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해양] 기후 위기속에 해결 대안으로 제시되는 개념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탄소중립(Cabon Neutrality)이고, 또 다른 하나는 RE100(Renewable Energy 100%)이다. 전자는 인간의 활동에 의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최대한 줄이고 배출되는 흡수 및 제거를 통해 실질적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만들자는 국가 간의 약속이다. 후자는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수단으로 100GWh 이상의 전력 다소비기업에서 2050년까지 자사 전력사용량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자발적인 국제 캠페인이다.
탄소중립이나 RE 100의 실현을 위하여 동원될 수 있는 공통분모는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다. 익히 아는 바와 같이 신재생에너지원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재생에너지원으로 태양광, 태양열, 풍력, 수력. 지열, 바이오매스와 해양에너지 등이 있으며, 신에너지로 IGCC, 수소 에너지, 연료전지 등이 있다. 그런데 이런 신재생에너지원 중에서 해양에서 획득할 수 있는 에너지원으로 해상 태양광과 해상풍력 그리고 조력, 조류, 파력, 해양 온도차 발전 등이 거론될 수 있다. 그럼에도 태양광과 풍력은 그것이 육상이든 해상이든 무관하게 이미 대량 생산단계에 접어든 제품이어서 정부 관할 구역도 주로 산업통상자원부다. 그러나 해수의 흐름을 이용하는 조력 및 조류 그리고 파력 및 해양 온도차는 해양의 기후환경이나 생태계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해야 하는 특수기술분야이어서 전담부서가 해양수산부다.
해양에너지는 그 잠재력이나 에너지자급도 향상 등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그리고 세계적인 기후위기와 관련한 탄소중립과 RE100 차원에서도 결코 소홀히 다뤄질 수 없는 차세대 석유 및 가스 대안에너지로 알려져 있다. 이를 위하여 본 고에서는 해양환경의 개발, 보전 및 재생과 관련한 경제학 용어인 블루이코노미의 한 부분인 해양에너지의 중요성과 역할 그리고 그에 대한 현안 과제와 발전전략을 모색하여 보고자 한다.
해양에너지의 중요성과 역할
오늘날 전 세계는 심각한 기후변화와 에너지 위기에 직면하고 있으며 지속 가능한 에너지 해결책에 대한 긴급한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신재생에너지는 미래 에너지전환의 핵심적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재생에너지원 중 태양광, 풍력 등 주요 재생에너지 자원이 날씨 등 외부요인에 따라 좌우되는 간헐성 및 변동성 때문에 대량보급의 걸림돌이 되고 있지만, 해양에너지는 그런 현상과는 달리 비교적 안정적 공급원으로 충분한 잠재력을 갖춘 에너지원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같이 해양에너지는 지속적으로 공급 가능하고 또 무한하고 청정한 재생 가능 에너지원으로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며,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한 온실가스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잠재력 높은 에너지원으로 지목된다.
조력, 파력, 조류, 해수 온도차 등 다양한 형태의 해양에너지는 지구 표면의 71%를 차지하는 바다의 풍부한 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는 혁신적인 접근법이라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의 경우 해양에너지는 에너지 안보와 기후 위기 극복 그리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전략적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해양에너지 기술개발 및 보급 확대를 통해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고 동시에 새로운 산업의 동력원으로 활용하며 여기에 온실가스 배출 감소, 기후변화 적응, 생태계 보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의 해양에너지 부존 잠재력 평가 산업현황
△한국의 해양에너지 부존 잠재력 평가
우리나라 서·남해안은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조력 · 조류발전 적지로 평가되고 있으며, 남해 · 동해안은 파력발전 적지로 총 해양에너지 부존량은 1,400만㎾ 이상으로 추정된다. 조력 · 조류발전은 전력 생산 외에 환경오염 개선효과, 관광수요 유발, 내만을 이용한 양식단지 개발 등 추가적인 경제적 효과 실현이 가능하다.
