공지능과 합성생물학을 융합한 플랫폼인 해양바이오 파운드리도 추진할 예정입니다. 이 플랫폼을 통해 산업소재를 보다 빠르게 설계·검증하고, 정밀한 기술 매칭과 고도화된 소재 개발을 가능하게 하여 국내 바이오 기업의 세계시장 진출을 지원할 수 있습니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은 해양생물 보전과 지속 가능한 이용을 위해 대한민국과 세계에서 꼭 필요한 해양생물 전문연구기관으로서 이름값을 하는 기관이 되겠습니다.-web-resources/image/8.p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