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해양] 국내 쇄빙연구선 아라온호
아라온호는 남극과 북극에서의 연구 활동을 지원하고 남극 기지의 보급 지원 수행을 목적으로 건조된 국가 대형 연구 시설이자 국내 최초 쇄빙연구선으로 총톤수 7,507톤, 길이 111m, 항해속력은 12노트(22.2㎞/h), 1미터 두께의 해빙을 시속 3노트(약 5.6㎞/h)의 속력으로 얼음을 깨며 항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더불어 음향 측심장치(Mui-beam echo sounder), 탄성파 장비(Seismic system), 해수 분석 장비(CTD) 및 해저 퇴적물 채취 장비를 비롯한 60여 종의 연구 장비를 탑재하고 있다.
2009년 11월 항해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극지방에서 우리나라의 독자적인 연구 활동 범위를 확장하며, 극지 해역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해양 연구 성과 달성 지원 및 자연 과학 연구뿐만 아니라 쇄빙 중에 발생하는 문제점 개선을 위한 연구를 지원하여 차세대 쇄빙선 건조 기술에 힘을 보태는 등 국내 극지 연구를 선도하고 있다.
운항 초기 쇄빙선 운항 기술과 경험이 전혀 없던 어려운 국내 해운 환경에서 국외 쇄빙선 보유국과의 협업으로 결빙 해역 운항 정보 수집, 쇄빙 항해 기술 등 운항에 필요한 기술 습득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결빙 지역 항해술을 확보하여 2015년부터 국내 인력만으로 아라온호 운영이 가능하게 됐다.
최근에는 지속적인 결빙 지역 항해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자 해기사 양성 기관인 대학과 상호 업무 협약서를 체결하고 재학 중인 학생을 대상으로 아라온호 승선 실습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현재까지 10명의 인력을 양성하였으며 올해는 아라온에서 실습한 항해사가 정규 항해사로 승선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POLAR Code 대응과 북극항로 통항 기반 마련
아라온호는 국제해사기구(IMO)의 극지 운항 안전 규정인 'POLAR Code'를 만족하는 운항 매뉴얼을 독자 기술로 개발해 극지 운항 안전 기반을 마련했다. 이는 향후 북극항로 통항을 희망하는 일반 상선들에게 운항 정보와 기술지원을 제공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 쇄빙 항해 경험과 데이터가 집적된 아라온호는 극지 선박 운항의 모범 사례로 평가된다.
아라온호는 지난달 3일 인천항을 출항해 16번째 북극 항해에 나섰다. 이번 탐사에는 총 122명의 연구진이 탑승하며, 베링해·처치해·동시베리아해에서의 1항차, 보퍼트해에서 국내외 연구진이 참여하는 2항차 연구가 진행된다. 총 소요 기간은 93일이며, 10월 2일 인천항으로 귀항 예정이다.
또한 아라온호는 극지항해 전문 인력 양성과 데이터 축적, 현장 대응 시스템 고도화 등 다층적인 전략을 수반하는 복합적 임무를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연구선 이상의 전략 자산으로서의 위상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북극항로 개척을 위한 전략적 임무 수행
이번 아라온호의 북극 탐사는 ‘북극항로 태스크포스(TF)’ 발족 이후 처음으로 시행되는 북극해 현장 연구로, 실질적인 항로 개척을 위한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북극항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가운데, 이 항해는 단순한 탐사 임무를 넘어 항로 확보, 기술 검증, 전략 수립을 위한 복합적 목적을 띤다. 아라온호는 이번 항해를 통해 북극항로 개척에 필요한 상세 항해 정보와 해빙 조건별 안전 항로 확보 가능성을 검토하고, 실제 항해 중 관측되는 해양·기상 조건에 대한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수집할 예정이다.
이번 북극 탐사가 특별한 이유는 과학적 연구 활동에 더해, 지금까지 아라온호가 축적해온 결빙 해역 운항 경험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상용 선박도 활용 가능한 운항 기술 개발 및 데이터 활용 시스템 시험이라는 이중의 임무를 수행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해빙 회피 항로 설정, 선박 기동성과 속도 변화에 따른 해빙 저항 분석 등 고위험 해역에서의 운항 안정성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기후변화로 해빙 패턴이 빠르게 변하는 상황에서, 예측 가능성 확보는 항로의 지속가능성을 판단하는 데 핵심 요소다.
처음 아라온호가 처음 북극에 진입했을 당시만 해도, 우리에게는 해빙에 대한 정보도 부족했고, 결빙 해역을 항해할 수 있는 독자 기술도 존재하지 않았다. 쇄빙 기술을 습득하고 항해 데이터를 쌓기까지 수년간 외국 쇄빙선의 협조에 의존해야 했던 시절이 있었다. 당시 우리는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바다”를 마주하고 있었다. 그러나 2025년 현재, 아라온호는 자체 기술과 경험을 토대로 북극의 주요 해역을 독립적으로 항해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
이번 16번째 북극 항해는 바로 그 성과를 바탕으로, 우리 기술로 북극항로 통항을 준비하고 후속 세대에게 기술을 전수하는 ‘선도국가형 탐사’로 전환되었음을 알리는 상징적 이정표다. 아라온호는 더 이상 단순한 극지 연구선이 아닌, 대한민국이 북극항로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 플랫폼이자, 해양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전초기지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미래를 향한 한 걸음, 아라온의 상징성
어느 때보다 가속화되는 지구 온난화 현상에 따라 북극해에서도 이상 기후 현상이 보고되고 이로 인한 지속적인 해빙 면적의 감소로 북극항로의 통항 확대가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에서 선박 운영을 지원하는 기관에서 선도적 준비가 필요할 때이다.
우선 유빙 지역 항해가 가능한 선박인 내빙선 건조 지원을 확대하고 결빙 지역 운항 전문 인력 양성 기반을 조성해야 할 시기다. 점차 AI로 운영되는 디지털 결빙 지역 항해 기술을 개발하고 결빙 지역 항해 중 실제 해빙 두께를 계측하는 기술을 기후 데이터와 결합하여 해빙과 유빙 분포를 예측하는 극지 운항 지원 시스템 개발은 안전한 항해를 지원하여 어떤 선박이 어느 시기에 북극항로에 투입되어도 항해가 가능하게 할 것이다.
북극항로로 가는 길을 늦출 수 없는 지금이 기회이며 한 걸음 앞선 대응과 준비만이 기회를 성공으로 이끌어 대한민국을 진정한 해양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게 할 것이다. 아라온호의 이번 북극 항해는 16번째가 아닌 다시 첫걸음을 내딛는 의미가 포함된 중요한 항해라 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