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해양] 현대해양이 주관한 「국민주권정부, 수산정책 어떻게 풀어야 하나?」 토론회에서는 조정희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원장이 좌장을 맡아 종합토론을 진행했으며, 학계, 정부, 수산업계, 입법 현장을 대표하는 8인의 전문가들이 참여해 수산업과 어촌의 미래를 둘러싼 심도 깊은 논의를 펼쳤다. 참석자들은 지속 불가능성의 경고 속에서도 전환기의 수산정책 방향을 진단하고, 지속 가능한 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한 대안과 전략을 제시하며 다양한 해법을 모색했다.
이번 토론에서는 어촌 고령화와 자원 고갈, 기후위기 등 복합적 위기에 직면한 수산업의 현주소를 짚고, 기존 생산 중심 정책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어업인 대상 AI 교육 필수… 기후위기 대응체계 절실
김성호 조합장은 어업현장에 빠르게 확산되는 디지털 기술과 AI가 어업인의 실질적 소득과 직결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과거 정보화 정책이 어촌 변화의 계기가 되었듯이, AI 교육도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 전략이라고 진단했다. 날씨 예보, 양식장 환경 예측, 유통 가격 분석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어촌에서는 디지털 인프라가 취약하고 교육 기회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고령 어업인이 많은 현장 특성을 고려해 이동형 교육 차량과 디지털 기기 보급 확대가 필요하며, 청년 귀어인을 지역 내 AI 교육 멘토로 육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마을 단위 순환 교육체계와 반복 학습 기회를 제공해 디지털 격차 해소가 가능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기후위기에 따른 피해 심화에도 주목했다. 수온 상승, 어장 변화, 양식장 피해가 빠르게 나타나고 있으나, 수산업이 국가 기후재정에서 소외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재 기후대응기금 내 수산분야 독립계정이 없고 전용 지원도 부재한 상황에서, 구조적 위기 대응을 위한 ‘수산기후대응기금’ 신설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단순한 소득 보전이 아니라 자원 회복, 어선 전환, 친환경 기술 확산까지 아우르는 종합적 재정체계가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산 10대 과제, 권익·생계·지속가능성 함께 풀어야
김영철 위원장은 전국 어업 현장의 의견을 모아 수립한 ‘수산 10대 과제’를 토론회에서 소개하며 어업 현장의 생존권과 권익 보호를 강력하게 주장했다. 그는 우선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에 대해 국민 건강권 보호 차원에서 과학적이고 신뢰받을 수 있는 검증 체계 구축과 인체 유해성 입증 시 방류 중단 요구가 필수라고 밝혔다. 고유가와 어획량 감소로 조업비용의 40% 이상이 유류비라는 현실을 짚으며 면세유 드럼당 15만 원 초과분 유류비는 국가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수산물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수산물 이력제를 강화하고, 일본산 수산물에 대해 엄격한 기준을 적용할 필요성을 역설했다. 연안어업과 근해어업 구역을 명확히 분리하고, 어업 구조에 맞는 외국인 선원제도 개선도 강조했다. 특히 연안 소형어선은 정책 사각지대에 있다고 지적하며 감척 사업 확대와 청년어촌진입 지원책 마련을 촉구했다.
수협중앙회장 직선제 도입을 통해 민주적 대표성을 강화하고, 해상풍력 사업에서는 단순 의견 수렴이 아닌 동의 절차 도입과 실효성 있는 보상책 마련도 요구했다. 어선 엔진 개방 검사 폐지, 감척 어선 세금 폭탄 문제 해결, TAC 전면 도입, 법제도 정비까지 포함한 종합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수요자 중심 산업 전환과 어촌 콘텐츠 전략 필요
김지웅 교수는 현재 수산업의 최대 문제로 소비자 수요와 국내 수산물 생산의 불일치를 꼽았다. 소비자 선호는 연어, 새우, 주꾸미, 광어 등 특정 품목에 집중되고 있지만, 국내 양식업은 해조류, 횟감어류, 전복, 굴 위주로 운영되고 있다며 불균형을 지적했다. 이러한 구조적 불일치가 수입산 의존도 심화로 이어졌고, 외식과 유통 시장에서 국산 수산물이 소외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어업에서 벗어나 수요자 중심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해야 한다며, 지역 기반 특화상품 개발과 국내외 소비자 취향 반영이 필수라고 밝혔다. 어촌체험마을, 어촌 6차 산업화 정책도 방향성은 좋았지만 지속가능성 측면에서는 한계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어촌계 중심의 공동법인 육성과 마케팅조직 설립을 통한 수산물 홍보, 가공, 관광, 문화콘텐츠 결합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노르웨이의 NSC와 호주의 시드니 피시마켓처럼 해외 선진사례를 벤치마킹해 수산물 단순 생산이 아닌 관광·체험·식문화 산업으로 확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 수산업이 K-씨푸드라는 새로운 브랜드 가치를 창출하고, 청년들이 참여하는 미래형 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원양산업, 글로벌 식량안보의 전략축… 지원 체계 대폭 강화해야
신현애 전무는 원양산업이 단순 수산업이 아닌 국가 식량안보와 해양주권을 뒷받침하는 핵심 산업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국내 원양선단이 명태, 참치, 꽁치, 오징어 등 내수 공급 불가능하거나 부족한 어종을 대량 확보하고 있으며, 어업 총 생산량의 48%를 책임지는 전략적 산업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원양어업은 선단 노후화, 해기사 인력 부족, 해외어장 확보 경쟁 등 중첩된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연간 850척 규모였던 원양선단이 현재 238척으로 줄었고, 절반 이상이 선령 30년을 초과해 생산성과 안전성이 급격히 저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고령 해기사 비중이 78%에 달하고, 젊은 해기사 이탈이 심각해 산업 지속성이 위협받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정부가 연안국과 신뢰와 협력을 기반으로 해외어장 확대와 어업권 유지에 적극 나서야 하며, 어촌뉴딜형 ODA 확대, 장학사업과 인력 교류 등 대외 전략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원양어선 신조펀드 확대, 세제 지원, 근로환경 개선 등 다층적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신 전무는 원양산업이 식량안보, 해양안보, 국제 외교력 확보의 전략 자산임을 재인식하고 종합 지원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헌법이 보장한 수산업 국가 책임, 정책·예산서 실현돼야
