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해양] 국민들에게 해양경찰은 일반 경찰에 비해 그 인지도가 낮아 다소 낯선 조직으로 여겨진다. 굵직한 해양 사건이 터지면 잠시 조명을 받다가 금세 사그라진다. 해양이라는 특수한 장소와 관련하여 직무를 수행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삼면이 바다인 한반도에서 해양경찰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고, 그만큼 매우 다양한 업무를 수행할 수밖에 없다. 예컨대, 국민 권익과 수산자원을 보호하기 위하여 불법조업을 단속하거나 독도 등 영유권 분쟁이 있는 지역의 경비 업무를 수행하면서 해양주권을 수호하는 업무, 해양관련 범죄를 예방하고 수사하는 업무, 해양오염의 예방 및 사후 방제를 위해 조력하는 업무 등은 모두 해양경찰의 주요 업무들이다.
해양경찰이 수행하는 업무 중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그 중 특히 국민의 안전과 직결된 업무도 많다. 각종 해양사고가 발생하면 가장 먼저 발 벗고 나서 인명을 수색하고 신속히 구조하는 기관이 해양경찰이다. 태풍이나 지진해일 등 해양 재난을 대비하는 업무, 해상교통을 관제하고 선박의 출∙항을 관리하는 등 해상 질서를 유지하여 해상교통사고를 방지하는 업무 역시 해양경찰이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수행하는 가장 핵심적인 업무 중 하나이다.
그러나, 해양주권 수호 및 국민의 생명과 안전 보호를 위해 이처럼 막중한 임무를 수행하는 해양경찰이지만, 이들이 근무하는 일선 현장의 근무 여건은 대게 매우 열악하다. 아니, 어쩌면 열악하다는 표현보다는 위험천만하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지 모르겠다.
함정 근무의 경우는 밀폐 공간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야 하기 때문에 소음 및 진동이 끊이지 않고, 내부 오염이라도 발생하면 쉽게 정화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건강을 직접적으로 위협한다. 또한 해양주권 수호를 위해 외국인 불법 조업을 단속하면 흉기 등 무기를 들고 달려들어 저항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척박한 해양 환경에서 해양사고가 발생할 때 즉각 출동하여 수행하는 구조 업무 역시 그 자체가 위험천만하다.
해양수산부에서 발표한 2024년도 해양사고 발생 현황(잠정)에 의하면, 해양사고는 3,239건으로 전년 대비 7%가 증가하였고, 인명피해는 대형 해양사고 및 안전사고 등의 증가로 76% 가량 증가하는 등 해양사고의 위험은 커졌다.
해양 현장에서 국민의 안전이 위협받을수록 일선에서 국민을 구조해야 할 해양경찰의 업무 위험도도 고스란히 올라갈 수밖에 없다. 정확한 통계를 추산하기 어렵지만 해양경찰 역시 직무의 특성상 고도의 위험을 무릎쓰고 부여된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소방 및 일반 경찰과 함께 순직 비율이 매우 높은 공무원 조직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수많은 해양경찰이 오로지 국가와 국민을 위해 척박한 현장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앞서 밝혔듯이 안타깝게도 해양경찰은 소방이나 일반 경찰에 비해 국민의 관심과 인지도가 매우 낮은 것이 현실이다. 그동안 정부가 시급하고 실현 가능성이 높은 개선 과제를 적극 발굴하여 해양경찰의 처우 및 근무여건 개선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였지만, 실제 일선 현장에서 체감하는 개선 효과는 크지 못한 듯하다.
근무여건과 처우를 개선하는 것은 곧 적극적인 예산 배정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국민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진 조직에 과감한 예산을 투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해양경찰의 근무 여건이 매우 열악하다는 지적은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왔지만, 근본적인 개선이 이루어지지는 않은 채 여전히 답보 상태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가 예산의 배정은 곧 정치의 산물로서, 특정 정책 목표 달성을 위한 예산의 집중 투입은 국가 조직 리더의 과감한 결단 및 입법부의 지원을 통해 실현된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은 결국 국민의 적극적인 관심에서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직무 위험도가 높은 소방 공무원의 경우 국민들이 중심이 되어 근무여건 개선의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표출하였고, 이는 곧 언론과 정치권의 전폭적인 관심으로 이어져 (여전히 부족하겠지만) 조금씩이나마 전반적인 부분의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다.
해양 경찰의 업무는 해양주권 수호 및 국민의 안전을 위해 한 치의 공백도 없어야 한다. 구성원이 열악한 근무여건과 처우로 인하여 조직을 떠나거나, 업무 유인을 상실하여 특정 위험 업무를 기피하는 현상이 심화된다면, 국가 차원의 또 다른 재난이 아닐 수 없다.
해상을 통한 마약류 밀반입이나 외국인 불법 조업 증가, 기본적인 안전조치의 부실로 인한 해양사고 발생의 급증은 해양경찰의 수사 역량 강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이는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한다는 해양경찰 구성원의 ‘탄탄한 사명감’을 기초로 할 때 비로소 가능하다.
매일 같이 생사를 넘나 들며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모든 해양경찰들께 국민의 많은 관심이 이어져 대한민국이 더욱 안전하고 강력한 해양 국가로 거듭나길 바란다. 해양경찰들께는 생업에 바빠 미처 적극적인 의견을 표출하지 못할 뿐 여러분의 노고에 깊은 경의를 표하는 국민들도 많다는 점을 표현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