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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의 날 10년, 이제는 ‘공공의 섬으로’

  • 기사입력 2025.09.05 08:46
  • 기자명 홍선기 (사)한국섬재단 이사장
홍선기 이사장은 충남대학교 생물학과를 나와 충남대 대학원에서 이학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일본 히로시마대학 대학원 생물권과학연구과에서 이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홍 이사장은 서울대학교 환경계획연구소 선임연구원, 유네스코 MAB한국위원회 위원, 동아시아도서해양문화포럼 사무국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사)한국섬재단 이사장, 국립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교양학부 교수, 세계지리학회 섬위원회 위원, 여수세계섬박람회 조직위원회 이사, 2026 ISISA World Island Conference 조직위원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홍선기 이사장은 충남대학교 생물학과를 나와 충남대 대학원에서 이학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일본 히로시마대학 대학원 생물권과학연구과에서 이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홍 이사장은 서울대학교 환경계획연구소 선임연구원, 유네스코 MAB한국위원회 위원, 동아시아도서해양문화포럼 사무국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사)한국섬재단 이사장, 국립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교양학부 교수, 세계지리학회 섬위원회 위원, 여수세계섬박람회 조직위원회 이사, 2026 ISISA World Island Conference 조직위원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대해양] 2015년, 필자는 한 칼럼에서 ‘섬의 날’을 국가기념일로 제정하자고 제안했다. 그 제안은 시민사회와 학계, 정치와 행정의 협력을 타고 공론이 되었고, 마침내 ‘섬의 날’은 국가기념일이 되었다. 목포에는 종합 섬 행정의 허브인 한국섬진흥원이 세워졌다. 이 과정에서 국립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 국회의원, 전문가, 한국섬재단 같은 민간단체들, 그리고 무엇보다 섬 주민 단체와 자발적 시민들이 함께했다. 매년 8월 8일이면 각지에서 축제와 기념식이 열리고, 섬의 가치를 공유하는 장면이 익숙해졌다. 성과는 분명하다. 그러나 여전히 질문은 남아 있다. 대한민국의 섬 정책은 과연 선진적으로 변화하고 있는가. 제도와 예산이 늘었다고 해서, 현장의 삶이 곧바로 나아지는 것은 아니다. 섬을 둘러싼 의사결정의 속도와 방향, 그리고 그 결정이 주민에게 돌아가는 방식이 바뀌었는지를 묻지 않으면, 우리는 상징을 성과로 착각할 수 있다.

460개 유인도, 고령화·인구감소로 무인화 가속

우리나라에는 약 460개의 유인도가 있다. 하지만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유인섬이 무인화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조선시대 중앙의 명령으로 섬을 비워두던 ‘공도정책’의 그림자가 21세기에 자연 감소라는 형태로 되살아나는 듯하다. 섬은 영토의 변두리가 아니다. 국가 해역 경계의 첨병이자, 바다 생태, 문화, 경제의 관문이다. 이 가치가 흔들리면 우리는 바다의 미래를 놓친다. 안전과 주권, 생태와 문화가 한 몸인 공간, 그것이 섬이다.

현장의 변화는 거세고 빠르다. 전통 염전이 메워져 태양광으로 바뀌고, 연안에는 해상풍력이 추진된다. 일부 지역은 에너지 생산 이익을 주민과 나누는 실험을 시작했다. 한편 해수 온난화로 전통 양식산업은 쇠퇴하고, 어장 경계가 흔들리며, 새로운 산업 전환이 불가피해졌다. 변화 자체는 필요하다. 그러나 지속가능성과 공정성의 원칙 없이 추진되는 변화는 ‘주민을 위한다’는 명분 아래 또 다른 난개발을 부를 뿐이다. 개발과 보전의 이분법을 넘어, 섬의 정체성과 생계를 함께 지키는 정교한 해법이 필요하다.

