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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바다를 위한 에세이 13. 어촌의 선진화를 위한 새 어촌운동 전개

새 정부에 바라는 어촌 정책

  • 기사입력 2025.07.21 10:57
  • 기자명 채동렬 경남연구원 연구위원, 경제학 박사

[현대해양] 우리나라 어촌 정책의 혁신적인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

새로운 어촌 정책이 필요한 이유는 현재까지의 어촌 정책이 변화한 어촌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떤 점에서 그런가? 다음 두 가지 측면을 생각해 보자.

첫째, 우리나라의 어촌은 산업화와 도시화의 시기를 거치면서 다양한 유형으로 분화되었으나 최근까지의 어촌 개발 사업은 전국 대다수의 어촌에서 거의 획일적인 내용이 추진되었다. 방파제 확장, 어구 보관 창고 건립, 어촌계 회관 또는 어업인 쉼터 조성 등 인프라 투자사업과 선진지 견학, 마을 리더 교육 등 역량강화사업이 빠지지 않는 단골 메뉴이다. 최소 10%의 자부담이 요구되는 소득 증대 사업이 누락된 기본계획도 있었다.

사업 대상 어촌계가 어선어업이 활발한지, 양식어업이 활발한지, 도시 근교의 어촌인지, 섬 등 교통이 불편한 지역의 어촌인지는 기본계획 수립의 추진 배경에 자세히 기록되어 있으나 각각의 사업 내용이 추진 배경에 따라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던 것 같다.

1970년대에 공동어업 장려를 통한 어촌계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성장’, ‘자립’, ‘복지’의 3단계로 전국 각 어촌계의 발전 정도를 평가한 어촌계 분류평정 자료를 발간할 당시에는 조금만 더 노력하면 전국의 모든 어촌이 ‘복지 어촌’을 실현할 수 있을 것 같은 희망과 의지가 넘쳤으나 80, 90년대를 지나면서 개인이 취득하는 양식 면허(어업권)의 보급이 점차 확산된 후로는 어촌계의 공동어업권 행사를 통한 공동 이익 창출이 각 어가 경제에 기여하는 비중이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수산 행정이 각 어촌계의 발달 정도를 평가하는 지표로 어촌계 분류 평정 자료는 2021년까지 계속 사용되었으니, 얼마나 시대에 뒤떨어졌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어촌 정책이 필요한 두 번째 이유는 현재까지의 어촌 개발 사업과 귀어·귀촌정책으로는 어촌 인구 감소의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50여 년 동안 어촌 개발 정책이 지속적으로 추진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전국 대부분의 어촌지역 인구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그런데 어촌 인구와 어가수는 감소하고 있지만 국내 수산업 생산량은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그림1)에 나타난 바와 같이, 전국의 어가수는 1970년 14만 9,107가구에서 2024년 4만 890가구로 크게 감소했으나 같은 기간 국내 수산업생산량(연근해어업과 해면양식업의 생산량을 합한 수치)은 84만 3,576톤에서 309만 190톤으로 크게 증가했다. 이에 따라 1970년에 5.7톤에 불과하던 어가당 수산업 생산량은 2024년 75.6톤으로 13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이러한 수치의 변화는 국내 어업생산의 규모화가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과거보다 더 적은 수의 어업종사자만으로도 충분히 일정한 수준의 어업생산량을 달성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어업생산이 발전하더라도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없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까지 어촌 개발 사업 중에서 가장 많은 예산이 투입되고 있는 분야는 수산업 기반시설 확충이다. 이와 같은 어촌정책의 방향이 변화하지 않는다면 수산업의 효율성은 크게 향상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어촌의 인구가 늘어나는 것을 기대할 수는 없다. 이제는 어촌 인구 유지를 위해서 새로운 정책 수단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어촌의 유형에 따른 발전 방향 제시 필요

어촌의 유형 구분은 분류 기준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고 이 결과에 대한 논란이 없을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지금까지와 같이 획일적인 어촌 개발 사업을 더 이상 추진해서는 안된다는, 그리고 각 어촌이 처한 정책 여건에 맞는 개발 방향을 적용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어촌의 유형에 따른 개발을 추진해야 한다.

