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해양] 윤곤강 시인은 충남 서산에서 1,500석 규모의 부농 가정에서 1911년 태어나 14세까지 한학을 배웠다. 1925년 상경해 보성고등보통학교에 편입, 1928년 졸업했다. 같은 해 혜화전문학교에 입학했으나 5개월 만에 중퇴했다. 그 뒤 1930년 일본으로 건너가 1933년 센슈대학[專修大學]을 졸업했다. 귀국과 동시에 카프(KAPF)에 가담했다가 1934년 제2차 카프 검거 사건 때 체포되어 전주에서 옥고를 치렀다. 석방 후에는 당진으로 일시 낙향했으며, 이듬해 상경해 1936년 무렵부터 활발한 창작 활동을 시작했다.
1939년에는 『시학(詩學)』 동인으로 활약했으며, 징용을 피해 낙향, 면서기로 근무하다가 해방 후 다시 상경해 1946년 보성고등학교 교사로 근무했다. 이후 조선문학가 동맹에 가입해 활동하다가 1948년 중앙대학교 및 성균관대학교 강사를 역임했다. 그의 작품 활동은 1936년 시와 시론을 활발히 발표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전개되었다.
비교적 다작에 속하는 그의 시 세계는 항상 새로운 시 세계를 개척해보려는 의욕은 있었으나, 지나치게 묘사나 설명에 의존하려는 시작 태도 때문에 전체적으로 응축력이 결여된 결함을 보이고 있다.
일제 강점기에 펴낸 『만가(輓歌)』에서 바다를 노래하기도 했지만 해방후 1948년에 출간한 『살어리』에서는 한 장으로 5편의 바다시를 내보이고 있다.


윤곤강의 시 「바닷가에」는 전통적인 시 리듬을 차용하여 바닷가에 살고 싶다는 시적 화자의 소망을 노래하고 있다. 먹는 것은 나문쟁이, 조개며 갈매기처럼 펄펄 날며, 희게 희게 살고자 한다. 그리고 먼 바다를 바라보며 아침 낮 저녁 휘파람 불며 살리라고 희망한다. 특히 시적 화자는 <내 마음 희게 희게 빛나도록/조약돌 던지며 던지며 살어리>라고 강조하고 있다. 여기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내 마음 희게 희게 빛나도록> 살고자 함이다.
희게 희게 빛나도록 산다는 의미는 과연 무엇일까? <희게 희게>는 시 앞 부분에 등장하는 갈매기로부터 비롯된 이미지인데 이 부분이 두 번이나 반복되고 있다. 그만한 의미가 부여되어 있다고 본다. 그 의미는 이 시의 전체적인 주제의식 속에서 찾아야 한다. 이 시 전체가 내보이는 시적 화자의 삶의 방식은 바다와 더불어 함께 살아가고자 함이다. 이는 달리 말하면 바다라는 자연과 함께 바다처럼 살고 싶음이다. 이런 차원에서 희게 희게 살고자 함은 자연처럼 순수하게 살아가고자 하는 시적 화자의 내면의식을 드러내고 있는 부분으로 해석해도 무방하리라고 본다. 해방 이후의 혼란한 시대 상황 속에서, 자신을 순수하게 지키며 살고자 한 시인의 삶의 희망이 바다를 통해 표출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아침바다」 역시 갈매기를 등장시키며 <외로운 마음은 갈매기처럼/훨 훨 울며 날아 가누나>라고 자신의 내면 상태를 갈매기에 의탁하고 있다. 시적 화자는 왜 외로움에 시달리고 있는 것일까? 해방은 되었지만 남북으로 갈라진 혼돈의 현실 속에서 자신이 서야 할 자리는 늘 흔들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 시가 씌어진 장소는 시인이 밝혀놓은 바로는 고성(高城)으로 나타난다. 이곳에서 쓴 시는 「아침바다」, 「바다」 등 세 편이다. 혼란한 시대 속에서 자신을 곧추세우기 위해 바다를 찾은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 그래서 「바다」에서는 <나는 아노라! 속삭이는 바다, 너의 비밀을>이라고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바다가 들려주는 비밀을 통해 허한 마음을 채우고자 한 것이다. 이러한 시인의 바다 인식은 단순한 바다의 노래가 아니라, 「또 하나의 바다」에서는 <나의 가슴에도 또 하나 큰 바다가 있어…>라는 차원으로 나아간다.
즉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바다가 아니라 시적 화자와 바다가 합일되는 상태로 나아가고 있다. 이 상태를 구체적으로 드러내 보여주는 장면이 「밤 바다에서 –팔미도 바다」에서 <나는 고래처럼/물 속에 잠기고 싶고나>라는 시적 화자의 염원이다. 그러면 왜 시인은 이러한 상태를 지향하고 있는가? <겨레의 눈물 죄 다아 걷어가지고/끝모를 이 바다 밑으로/뉘우침 없이 가맍고 싶>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윤곤강의 『살어리』에 나타난 일련의 바다시는 해방 이후 혼란했던 시대의 아픔을 바다를 매개로 노래하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