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해양] 대한민국 굴업계를 대표하는 굴수하식수산업협동조합이 최근 괄목할 만한 성과와 혁신적인 행보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기록적인 고수온과 소비 시장 침체 속에서도 4년 연속 위판고 1,000억 원을 돌파하는 저력을 과시했으며, 최근에는 서울 강남에 지점을 개설하며 전국구 조합으로서의 경쟁력을 입증했다.
특히 수십 년간 업계의 숙원이었던 ‘수산부산물법’ 개정을 주도하여 친환경 자원화의 길을 연 데 이어, 스마트 양식을 도입하는 등 지속가능한 미래를 향한 혁신을 이끌고 있다. 대한민국 굴 산업의 역사를 써온 선도 조합에서, 이제 그 미래를 개척하는 ‘혁신 리더’로 거듭나는 굴수하식수협의 현재와 미래를 집중 조명한다.
대한민국 굴 산업의 역사를 쓴 선도 조합
1964년 7월 5일 창립한 굴수하식수산업협동조합은 현재 1,000여명의 조합원이 함께하며 업종별 수협 중 가장 많은 조합원 수를 자랑한다. 조합의 역사는 끊임없는 확장과 발전의 연속이었다. 창립 초기 경남 일원에 한정됐던 업무구역을 1972년 전국으로 넓히며 전국 단위 조합으로 도약할 기틀을 마련했다. 1979년 상호금융 업무를, 1980년 공동판매장을 개장하며 조합원 지원의 기틀을 마련했다.
이러한 단단한 기반은 최근의 위기 속에서 그 진가를 발휘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기록적인 고수온 현상과 장기적인 수산물 소비 시장 침체라는 이중고 속에서도, 조합은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다각적인 홍보 활동에 더욱 매진한 결과, 2023년까지 4년 연속 위탁 판매고 1,000억 원을 돌파하는 저력을 보여주었다. 지난해 기록한 982억 원이라는 위판액 역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1,000억 원에 육박하는 판매고를 지켜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결코 작지 않다.

미래를 위한 투자: R&D와 종자 개발에 사활을 걸다
굴수하식수협의 가장 큰 경쟁력은 단순히 현재의 생산량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를 내다보는 R&D 투자’에 사활을 거는 데 있다. 조합은 2003년, 전국 수협 최초로 자체 연구실을 설치하며 과학적 데이터에 기반한 품질 경영 시대를 열었다. 지난해에만 노로바이러스 645건, 일반세균 238건, 대장균 241건, 장염비브리오 531건 등 총 1,655건에 달하는 정밀 검사를 자체적으로 수행하며, 소비자 식탁에 오르기 전 모든 잠재적 위해요소를 철저히 차단하고 있다. 나아가 기후변화 시대에 안정적인 종자를 확보하는 것이 산업의 명운을 좌우한다고 판단, 근본적인 품종개량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국립수산과학원 남동해수산연구소, 경상남도수산자원연구소 등 국내 최고의 연구기관들과 손잡고 2019년부터 경남도내 6개 해역에 직접 모패(어미조개) 산란장을 조성해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협력은 '효율적인 굴 육종연구 추진을 위한 민·관·연 MOU' 체결로 더욱 공고해졌다.

굴수하식수협, 강남에 깃발을 꽂다
지난해 10월 23일, 굴수하식수협은 통영을 넘어 대한민국 경제의 심장부인 서울 강남에 수도권 1호점 ‘강남개포지점’을 성공적으로 개점하며 역사적인 이정표를 세웠다. 이는 지난 60년간 지방에 국한되었던 상호금융 영업의 한계를 과감히 탈피하고, 전국 단위 조합으로서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승부수다.
강남개포지점의 개점은 단순히 영업망을 하나 늘린다는 의미를 넘어선다. 조합은 이를 ‘제2의 도약 원년’으로 삼고, 급변하는 금융 환경에 신속하고 능동적으로 대응할 새로운 거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 지점은 강남 지역의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여·수신 업무를 확대하는 선봉장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지홍태 조합장은 “기본에 충실한 윤리경영을 필두로 고객 중심 경영을 실천하여, 조합원과 고객의 권익 보호와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굴맛이 꿀맛’, 최고의 품질로 전하는 약속
최고의 품질도 소비자가 알아주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굴수하식수협은 ‘품질’이라는 든든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소비자의 마음을 열기 위한 공격적이고 다각적인 홍보·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다. 조합은 단순히 상품을 파는 것을 넘어, 굴이라는 수산물의 가치와 즐거움을 알리는 문화 전도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매년 11월경 개최되는 통영의 대표 축제인 ‘한려수도굴축제’와 ‘여수 굴 소비촉진 무료시식회’가 있다.
