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해양] 국립인천해양박물관이 '바다의 날' 30주년을 기념해 고래를 주제로 한 세 가지 전시를 동시 진행하고 있다. 마중물 전시 「고래 안의 고래」, 본 전시 「고래와 인간」, 실감영상 특별전 「하모니」가 각각 다른 형식과 시선으로 고래를 조명한다. 박물관 건물 외관에서부터 전시장의 세부 디테일까지 '고래'가 중심에 놓인 이번 기획전은, 관람객이 진화와 역사, 예술과 과학, 환경과 공존의 이야기를 차례로 경험하도록 구성됐다.
고래 안의 고래, 고래 형상 건물 속 밍크고래 표본

국립인천해양박물관 3층 로비에 들어서면, 고래 형상을 본뜬 박물관 건물 내부에 또 하나의 고래가 자리한다. 제목 그대로 ‘고래 안에 있는 고래’다. 이번 전시의 주인공은 2018년 6월 부산 앞바다에서 혼획된 밍크고래다.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가 이관받아 연구하던 개체를 박물관이 협업을 통해 전시용으로 분양받았다. 표본은 실제 뼈대를 기반으로 일부 갈비뼈와 양쪽 지느러미, 퇴화한 뒷다리 흔적이 남아 있는 골반뼈 등을 3D 스캔과 출력으로 복원했다. 관람객은 고래의 진화 흔적을 실물 크기로 확인할 수 있다.

전시장은 ‘해변가’와 ‘심해’로 나뉜다. ‘해변가’ 공간은 바다를 향해 열린 로비 뷰와 어우러져 밝고 개방적인 분위기를 주고, ‘심해’ 공간은 어두운 조명과 함께 파도 소리, 고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연출됐다. 밍크고래 표본 주변에는 현대 작가 3인의 바다 영감 작품이 순차 전시된다. 정찬부 작가의 「피어나다」는 버려진 일회용 빨대를 잘게 잘라 이어 붙인 조형물로, 낚시찌나 씨앗, 알을 연상시키며 ‘생명의 순환’을 시각화한다.

황다영 작가의 「Under the Sea」는 해초와 산호 등 바닷속 생물의 형태와 질감을 구현한 아트 퍼니처 시리즈로, 일부 작품은 직접 앉거나 만질 수 있다. 오는 26일부터는 김창환 작가의 「자유–혹등고래」가 전시될 예정으로, 철근과 철사를 이용해 하늘로 뛰어오르는 고래의 형상을 담는다. 이 공간에는 바다와 고래 관련 동화책과 도서 열람 코너, 포토존, 그리고 관람객이 직접 착용할 수 있는 해초 모자 등 참여형 요소도 마련됐다. 남극 바다에서 녹음한 고래 소리, 몽돌 해변의 파도 소리 등 청각 체험도 가능하다.
고래와 인간, 진화, 역사, 환경을 잇는 3부 구성
3층 기획전시실에서 열리는 본 전시 「고래와 인간」은 1부 ‘진화와 생태’, 2부 ‘역사와 문화’, 3부 ‘환경과 미래’로 구성됐다.

1부에서는 고래화석, 고래수염 및 두개골 등 표본을 통해 수백만 년 전 육지에서 바다로 돌아간 고래의 진화 과정을 다룬다. 고래의 골격 구조와 먹이 섭취 방식, 숨구멍 형태 등 생물학적 특징을 실물 자료로 확인할 수 있다.

2부는 고래와 인간의 관계를 역사·문화적으로 풀어낸다. 반구대 암각화 탁본, 향고래 이빨장식, 19세기 코르셋 등 유물은 인류가 고래를 어떻게 바라보고 이용해왔는지 보여준다. 조선시대 종(鐘)에 새겨진 고래 모티프, 삼국유사 속 고래 이야기, 일제강점기 일본과 러시아의 포경 기록, 세계지도 속 상상 속 고래 등도 전시된다. 서양 문학·애니메이션 속 고래도 다뤄지는데, 원작에서 상어였던 ‘피노키오’의 괴물 고래가 디즈니판에서 재해석된 사례, 허먼 멜빌의 『모비딕』이 미국 문학사에 남긴 의미 등이 소개된다.

3부는 환경과 미래를 주제로 한다. 해양 소음, 쓰레기, 기후변화가 고래에 미치는 영향을 시각 자료로 보여주며, 고래 클릭음을 AI로 분석하는 최신 연구 동향도 간략히 소개한다. 발달장애 예술가 최석원 씨가 그린 고래 작품, 관람객 참여형 ‘소원쓰기’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전시 기획 과정에서 박물관은 어린이·시각장애인 접근성을 특히 고려했다. 전시대 높이를 50cm로 낮추고, 촉각형 패널과 말풍선 형태의 쉬운 설명문을 배치했다. 표본과 유물 일부는 만져볼 수 있도록 구성해 교육적 체험의 폭을 넓혔다.
하모니, 몰입형 고래 영상 체험

2층에서는 실감영상 특별전 「하모니」가 관람객을 맞는다. 대형 파노라마 스크린에 향고래, 범고래, 혹등고래 등이 등장한다. 울음소리를 가청 주파수로 변환해 영상과 함께 송출하며, 관람객은 마치 고래 무리와 함께 수중을 유영하는 듯한 감각을 느낄 수 있다. 이번 전시는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상영된 콘텐츠를 기반으로 제작됐으며, 휴식과 감상을 겸한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박물관 관계자는 이번 3개 전시에 대해 “고래를 통해 공존과 다양성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며 “자연과 인간, 그리고 모든 생명이 함께 살아가는 바다의 가치를 느낄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특히 여름방학 기간 가족 단위 관람객이 많아, 어린이와 노약자, 시각장애인도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전시 환경을 구현하는 데 힘썼다고 강조했다.
오는 31일날 종료되는 실감영상 특별전 「하모니」를 제외한 두 전시는 오는 10월 12일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박물관은 전시 종료 후에도 고래를 주제로 한 후속 기획을 준비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