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해양] 바다는 언제나 인류에게 무한한 가능성과 함께 예측할 수 없는 위험을 안겨줍니다. 거센 파도, 급변하는 기후, 미지의 해저 환경, 육지와는 다른 법·제도는 해양 산업을 본질적으로 높은 리스크를 내포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요소들입니다. 이러한 속성은 해양 산업이 일반적으로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운영 구조를 갖게 하며, 산업 발전의 한계를 초래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해양산업 중에서 해운산업은 위험을 분산하고 집단책임을 지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이러한 한계를 돌파해 왔습니다. 17세기 영국 런던의 로이드 커피하우스(Lloyd Coffee House)에서 시작된 해상보험은 해운업이 고위험 산업임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기반이 됐습니다. 이 제도는 오늘날 해운산업이 금융, 보험, 법률 등 서비스 복합산업으로 진화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습니다.
우리나라도 해운업의 성장과 함께 해운서비스 산업을 발전시켜왔습니다. 특히 한진해운 파산 이후 해양진흥공사를 설립하고 정책 금융과 펀드 조성을 통해 제도적 보완에 나서며 해운 서비스를 더욱 선진화시켰습니다.
그러나 해운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해양산업은 여전히 지원 서비스 체계가 취약한 편입니다.
1970년대에서 1990년대까지 황금알을 낳았던 수산업은 자원 고갈과 규제 강화, 시장 축소 등으로 침체와 구조조정 이라는 난관에 부딪혔지만 이를 돌파해 나갈 안정적인 서비스 시스템 구축을 해 내지 못했습니다.
최근 주목을 받는 해양레저·관광 분야 역시 보험, 계약, 렌탈 등 기본적 서비스 인프라가 부실해 소비자 보호와 사업 안정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해양에너지 개발과 해양환경산업 역시 공공성과 수익성이 혼재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응할 차별적인 금융·정책 서비스 장치를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해양산업의 서비스 체계의 미흡은 결국 산업 전반의 성장을 가로막고, 투자자들의 진입을 주저하게 하는 악순환을 반복하게 만듭니다.
해운산업에서 검증된 투자유치, 위험분산, 그에 따른 다양한 서비스 시스템을 타 해양산업으로 적극 확장해 볼 것을 제안해 봅니다. 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생산 역량 못지않게 리스크 관리를 위한 금융, 보험, 법률 등 서비스 인프라가 중요한 것입니다.
아울러 정책적 접근에 있어서도 열위산업이나 영세업종에 대한 복지적 관점의 안전망 구축과는 구분하여 민간 투자 친화적 제도와 산업 리스크 관리 및 신뢰 확보 기반을 구축하는데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해양산업 내에서 오랫동안 축적된 경험 노하우를 유사 산업에 적용시켜보는 것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아 닐까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