우리나라 어촌의 유형화를 목적으로 한 학술연구를 실시한 후 그 결과를 토대로 어촌의 유형을 세분화하는 것이 바람직하겠지만, 유럽의 어촌이 변화한 사례를 통해 우리나라 어촌에 도입할 수 있는 한 가지 유형을 생각해 볼 수 있는데 그것은 바로 ‘도시속의 어촌’이다. 프랑스의 깐느와 쉘부르, 영국의 포츠머스와 브라이튼, 이탈리아의 나폴리는 항구도시 또는 해안관광도시이면서도 어촌으로서의 기능이 유지되고 있다.

이들 도시와 비슷하게 우리나라의 몇 개 어촌은 도시화가 완전히 진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수산업을 생계수단으로 하는 어가의 경제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부산광역시의 영도구·남구·해운대구, 경상남도 창원시에 있는 어촌계들이 대표적이며, 경상북도 포항시, 전라남도 여수시와 목포시, 강원도와 제주도 일부 지역에서도 도시속의 어촌이 확인된다. 이들 지역은 보통의 어촌과는 뚜렷하게 구분되는 특징이 있으므로 하나의 유형으로 구분하고 그에 맞는 개발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어업이 아닌 새로운 일자리 제공 필요

앞서 제시한 그림의 내용에서 어업은 더 이상 새로운 일자리를 제공하기 어렵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이러한 사실은 지금까지의 귀어·귀촌 정책이 의미있는 효과를 내지 못한 원인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는 어촌에 어업이 아닌 분야의 일자리를 만들어서 어촌 주민의 경제(소득) 수준을 높여야 한다. 즉, 어업활동에 참여하는 인구의 수가 줄어들어도 어촌 인구가 일정 수준 이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업 이외의 경제활동에 참여할 기회가 많아져야 한다.

지금 시점에서 어촌 주민들이 소득증대를 위한 정책 전환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것은 두 가지 측면에서 생각할 수 있다. 먼저, 현재의 어촌 거주민이 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일자리를 의미하며, 그 다음은 미래에 어촌에 들어와서 살기를 희망하는 젊은 사람들을 위한 일자리를 의미한다. 특히, 도시 지역에 비해 교통과 문화·복지 등 정주여건이 열악한 어촌 지역에 새로 유입되는 인구를 늘리기 위해서는 거주와 생활의 불리함·불편함을 감내할 수 있는 충분한 요인이 있어야 한다. 자동화와 정보화 기술, 인공지능 등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함에 따라 도시 지역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찾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이때 어촌 지역에서 매력적인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다면 도시 지역의 젊은 인구를 어촌으로 이주하도록 유인하는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어촌 지역에서는 어떻게 지금보다 더 좋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을 것인가? 어촌 경제를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것은 관광산업이다. 정부는 오래전부터 우리나라 어촌의 관광개발 가능성을 강조하고, 어촌관광 정책을 나름대로 꾸준하게 추진해 오고 있지만 지역에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거나 어촌 주민의 새로운 소득원으로서 어촌관광의 효과가 확인된 사례는 찾기 어렵다. 그런데 최근에 주목할 만한 사례를 발견했으므로 본 글을 통해 소개하고자 한다.

조합원에게 매년 수백만 원을 배당하는 경남 거제시 가고파라산달도영어조합법인 사례

산달도는 거제도와 한산도 사이의 거제만에 위치한 섬으로 2018년 11월 왕복 2차선의 연륙교가 개통된 후 교통접근성이 향상되었다. 산달도 주민 30여 명은 마을의 폐교를 인수하기 위해 영어조합법인을 설립한 이후 체류형 관광시설 조성을 위해 몇 차례의 출자금을 증액한 결과 현재까지 1인당 3,000만 원이 넘는 돈을 출자하게 되었고, 이들 영어조합법인이 제공하는 1박 3식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체험객 수가 증가함에 따라 2022년말 결산에서 모든 조합원들에게 350만 원을 현금 배당한 이후 작년까지 3년 연속 흑자경영을 달성했으며 매년 배당을 실시하고 있다.

