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양수산부의 구명조끼 보급 사업을 앞두고 주목받는 기업이 있다. 부산과 김해에 기반을 둔 ㈜시울프마린은 자동팽창식 구명조끼 분야에서 인정 받는 기업이다. 1991년 설립 이후 30여 년간 ‘보다 안전한 바다’를 실현하기 위해 구명장비 개발 한길을 걸어온 이 회사는, 기술 혁신과 현장 밀착형 설계로 국내 해양안전 시장의 표준을 만들어가고 있다.
김재홍 대표이사는 ‘기술은 결국 사람을 위한 것’이라는 철학 아래, 생명을 지키는 구명장비의 착용성과 실효성을 높이는 데 주력해왔다. 생명을 지키는 장비에 대한 고집스러운 철학은, 이제 해양안전 문화를 다시 설계하는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다.

제품력과 착용성 함께 잡다
시울프마린은 2025년 해양수산부의 자동팽창식 구명조끼 한시 지원 보급사업에 대응해, 어업인을 위한 맞춤형 수압감지식 구명조끼 HS-X03과 HS-X06을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두 제품은 목걸이형과 허리벨트형 형태로 구성됐으며, 어민들의 작업 동선과 근골격계 부담 요소를 분석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설계됐다. 특히 목과 어깨, 허리 등에 하중이 집중되지 않도록 무게를 분산하는 구조를 적용해, 장시간 착용 시에도 피로도가 낮고 움직임이 자유로운 착용감을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부산 시울프마린 본사에 위치한 디자인 연구소에서는 다년간의 현장 피드백과 실측 데이터를 토대로 샘플을 제작하였으며, 어업인이 체감할 수 있는 실효성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울프마린은 어업인을 위한 특화 장비 개발을 통해, 단순 보급을 넘어 실질적인 안전 확보로 이어질 수 있는 기술적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한편 낚시용 고급형 신제품인 HS-S09는 기존 수분감지식 자동팽창 구명조끼의 단점을 보완한 수압감지식 시스템을 채택해 주목받고 있다. 일정 수심(약 10cm 이상)에서만 팽창이 이뤄지도록 설계돼, 비·파도·습기 등 외부 환경에 따른 오작동 가능성을 최소화했다. 스웨덴 HAMMAR사의 MA1 인플레이터가 적용돼 수압에 의해 자동 작동하며, 실린더는 내부에 배치돼 부식 우려를 줄였다.
또한 외부에 투명 상태창이 있어 사용자가 작동 여부를 쉽게 점검할 수 있다. HS-S09는 해양수산부의 착용성 향상형 형식승인을 받은 국내 유일의 허리벨트형 모델로, 인체공학적 허리 곡선 설계와 지지 구조를 통해 착용감과 현장 활용성을 함께 높였다.
A/S부터 안전 문화까지
시울프마린은 구명조끼 판매 이후의 관리 체계까지 책임진다. 2014년부터 2023년까지 자동팽창식 구명조끼를 100만 개 이상 판매했지만, 연간 점검 수량은 5,000여 건에 불과했다. 이는 약 95% 이상이 점검이나 유지보수 없이 현장에 방치됐다는 의미이며, 사고 발생 시 장비가 작동하지 않을 수 있는 위험 요소다.
이에 따라 시울프마린은 ‘안전지킴이 A/S 서비스’를 전국 50여 개 센터에서 운영하고 있다. 사용자는 센터 방문 또는 택배 접수로 정기 점검, 실린더 및 카트리지 교체 등 맞춤 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며, 홈페이지에서 A/S 접수와 위치 확인이 가능하다.
김담 기획개발실장은 “자동팽창 구명복은 차량처럼 주기적인 점검이 필수”라며 “내부 인플레이터나 가스 실린더 같은 소모품만 교체하면 반복 사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안전성과 경제성을 모두 확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폐기물을 줄여 환경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장비에서 문화까지
시울프마린은 단순한 장비 제작에 그치지 않고, ‘안전문화의 전도사’로서의 역할까지 자임하고 있다. 기업의 기술력이 단순한 제품을 넘어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야 한다는 철학 아래, 다양한 해양안전문화 확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8월에는 장애인 낚시 대회 ‘휠 & 캡틴 데이’를 공식 후원하며, 해양 접근성이 낮은 이동약자들이 보다 안전하고 편리하게 바다를 즐길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원을 제공했다. 시울프마린은 참가자들의 선박 승하선 보조는 물론, 맞춤형 낚시 장비 및 구명장비 제공까지 맡아 큰 호응을 얻었다. 이러한 활동은 단순한 후원을 넘어, 현장에서의 안전성과 실효성을 함께 검증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이외에도 어업인을 대상으로 한 해상안전교육, 공공기관 대상 맞춤형 납품과 A/S 컨설팅 제공 등, 현장 중심의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운영해오고 있다. 특히 해양수산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부처와의 국책과제 수행 경험을 바탕으로, 실무 현장의 수요와 정책 방향을 모두 고려한 기술개발 및 서비스 고도화에 힘쓰고 있다.