특히 환경오염 문제로 논란이 되어온 시화호의 경우 조력발전소 254MW의 시설용량에 매년 552GWh 발전량을 선보이고 있으며 규모 운영에 따른 해수의 자연 유출입 증대로 수질의 획기적 개선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24만 5,000톤의 이산화탄소 저감효과를 시현하고 있다. 따라서 해양에너지 개발을 정부의 대체에너지 공급확대 시책의 중점지원 분야로 지정할 필요가 있다.
△국내 해양에너지산업의 현주소
해양에너지를 이용하는 주요 발전 중 해수의 위치에너지를 이용하는 조력발전, 해수의 운동에너지를 이용하는 조류발전, 파도에너지를 이용하는 파력발전, 해수의 열 온도차를 이용하는 온도차 발전(OTEC: Ocean Thermal Energy Conversion) 또는 해수열(SWAC: Seawater Air Conditioning) 등이 있다.
조력발전은 조석간만의 차이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으로 특히 조석 차이가 큰 서해와 남해지역에서 높은 잠재력을 보인다. 인천 시화호의 조력발전소는 국내 최초의 대규모 조력발전소로 연간 5억 5,000만 kWh의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조력발전은 국내 해양에너지 발전 중 가장 먼저 상용화된 바 있다.
국내에서는 경기도 안산에 시화호 조력발전소가 2011년 만들어져 운영되고 있다. 25.4MW급 터빈 10기를 설치해 총 시설용량 254MW급으로, 시설 규모는 세계 최대이다. 조력발전소는 해양에너지 분야 유일한 상용기술이라는 강점은 있지만, 그동안 방조제 건설에 따른 갯벌 감소 등 단점이 있었던 탓에 규모 확장은 이뤄지지 않았다. 현재 정부와 한국수자원공사 등은 갯벌 복원, 해수 소통 수문 설치, 대체 조류 서식지 조성 등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조력발전을 확대하려는 방안으로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류발전은 해류의 운동에너지를 전기로 변환하는 기술로 빠른 해류가 있는 해협이나 좁은 수로에 적합하다. 한국의 맹골수로와 울돌목 등은 조류발전의 유망한 지역으로 평가되고 있다. 조류발전은 바다의 빠른 조류 흐름을 이용해 발전하는 방식이다. 국내 조류발전은 상용화가 임박한 '초기 준 상용화 단계'에 있고 영국 등 기술 선진국에 비해서도 80∼90% 수준의 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에서는 2009년부터 울돌목에 시험 조류발전소를 건설해 1MW급 실증실험이 끝나고 현재 시설용량을 150kW로 줄여 운영하고 있다. 최근 전력거래를 위한 사용 전 검사를 마쳐 국내 최초로 해양에너지를 이용해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를 받는 조류발전소가 됐다.
파력발전은 파도의 운동에너지를 전기로 전환하는 기술이다. 한국의 긴 해안선과 풍부한 파도는 파력발전의 우수한 잠재력을 제공할 수 있다고 전망된다. 현재 울진과 제주도 등에서 소규모 파력발전 실증프로젝트가 진행중이다. 파력발전은 파도의 힘을 이용한 파력 발전은 선박해양플랜트 연구소(KRISO)가 해수부 과제를 받아 2016년 제주시 용수리 해안에 500kW급 용수시험파력발전플랜트를 건설한 바 있고, 2021년 11월에는 제주 추자도에 방파제와 연계한 묵리파력발전소를 건설해 30kW급 전기를 24시간 작동하여 생산하고 있다.