나아가 지난해 4월 4일 해양수산부의 승인을 받아 의무자조금으로 전환된 ‘한국굴수하식연합회’와 함께 더욱 안정된 재원으로 굴 소비촉진 및 수급 조절 사업을 체계적으로 추진할 발판을 마련했다. 이는 개별 조합의 노력을 넘어, 굴 산업 전체의 발전을 위한 공동의 노력을 이끌어 가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정책부터 실행까지
굴수하식수협은 현재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굴 산업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협하는 과제들을 정면으로 돌파하며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업계의 숙원이었던 「수산부산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의 개정을 조합이 직접 주도한 것이다.
기존 법률은 굴 껍데기 재활용의 발목을 잡고 있었고, 이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굴수하식수협이 직접 팔을 걷어붙였다. 조합이 중심이 돼 정부, 국회, 학계를 설득하고 마침내 법률 개정안 통과를 이끌어낸 것이다. 이를 통해 폐기물이던 굴 껍데기를 귀중한 자원으로 재탄생시킬 법적 기반이 마련됐으며, 통영시가 추진하는 양빈제 사업과도 시너지를 내며 친환경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지홍태 조합장은 “풍요로운 생산 뒤에는 그만큼의 책임이 따른다”며 “한 해 30만 톤씩 쌓이는 굴 껍데기는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우리 모두의 숙명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해양폐기물관리법상 처리 규정도 까다로워 어업인 개인이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고, 어촌의 미래를 위해 누군가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였다”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굴 껍데기는 오랜 시간 어촌의 가장 큰 골칫거리였다. 굴수하식수협은 이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총사업비 190억 원을 투입, ‘패각 자원화 시설’을 설립하는 역사적인 도전에 나섰다. 이 최첨단 시설은 폐기물을 보물로 바꿔냈다. 최신 자동화 설비를 통해 세척, 이물질 선별, 소성, 분쇄 과정을 거친 굴 껍데기는 순도 98.5% 이상의 고품질 탄산칼슘(CaCO₃)으로 재탄생한다. 이는 단순히 한 조합의 성공을 넘어, 대한민국 수산업 전체가 나아가야 할 지속가능한 발전의 청사진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욱 깊다.
대한민국 최초 ‘굴산업진흥법’ 제정을 이끌다
굴수하식수협은 현재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산업 전체의 미래를 설계하는 ‘정책 리더’로서의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세계적인 위상을 가진 굴 산업이 그동안 체계적인 지원을 위한 법적 기반이 부재하다는 문제의식을 느끼고, 대한민국 최초로 굴 단일 품목에 대한 독립 법률인 「굴 산업 진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 제정을 전면에서 이끌고 있는 것이다. 정점식 국회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법률안은 굴수하식수협이 업계의 구심점이 돼 오랜 시간 준비하고 제안한 결과물이다. 법안의 핵심은 국가 차원에서 굴 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하는 데 있다.
주요 내용으로는 △해양수산부 장관이 5년마다 ‘굴산업진흥기본계획’을 수립·시행하고 △R&D, 가공, 유통 시설이 집약된 ‘굴산업 진흥단지’를 지정하며 △안정적인 연구·개발을 위한 전문기관을 지정하는 등 굴 산업의 백년대계를 위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담고 있다. 굴 산업이 국가 차원의 지원을 받는 기간산업으로 발돋움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조합은 수협중앙회 및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과 함께 ‘굴 양식재해보험 상품 개선 간담회’를 주최해, 현실적인 피해 산정 기준 마련과 보험료 지원 확대 등 어업인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직접 발 벗고 나섰다.
60년의 단단한 역사 위에 과학 경영과 친환경 기술, 스마트 양식이라는 혁신의 기둥을 세운 굴수하식수협. 단순한 생산량 1위 조합을 넘어, 이제는 대한민국 수산업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선도하는 ‘100년 조합’을 향한 담대한 항해를 계속하고 있다. 이들의 도전이 통영의 푸른 바다를 넘어 대한민국 수산업의 미래를 더욱 풍요롭게 만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