생활 지표와 전통지식, 정책 설계에 반영해야

필자는 2026년을 ‘섬의 해’로 선언하고 싶다. 7월 7일 신안군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섬 학술행사인 ISISA World Island Conference가 열리고, 8월 8일 ‘섬의 날’은 여수에서, 9월 초에는 여수 세계섬박람회가 개최된다. 2015년 작은 칼럼에서 시작된 제안이 이제 학술, 축제, 정책을 잇는 세계적 무대로 확장되었다. 50여 개국의 학자와 학생이 모여 전환기 섬의 미래를 토론하고, 남도의 문화와 산업이 세계에 발신될 것이다. 이 연속된 무대는 상징을 구조로, 의제를 제도로 바꿀 드문 ‘정책의 창’이다. 놓치지 말아야 한다. 그 창을 제대로 열려면, 섬 정책은 사람과 자연의 공존에서 출발해야 한다. 누가 어디서 어떻게 살고 이동하고 돌보는지, 전기와 연료는 얼마나 모자라는지, 병원과 학교까지의 시간은 어느 정도인지, 또한 주민의 삶을 지원하는 모든 자연환경 같은 생활 데이터를 모아 보기 쉬운 지표로 만들어야 한다. 주민이 정책 평가에 직접 참여하는 장치도 필요하다. ‘보이는 데이터’가 있어야 ‘보이는 정책’이 나온다. 또한 섬의 전통지식과 생활기술을 보호하고 전승하는 시스템을 갖춰, 정책 설계의 초기 단계부터 주민의 감각을 반영해야 한다.

에너지 전환, 보전과 보상 원칙부터 

에너지 전환은 염전, 갯벌, 연안 경관을 먼저 지키며 ‘훼손 최소화와 보상’ 원칙을 분명히 해야 한다. 입지 단계부터 경관, 생태, 어장 정보를 한 지도에서 검토하고, 불가피한 경우에는 피해를 최소화하며, 남는 피해는 반드시 보상한다. 이익공유는 지역공익과 미래세대 기금으로 나누는 규칙을 법과 조례로 명확히 하면 어떨까. 무엇보다 지역 협동조합이나 주민지분 참여 모델을 통해 에너지 전환의 소유와 이익이 섬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섬마다 보전, 재생, 개선 구역을 지도에 분명히 정해 ‘아름다운 전환’을 설계하면, 보기도 좋고 살기도 좋은 결과가 나온다.

청년 정주와 생활 인프라 확충 시급 

청년이 머물 이유를 만드는 일도 급하다. 생업과 정주를 묶은 통합 패키지를 가동하고, 원격근무 같은 새 일자리를 섬에 붙이자. 지역 대학, 기업과 함께 ‘위성 캠퍼스’를 만들고, 월 1~2회의 연결형 강의, 현장 실습, 창업 보육을 결합하면 떠났던 사람이 돌아올 수 있다. 디지털, 교통, 의료 인프라는 기본이다. 응급 이송 체계와 원격의료, 섬 간 연계 교통과 물류, 아이 돌봄과 노인 돌봄의 연계망이 촘촘해야 생활이 가능하다. 그리고 섬의 문제는 섬 안에서만 풀 수 없다. 생업, 관광, 보전, 생활, 유통을 한 장의 지도에서 함께 조정하는 섬–바다–육지 통합계획이 필요하다. 계절별 바람과 해류, 조류와 퇴적, 선박 항로와 낚시 구역, 멸종위기종 서식지와 경관축을 한눈에 보는 공공 지도를 만들고, 그 위에서 이해관계자들이 합의한다면 갈등은 줄고 속도는 붙는다. 한국섬진흥원은 데이터와 조정의 허브가 되고, 지자체, 주민, 전문가가 상시 협의하는 구조를 갖추면 된다. 절차가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불확실성을 줄이는 길이다.

‘공공의 자산으로서의 섬’ 인식 전환이 출발점

결국 전환의 바탕은 인식이다. ‘섬의 날’이 진정 유효하려면, 섬을 시혜의 대상이 아닌 공공의 자산으로 보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공공의 섬’이라는 프레임 속에서야 예산은 투자로, 보전은 혁신으로, 주민참여는 공동설계로 작동한다. 섬을 대한민국의 변두리가 아니라 전환을 선도하는 전면으로 세우는 일, 그것이 우리가 함께 가야 할 방향이다. 다가오는 2026년은 시험대이자 기회다. 학술은 질문을 날카롭게 만들고, 축제는 공감의 장을 넓히며, 박람회는 실험과 제도를 연결한다. 우리는 여기서 멈출 수 없다. 지표를 만들고, 규칙을 정하고, 사람을 붙이고, 실패를 기록하며 다음 실험으로 넘어가야 한다. 필자 역시 처음 ‘섬의 날’을 제안했던 그 마음으로, 불편한 질문을 계속 던지고 연결의 실천을 이어가겠다. 물 없는 육지 없듯 바다 없는 섬은 없다. 섬만 보아 숲을 잃지 말고, 숲만 보아 바다를 잊지 말자. 상징을 넘어 구조로, 관성을 넘어 전환으로 2026년, <섬의 해>를 그렇게 만들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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