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해양] 2030 탄소중립 실현을 기치로 내세운 아이슬란드는 지난 2022년 2월 어선을 포함한 자국의 소형선박을 대상으로 친환경에너지 전환 기술 고도화를 위해 우리나라에 협력을 제안했다. 우리나라 배터리 기술을 높게 평가한 것이다. 이처럼 정부의 의지와 기술 도입으로 친환경 선박으로의 전환에 애쓰는 국가들이 있다.
아이슬란드의 도전
어업 강국 아이슬란드는 2024년 ‘수소·전자연료 로드맵’에서 e-암모니아·e-메탄올과 단거리 전기추진을 어업·연안선박의 유력 경로로 지목했다. 어선을 우선적으로 친환경 선박으로 전면 교체하겠다는 것이다. 아이슬란드는 연료 혼합·부분 전동화를 병행하며 점진적 친환경 어선으로의 교체를 제시하고 있다.
노르웨이는 국가기금·보조를 통해 배터리·하이브리드·연료전지 기반 어선과 충전 인프라를 확대하고 있다. 최근 전기선박·충전시설에 대한 대규모 지원과 암모니아·수소 선박 실증도 병행한다.
‘EU 수산기금(EMFAF)’은 2021~2027년 어선 엔진 교체·현대화를 조건부 지원(연료소비 또는 CO₂ 최소 20% 절감 등)해 연료효율 개선과 저탄소 연료 도입을 촉진한다. 평가·남획 방지 등과의 정합성이 정책 쟁점이다.
연구 추세 역시 현선(舊船) 효율화에서 신연료 전환으로의 이행 경로를 제시한다. 배터리·바이오연료 등 즉시성 높은 대안을 쓰되, 메탄올·암모니아·수소로의 전환은 기술·공급망이 성숙해질 때 신조·대체로 가는 전략이 유력하다는 분석이다.
핵심을 말하면, 어선은 근해·연안의 짧은 항로, 계절·어장 변동성, 소규모 사업자 다수라는 특성 때문에 전기·하이브리드·바이오연료 등 ‘즉시 가능한 솔루션’과 신연료 실증이 병행된다.

상선, 규제로 길 열고, 연료가 뒤따른다
해운에서 친환경 선박은 국제해사기구(IMO)가 주도하고 있다. IMO는 2023년 온실가스(Greenhouse Gas; GHG) 전략을 대폭 강화하면서, 전 세계 해운·수산 부문은 ‘언제’가 아니라 ‘어떻게’ 탈탄소화를 달성하느냐의 문제로 전환됐다. 정부 규제는 더 정교해졌고, 연료는 다변화되고, 조달·인프라·금융은 새로운 표준을 찾아가는 중이다.
IMO 2023 GHG 전략은 2050년경 국제해운 순배출(Net-zero) 달성을 비전으로 2030·2040년 총배출 감축 체크포인트와 2030년까지 ‘제로/준제로 연료’ 5% 이상(권고 10%) 보급 목표를 담았다. 동시에 중기수단으로 연료 탄소집약도 표준(연료기준)과 시장기반수단을 개발·도입하기로 했다.
EU(유럽연합)의 FuelEU Maritime(친환경 선박 규제)은 올 1월 전면 시행돼 EU 항만을 드나드는 5,000GT 초과 상선의 에너지 탄소집약도 단계적 감축을 의무화한다(어선은 예외). 이는 대체연료 사용·전력연계 등을 촉진하는 지역 규제의 대표격이다.
국제규범(IMO)과 지역규범(EU)이 상선을 중심으로 탈탄소화를 견인한다. 어선은 각국 수산정책·보조금 체계에 크게 의존한다.
노르웨이는 2026년부터 무배출 선박 요건을 재확인했다. 다만 대형 크루즈선 적용·세부 이행 시점에 대해선 업계의 유예 논의가 이어졌다. 정책 신호 자체는 ‘무배출 항행’으로 굳건하다.
그린·디지털 선박 항로(Green & Digital Shipping Corridors): 싱가포르–로스앤젤레스/롱비치, 싱가포르–로테르담 등 주요 항만이 저·무탄소 연료 벙커링·디지털 최적화를 패키지로 구축 중이다. 클라이드뱅크 선언(2021)은 각국에 복수의 그린 회랑 조성을 촉구하며 글로벌 전환을 뒷받침한다.
캐나다는 2023년 예산에 ‘그린 선박 항로 프로그램’을 반영해 연료·인프라·운항 실증을 지원 중이다.

연료 전환의 현장
세계 최대 선사 머스크(Maersk)는 2024~2025년에 대형 메탄올 이중연료 컨테이너선을 순차 투입하고, 대체연료 비중을 2030년 15~20%까지 확대할 계획을 제시했다. 메탄올 선박의 상업운항은 신조·연료계약이 결합된 전형적 모델이 됐고, 향후 암모니아로 고도화 할 계획이다.
상선은 규제 적용 범위가 넓고 인프라 구성이 빠른 항로부터 신연료 상업운항이 확산된다. 메탄올 선박은 이미 ‘초기 대세’, 암모니아·수소는 실증의 단계를 넘어 상용의 길목에 들어섰다고 할 수 있다.
한국 ‘Greenship-K’
한국 정부는 2020년 말 ‘제1차 친환경선박 개발·보급 기본계획(2021~2030)’을 확정하며 2030년까지 528척(공공 388, 민간 140) 전환을 선언했다. 이후 매년 보급 시행계획을 고시하며 신조·개조를 병행해 왔다. 2025년 계획은 건조 54척·개조 27척을 확정, 연안·연해 전환 속도를 한 단계 더 끌어올렸다. 또 한국은 2030년까지 528척 보급과 함께, 국적선 온실가스 감축과 연료 인프라 확충·핵심기술 개발(연료전지, 전기·하이브리드, 차세대 연료 추진)을 병행한다. 정부는 기본계획 발표 당시 온실가스 감축기술 개발과 실증선 건조를 병행 추진한다고 밝혔다. 대한민국 정책브리핑에 따르면, 장기적으로는 2050 넷제로에 부합하도록 IMO·EU 규제와 정합성을 유지한다.

