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해양] 우리나라 연근해 해역에는 약 2,000여 척 이상의 크고 작은 선박들이 침몰해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침몰선은 연안의 해양 환경 오염과 해양 사고의 잠재적 위험 요인이 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정부에서는 일부 침몰선박에 잔존유의 양을 확인하고 회수하기 위한 사업을 하고 있다.
특히 수심이 깊은 해역(약 91m까지)의 침몰선박에 대한 작업을 위해서는 표면공급식 잠수장비를 이용하여 주로 산소와 헬륨을 일정 비율로 혼합한 기체인 헬리옥스(Heliox)를 주입하여 고도로 숙련된 잠수사가 작업을 하게 된다.
이 작업을 위해서는 적지 않은 준비 기간이 필요하고 대표적으로 4점 묘박이 가능한 대형의 바지(Barge) 선박과 함께 대량의 혼합기체인 헬리옥스(Heliox), 표면공급식 혼합기체 잠수장비(Surface Supplied Mixed-gas Diving System), 잠수사 이송장비인 LARS(Launch And Recovery System), 감압챔버(Decompression Chamber) 등이 필수적으로 필요하고 약 30명 이상의 전문인력을 동원해야 한다.
표면공급식 혼합기체 잠수작업은 잠수사를 비롯하여 잠수책임자, 잠수보조자 등 작업자 사이의 상호 지원과 긴밀한 조화가 요구된다. 수 기압의 심한 압력 변화로 인해 상승 시 적절한 감압이 실행되지 않으면 매우 위험한 상황이 도출될 수도 있기 때문에 각각의 구성원은 관련 자격을 보유하고 있어야 하고 비상시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하여야 한다.
국내에서는 잠수 시 안전과 관련하여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고용노동부령)」에서 잠수작업의 정의, 설비, 작업방법과 관리 등에 대해서 정하고 있고, 「고기압 작업에 관한 기준(고용노동부 고시)」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작업시간과 감압 속도 등의 제한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다.
이밖에 잠수작업 관련 안전과 기술에 대해서는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안전 기술 지침에서 세부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내용을 담아 잠수사들에 대한 정기적인 교육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작업별, 수심별 세부적인 안전 절차에 대한 교육도 필수적으로 요구되고 있다.
물론 이러한 법과 규정들을 준수하고 설비들을 잘 관리한다고 하더라도 수중이라는 환경은 예기치 못한 변수가 많고 각 작업에 대한 세부적인 규정이나 절차가 없으므로 잠수 안전사고는 늘 잠재적인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고기압 작업에 관한 기준」에서 공기 잠수작업은 최대 수심 약 51.9m, 혼합기체 잠수작업은 최대 수심 약 91.5m를 한계로 규정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공기에 포함된 질소로 인한 마취현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혼합기체를 사용하는 가장 큰 목적은 일명 ‘마티니 효과’라는 질소 마취를 예방하기 위함이다. 질소 마취는 압력의 증가로 인하여 호흡하는 공기 내 질소가 신경계에 영향을 미쳐 마취 효과를 유발하는 것인데, 필자도 수심 약 40m에서 잠수할 때 질소 마취로 인하여 잠시 어지럽고 행복한 기분을 느껴본 적이 있다. 레저 잠수 시 안전잠수 한계 수심을 약 30m로 하는 것도 질소 마취와 무관하지 않다.
심해잠수규정과 자격 필요
국내 민간 심해잠수산업은 앞서 언급한 침몰선 잔존유 회수사업이나 인양, 인명구조 등 구난사업에 가장 많이 적용되고 있지만, 최근에는 해상 풍력 사업, 신약 개발을 위한 해양바이오산업, 해양자원개발사업 등에도 점차 진출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연근해 전역에서 해상 풍력 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심해잠수 규정과 자격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공기잠수 한계를 벗어난 수심에서의 잠수를 위한 국내 작업 기준이 없기 때문에 외국계 회사들이 주도하는 사업에서는 IMCA(The International Marine Contractors Association)나 ADCI(Association of Diving Contractors International) 등 국제적인 민간단체에서 수립한 표준을 따르도록 하고 있다. 이 단체들은 민간 산업잠수 및 수중 작업에 있어 최고 수준의 안전을 지향하고 산업 잠수사를 위한 적절한 훈련 및 교육을 촉진하고 있다.
특히 IMCA에서는 잠수작업 운영의 무결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모범사례 및 기술 지침을 제공함으로써 해양산업의 성과를 개선하고, 해양산업의 안전, 환경 및 법규, 역량 및 교육, 잠수 부문 등 전 분야에 대한 엄격한 표준을 수립함으로써 전 세계적으로 해양산업 종사자들이 이 규정과 절차를 따르고 있다.
전문적 관리 감독 체계 요구돼
한편으로 국내의 「고기압 작업에 관한 기준」에서는 표면공급식 혼합기체 잠수작업 감압 기준 등 심해잠수에 대한 한계 수심과 감압 수심별 공급 기체와 시간 등에 대한 내용이 기술되어 있지만 잠수사의 자격, 운영팀 최소 인원 및 역할, 잠수장비 제원 및 필수 수량 등 심해잠수 운영에 필수적인 최소한의 기준도 마련되어 있지 않아 이에 대한 민간 영역의 해양산업, 특히 심해잠수산업에 대한 안전을 보장하기 위하여 장비와 설비, 인원 등에 대한 규정과 기술을 포함한 종합적인 기준과 이에 대한 검측, 감리 등 전문적인 관리 감독 체계가 필요하다.
또한 국제 민간자격 기준 인원의 수급이 어려우므로 국내 국가공인자격증 보유자에 대한 별도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고 잠수책임자에 대한 엄격한 선발 자격 기준, 작업에 대한 위험성 평가, 잠수장비 및 설비에 대한 전문성 있는 기관 및 전문가의 사전점검과 확인이 반드시 필요하다.
국제 기준에 따르면 심해잠수작업을 위해서는 전문 의료진이 현장에 상주하여야 하는데 이에 대한 교육과 자격 기준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해역 특성상 해양과 수중 환경에서 극명한 차이를 보이는 서해와 동해, 남해 등 해역별, 수심별 잠수 안전과 표준절차에 대한 기준은 반드시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심해기술협회는 세월호 구난작업 시 도출된 구난 및 심해잠수의 국내 민간 기술의 한계, 잠수사 안전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을 시작으로 우리나라 산업잠수의 체계를 마련하고 심해수중기술의 발전 등 해양산업의 활성화에 이바지하고자 2015년도에 설립되었다. 현재는 각종 잠수 교육 및 훈련과 검측 및 감리, 엔지니어링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