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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이색적으로 즐기는 해양관광 4선

‘경험’과 ‘웰니스’를 품은 바다, 해양관광의 지형도를 다시 그리다

  • 기사입력 2025.07.10 20:19
  • 기자명 나준수 기자

[현대해양] 해양관광 시장의 수요가 변화하고 있다. 기존의 휴양지 방문 중심 여행에서, 체험과 건강을 결합한 새로운 레저 콘텐츠가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신체적, 정신적 건강의 조화를 추구하는 ‘웰니스(Wellness)’와 남들과는 다른 자신만의 서사를 만들고자 하는 ‘이색 경험’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로 설명된다.

소비자의 인식 변화는 단순한 감상이 아닌, 실제 데이터로도 명확히 드러난다.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2025 관광 트렌드’ 분석에 따르면, 과거의 명소 방문형 관광에서 벗어나 ‘웰니스 여행’과 지역 고유의 문화를 깊이 있게 체험하는 ‘로컬리즘(Localism)’에 대한 선호도가 뚜렷하게 증가하고 있다. 이는 여행을 통해 배우고 성장하며 재충전하려는 수요가 관광 시장의 핵심 동력으로 부상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바다는 기존의 역할을 넘어 새로운 가능성의 무대로 재평가받고 있다. 지난해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에서 진행한 해양관광시장 소비규모와 트렌드에 따르면 2023년 국내 해양관광 시장은 40조 9,430억 원 규모로 전년 대비 9.3% 성장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은 이러한 성장 배경으로 국민들의 바닷가에 대한 매력도 상승, 정부의 해양레저관광 활성화 정책, 해양관광 인프라 개선, 웰니스 관광에 대한 수요 증가를 꼽았다. 이러한 패러다임의 전환을 보여주는 네 가지 해양 레저 분야, 즉 요트, 해양치유, 프리다이빙, 서핑의 현황과 그 의미를 심층적으로 조망하고자 한다. 이 네 가지 활동은 단순한 레저를 넘어, 변화하는 시대가 바다를 소비하는 새로운 방식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가장 흥미로운 사례들이다.


한강에서 타고, 바다에서 잔다: 요트 콘텐츠의 진화

여름철 더위를 피하는 방식이 다양해지고 있다. 바닷가로 떠나는 전통적인 휴가에서 벗어나, 이제는 도시 한복판이나 수도권 외곽에서 요트를 타고 바다 위 시간을 보내는 피서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서울 반포 세빛섬과 경기도 화성 전곡항 두 곳은 각기 다른 콘셉트의 요트 콘텐츠로 이용자들의 선택지를 넓혀가고 있다.

골든블루마리나
골든블루마리나

서울시 서초구 반포동 세빛섬에 위치한 골든블루마리나는 도심형 요트 체험의 대표주자로 꼽힌다. 특히 ‘레인보우 브리지 요트 투어’는 잠수교 인근의 음악분수와 조명이 어우러지는 시간대를 중심으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송용호 골든블루마리나 대리는 “고객들이 가장 좋아하는 포인트는 분수와 조명이 맞물리는 순간으로, 해당 시간대 예약이 가장 빠르게 마감된다”고 말했다.

요트 위에서는 프러포즈, 돌잔치, 소규모 웨딩 등 다양한 연출형 이벤트가 가능하다. 꽃 장식이나 풍선 데코, 전문 사진 촬영까지 가능한 구조 덕분에 하나의 ‘프라이빗 파티룸’처럼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송 대리는 “예전엔 연인이 주로 찾았지만 요즘은 가족 단위의 대관 수요도 확실히 늘었다”고 전했다.

요트 크기는 11인승부터 30인 이상까지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으며, 세빛섬 내 레스토랑과 연계해 다과부터 코스 요리까지 맞춤 구성할 수 있다. 단순히 요트를 타는 체험에서 나아가, ‘요트 위에서 시간을 보내는 방식’이 주요 콘텐츠로 자리잡고 있다.

또한, 프라이빗한 경험을 원하는 이들을 위한 단체 대여 요트 상품도 운영 중이다. 11인승부터 31인승까지 다양한 크기의 요트를 빌릴 수 있으며, 세빛섬 내 레스토랑과 연계한 케이터링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용 목적의 변화다. 송 대리는 “과거에는 프러포즈 이벤트 수요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생일 파티나 환갑 잔치 같은 기념일 모임이 더 많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는 요트가 일회성 이벤트를 넘어, 관계 중심의 의미 있는 장소로 인식이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경기도 화성 전곡항에서는 ‘요트 스테이’라는 독특한 숙박 체험이 가능하다. 카발리에 요트클럽이 제공하는 이 서비스는 수도권 인근에서 유일하게 항해와 숙박을 결합한 프로그램으로, 이용객에게 짧지만 진한 해양 경험을 제공한다.