유제범 입법조사연구관은 헌법 제120조 제1항과 제123조에 근거해 어업 보호 및 어촌 개발 의무가 규정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현행 수산 정책과 재정 운용에서 이러한 법적 근거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농업 분야에 비해 수산업은 법률 체계, 정책사업 수, 재정 규모에서 상당한 불균형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수산업이 지닌 식량자원 공급, 해양환경 보전, 농어촌 경제 활성화, 해양영토 관리 등의 공익적 기능에도 불구하고 정부 지원이 미흡하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수산기금 및 재정지원 확대 △농어촌 인지 예산제도 도입 △어촌계 제도 개선 및 진입장벽 완화 △외국인 선원제도 개선 및 체계화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수산업을 어업 중심에서 전후방 연계 산업으로 확장하고, 수산기후변화 대응법, 어촌거점어항 지정 확대 등 입법과제 발굴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수산업 발전을 위해 지방정부와의 협력도 확대해야 하며, 지역 특성을 반영한 정책 추진과 어촌공동체 활성화가 병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수산업이 지속가능한 미래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어업이 아닌 어촌 비즈니스 산업으로 대전환해야
이창수 책임연구원은 어업 생산량 중심 사고방식의 한계를 지적하고, ‘수산물 비즈니스 산업’으로의 전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TAC(총허용어획량) 제도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생산량 확대 전략만으로는 어촌 소득이 지속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어촌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비즈니스 생태계 구축이 필수라며, 어촌계의 법적 지위를 보장하고 실질적인 경제 주체로 육성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는 어촌계가 협동조합 이상의 법인격을 갖추고 수산물 가공, 유통, 관광, 체험, 문화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활동영역을 확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년과 여성 어업인에 대해서는 노동력 대체자가 아닌 어촌 비즈니스의 창업 주체로 육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청년층에는 창업 공간, 사업 플랫폼, 비즈니스 교육 제공이 필수이며, 여성 어업인도 단순 보조 노동력에서 지역경제 주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정책 설계를 수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어촌이 생계 유지 공간을 넘어 체험·관광·브랜드 산업의 거점으로 진화할 때 지속가능성이 확보된다고 강조했다.
어업 인력 기반 붕괴 심각… 내국인 양성과 인력 플랫폼 절실
임종선 선임연구위원은 수산업 지속성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로 인력을 꼽으며 현재 어업 인력 구조의 심각성을 경고했다. 내국인 어업인력은 고령화와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고, 외국인 인력마저 불안정해 공급 기반이 붕괴 위험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선장, 갑판장, 양식장 관리자 등 필수 전문인력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어선 운영과 양식 생산성이 위협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내국인 필수 어업인력 양성을 위한 전문 교육기관 설립과 기존 인력의 기술 전승 프로그램 신설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비수기에는 유휴 인력을 지역 내 타 어업으로 전환 배치하고, 성수기에는 신속한 인력 이동이 가능하도록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전국 규모 어업 인력 중개 시스템을 구축해 인력 수급을 체계화하고, 외국인 근로자의 교육과 노동권 보호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현장 자동화·기계화 지원으로 고령 어업인의 노동 강도를 줄이고, 내국인 신규 진입 장벽도 낮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현 인력 구조를 재편하지 않으면 수산업 존립 자체가 불투명해진다고 진단하며, 대대적 인력 대책 수립을 강조했다.
수산업 대전환… 자원관리·스마트화·가공유통 고도화 동시 추진
황준성 과장은 해양수산부의 수산업 혁신 방향을 조망하며 생산 중심 구조에서 탈피한 산업 재편 전략을 소개했다. 그는 자원 감소와 인력난, 기후변화 속에서 생계형 산업이 아닌 전략 산업으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선 어업 부문에서는 TAC 기반 자원관리 확대와 어선 현대화·감척 사업을 통해 자원의 지속성을 높이고, 어가 소득 안정화를 도모하겠다고 밝혔다.
양식업 부문에서는 스마트양식 클러스터 조성과 자동화·AI 기술 접목으로 생산성과 질병 대응력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고부가가치 품종 개발과 청년·민간 진입 촉진으로 양식업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계획임을 시사했다. 가공·유통 분야에서는 위판장 현대화, 디지털 유통망 구축, HMR 및 프리미엄 상품 개발 등으로 부가가치를 확대하고, 어촌은 단순 거주지가 아닌 비즈니스와 복지거점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황 과장은 이러한 전방위적 전환 정책을 통해 어촌경제 활성화와 청년 유입, 국민 식량안보 실현이라는 세 가지 목표를 동시 달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