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해양] 정부와 민간이 총 150억 원을 투입해 건립한 경기도 시흥시 ‘아쿠아펫랜드 관상어 생산·유통단지’ 사업이 2022년 9월 준공 이후 2년이 넘도록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놓여 있다.
사업 활성화에 필수적이었던 80억 원 규모의 후속 정책자금지원이 은행의 대출 거절로 최종 무산되면서다. 이 과정을 두고 사업자 측은 “정권 교체 후 정부가 약속을 뒤집고 의도적으로 행정 절차를 방해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해양수산부는 “사업자 측의 무리한 요구와 은행의 합리적인 판단 때문”이라고 맞서고 있다. 2년간의 깊은 갈등 끝에, 최근 2025년도 예산을 활용한 협상이 진행되며 사업 정상화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1호 관상어 단지’의 청사진과 그 전제
아쿠아펫랜드는 정부의 관상어 산업 육성 의지가 담긴 핵심 프로젝트였다. 정부는 2011년 관상어 산업을 10대 수산물 수출 전략 품목으로 선정한 것을 시작으로, 2014년에는 관상어산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이어 2015년 12월, 해양수산부는 제1차 관상어산업 육성 5개년 종합계획을 수립하며 생산·연구·유통·수출이 원스톱으로 이뤄지는 ‘관상어 생산·유통단지’ 조성을 공식화했다.
이 계획에 따라 2017년 해수부 공모를 통해 경기도 시흥시가 관리·감독기관으로 선정됐고, 국비 45억, 지방비 30억, 민간자본 75억 등 총 150억 원의 사업비가 책정돼 2022년 9월 건물이 준공됐다.
하지만 사업자 측은 사업 초기인 2016년부터 150억 원의 예산으로는 정부가 구상한 대규모 단지 조성이 어렵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에 당시 해수부는 “현재 예산이 150억이므로 우선 건축물을 먼저 사업하고, 내부시설인 현대화 양식시설, 연구시설, 교육시설 등은 추가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으며, 이 내용은 제2차 관상어산업 육성 5개년 종합계획(2021~2025)에도 그대로 반영됐다고 심홍석 아쿠아펫랜드 대표는 주장했다. 실제로 제2차 종합계획에는 ‘신규 생산·유통단지(아쿠아펫랜드) 육성 지원 계획’의 일환으로 ‘ 양식시설 현대화 사업과 연계’, ‘친환경양식육성사업 연계’ 등 이 명시돼 있다.
‘멈춰버린 2년’, 지원 지연의 원인을 둘러싼 진실 공방
2022년 9월 준공 이후, 약속된 후속 지원은 2년 가까이 이뤄지지 않았다. 그 원인을 두고 각 주체의 입장은 첨예하게 대립한다.
해수부 양식산업과 관계자는 “사업자 측이 건물 건립에 투입된 것과 동일한 회계인 농어촌특별회계(농특회계) 자금으로 보조금을 추가 지원해달라고 2년간 반복적으로 요청했기 때문”이라며, 기획재정부가 이를 ‘중복 지원’으로 판단해 계속 반려한 것이 지체의 주된 요인이라고 밝혔다.
반면 심홍석 아쿠아펫랜드 대표는 ‘중복 지원’이라는 해수부의 주장에 대해, 건축과 내부 시설 지원은 별개 안건이며 이는 처음부터 약속된 ‘추가 지원’이었다고 반박한다. 채승민 관상어협회 회장은 “당시 현대화 자금 융자 사업의 근거 법령이 수산업법, 양식산업 발전법, 내수면어업법 등으로 한정돼 있어, 정작 관상어산업법에 따른 사업자인 자신들은 신청 자격조차 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심 대표는 해수부가 의도적으로 행정 절차를 지연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는 준공 후 3개월 내에 신청해야 하는 단지 지정을 앞두고, 해수부가 법에 없는 ‘외부 연구기관 용역’을 시흥시에 요구해 1년 가까이 시간을 지체시켰다고 주장했다. 이후에도 해수부가 ‘감사원 감사’를 이유로 업무 중단을 요청했으나, 감사원 측에서 그런 사실이 없다고 확인해준 뒤에야 절차를 재개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심지어 어렵게 신청서를 제출하자, 관상어산업법 시행규칙 제8조가 ‘입주희망 관상어사업자’를 요건으로 명시하고 있음에도, 해수부가 법적 근거 없이 ‘실제 입점하여 영업 중인 사업자 10인’ 을 요구하며 신청을 반려했다고 주장했다.
관리·감독 주체인 시흥시 신도시사업과 관계자는 “(자금 지원이 늦어진 것은) 해수부에서 (융자) 지침 개정을 빨리 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지침 개정이 안 됐기 때문에 그전에는 신청할 수가 없었던 것”이라고 밝혀, 행정 절차 지연에 무게를 싣는 입장을 보였다.
은행의 ‘대출 불가’ 결정, 또 다른 책임론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11월 21일, 해수부는 아쿠아펫랜드를 80억 원(융자 64억, 자부담 16억) 규모의 ‘양식시설 현대화 사업’ 대상자로 최종 선정했다. 그러나 한 달여 뒤인 12월 30일, 수협은행은 ‘대출 불가’를 통보했다.
수협은행 관계자는 “담보 가치 부족 등이 확인될 경우, 정부 사업이라도 부실이 우려되는 대출을 해줄 수는 없다”며 “정상적인 심사 절차에 따른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해수부 역시 “80%가 넘는 공실률과 낮은 담보 가치 등을 고려한 은행의 자체적인 금융 심사 결과”라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사 업자 측은 “2년간의 행정 지연이 재무 상태를 악화시킨 결과”라고 반발했다.
갈등을 넘어, 정상화를 향한 마지막 기회
지난해 예산 집행이 최종 무산된 후, 최근 사업 정상화를 위한 새로운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다. 시흥시에 따르면, 아쿠아펫랜드내 사업자를 대상으로 2025년도 사업 예산을 활용한 대출이 다시 추진되고 있다. 사업자 측은 현재 농림수산업자신용보증기금(농신보)에 보증서 발급을 협의 중이며,이를 통해 수협은행의 대출을 이끌어낼 계획이다.
수협은행 측 역시 농신보의 보증서가 발급된다면 대출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시흥시 관계자는 “현재 수협에서 좀 도와주겠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어 조심스럽게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흥시 관계자 또한 “2주에 한 번꼴 로 현장을 방문해 회의를 진행하며 상황을 공유하고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2년간의 깊은 갈등을 끝내고, 150억 원 규모 프로젝트의 운명을 가를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