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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바다를 위한 에세이 14. 해상국립공원은 국민 모두를 위한 공간이 돼야 한다

  • 기사입력 2025.08.19 07:40
  • 기자명 채동렬 경남연구원 연구위원, 경제학 박사

[현대해양] 국립공원은 ‘한 나라를 대표할 만한 자연경관과 생태계, 역사·문화적 가치를 보호하기 위해 국가가 지정하고 관리하는 지역’을 말한다. 세계에서 국립공원 제도를 가장 먼저 도입한 나라는 미국인데 1872년에 와이오밍주 북서부와 몬태나주, 아이다호주 일부를 ‘옐로우스톤 국립공원’으로 지정한 이후 현재까지 400개소 이상의 국립공원과 국가보호구역을 지정·관리하고 있다.

최초에 독특한 지형·경관과 우수한 자연생태계를 보호하려는 목적으로 국립공원이라는 제도를 고안했으나 현재 미국의 국립공원 정책은 ‘보존(Conservation, 자연과 문화유산의 원형 그대로를 지키는 것)’과 ‘향유(Enjoyment, 국민 모두가 공평하게 공원이 가진 가치를 누리는 것)’의 균형을 추구하고 있다. 미국의 뒤를 이어 국립공원 제도를 도입한 캐나다와 호주, 뉴질랜드 등 국가는 생태계와 경관을 최대한 보존하면서도 국민 대중의 접근을 보장함으로써 국립공원을 관광자원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자연을 자연 그대로 두자(Let nature be nature)’는 운영 원칙하에 국립공원의 상업적 개발을 엄격하게 금지하는 독일 역시 ‘조용한 생태관광’을 허용해 국민 모두가 국립공원이 가진 가치를 누릴 수 있도록 관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67년 3월 3일 제정된 「공원법」에 ‘국립공원은 건설부장관이 지정한다’는 조항(제3조 제1항)이 삽입되어 국립공원 제도가 시작되었다. 1967년 12월 29일에 제1호 지리산 국립공원이 지정되었으며, 그로부터 1년 후인 1968년 12월 31일에 경주국립공원(제2호), 계룡산 국립공원(제3호), 한려해상국립공원(제4호)이 지정되었다. 2025년 7월 현재 전국 23개 국립공원이 유형에 따라 산악형(18개), 해상·해안형(4개), 사적형(1개) 공원으로 관리·운영되고 있다.

작년 한 해 동안 우리나라 23개 국립공원을 방문한 사람은 약 4,066만 명으로 집계됐으니 숫자만 보면 많은 국민의 휴양공간으로 활용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국립공원은 ‘보전’과 ‘향유’의 균형보다는 ‘보전’에 더 중점을 두는 경향이 있어 문제가 제기된다.

한국등산연구소는 지난해 개최한 제6회 정기세미나에서 ‘국립공원 방문객의 자유를 과도하게 규제하는 것’에 대한 문제를 집중적으로 발표·토론하고 산악인들 국립공원을 향유할 자유와 권리를 확대하라는 목소리를 높였다1).


1) 지난해 5월 14일 서울에서 개최되었으며 ‘등산의 자유 : 자연공원법과 시민의 권리에 대한 법리 검토’, ‘허가의 대상이 된 등반 : 휴양 기조의 확산과 산악계의 변화’, ‘국립공원 내 등반 신고제의 문제점’ 등 3건의 발제 후 종합토론이 이어졌다.


해상국립공원의 현실

그렇다면 해상국립공원은 어떤가? ‘보전’과 ‘향유’가 적절히 균형을 이루어 다수의 국민이 만족하는 결과를 얻고 있을까?