법·예산·인프라의 삼각편대
법·제도를 보면 우리 정부는 2018년 제정된 「환경친화적 선박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을 토대로, 공공부문은 친환경 선박 건조 의무화, 민간은 보조·세제(취득세 감면) 근거를 마련했다. 해수부는 이 근거 위에 해마다 보급 시행계획을 고시한다.
예산·사업 2025년 보급계획은 신조 54척, 개조 27척 등 총 81척을 지원하고, 친환경 인증선박 보급지원 공모를 1~3월에 시행했다. 이행 누적 성과로 총 199척 전환(전년도까지)이 보고됐다.
연료·인프라는 부산·울산 LNG 벙커링을 중심으로 2030년까지 국내 LNG 인프라 용량 확대, 항만 전력공급(AMP)·친환경 연료 인프라를 병행 구축한다. 메탄올·암모니아 등 차세대 연료 상용화를 겨냥한 인프라 논의도 속도를 내고 있다.
상선, ‘빠른 신조’와 ‘현선 개조’
상선 부문은 국제 규제 대응이 급한 여객·화물 연안선을 중심으로 LNG·배터리 하이브리드 전환을 가속한다. 또한 국내 조선 3사는 메탄올 이중연료 대형선을 대량 건조하며 글로벌 전환 수요를 흡수 중이다. 머스크의 대형 메탄올선 다수가 한국 조선소에서 건조·인도된다.
어선·관공선은 작업패턴·항속거리 제약을 고려해 전기·하이브리드·저유황·바이오 연료 적용과 배기가스 저감장치(DPF) 개조를 병행한다. 이는 유럽의 엔진 고효율 교체 지원 흐름과 궤를 같이한다.
남은 과제는 연료·공급망·금융의 ‘삼중 난제’다. 연료 가용성·가격에 있어 EU의 FuelEU 시행과 ETS 확대는 대체연료 수요를 급증시켜 연료가격·운임 상승 압력을 야기한다. 국내 전환에도 동일한 비용 요인이 작용한다. 연료 포트폴리오 분산과 공급망 선점이 관건이다.
기술 성숙도 격차를 보면 메탄올은 상업 운항이 확산 중인 반면, 암모니아·수소는 안전·엔진·벙커링 표준이 정립되는 과도기다. 일본의 암모니아 연료 예인선 상업운항 실증은 기술 경쟁의 이정표로, 한국도 조선·기자재·연료 분야 협업을 통해 성숙도를 끌어올려야 한다.
금융·리스크 관리 관련해서는 선대(船隊) 교체에 대규모 자본이 소요된다. 장기용선·연료공급계약(오프테이크)·그린금융(전환금융) 등 금융구조 혁신과 정책보조의 예측가능성이 병행돼야 한다.
IMO가 챙기는 상선
정부는 단기(2025~2027)적으로 연안·단거리 노선(여객·RORO·컨테이너 피더·관공선)에서 전기·하이브리드·LNG·바이오연료로 탄소집약도를 낮춘다는 목표다. AMP(육상전력공급)와 LNG·메탄올 벙커링을 늘리고, 친환경 인증선박 보조를 촘촘히 집행해 운영비용 격차를 완충한다.
중기(2028~2030)적으로 메탄올 대형선의 본격 확산, 암모니아 실증선 상업화에 대비해 항만 안전기준·급유체계·비상대응 매뉴얼을 고도화한다. 어선 부문은 엔진 고효율 교체+전기화의 병행과 연료 시범사업(바이오·e-연료 혼합)을 확대한다.
장기(2030+)적으로 그린 회랑 참여 확대(부산-미서부, 부산-유럽 등)로 연료·운항 최적화를 도모하고, 국내 생산(e-메탄올 등) 연료체인과의 연계를 모색한다.
다시 돌아보면 아이슬란드는 e-암모니아·e-메탄올·전기화를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그럼 상선과 어선 중 어떤 것이 더 빨리 바뀔까? 상선은 IMO·EU 규제의 직접 대상이자 공급망 요구가 빨라 신연료 상업운항(메탄올 등)이 빠르게 확산 중이다. 반면 어선은 매우 더디다는 분석이다.

한국 어선 친환경화 저조 이유는?
우리나라 어선의 친환경 선박으로의 전환은 왜 더딜까? 전문가들은 전환 지연의 주요 원인으로 △높은 초기 건조 비용과 인프라 부족 △대체 연료의 가격과 공급 불확실성 △소규모 어선의 투자 여력 부족 △정책의 구체성과 실행력 부족 △글로벌 수준의 목표 및 가이드라인 부족 △기술 개발의 단기·장기 불일치 △선박금융 부재 등을 들고 있다. 결국 어업인 선주들의 관심과 초기비용 문제, 정부의 의지 부족도 한 몫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고정현 GMS 회장은 “건조, 개조 능력은 우리나라 조선소가 뛰어나나 높은 초기 건조 비용과 인프라 부족, 소규모 어선의 투자 여력 부족, 의지 부족, 선박금융의 부재 등으로 친환경 선박으로의 전환이 매우 더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사업 초기에 신청이 저조했고, 포기하는 사례가 많았으나 친환경선박 개발·보급 기본계획이 실현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web-resources/image/9.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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