해수온도차발전은 표층과 심층의 수온 차이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기술로 열대 및 아열대 해역에서 특히 효과적이다. 한국은 이 기술의 상용화를 위해 연구개발에 힘쓰고 있으며 해수온도차발전은 따뜻한 바다 표층수와 차가운 바다 심층수 사이의 온도 차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고온의 표층수를 진공펌프로 감압시켜 얻은 증기로 터빈을 돌려 발전하고 차가운 심층수로 증기를 냉각시켜 담수로 회수한다. 이 연구도 현재 선박해양플랜트 연구소가 진행하고 있으며 2019년 울산 앞바다에서 실증실험에 성공해 338kW의 최대 발전량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도에서 실증 플랜트를 운영하고 있다. 해수열은 보통 해수온도는 여름철에는 대기보다 7°C 정도 낮고, 겨울철에는 10°C 정도 높기 때문에 해수 온도와 대기 온도 차이를 냉난방에 활용하는 일종의 수열에너지이다. 이를 가능케하는 것은 열펌프이다. 열펌프를 통해 여름철 냉방이 필요할 때에는 건물 내부열을 물을 통해 밖으로 내어 보내고, 겨울철 난방이 필요할 때에는 물에서 열을 얻어 건물 내부로 공급한다. 한국수자원공사에 따르면 전국 12개 사업장에서 수열에너지 활용 설비용량 약 2,189kW 정도를 운용하고 있다.
일본은 1991년 지바시에 하수열을 활용한 냉난방 열공급으로 13∼23% 정도의 에너지 절감효과를 보고 있으며, 스웨덴 스톡홀름시는 해수와 하수, 호수, 지하수 등을 활용해 도시 전체 난방열원의 40% 이상을 충당하고 있다. 현재 한국의 해양에너지발전과 열원 규모는 제한적이지만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기술혁신을 통해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대안에너지로서의 해양에너지
재생에너지원으로의 조력, 조류, 파력발전 및 해수 온도차 발전 및 열원 등은 해양에너지가 갖는 장점으로 충분히 탄소중립과 RE100 실현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한국에서 탄소중립의 실행방안으로 모색되는 정책으로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상응하는 만큼의 숲 조성이나 화석연료를 대체할 대체에너지 분야에 투자하여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상응하는 탄소배출권 구매 등도 있다. 반면 RE100은 ‘Renewable Energy 100%’의 약자로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량의 100%를 2050년까지 풍력·태양광·해양에너지 등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충당하겠다는 목표의 국제 캠페인이다.
RE100은 2014년 영국 런던의 다국적 비영리 기구인 더 클라이밋 그룹에서 처음 시작됐다. 재생에너지는 석유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태양열, 태양광, 바이오, 풍력, 수력, 지열, 해양에너지 등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를 말한다. RE100은 정책이 아닌 자발적인 켐페인으로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이처럼 RE100은 현재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세계 탄소중립과 연결된 경제 이슈라 볼 수 있다. 현재 RE100에 참여 기업 상위 5개국 중 단연 상위 그룹은 미국과 일본이고 그 다음으로 영국 한국 대만 순이다. 우리나라는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다. 일단 선진외국에 제품을 수출하려면 2050년까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해양에너지 포함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해야 한다는 국제 캠페인에 동참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 RE100의 효율성을 둘러싼 논쟁에 일고 있기도 하다. 신재생에너지만으로는 급격하게 늘어나는 에너지 수요를 충당할 수 없어 원자력발전까지 포함할 수 있는 CF100이 거론되고 국제사회에서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실질적인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서는 RE100을 넘어 CF100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기 때문이다. CF100은 Carbon Free 100%의 약자로 사용전력의 전부를 무탄소 에너지로 공급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재생에너지가 아닌 원자력의 경우 무탄소 에너지이기 때문에 세계 각국에서는 CF100을 선호하는 추세이긴 하다.
해양에너지 산업 활성화를 위한 현안 과제
△첫째, 기술개발 및 상용화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기술개발의 측면에서 해양에너지발전시스템의 효율성과 내구성 향상이 시급하다. 해양의 극한 환경에서 작동하는 발전장치들은 수시로 심각한 기술적 도전에 직면한다. 염수부식, 극심한 기상조건, 해양생물에 의한 손상 등 다양한 기술적 장애물에 부닥친다. 경제성확보는 해양에너지 산업발전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현재 해양에너지발전 시스템의 초기투자비용이 매우 높아 상용화에 어려움으로 작용한다. 조력, 파력, 조류발전등 각 기술별로 대규모 인프라구축에 수백억원의 초기투자비가 소요되며, 발전단가도 기존 화석연료발전에 비해 경쟁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둘째, 정책인프라 구축 미흡과 인력 미확보도 문제다.