카발리에 요트클럽
카발리에 요트클럽

‘요트 스테이’는 해질녘 세일링 투어와 정박한 요트에서의 하룻밤이 결합된 패키지 상품이다. 제부도와 누에섬 인근을 항해한 뒤, 다시 전곡항으로 돌아와 정박한 요트에서 숙박을 이어가는 방식이다. 원필재 선장은 “고객들이 직접 조타도 해보고, 해 질 무렵 항해한 뒤 배에서 하루를 보내는 과정을 전체적으로 즐긴다”고 설명했다.

요트 내부는 침실과 거실, 주방, 욕실 등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어, 숙박형 콘텐츠로서도 손색이 없다. 배 깊숙한 곳으로 내려가는 벙커베드 구조 덕분에 아이를 동반한 가족 고객의 반응도 좋다. 원 선장은 “아이들 같은 경우는 배 안의 벙커베드 구조를 특히 좋아한다”고 말했다.

주요 고객층은 이색적인 체험을 원하는 젊은 부부나 가족 단위 방문객이다. 원 선장은 “바다 위 배에서 잔다는 첫 경험과, 쉽게 타볼 수 없는 세일링 요트에 대한 로망 때문에 이용객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전했다.

접근성도 강점이다. 수도권에서 멀지 않은 전곡항은 시간적 여유가 부족한 도시민들에게 ‘요트 스테이’라는 짧지만 깊은 여름 휴양의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파도소리와 함께 치유 받는 여름, 해양치유센터

해양치유(Marine Healing)는 해수, 해조류, 머드 등 바다의 천연자원을 활용해 건강 증진과 질병 예방을 꾀하는 과학적 건강관리 요법으로, 국내 웰니스 관광의 새로운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해양치유, 즉 탈라소테라피(Thalassotherapy)는 유럽에서 이미 보편화된 건강 요법이다. 정경수 해양수산부 해양레저관광과 사무관은 “독일과 프랑스는 의사가 해양치유를 처방할 정도로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며 “우리는 이제 걸음마 수준”이라고 국내 현황을 설명했다. 정부는 완도, 태안, 울진, 경남 고성, 제주 등 전국 5곳을 해양치유 거점으로 선정하고 국립 해양치유센터 건립을 추진하며 체계적인 산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 각 센터는 지역별 해양자원의 특성을 살려 차별화된 모델로 개발된다. 정 사무관은 “머드는 보령, 해조류는 완도처럼 특화 자원에 따라 효능도 달라지므로, 자원을 중심으로 각 센터의 방향을 설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완도해양치유센터의 해조류 거품 테라피
완도해양치유센터의 해조류 거품 테라피

현재 국내에서 유일하게 운영 중인 완도해양치유센터는 대한민국 해양치유의 선두주자다. 한국관광공사로부터 ‘우수 웰니스 관광지’로 선정된 이곳은 개관 이후 8만 명이 넘는 방문객이 다녀가며 그 인기를 증명하고 있다. 센터의 프로그램은 크게 ‘기본 프로그램’과 ‘프리미엄 프로그램’으로 나뉜다. 기본 프로그램은 해수풀, 명상풀, 해조류 거품 테라피 등 5개의 테라피실을 자유롭게 이용하는 방식이다. 프리미엄 프로그램은 건강 측정 후 개인의 상태에 맞춰 스톤 테라피, 해조류 머드 랩핑 등 11개의 전문 테라피 중 3가지를 선택해 집중적으로 관리받는 방식이다.  

완도해양치유센터는 ‘2025 완도 방문의 해’와 여름 시즌을 맞아 할인 프로모션도 진행한다. 이달 18일까지 센터 현장에서 이용권을 대량으로 구매할 경우, 기본 프로그램은 최대 60%, 프리미엄 프로그램은 최대 50%까지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수도권 주민들에게는 올해 하반기 개관 예정인 태안 해양치유센터가 희소식이다. 수도권에서 2~3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 최초의 국립 해양치유센터이기 때문이다.  

태안 해양치유센터는 피부미용과 근골격계 질환 완화에 특화될 예정이다. 특히 퇴적 유기물인 ‘피트(Peat)’와 갯벌 머드를 핵심 자원으로 활용한 독자적인 프로그램을 제공할 계획이다.  

센터의 주요 타겟층은 50대에서 60대인 ‘액티브 시니어’지만, 유명 해수욕장과 인접해 있어 잠재 고객층은 더 넓다. 정 사무관은 “완도 센터의 경우 여름에는 예약 잡기가 매우 어려울 정도로 그 인기가 상당하다”며, “해수욕장 방문객들이 자연스럽게 센터로 유입되는 효과가 크다”고 전했다. 이는 센터가 특정 질환의 치유 목적 방문객과 일반 관광객을 모두 흡수하며 시장을 확대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침묵의 세계로, 프리다이빙의 내밀한 매력

수면 아래, 모든 소음이 사라진 고요한 푸른빛 속으로 오직 한 번의 호흡에 의지해 몸을 맡기는 순간, 비로소 내면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프리다이빙은 공기통의 기계음 대신 자신의 심장박동 소리에 귀 기울이며, 자신의 신체적, 정신적 한계를 탐색하는 과정이다.

