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박건조금융법정책학회’ 로 승격… 13년 연구의 결실
13년의 전통을 가진 선박건조금융법연구회가 사단법인 선박건조금융법정책학회로 승격하면서, 설립기념식을 지난 15일 오후 5시 여의도 해운빌딩 10층에서 성대하게 개최했다.
초대회장으로 추대된 김인현 고려대 명예교수는 “2011년 2학기 고려대 대학원 선박건조법 수업을 마친 다음 대학원생을 중심으로 2012년 1월 12일 첫 발표회를 가지면서 선박건조금융법 연구회가 시작됐다”고 밝혔다.
이어 “이후 매년 5~6회씩 발표회를 열면서 우리나라에서 부족했던 선박건조와 선박금융 분야의 연구와 대안을 꾸준히 제시해왔다”며 “국적취득조건부 나용선(BBCHP)의 법적 지위, 선주업 육성, 선박건조계약과 환급보증(RG)의 효력, 동아탱커 사례, 한진해운 사례 등이 주요 연구 주제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연구회를 좀 더 체계적으로 운영하고 지속가능한 활동을 이어가기 위해 사단법인 설립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모아졌고, 결국 해양수산부로부터 사단법인 인가를 받아 이번 설립 기념식을 열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산업 발전에는 기술력도 중요하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법과 제도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본 학회가 앞으로 선박건조, 선박금융, 해운업 법제도의 싱크탱크로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앞으로 산자부와 해수부의 정책 자문뿐 아니라 학회가 업계 건의사항을 정부에 전달하고, 정책으로 이론화하는 가교 역할도 적극 수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동안 연구회와 학회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며 “특히 재정 지원을 해주신 김영무 해운협회 부회장과 김영민 마샬아일랜드 한국대표에게 감사드리고, 사단법인 인가 과정에서 힘써준 이승혁 해수부 서기관에게도 특별히 감사 인사를 전한다”고 말했다.
업계·학계 주요 인사들, 학회 출범 환영 메시지
최윤희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 회장은 축사에서 “바다는 우리가 지키고 활용해야 할 최후의 보루”라며 해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해양산업이 미래의 핵심 산업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할 법제도 정비가 필수적이고, 본 학회가 해양산업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양창호 한국해운협회 상근부회장은 “현재 우리나라 해운업계의 가장 큰 과제는 친환경선박으로의 교체이고, 이를 위해 2040년까지 약 100조 원이 필요하다”며 “친환경선박과 자율운항선박이 본격적으로 도입될 때 선박건조법을 통한 법적 규율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상황에서 선박건조법과 선박금융법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학회가 출범하는 것은 시의적절하고 매우 고마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이신형 전 대한조선학회 회장은 “자동차, 반도체, 배터리는 해외 이전이 가능하지만 조선산업만큼은 해외로 이전할 수 없는 대표적인 효자산업”이라며 “취업 인구 배출이 가장 많은 산업이 바로 조선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첨단 기술력을 보유한 우리나라 조선산업에 법제도가 함께 갖춰져야 하며, 기술과 법이 함께 나아가야 한다”며 “친환경선박은 법이 기술을 이끌어야 하고, 스마트선박은 기술이 법을 이끄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또 “기술 발전을 위해 대한조선학회가 역할을 해왔다면 이제 법 발전을 위해 선박건조금융법정책학회가 출범했다”며 “두 학회가 서로 시너지를 내며 기술과 법이 함께 성장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정병석 해사포럼 회장은 “이제는 글로벌 세계화 시대가 끝나고, 각국이 자국의 산업을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며 “우리 해운업도 한진해운 도산 이전 수준으로 되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과 중국도 조선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역시 해운, 조선, 선박금융이 정부와 민간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며 “본 학회가 민간 싱크탱크로서 정책 자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의중 산업통상자원부 조선과장을 대신해 참석한 이디도 서기관은 “조선산업이 발전하려면 산업을 뒷받침하는 법제도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13년간 연구를 축적해온 선박건조금융법정책학회가 공식 출범하게 되어 매우 뜻깊고 감사하다”고 밝혔다. 이어 “산업부도 학회 활동을 적극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성재모 Korea P&I 클럽 전무는 “조선소는 선박건조보험에 가입하는데, 이 보험상품은 해상보험에서 사용하는 선박보험과 선주책임보험이 결합된 형태”라며 “이는 조선과 해운의 뿌리가 같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어 “조선과 해운이 함께 상생 발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동식 원로의 특별강연 ‘조선업 부활의 역사와 미래 비전’
기념강연에서는 신동식 원로(한국해사기술)가 ‘조선업 마스터플랜 회고’를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신 원로는 서울대 조선공학과(50학번)를 졸업한 후 영국 로이드 선급에서 검사원으로 근무하던 중 박정희 대통령의 호출을 받고 귀국해 조선업의 마스터플랜을 수립했던 당시 경험을 소개했다.
