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해양] 송어양식이 올해 60주년을 맞았다. 국내 송어양식은 지난 1965년 1월 3일 미국 캘리포니아 국립양어장의 무지개송어란 1만 개가 미군 항공기에 실려 김포공항에 도착, 화천군 간동면 도립 시험양어장으로 옮겨지면서 시작됐다.
당시 기술 부족과 환경 부적합 등으로 사실상 실패를 맛본 뒤 단 4마리만 남은 상태에서 시험장을 1967년 평창송어장으로 어렵게 옮겨 송어양식이 성공하게 됐다. 국내 최초의 냉수성 어류 양식이 시도된 것이다. 이는 당시 대부분 연안 및 해수어종 위주였던 한국 수산양식의 지형을 바꾸는 계기가 됐고, 이후 수십 년에 걸쳐 고부가가치 양식 산업의 토대를 다지는 결정적 출발점이 되었다.
저지방 고단백 어종인 송어는 서식 조건이 까다로운 냉수성으로, 맑은 물과 낮은 수온, 깨끗한 환경이 필수적이다. 초창기엔 부화에 실패하기도 했으나, 강원도 수산 공무원 출신의 함준식 원복수산 대표 등 선구자들의 끊임없는 기술 연구와 환경 적응 시도로 1976년 마침내 연중 인공 부화에 성공했다.
이 기술은 송어의 산업화를 가능케 했고, 강원도 평창과 화천, 정선 등을 중심으로 송어양식이 활발히 퍼져 나갔다.
1980년대 들어 송어양식은 전국 400여 개 양식장으로 확산되며, 연간 7,000톤에 이르는 생산량을 기록할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 1984년 함준식 원복수산 대표는 송어양식으로 철탑산업훈장을 수훈하고, 1990년대 초엔 송어양식협회 초대 회장을 역임하며 제도화와 기술 표준화에도 기여했다. 그의 동생인 함영식 대표는 기존 양식장 운영을 현대화하고, 송어액젓·송어탕 같은 고부가가치 가공제품을 개발하며 브랜드화를 이끌었다. 최근에는 LOHAS(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생활양식) 인증, 특허 출원, 신지식인 수상 등으로 지역과 산업 모두에 선순환을 안겨주고 있다.

또한 최근엔 2대, 3대 대를 이어 20~30대 젊은 어업인들이 송어양식의 대를 잇고 있어 송어는 매우 희망적인 어종 중 하나이기도 하다.
내수면양식, 그중에서도 송어양식 가능성을 인지한 2세대, 3세대, 양식어업들은 자동화와 스마트양식 기술을 송어에 적용하면서 수온 변화와 기후 위기에도 대응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그는 국내 최초로 높낮이 조절형 양식 시스템을 도입해 효율성과 안전성을 높였으며, 기술혁신형 수산업의 미래를 열어가고 있다.
송어양식 60주년은 단순한 기념이 아니다. 이는 한국 수산양식이 외래 기술에 의존하던 단계에서 벗어나, 자립적 기술 개발과 친환경적 운영, 지역과 융합된 산업으로 발전해 온 역사의 증거다. 한 어종의 성공이 전국 양식 기술의 도약을 이끌었고, 고부가가치와 생태 보전을 조화시키며 수산업 전반에 ‘지속 가능성’이라는 키워드를 뿌리내리게 했다. 지금의 송어양식은 어업을 넘어 관광, 식문화, 생태교육으로 확장되며 지역을 살리는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송어양식 60년의 역사는 결국 새로운 도전에서 시작된 기술이 산업으로, 문화로, 그리고 세대를 잇는 전통으로 발전해 온 한국 수산양식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다. 앞으로의 60년은 기후위기와 자원 고갈, ESG 요구라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지만, 그동안 쌓아온 경험과 기술, 그리고 사람들의 노력이 있다면 송어는 다시 한 번 한국 수산의 미래를 이끌 상징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이를 기념하는 송어양식 60주년 기념행사가 강원도 정선군 하이원 그랜드 호텔 메인타워 소연회장에서 (사)한국송어양식협회(회장 손희륜) 회원 등 관계자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2~13일 이틀에 걸쳐 열렸다.