현재 한국의 해양에너지관련 법제도는 아직 미흡한 상황으로 산업육성을 위한 종합적인 제도적 기반 구축이 되어있지 못한 상황이다. 인력양성도 심각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 현재 해양에너지 분야의 전문인력은 매우 부족한 실정으로 대학 및 연구기관에서의 체계적인 교육프로그램 개발이 되어 있지 못한 상태다. 해양공학, 신재생에너지 기계설비 등 융합적 관점의 전문인력양성체계를 구축하고 산학연 협력을 통해 실무중심의 교육이 강화되어야 하겠지만 아직은 턱없이 미흡한 실정이다.
해양에너지 산업 활성화를 위한 발전전략
△첫째, R&D투자와 인센티브 제공이 절실히 요구된다.
해양에너지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정부 주도의 전략적 R&D 투자가 필수적이다. 현재 해양에너지 기술의 기술적 한계와 경제성 부족을 극복하기 위하여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연구개발 투자가 요구된다. 정부는 향후 5년간 해양에너지 R&D 예산을 현재 대비 50% 이상 확대하고 특히 핵심기술개발에 집중해야 한다.
조력, 파력, 조류, 해수온도차발전 등 각 해양에너지원 유형별 맞춤형 기술개발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기술혁신을 가속화 해야 한다. 더불어 민간기업의 해양에너지 산업 참여를 촉진하기 위해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하며 해양에너지 관련 기업에 대한 법인세 감면, R&D 세액공제 확대, 저금리 정책자금 지원 등 재정적 인센티브도 함께 강화해야 한다. 또한 해양에너지 발전 프로젝트에 대한 금융지원과 리스크 분산 메카니즘을 마련하여 민간투자를 활성화해야 하며, 국가차원의 종합적인 해양에너지 기술개발 로드맵을 마련하여 산학연 협력 생태계를 구축하고 기술혁신의 시너지를 창출해야 한다. 대학, 연구소, 기업간 공동연구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해외선진기술과 기술 교류 및 협력도 추진해야 한다.
△둘째, 인력양성과 민간투자 확대가 요구된다.
해양에너지 산업이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하여 체계적인 전문인력 양성과 민간투자 활성화가 필요하다. 먼저 대학과 연구기관은 해양공학, 신재생에너지, 기계설계 등 다학제적 관점의 융합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실무 중심의 현장교육과 인턴십 프로그램을 통해 산업현장에서 즉시 활용 가능한 실무역량을 갖춘 전문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민간투자 활성화를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정책도 필요하다. 해양에너지기업에 대한 세제혜택, 저금리 정책자금 지원, 투자리스크 분산 메카니즘 구축 등을 통해 민간기업의 참여를 촉진해야 한다. 또한 해양에너지 프로젝트에 대한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재정지원체계를 마련하여 민간투자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해야 한다.
글로벌 해양에너지 기술시장에서의 역할
블루 이코노미의 한 부분인 해양에너지 기술 개발 및 보급 확대는 아직 상용화 초기 단계이지만, 무한한 잠재력과 친환경성, 그리고 기술혁신의 가능성으로 인해 미래 에너지의 핵심으로 부상되고 있다. 해양에너지산업은 탄소중립과 RE100 실현을 위한 미래에너지 전략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며 현재의 기술적인 한계와 경제적 도전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투자와 혁신을 통해 2050년까지 해양에너지를 포함한 신재생에너지 발전 규모는 획기적으로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발전은 단순한 에너지생산을 넘어 다양한 사회경제적 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첫째, 에너지자립도 향상을 통해 국가에너지안보를 강화하고 둘째, 신성장동력 산업으로서 새로운 일자리와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며 셋째, 온실가스 배출감축을 통해 기후변화대응에 적극적으로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장기적으로 해양에너지는 한국의 신재생에너지 포트폴리오에서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할 것이며, 글로벌 해양에너지 기술시장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