‘숨을 참고 물속에 들어간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이 막연한 두려움이나 넘기 힘든 도전으로 여길 수 있다. 하지만 최재호 ㈔한국프리다이빙협회(KFA) 협회장은 이러한 선입견에 대해 손사래를 친다. 그는 “프리다이빙은 스쿠버 다이빙처럼 무겁고 복잡한 장비 없이 마스크, 스노클, 오리발 정도의 간단한 장비만으로 바로 시작할 수 있다”며, “장비가 많이 없기 때문에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접근하고 배울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겉으로 보이는 극한의 이미지와 달리, 실제로는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을 통해 자신의 호흡을 이해하고 다스리는 법을 배우는 안전한 스포츠라는 것이다.

실내에서 연습하는 프리다이빙
실내에서 연습하는 프리다이빙

이러한 접근성 덕분에 프리다이빙 교육 수요는 최근 몇 년 사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최 협회장은 “내부적으로 보면 스쿠버 다이빙 교육도 같이 하고 있는데, 체감적으로나 실제 수요로나 최근에는 프리다이빙 수요가 더 많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특히 무거운 장비에 대한 부담이 없어 우아한 움직임을 선호하는 여성 다이버들 사이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프리다이빙의 대중화는 역설적으로 바다가 아닌 도심 속 대형 잠수풀이 이끌었다. 경기도 용인의 딥스테이션, 가평의 K26 등 세계적 수준의 시설에서 이퀄라이징(압력 평형)과 안전 수칙 등 기본 기술을 안전하게 익힐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내 잠수풀에서의 훈련은 결국 진짜 바다로 나아가기 위한 과정이다. 기본 교육을 마친 다이버들에게 동해와 남해, 제주의 바다는 새로운 차원의 매력을 선사한다. KFA가 직접 운영하는 경북 울진의 해양레포츠센터는 수심 5m의 실내 풀과 센터 바로 앞바다를 연계한 체계적인 해양 교육을 제공하여 풀장에서의 교육부터 시작해 바다로 직접 나가 즐기는 프리다이빙까지 제공한다.

이 외에도 동해안의 강원도 고성, 양양, 삼척 갈남항 등은 맑은 시야와 아름다운 수중 지형으로 프리다이버들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포인트다. 제주도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다이버들의 천국이라 불린다. 서귀포의 섶섬, 문섬 주변은 화려한 연산호 군락을 만날 수 있으며, 판포포구와 황우지해안 등은 비교적 잔잔하여 초보 다이버들도 에메랄드빛 바다를 만끽하기에 좋다.

최 협회장은 “프리다이빙은 물에 대한 새로운 경험을 통해 자라나는 청소년에게는 영감과 창의성을, 성인에게는 일상 속 안전 기술을 배울 수 있는 유용한 활동”이라고 덧붙였다. 그의 말처럼, 풀장에서 시작된 작은 도전은 마침내 광활한 바다의 품에서 자신을 탐험하고 성장시키는 특별한 경험으로 완성된다.


당신의 파도를 찾아서, 서퍼를 위한 대한민국 해안 안내서

과거 소수 마니아의 문화로 여겨졌던 서핑은 이제 대중적인 여름 레저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해변마다 파도의 특성과 주변 환경이 달라, 자신의 수준과 목적에 맞는 장소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도권 서퍼들에게 강원도 양양은 가장 선호되는 목적지다. 가장 큰 이유는 접근성이다. 서울에서 양양까지 고속도로를 이용하면 1~2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다.  

양양군 서퍼비치
양양군 서퍼비치

하지만 양양의 경쟁력은 단순히 지리적 이점에만 있지 않다. 이곳은 서핑을 중심으로 한 독자적인 문화를 형성했다. 국내 유일의 서핑 전용 해변인 ‘서피비치(Surfyy Beach)’에서는 서핑 강습과 함께 이국적인 분위기의 휴양을 즐길 수 있다. 인근 인구해변에 형성된 ‘양리단길’은 개성 있는 상점들이 모여 서핑 전후의 즐길 거리를 제공한다.  

양양 외에도 국내에는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닌 서핑 명소들이 있다.

부산 송정해수욕장은 도시 인프라와 서핑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사계절 수온이 비교적 따뜻하고 파도가 꾸준해 연중 서핑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제주 중문색달해변은 대한민국 서핑의 발상지로, 숙련된 서퍼들이 양질의 파도를 만나기 위해 찾는 곳이다. 화산섬 특유의 지형이 만들어내는 역동적인 파도는 다른 곳에서 경험하기 힘든 매력을 지닌다.    

기사에서 살펴본 네 가지 분야의 해양관광 아이템은 소비자들이 더 이상 획일화된 상품에 만족하지 않고 자신만의 취향과 서사를 중시하는 ‘경험 경제’로 시장의 무게 중심이 이동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또한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추구하는 ‘웰니스’가 일시적 유행을 넘어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으면서, 바다는 그 잠재력을 실현할 최적의 공간으로 재조명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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