지난달 12일 기념식에서는 조정희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원장과 수산관측센터 연구원, 오현주 중앙내수면연구소장과 국립수산과학원 연구진, 오근호 한국내수면양식단체연합회장, 박인환 수협사료 대표 등 사료업계, 송어양식협회 회원 등 관계자 300여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이날 송어양식협회는 송어양식 발전에 기여한 회원 등에 대한 해양수산부 장관 표창 등 표창장 수여에 이어 관계기관 등에 감사패, 공로패를 전달했다.
이어 열린 학술행사에서는 △임재현 수과원 연구관의 ‘한국 무지개송어 산업 발전 방안’ △이진환 수과원 연구사의 ‘무지개송어 RAS 모델 설계 및 시설관리’, △이남수 KMI 수산업관측센터장의 ‘송어양식 60주년과 수산관측의 동행’, △히라비야시 카오루(平林 馨) 일본 후지양송어어업협동조합장의 ‘일본의 송어 생산현황과 발전 방향’ 등에 대한 발표와 오현주 소장이 좌장을 맡아 진행한 종합토론이 펼쳐졌다.
이날 임재현 연구관은 무지개송어 산업 발전전략으로 △육종 프로그램 △RAS 및 스마트 양식 도입 △사료 개발 등을 언급했다. 그리고 질병 예방과 관리 시스템 강화를 강조했다. 임 연구관은 “무지개송어 산업의 성공적 발전은 RAS 및 스마트 양식과 같은 첨단 기술을 사용하여 다른 양식 부문을 현대화 하는 모델이자 촉매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송어가 직면한 과제, 즉 수질, 질병, 기후 민감성은 많은 양식 어종에 공통적”이라며 “지속 가능한 송어 양식을 시연할 수 있다면 다른 어종에도 적용해 한국 양식산업의 발전을 이끌 수 있다”고 역설했다.

이어 이진환 수과원 첨단양식실증센터 연구사는 ‘무지개송어 RAS 모델 설계 및 시설관리’ 발표에서 △국내외 RAS(순환여과양식시스템) 산업 환경 분석 △RAS 설계 및 설계 요인 △보급형 스마트 RAS 모델 이해와 시설 관리 △국내외 RAS 산업화 기술수준 진단 △스마트양식 발전 제고 등에 대해 발표했다.
수과원은 지난해 말 국내 최초로 ‘보급형 무지개송어 순환여과양식시스템(RAS) 모델’ 2종을 송어양식장에 보급했다. 친환경적 내수면 양식산업 발전을 위해서다.
순환여과양식시스템은 양식에 사용된 사육수를 버리지 않고, 양식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오염물질을 생물학적 여과 등을 통해 제거한 뒤 재사용하는 첨단양식시스템이다. 이는 온도 등 사육환경을 인위적으로 조절이 가능해 연어와 같은 하절기 국내 서식이 어려운 냉수성어류 등도 연중 생산 가능하다.
이번에 보급된 무지개송어 순환여과양식시스템 모델에는 고형 오물 자동 제거 기술 등 특허기술 4건이 포함돼 있다. 수과원은 특허기술 중 특허등록이 완료된 3건에 대해 올해 상반기에 한국송어양식협회에 기술이전을 추진할 계획이며, 나머지 1건은 작년 11월에 특허청 특허출원을 마쳤다.
수과원은 해외 순환여과양식시스템과 비교해 건설 비용을 낮추고, 국내 환경 및 운영 방식에 적합한 한국형 모델 개발을 주요 목표로, 2021년부터 보급형 모델 개발 연구를 본격적으로 추진해왔다. 이를 위해 국내 최초로 고형 오물 제거 자동화, 고효율 유동성 생물여과 및 사육수조의 유속 등 환경조절이 가능한 국산 장비 시제품을 개발, 양어장 자동화 및 스마트화 기반구축에 필요한 산업화 기술을 현장에 보급했다.