신 원로는 “1961년 9월 말 한국에 돌아와 부산 조선공사로 내려가 조선업 부활 명령을 받았다”며 “당시 조선공사 직원들은 몇 달째 월급도 받지 못하던 상황이었고, 이때부터 마스터플랜 수립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 시절 세계 최대 조선소는 일본 나가사키 미쓰비시로 도크 길이가 300미터였지만, 나는 그보다 두 배인 600미터 도크를 옥포에 계획했고, 두 척, 많게는 네 척까지 동시 건조할 수 있는 조선소를 꿈꿨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럽의 조선업은 철강, 기자재, 인력 등 부대산업이 완비된 상태에서 출발했지만, 한국은 조선업부터 먼저 시작하고 그에 따라 부대산업이 형성되는 전혀 다른 발전 방식을 겪었다”고 말했다.
또 “대한민국이 세계 최고의 조선업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힘은 지도자의 강력한 추진력, 구체적 계획과 자금력, 기술력, 경쟁력, 그리고 산업 종사자들의 사명감과 인화력 덕분이었다”고 강조했다.
신 원로는 “앞으로 미국은 600척, 인도는 2500척 건조 계획을 세우는 등 글로벌 수주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고, 한국에도 다양한 러브콜이 오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은 막강한 내수 시장과 정부 지원으로 우리를 빠르게 추격하고 있으며, 미국과 일본은 철저히 자국 중심 정책으로 돌아서고 있다”며 “한국 조선업이 단순히 건조량 1위에 그치지 않고 내실 있는 시스템으로 업그레이드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지금 조선업은 1960년대와는 전혀 다른 시대를 맞이했다”며 “디지털, 친환경, 새로운 에너지 생산과 운송 기술이 필수이고, 해양통신이 핵심이 됐다”고 밝혔다. 그는 “과거 우리는 패스트 팔로워로 싸고 빠르게 경쟁했지만, 앞으로는 퍼스트 무버로 기술 선점을 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한 “1960년대 개발시대의 유산으로 지금까지 버텨왔지만, 앞으로의 100년을 위해 산업구조를 고도화해야 한다”며 “디지털과 친환경의 변화를 법과 융합하고, 해운·조선·항만이 디지털로 연결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신 원로는 “정부는 전략을 만들고, 학계는 산업의 통찰과 인재 양성에 집중하며, 민관이 하나가 돼야만 지속 가능한 조선업 미래가 가능하다”며 “선박건조금융법정책 학회가 이 과정의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신 원로의 강연은 한국 조선산업의 성장사를 되짚고 미래 발전 전략을 제시한 자리로 참석자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구순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또렷한 목소리와 명료한 PPT 자료로 핵심만 짚어내는 강의는 청중들로부터 기립박수를 이끌어냈다.

조선·해운·금융 산업 동향… 전문가가 진단한 현주소와 과제
최근 산업 동향 발표에서는 조선·해운·금융 분야의 주요 이슈를 중심으로 안광헌 수석부회장(HD현대조선 고문)과 정우영 수석부회장(법무법인 광장 변호사)이 각각 발표를 진행했다.
안광헌 수석부회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가 기대만큼 효과를 내지 못했다”며 “한국 조선업도 대외 변수에 의존하기보다는 기술력으로 중국 조선을 앞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한국 조선의 연간 건조 물량은 약 1100만 CGT 수준이고, 2025년부터 2030년 사이에는 LNG선에서 암모니아와 수소 추진선으로 본격적인 전환이 시작될 것”이라며 “현재 LNG선박 건조 가격이 2500억 원 수준인데, 암모니아 추진선은 약 8000억 원으로 세 배 가까이 비싸다”고 설명했다.