산악형 국립공원은 탐방객의 행위를 과도하게 규제함에 따른 정책 불균형, 즉 ‘보전’은 충분히 잘 되고 있으나 ‘향유’의 기회가 부족한 것이 문제인데 해상국립공원은 자연 보전을 위한 수단도 부족하며, 이를 누릴 기회를 효과도 충분하지 않는 2중의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 한려해상국립공원 전체 면적의 약 77%가 바다에 해당되나 공원관리는 육지부에 집중되어 있으며, 해양부 관리 수단은 매우 제한적이어서 바다생태계와 바다생물에 대한 보호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반면에, 육지부의 자연환경과 보호생물종은 산악형 국립공원과 동일한 수준으로 관리되고 있으며, 공원 탐방로도 마찬가지로 산림생태계에 조성되어 있다. 공원의 명칭이 ‘해양국립공원’이 아니라 ‘해상(海上)국립공원’이며, 공원의 관리·운영은 환경부 산하의 국립공원공단에서 맡고 있으니 육지부 위주로 관리·운영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면 구태여 77%에 해당하는 바다공간을 공원구역에 포함할 이유가 없다.

둘째, 해상국립공원은 일정 규모 이상의 숙박·편의·교육·휴양 시설을 집중적으로 설치·운영할 수 있는 ‘집단시설지구’와 환경 훼손이 적은 범위내에서 마을 주민들의 생계유지를 위해 식당, 숙박업소, 카페 등 편의시설을 조성할 수 있는 ‘공원마을지구’구역의 면적이 산악형 국립공원에 비해 협소하다. 반면에 특별히 보호가 필요하지는 않지만 완충공간으로 보전할 필요가 있는 지역에 해당하는 ‘공원자연환경지구’가 전체 공원면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게 계획되어 있어서 육상생태계는 잘 보존되고 있지만 국민이 향유 할 기회를 제공하는 데는 제약이 되고 있다.

출처_한라해상국립공원 페이스북
출처_한라해상국립공원 페이스북

초기의 기대와 정책 변화

국립공원 제도가 처음 도입될 당시에는 국가나 지자체, 지역주민 모두 ‘보존’보다는 ‘향유’기회 제공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가능성에 더 큰 기대를 한 것 같다. 한려해상국립공원 구역 안에 보트장, 수상스키장을 만들고 청소년 야외훈련장, 매머드 호텔, 일반 상업시설지구 조성, 관광여객선과 유람선 도입, 헬리콥터 이착륙장과 15만평 규모의 비행장 건설 등이 1968년도에 경상남도에서 수립한 공원개발계획의 주요 내용이었다.

그 당시에 한려해상국립공원 구역에서 제외된 욕지도의 주민들은 국립공원구역을 재검토해 욕지도가 포함될 수 있도록 조치해 달라는 취지의 데모(시위)를 했을 만큼 주민들의 기대와 관심이 컸다고 한다.

국립공원 조성을 지역관광개발의 기회로 적극 활용하고자 한 정책 방향은 1973년도에 미국 보잉사에 의뢰해 수립한 교통부 용역결과물인 ‘관광종합개발조사보고서’에도 잘 나와 있다2). 동 보고서에는 외국인관광객의 유치를 위해 설악산, 경주, 제주도, 한려수도의 순으로 개발할 것과 제주도내 일정지역을 자유무역지대로 지정해 홍콩과 경쟁적인 지역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건의했다. 그리고 정부는 외국인관광객 유치를 통한 외화 획득을 국가 관광개발의 주요 목적으로 설정, 관광분야를 경제개발계획에 포함시켜 국가의 주요 전략사업으로 추진했다.


2) 1973년 7월 14일 교통부는 장기적인 종합관광개발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미국 보잉사와 기술용역계약을 체결, AID차관 432,500달러와 자체예산 752만원을 들여 6개월 동안 관광지개발 종합계획 작성을 의뢰했다.

국립공원구역내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별도의 종합관광단지 조성이 제안되었고 그 결과는 국립공원 집단시설지구 지정으로 나타났다. 국립공원과 주변지역의 무질서한 개발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 국립공원 집단시설지구 내에서만 숙박 및 상업시설, 관리사무소, 기타 공공시설을 조성할 수 있도록 하고 도로, 상하수도, 주차장, 기타 공공시설은 정부 또는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호텔 및 여관 등의 숙박시설, 일반 상업시설은 민간이 조성하도록 계획한 것이다.