본 지면의 한계로 자세한 내용을 소개할 수는 없지만, 산달도영어조합법인의 성공 사례는 주민 스스로 약 10억 원이라는 공동 기금을 출자의 형식으로 마련했다는 점에서 매우 혁신적이라 할 수 있다. 현재까지 전국에 소재한 100개소 이상의 어촌체험휴양마을에 국비와 지방비 지원 금액은 개소당 평균 10억 원이 넘지만 이처럼 우수한 경영 성과를 내고 이익금을 주민들에게 돌려준 사례는 없었다.

 

김양식에서 민박집 운영으로 직업을 바꾸게 한 전남 신안 섬티아고 순례길 사례

전남 신안군 증도면 대기점도·소기점도·소악도 3개 섬에는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인 12사도를 기념하는 12채의 건물과 이를 잇는 순례길이 있어서 전국 각지의 도보여행객들과 개신교 신도들의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 3개 섬은 전라남도와 신안군이 지원한 ‘가고 싶은 섬’ 가꾸기 사업의 대상지로 선정되어 전라남도 섬가꾸기사업 자문위원들과 주민들이 함께 고민한 끝에 12사도 순례길을 조성하게 되었다. 12명의 예술가들이 참여해 디자인한 12채의 이국적인 건축물들이 만드는 색다른 경관과 물때에 따라 드러나는 노두길의 신비로움이 SNS를 통해 입소문을 타면서 3개의 섬에는 수십 개의 민박집과 게스트하우스, 식당, 카페 등이 생겨났다.

게스트하우스와 카페는 외지에서 들어온 청년들이 경영하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여행자들에게 숙소와 식사를 제공하는 민박집은 대개 동네 주민들이 운영하고 있다. 특히, 지주식 김양식장에서 힘들게 어업활동을 하던 여성어업인이 자가를 민박집으로 개조해 어업에서 관광업으로 직업을 바꾼 후 소득이 크게 증가한 사례는 우리나라 어촌관광 정책이 앞으로 지향해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새 정부의 새 어촌운동, 수협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상에서 제안한 어촌정책의 방향 전환은 첫째, 어촌의 유형에 맞는 개발 계획 수립과 둘째, 실효성있는 어촌관광사업 추진으로 요약된다. 필자는 새 정부에서 ‘새 어촌운동’이라는 정책명으로 이를 추진할 것을 제안한다. 그렇다면, 새 정부의 새 어촌운동을 이끌어갈 주체는 누가 되어야 하는가? 어촌의 유형은 다양하고 관광사업을 위한 여건도 천차만별이겠지만 우리나라 어촌의 고유한 특성은 어촌계라는 공동체가 마을어장이라는 공동어업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 어촌계는 수협법상 지구별 수협의 하부 조직으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필자는 수협이 주체가 되어 새 어촌운동을 이끌어 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마을어장에서의 수산업 증산을 통해 복지 어촌을 실현하고자 했으나, 지금부터는 공동의 수익 창출을 위한 어촌 관광과 휴양 자원을 활용해야 한다. 지난 호 연재글에서 주장한 바와 같이 우리나라의 모든 어촌계가 관할하는 마을어장을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공동어업 이외의 어업활동을 금지하는 어업금지(no-take) 해양보호구역으로) 마을어장을 어촌 방문자들이 배타적으로 누릴 수 있는 사적인 해변으로 이용하도록 한다면 어촌을 국민의 휴양지로 개발해 어촌의 선진화를 이룰 수 있으며, 새 정부가 제시한 ‘해양보호구역의 획기적 확대’ 공약을 실현하는데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과거 70, 80년대에 수협이 어촌 새마을운동의 주역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촌과는 별개의 조직이 된 것 같다. 수협이 다시 어촌과 어촌계, 어촌 주민을 대표하는 기관으로서 역할을 하도록 하기 위해서 수협중앙회 소속의 수산경제연구원의 명칭을 어촌경제연구원으로 변경해 새 어촌운동의 밑그림을 짜는 역할(정책 추진방향과 전략 및 과제를 구체화하는 역할)을 부여하고, 새 어촌운동을 수협의 지도사업에 포함시켜 각 지구별 수협에서 새 어촌운동을 추진하는 체계를 제안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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