시장 이끄는 기술
시울프마린의 자동팽창식 구명조끼 중 ‘SW-7F03’, ‘HS-A05’ 등은 20년 넘게 꾸준히 판매되고 있는 스테디셀러 모델이다. 1998년 출시된 SW-7F03은 누적 판매량이 무려 15만 개 이상으로, 낚시인을 중심으로 ‘국민 구명조끼’라는 별칭도 얻었다.
현재는 수분감지식, 수압감지식, 고체식, 하이브리드식 등 다양한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으며, 저체온 방지 기능을 포함한 방한형 모델, 고령자·여성 대상 경량형 모델도 출시하고 있다. 전 제품은 KC 인증, 선박안전법·어선법 기준의 해수부 형식승인을 획득했으며, 국제 기준 ISO-12402-7 테스트도 통과했다.
제품군 대부분은 85~150N 이상의 부력을 제공하며, 체중 100kg 이상의 성인도 안정적으로 부양할 수 있다. 또한 자동팽창 장치와 함께 수동 팽창 버튼을 이중으로 탑재해 예기치 못한 상황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국내를 넘어 일본, 북미로
시울프마린은 과거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구명조끼 시장에서 자체 기술로 수출을 실현한 드문 사례로 평가받는다. 2019년 일본 수출을 시작으로 현지 오사카 지사를 설립했으며, 이후 본격적인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이 해외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이 같은 흐름은 지속 확대되고 있다.
특히 일본 해상안전기준을 통과한 제품 라인업을 중심으로 낚시용 구명조끼, 산업안전용 자동팽창식 보호장비 등에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북미 시장 진출을 위한 인증 취득 절차도 병행 중으로, 현지 유통 파트너와의 협업 논의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해양경찰청, 해군 등 특수기관과의 협업 경험이 다수 있으며, 고난도 사용환경에 적합한 맞춤형 제품 납품을 통해 품질 신뢰도를 높여왔다. 더불어 2020년대 초반에는 자전거용 에어백, 저체온 방지형 구조조끼 등 정부 R&D 과제를 연달아 수주하며 기술력과 생산 역량 모두를 인정받았다.

방산 분야 확장… ‘디코이’ 공개
시울프마린은 2024년 경남 김해시 주촌면으로 R&D센터를 확장 이전하면서 방위산업 분야로의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민간 중심의 해양구조물 기술에서 출발한 이 회사는 그간 축적한 공기 구조물 기술을 기반으로 방산 기술로의 전환에 성공, ‘디코이(Decoy)’라는 이름의 기만장비를 선보이며 시장의 이목을 끌고 있다.
디코이는 단순한 풍선형 모형이 아니라, 실제 전차, 전투기, 포탄 등의 형상을 정밀하게 모사한 고기능성 군사 장비다. 공기 구조물의 경량성과 이동성은 유지하면서도 군의 감시장비(레이더, 적외선 등)를 효과적으로 교란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특히 적의 전자·광학 감시체계를 오인시킬 수 있는 반사파 특성과 실물 크기의 시각적 효과를 모두 갖춰, 실전 배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 장비는 현재 국내 군의 운용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쳤으며, 국내외 방산 전시회에서도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유럽과 중동의 일부 국가에서는 공동개발 또는 수출 협력 가능성을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의 디코이 시스템들이 대형 장비나 복잡한 설치를 요구하는 데 반해, 시울프마린의 디코이는 소형화, 자동화, 신속한 배치가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김재홍 대표는 “디코이는 단순한 모형물이 아니라, 각 군별 요구조건에 따라 반사파·형상·열 특성 등을 정밀 조정해 제작되는 고기술 제품”이라며, “특히 전시에 빠르게 투입할 수 있는 팽창식 장비로서 비용 대비 효과가 뛰어나다는 점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췄다”고 강조했다.
주촌 R&D센터는 디코이 개발 외에도 차세대 자동팽창형 구조물과 고강도 경량 신소재 연구를 병행하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민수와 방산의 융복합 시장 확대를 꾀하고 있다.
생존을 위한 기술, 바다 위의 약속
김재홍 대표는 40년 넘게 구명장비 개발과 생산 현장을 지켜온 기술인 출신 경영자다. 오랜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기술은 결국 사람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철학을 제품 설계 전 과정에 녹여내고 있다. 단순한 성능 지표를 넘어, 실제 위기 상황에서 작동하고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기술 구현이 시울프마린 제품의 핵심이다.

한편 김담 실장은 “수영을 잘해도 당황하거나 외상이 있으면 떠오르지 못한다”며 “구명조끼는 생명을 지키는 최소한의 약속이자, 착용률 자체가 생존율을 바꾸는 현실적인 장비”라고 강조했다.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되는 사례와 구조 통계를 통해, 장비 착용 여부가 곧 생사의 갈림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거듭 지적했다.
그러면서 “어려운 구조 환경에서도 구조대가 한눈에 확인하고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시울프마린의 사명”이라고 말했다. 시인성과 식별력, 착용감과 내구성 등 모든 요소가 실제 현장성과 직결되는 만큼, 모든 설계에는 구조자의 눈높이와 피구조자의 상황이 함께 고려된다.
시울프마린은 단지 기능 좋은 장비가 아니라, ‘살릴 수 있는 기술’을 담은 제품을 만든다는 사명감으로 현장을 대하고 있다. 바다 위에선 사고가 예고 없이 발생하며, 구조까지 걸리는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 그런 순간, 조용히 몸을 지탱하는 구명장비 하나가 생명을 잇는 마지막 끈이 되기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