이어 “HD현대는 로봇과 자동화를 적극 도입해 근로자 수가 과거 10만 명에서 현재 3만 명으로 줄었으며, 세계 1위 조선소로 LNG선박 시장 최강자이고 스마트야드 구축도 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삼성중공업은 해양플랜트와 드릴십 분야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고 친환경 선박 기술에서도 경쟁력이 있으며, 한화오션은 잠수함 등 방위산업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속되는 인력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내국인 숙련공 양성, 외국인 고급 기술자 유치, 스마트 조선소 자동화 확대, 임금과 복지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IMO가 45년 만에 핵추진 상선의 안전 코드를 개정하기 시작해 향후 SMR(소형모듈원자로) 상선 건조 가능성이 열렸고, 스마트 야드와 자율운항선박 시대가 도래하면서 조선업의 디지털 혁신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안 부회장은 “친환경 선박으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보조금과 금융·세제 지원이 필요하고, 기술 개발과 녹색항로 구축, 미래 연료의 안정적 공급망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정우영 수석부회장은 최근 선박금융 시장 동향에 대해 “친환경 선박으로 완전히 전환하려면 약 140조 원의 자금이 필요하다”며 “조세 리스 제도를 통해 상업은행 등 선박 투자자에게 혜택을 제공해야 선박금융이 활성화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 기준금리가 5% 수준인 반면 우리나라는 3%로 비교적 낮아져 원화 기반 선박금융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중소 조선사들은 여전히 환급보증(RG) 발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에 대응해 선박건조보증공사 설립 논의가 활발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톤세제를 선택하지 않은 선사의 경우, 선박 매각 시 양도 차익에 대해 비과세를 적용해달라는 업계 요구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학회 창립 공식화… 향후 추진 과제와 목표 공유
발표가 마무리된 후에는 학회 창립 경과 및 향후 계획에 대한 보고가 이어졌다. 김재희 연구이사가 설립 경과를 설명했으며, 원동욱 편집위원장은 학회지 창간호에 대해 상세히 소개했다.
이날 학회의 장세호 부회장은 김인현 회장에게 13년간 선박건조금융법연구회를 성공적으로 이끌어온 공로를 인정해 감사패를 전달했다.
김인현 회장은 ‘SHIP’s ACT 공부 및 번역 작업’이 마무리됐음을 보고하며, 향후 추진 방향도 제시했다. 김 회장은 “후속 과제로 ‘해사산업강화특별법 지원단’과 ‘북극항로법 지원단’을 학회 내에 신설해 학문의 외연을 확장하겠다”며 총회에서 해당 안건을 제안했고, 참석자 전원의 만장일치로 동의를 얻었다.
이날 행사에는 신동식 회장, 양창호 한국해운협회 상근부회장, 김인현 회장(고려대 교수), 안광헌/정우영 수석부회장, 정필수 바다저자와의 대화 고문(좌장), 윤세리 율촌 대표변호사, 임충식 전 중소기업청 차장, 이신형 전 대한조선학회 회장(서울대 교수), 장세호 부회장(산업은행 실장), 원동욱 부회장(우송대 교수), 조용화 한국도선사협회장, 권오익 감사(전 대우조선해양 전무), 이디도 산자부 서기관, 이안의 한국해법학회 상무이사, 정연근 내일 신문 기자, 정대 부회장(한국해양대 교수), 박광열 항로표지원 원장, 양종서 부회장(한국수출입은행 수석연구원), 송영택 현대해양 발행인, 신용경 고문, 강병태 한국해양대 교수, 조봉기 바다의 품 사무국장, 한종길 감사(성결대), 정우송 대표, 전성렬 대표, 윤석민 수협은행 지점장, 유민철 한국해양대 교수, 강영민 한국해사문제연구소 전문, 윤희선 김&장 변호사, 구교훈 교수, 강동화 Korea P&I 수석, 김기홍 대표, 윤형진 회계사, 이인애 한국해사문제연구소 이사, 김해두 해양한국 이사, 임종현 현대해양 기자, 김재희 이사(법무법인 태평양), 최선우·나성호·혁연 고려대 연구원 등 60여명이 참석했다.
더불어 목포해양대 한원희 총장, 김명현 한국조선학회 회장은 축사를 보냈으며, 권성원 한국해법학회 회장, 정창훈 쉬핑뉴스넷 대표, 김현 고려대 바다최고위과정 원우회 대표도 축하 화환을 보내오며 마음을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