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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업계 카르텔 규제 강화 예고

대법원, 해운법 예외 인정 안 해

  • 기사입력 2025.07.14 12:50
  • 기자명 김 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해양수산부 법률고문 (전 대한변호사협회장)
김 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해양수산부 법률고문 (전 대한변호사협회장)
김 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해양수산부 법률고문 (전 대한변호사협회장)

[현대해양] 1. 당사자 

대법원2025. 4. 24. 선고2024두35446 판결[시정명령등 취소]
원고(피상고인) A회
피고(상고인) 공정거래위원회
원심: 서울고등법원2024. 2. 1. 선고2022누43742 판결

2. 사실관계

피고 공정거래위원회는 원고를 포함한 23개 해상 화물운송사업자들이 2003년부터 2018년까지 한국-동남아 항로에서 ‘아이에이디에이(IADA)’ 및 동남아정기선사협의회 회의를 통해 총120차례에 걸쳐 운임(기본운임 및 부대비용 포함)을 합의하고 실행했다고 보아, 구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제1호 위반을 이유로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이하 ‘이 사건 처분’)을 부과했다.

이에 원고는 이 사건 처분이 해운법상 허용된 행위이므로 공정거래법이 적용되지 않으며, 과징금 부과 또한 위법하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3. 2심 고법의 판단

해운법 제29조는 외항 정기 화물운송사업자들의 운임에 관한 공동행위를 허용함으로써 자유경쟁의 예외를 구체적으로 인정하고, 다만 그 공동행위를 통하여 결정된 운임이 지나치게 높아 부당한 경우에는 해양수산부장관이 필요한 조치를 하되 이를 피고에게 통보하도록 하고 있다.

위와 같은 공동행위에 관하여는 피고가 해운법에 따라 필요한 정도를 넘는다고 주장하면서 규제권한을 행사할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

4.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공정거래법이 헌법 제119조 제2항에 따라 시장 지배와 경제력 남용을 방지하고 경제 민주화를 실현하기 위한 기본법으로서, 특별한 명문 규정이 없는 한 모든 산업 분야에 적용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공정거래법의 입법 취지와 개정 경과, 공정거래법 적용제외를 명시한 특별법령의 존재 등에 비추어 볼 때, 공정거래법은 국민경제 전반에 걸쳐 헌법상 요구되는 사회적 시장경제질서를 구현하기 위한 법률로서, 다른 법률에 특별한 정함이 없는 이상 모든 산업분야에 적용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해운법이 제29조에서 외항 정기 화물운송사업자들의 운임에 관한 공동행위를 허용하면서 해당 공동행위에 대하여 해양수산부장관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규제의 방법과 절차를 정하고 있다는 사유만으로 이 사건 공동행위에 공정거래법이 적용되지 않고 그 결과 피고에게는 이를 규제할 권한이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보았다.

해운법 제29조가 외항 정기 화물운송사업자들의 운임에 관한 공동행위를 일정한 절차와 요건 하에 허용하고 있으며, 해양수산부장관에게 필요 시 시행 중지나 내용 변경 등의 조치를 명할 권한을 부여하고 있으나 이러한 규정이 곧바로 공정거래위원회의 규제 권한을 배제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해운법은 외항 정기 화물운송사업자들의 운임에 관한 공동행위를 제한 없이 허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공동행위가 부당하게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허용하는 조항으로 본 것이다.

즉 관련 해운법령이 외항 정기 화물운송사업자들의 공동행위에 관한 규제권한의 소재와 구체적인 규제의 방법·절차까지 별도로 정하고 있는 것은 아니므로 외항 정기 화물운송사업자들의 운임 등에 관한 공동행위 중 ‘신고되지 않은 공동행위’에 대하여는 해양수산부장관과 공정거래위원회 모두 규제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해석하여야 한다고 판단했다.

또한, 대법원은 해운산업에 대한 경쟁법 적용에 있어 국제적으로도 규율 방식이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

과거에는 둘 이상의 정기선 화물운송사업자가 특정 항로에서 과도하게 경쟁하는 것을 방지하고 서로의 이익을 유지·증진시키기 위하여 해운동맹을 결성한 후 운임 등 운송조건을 공동으로 결정하는 행위에 관하여 그 필요성과 합리성이 널리 인정되어 왔음은 인정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해운산업에 관해서도 경쟁법적 규제를 면제할 필요가 없고 오히려 경쟁원리에 따라 규율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시각이 대두되어, 미국, 유럽연합(EU), 캐나다, 호주, 일본 등 여러 법제에서 운임에 관한 공동행위는 원칙적으로 불허하고 선박의 배치와 화물의 적재 등에 관한 상호협력만을 허용해야 한다는 취지로 경쟁법적 규율을 재정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공정거래법과 해운법의 제·개정 과정에서, 위와 같은 국제적 추세와 달리 외항 정기 화물운송사업자들의 운임에 관한 공동행위에 대하여 공정거래법 적용제외를 인정해야 할 필요성과 합리성이 충분히 고려된 결과로써 관련 규정이 정비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본 것이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고법 판결을 파기하고, 이 사건 공동행위가 해운법상 정당한 행위로서 공정거래법 적용이 배제될 수 있는지, 원고가 공동행위에 실제로 가담하였는지, 경쟁제한성 및 부당성이 존재하는지 등의 실체적 사항에 관해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했다.

5. 결론

이 판결은 외항 정기 화물운송사업자들의 운임에 관한 공동행위가 해운법상 일정 조건 하에 허용되더라도, 그 자체로 공정거래법 적용이 전면 배제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함으로써 기존 판례와 입장을 달리한다. 이는 공정거래법의 일반법 우위 논리를 강하게 적용한 판결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결론은 오히려 입법자의 명시적 의사와 해운산업의 특수성을 간과한 측면이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원심 서울고법은 해운법 제29조가 1995년 개정을 통해 해운항만청장(해양수산부장관)에게 규제 권한을 구체화하여 부여한 입법 취지를 근거로, 공동행위의 위법성 판단과 규제는 해운산업의 구조 및 정책적 판단이 요구되는 만큼 해운전담 부처가 맡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았다.

더욱이 1999년 제정된 ‘카르텔일괄정리법’에서도 해운법상 공동행위는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다는 점은 입법자가 해운산업을 공정거래법 적용에서 일정 부분 예외적으로 보려 했던 것이라 평가할 수 있다.

대법원이 해운법의 배타적 규율을 부정한 점은, 자칫 규제 권한의 중첩과 법적 불확실성을 야기할 수 있으며, 향후 유사 사안에서 규제기관 간 관할 다툼과 법 적용 혼선을 초래할 우려도 있다.

특히 이 사건이 수십 년간 사실상 용인되어 온 해운업계의 관행을 공정거래위원회의 단독 규제로 전환하는 신호로 읽힐 경우, 행위자 측의 신뢰보호 원칙과 예측가능성을 침해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따라서 본 판결은 경쟁법의 일반법 지위를 강조함으로써 원칙론을 강화한 측면은 있으나, 해운산업이라는 특수성과 기존 입법 경위, 그리고 정책적 판단의 여지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점에서 타당하지 않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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