또한 양식업계의 스마트·자동화로의 전환, 기후변화와 자연재해 대응은 물론 국내 송어양식생산 경쟁력 강화와 지속 가능한 친환경 내수면 양식산업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21년부터 이를 연구해온 이진환 연구사는 “자동화, 첨단화, 스마트화 아무리 얘기해도 양식장 규격화가 안 돼 있으면 물 건너 이야기밖에 안 된다. 규격화가 우선돼야 한다”며 “이번 모델은 현장의 애로 기술을 찾아 설계할 때 반영하기 위해 현장 연구실을 운영하며 실험, 연구한 데이터를 축적해 개발한 모델이라 바로 현장 적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남수 KMI 수산업관측센터장은 “송어양식의 미래를 위해 종자 생산 기술 향상으로 부화·성장률은 높이고 폐사율과 기형률은 낮추고, 민간 정책 협의체 구성을 통해 송어 종자의 연구 개발 투자와 관련된 지속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특히 일본 후지양송어어업협동조합 이사장이자 전국양송어진흥협회 이사인 히라바야시 카오루 씨의 ‘일본의 송어 생산 현황과 발전 방향’ 발표는 주목을 받기 충분했다.
카오루 씨는 “일본 송어 양식의 역사는 2년후 150년을 맞는데, 몇 년 전 수입산(노르웨이) 연어 수입이 늘어 위협을 받았는데 이때 오히려 일본산 송어 가격이 올랐다”며 당시 일화를 소개했다(미니 인터뷰 참조). 이는 많은 시사점을 던져 주었다. 일어 통역은 백은영 KMI 수산업관측센터 팀장이 맡았다. 또 이튿날에는 양식장 임대사업 설명회, 친환경 직불금의 이해에 대한 설명회가 있었다.

행사를 주최·주관한 송어양식협회 손희륜 회장은 “송어 양식 60년 역사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어려움을 이겨내고 함께 극복한 회원들과 해수부, 수과원, KMI 등 송어산업 연구기관의 관심과 지원이 있어 성과가 있었다”며 “기술혁신과 품질향상, 친환경 양식 실천으로 수산양식에 있어 든든한 버팀목으로 자리매김했다”고 감사를 표했다. 이어 손 회장은 “다가오는 미래에는 좀 더 높은 품질, 신선한 송어를 생산해 우리나라와 세계시장에서 위상을 높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미니 인터뷰 -
히라비야시 카오루(平林 馨) 일본 후지양송어어업협동조합장
“일본 송어는 고급 브랜드화 전략”

○ 로컬 브랜드가 있다는 것만으로 수입산에 경쟁력을 가질 수 있나?
수입산 연어가 들어오면서 공급량이 늘자 일본 송어 양식인들은 고급화 전략을 폈다. 생산량을 증가시키지 않았고, 출하량도 조절했다. 무엇보다 각 현마다 독특한 로컬브랜드를 개발해 고급화, 소량화, 브랜드화 전략을 폈다. 일본 전역에는 140여 개 로컬 송어 브랜드가 있다.
○ 로컬 브랜드가 있다는 것만으로 수입산에 경쟁력을 가질 수 있나?
일본은 고선도, 대형화를 지향했다. 소형어는 출하하지 않고, 신선한 대형어를 브랜드별로 가공, 포장해서 내놓는다. 소형어에서 대형어로, 대량생산에서 소량생산으로, 중급에서 고급화,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한 것이 주효했다고 본다.
○ 생산량을 조절한다는 데 적정량의 기준은 무언가?
일본의 경우 연간 생산량이 1,000톤이 넘으면 안 된다고 본다. 1,000톤의 벽을 넘을 때 가격이 무너진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이를 지키려고 한다.
○ 한국에서는 어떤 전략이 좋을 것이라고 보는가?
한국 사정을 잘 아는 건 아니지만 신선하고 질 높은 상품을 다양하게 내놓는게 좋을 것이라고 본다. 소비자는 독특한 것을 찾기 마련인데 한국 송어만의 경쟁력을 갖춘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