해양관광과 공존을 위한 제안

그러나 1970년대 중반기를 지나면서부터 남동임해공업지구의 중화학공업이 국가경제를 이끌어가는 핵심동력으로 성장함에 따라 해상국립공원의 관광지화는 점점 국가와 지역민의 관심에서 멀어지게 되었다.

그 결과 국제관광지 개발의 우선 대상지로 선정되었던 설악산, 경주, 제주도, 한려수도 중에서 한려수도만 대규모 민자유치사업이 시행되지 못한 채 1994년 환경부 창설을 맞이하게 되었고 이후 자연환경보호 수단이 더 강화되어 해상국립공원구역의 활용 범위는 육지부의 산림생태계로 좁혀진 것 같다.

세월이 흘러 2025년인 지금, 우리나라 국가 경제는 눈부신 성장을 이어왔으나 여전히 세계 10위권 안에는 진입하지 못하고 있고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는 더 심화됐다. 이제야말로 지역관광의 세계화를 통한 경제성장을 전략적으로 검토해야 할 시기인 것이다. 필자는 우리나라의 해상국립공원을 국제적인 관광명소로 발전시키기 위해서 다음 두 가지 사항을 깊이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는 해상국립공원에 포함된 바다공간을 해양레저관광 활동을 위한 장소로 활용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공원구역 중에서 바다공간에 대한 용도지구 설정을 적용해 보호해야 할 해역과 이용해야할 해역을 구분하는 제도 정비가 선행돼야 한다.

그 다음, 해상국립공원을 경쟁력 있는 해양레저관광 해역으로 만들기 위해 해양생물 보호와 서식지 복원사업을 시행해야 한다. 몇 년 전부터 몇몇 대기업들이 해상국립공원구역이 포함된 해역에서 블루카본 흡수원인 잘피숲 조성을 지원하는 ESG경영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는데 아직 생태계복원의 효과는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됐다. 해양생물 서식지와 생태계 전체의 균형있는 복원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여러 요인을 복합적으로 검토해야 하는데 우리나라에서 지금까지 이러한 해양생태계 기능 회복을 추진한 경험이 없기 때문에 세계적인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아서 국립공원공단의 전문성과 역량을 단기간에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예컨대 세계적으로 실효성 있는 해양공원에 부여되는 청색공원상(Blue Park Award)을 획득하는 것을 목표로 미국 해양보호전문기관(Marine Conservation Institute)에서 정한 청색공원기준(Blue Park Standard)을 적용해 해상국립공원을 운영·관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글로벌 세계에서 정한 인증 기준을 적용하고 이를 획득하는 과정에서 해양공원의 실질적인 보호성과를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의 해양공원과 연대해 지속가능발전지표(SDGs), 세계자연보호기구(IUCN), 생물다양성협약(CBD) 등 국제 목표를 달성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지난달에 프랑스에서 열린 UN 해양회의에서 청색공원상을 수상한 하와이 카오올라훼(Kaho‘olawe) 해양공원은 공동체 중심의 어업 및 해양생태계 관리에 과학적 해양보호 체계를 결합한 효과를 인증 받은 사례로, 우리나라 해상국립공원이 지향해야 할 좋은 표본이다.

둘째는 해상국립공원의 시설지구 개발은 해양수산부가 시행하는 어촌재생사업의 범주에 포함시켜 지역사회가 참여하는 형태로 추진하는 방향을 긍정적으로 고민할 것을 제안한다. 호텔과 위락시설 등에 대규모의 민간자본투자를 유치하되 환경보호단체와 어촌공동체의 의사를 반영하도록 함으로써 이해관계자간 갈등에 의한 사업실패를 사전에 방지하고 지역주민이 새로운 경제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 환경적(해양보호)-경제적(해양관광개발)-사회적(어촌활성화) 측면에서 균형을 갖춘 정책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순서다. 해양생태계 회복을 먼저 이루고 난 뒤, 해양공간이 경제적으로도 매력 있는 자산임을 확인한 후에 민간개발이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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