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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 해양 측량 기술과 기술자의 역할

  • 기사입력 2025.08.18 06:18
  • 기자명 용수빈 ㈜세광종합기술단 차장
용수빈 ㈜세광종합기술단 차장
용수빈 ㈜세광종합기술단 차장

[현대해양] 해양 공간의 중요성이 높아짐에 따라 정밀하고 지속 가능한 해양 정보 확보에 대한 요구는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수로 및 해양 측량 분야는 단순한 수심 조사에서 벗어나 고해상도 해저 지형 분석, 해양 구조물 안전 진단 등 다양한 분야로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기존의 해양 측량 방식은 대규모 선박 이용, 고중량의 장비, 다수의 인력이 필요하며, 시간과 비용 측면에서 많은 제약이 존재한다. 최근 들어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자 무인 해양 측량(Unmanned Hydrographic Survey)이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무인 해양 측량 기술의 진화

최근 들어 무인 해양 측량 기술이 주목받는 이유는 기존 유인 방식이 가진 한계를 극복하고 다양한 기술적·운영적 이점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무인 플랫폼의 가장 큰 장점은 인간이 직접 접근하기 어려운 지역에서도 자유롭게 운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유인 선박보다 무인 플랫폼은 24시간 무인 운항과 야간 측량이 가능하며 반복 작업 및 장시간 조사에서도 성능 저하 없이 일정한 품질의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무인 플랫폼은 운항 시에 발생하는 소음과 진동이 적고 탄소 배출이 낮아 해양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도 상대적으로 적어 친환경적인 측면 역시 무인 플랫폼의 중요한 장점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무인 해양 측량 기술은 선진국을 중심으로 이미 다양한 분야에서 실용화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 해양대기청(NOAA)은 대표적으로 ‘DriX’라는 고성능 자율 운항 수상정을 도입하여 연안 수심측량, 해저 지형 탐색 등 다양한 조사에 활용하고 있다.

노르웨이에서는 세계적인 해양 기술 기업인 ‘Kongsberg Maritime’이 개발한 무인잠수정(AUV) ‘HUGIN’이 심해 조사에 투입되고 있다. 이 장비는 3,000m 이상의 수심에서도 고해상도 데이터를 취득할 수 있으며, 다중빔음향측심기, 사이드스캔소나, CTD 센서 등을 탑재하여 해저 구조물 탐색, 자원 조사, 해저 케이블 경로 분석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고 있다.

일본 국토교통성 해상보안청(JCG)은 협소한 부두, 수심이 얕은 갯벌 지역, 해상공사 주변 등 유인 선박의 접근이 어려운 지역에서 자율 운항 수상정을 활용해 수심측량을 수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드론을 이용한 해안선 측량과 자율 운항 수상정을 이용한 수심측량을 통합하여 연안 환경 변화에 대한 고정밀 3차원 지형 모델을 구축하는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도 최근 몇 년간 정부 주도하에 무인 해양 측량 기술의 개발과 실증이 본격화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국립해양조사원은 2020년부터 무인 수상정을 활용한 연안 정밀 측량 시범사업을 추진해왔으며, 서해와 남해의 갯벌 지역에서 다수의 실질적 운영 성과를 축적하였다.

이러한 무인 해양 측량 기술은 다양한 분야에 응용될 수 있다. 항만 및 연안 개발을 위한 사전 지형 분석, 해양플랜트 설치 전 해저 상태 점검, 해양 재난 발생 후 피해 지역 조사, 해양 생태계 모니터링 등 실무 중심의 조사뿐만 아니라 해양 공간 계획 수립, 해양 보호구역 설정, 해양 레저 및 관광 개발을 위한 기초자료 확보에도 활용이 가능하다. 향후에는 해저 광물 자원 탐사, 해양 탄소 저장소(CCS) 모니터링 등 기후 변화 대응 기술과 연계되어 지속 가능한 해양 관리와 환경 전략의 핵심 기술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술의 한계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인 해양 측량 기술은 완전한 자율성과 독립적인 운용 능력을 확보하지 못한 실정이다. 그 주된 이유는 첫째, 해양은 바람, 파랑, 해류, 조류 및 기상 현상에 영향을 받으며, 이러한 외력 조건에 의해 변화된 해황은 무인 플랫폼의 항해 성능에 크게 영향을 줄 수 있고, 센서 역시 이러한 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측량 작업의 안정성과 정밀도가 저하될 수 있다.

둘째, 실시간 통신 인프라의 한계도 하나의 단점으로 작용한다. 특히 통신망이 미비한 외해나 심해와 같은 원거리 지역에서는 원격 제어나 실시간 관제가 어려우며, 위성 통신의 경우 신호 지연이나 단절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통신의 불안정성은 장비 오작동이나 고장으로 이어질 수 있어, 무인 시스템의 지속적 운용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무인 해양 측량은 자동화 기술을 기반으로 하지만, 측량 데이터를 해석하고 그 품질을 검증하는 과정에서는 기술자의 판단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수심값 보정, 반사 강도 분석, 음향 간섭 제거, 잡음 필터링, 위치 오차 분석, 좌표계 변환 등과 같은 후처리 작업은 높은 수준의 정밀도와 해석 능력을 요구한다. 이러한 작업을 자동화하기 위한 알고리즘이 개발되고는 있지만, 모든 해역 조건에서 일관되게 작용하지 않기 때문에 완전한 자동화에는 한계가 존재한다.

기술자의 역할

이러한 한계로 인하여, 무인 플랫폼의 실질적인 운용 과정에서 기술자의 역할이 다층적으로 요구된다. 우선, 조사 목적에 따라 적절한 플랫폼과 장비 구성을 선택하고, 최적의 항로를 설계하며, 해양 환경에 따라 조사 일정을 조정하는 등의 전략적 판단이 필요하다. 이는 대상 해역의 특성 및 기상, 장비 운용 등 각종 변수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계획 수립 과정으로, 고도의 전문성과 경험을 요구한다. 아울러, 실제 측량 과정에서는 장애물 탐지, 장비 고장, 통신 오류 등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들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러한 상황에 대한 즉각적인 판단과 조치는 기술자의 개입 없이는 한계가 있다. 더불어, 측량을 통해 수집된 방대한 데이터의 품질을 관리하고, 적합성을 검토하며, 2차 가공 및 해석을 수행하는 과정은 기술자의 역할이 핵심적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무인 해양 측량 기술은 효율성과 안전성, 비용 절감 측면에서 뛰어난 강점이 있지만, 복잡하고 불확실한 해양 환경, 열악한 통신 인프라, 데이터 해석의 어려움, 제도적 기반의 부족 등 다양한 기술적 한계도 존재한다. 이러한 이유로 시스템의 안정적인 운영과 데이터 신뢰성 검증,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 대한 신속한 대처, 최종 해석과 규제 체계의 확립까지 모든 단계에서 무인 해양 측량 기술은 기술자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향후 무인 해양 측량 기술은 지속적으로 발전할 것이며, 이를 설계하고 운용하며 해석하는 기술자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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