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해양] 우리 사회는 저출생·고령화, 수도권 집중화로 인해 지방소멸 위기에 직면해 있으며, 어촌은 그 영향을 가장 먼저 받고 있는 지역 중 하나다. 해수면어업 기준 어가인구는 2014년 14만 1,000명에서 2024년 8만 4,000명으로 감소했고, 고령화율은 같은 기간 32.17%에서 50.9%로 높아졌다. 이러한 흐름을 완화하고 지속 가능한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청년세대의 유입과 안정적인 정착이 핵심인데, 이를 위한 주요 수단이 바로 ‘귀어귀촌’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는 정주여건 개선을 위해 일반농산어촌개발, 어촌뉴딜, 어촌신활력증진 등 어촌어항재생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어업 외 소득 창출을 위한 어촌특화지원사업도 함께 전개해 왔다. 여기에 지역 자원을 바탕으로 주민 주도의 협력을 통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는 ‘내발적 발전론(Endogenous Development Theory)’의 적용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내발적 발전론은 외부 자원에만 의존하기보다는 지역 내부의 자원과 참여를 통해 자생력을 높이는 접근이다. 특히 어촌은 자연자원, 역사문화, 공동체 연대 등 고유한 내부 자산을 지니고 있어 내생적 발전의 기반이 튼튼하다.
일본 시마네현 하마다시는 어획량 감소와 가격 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지역 어민, 유통업체, 행정기관, 연구기관 등이 협력해 ‘돈치치(どんちっち)’라는 수산물 브랜드를 만들었다. 생선의 지방 함량 등 객관적 기준에 따라 품질을 분류하고, 출하 이력과 정보를 소비자에게 투명하게 제공하여 신뢰를 높였다. 생활 밀착형 홍보와 품질 차별화를 통해 부가가치를 높이고 있다.
국내에서도 경주 연동항은 어촌뉴딜사업을 통해 어항시설 정비, 주민 운영 카페, 민간 투자 유치 등을 추진해 지역의 활력을 되살리고 있으며, 충남 서산 중왕마을은 어촌특화지원사업을 통해 감태 가공시설과 마을 공동작업장을 조성하고, 이를 기반으로 주민소득을 창출하고 있다. 또 외지인 유입과 체험 관광 연계를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의 가능성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사례들이 보다 지속적인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지역공동체의 역량 강화뿐 아니라 외부 인재와의 조화로운 협력 체계 마련도 중요하다. 어촌어항재생사업이 완료된 이후, 이를 지역 활성화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콘텐츠 기획, 유통, 경영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이 필요하지만, 어촌은 고령화와 전문 인력 부족이라는 현실적 어려움을 안고 있다. 이에 귀어귀촌을 통한 외부 전문 인력의 유입은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는데, 이들이 지역을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방식이 아니라, 지역 주민과 함께 참여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귀어귀촌 정책 역시 이러한 관점에서 설계되어야 한다. 단순한 정착 지원이나 인프라 제공을 넘어, 귀어인이 지역에서 실질적인 역할을 수행하며 정착할 수 있도록 프로젝트형 정착 모델, 사회적경제조직과의 연계, 기획역량 육성 등이 함께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또한 어업은 일정 수준의 기술 습득과 공동체 적응이 필요한 만큼 ‘선(先)귀촌–후(後)귀어’ 방식처럼 생활 기반을 먼저 구축하고 이후 어업에 진입하는 단계별 모델이 보다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방향이 정책적으로 마련되어 실행된다면 보다 안정적인 정착을 도울 수 있을 것이다.
정책의 효과성과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 귀어귀촌 통계체계 개선도 필요하다. 현재는 같은 연도 내 이주와 어업 진입이 모두 이뤄져야 귀어인으로 집계되기 때문에, 실제 유입 흐름과 정책효과가 충분히 반영되기 어려운 구조다. 귀촌에서 귀어로 이어지는 과정을 반영한 생활주기형 통계체계를 통해 보다 정밀한 정책 설계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귀어귀촌 정책의 핵심은 지역 공동체와 연계된 정착 기반을 조성하고, 지속 가능한 생활 구조를 함께 만들어가는 데 있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실천 방안들이 고려될 수 있다.
첫째, 지역공동체 중심의 협업 기반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사회적 경제조직이나 프로젝트형 정착 모델 등을 활용하여 귀어인이 지역 기획과 운영에 점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선(先)귀촌–후(後)귀어’방식의 단계별 정착 경로를 정책적으로 유연하게 도입할 필요가 있다. 정착 초기에는 주거, 교육, 생활환경 중심의 귀촌 프로그램이 우선 제공되고, 이후 어업 진입을 위한 기술 습득과 행정 절차가 자연스럽게 연계되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예를 들어, 1~2년 차에는 지역 밀착형 마을살이 프로그램과 귀어인의 집 등 임대주택 지원을 통해 생활 기반을 마련하고, 3년 차부터는 양식장·어선 임대나 수산업 분야 취업 연계 등을 통해 어업 진입 여건을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셋째, 교육–실습–창업–정착을 연계한 통합형 교육체계 마련이 필요하다. 귀어귀촌종합센터의 이론 교육, 귀어귀촌지원센터의 체험 활동, 귀어학교의 실습 프로그램 등으로 구성된 단계별 기본 교육을 중심으로, 어업공동체나 수산 관련 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어업 기술, 경영, 가공·유통 등 실무형 교육을 강화하면, 귀어인의 역량 향상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현장 실습 및 실전형 창업 교육을 통해 실질적 정착 가능성을 높이고, 선배 귀어인 중심의 멘토링 프로그램을 체계화하여 경험 공유와 심리적 안정감을 높이는 방향도 병행되어야 한다.
넷째, 마을 자율운영 역량을 높이기 위한 기반을 함께 다듬어갈 필요가 있다. 주민총회, 청년 자치조직, 마을활동가 등 주민 주도 구조를 점차 활성화함으로써 지역이 자체적으로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해 나갈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다섯째, 생활주기형 통계체계를 도입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귀촌-귀어-정착의 전 과정을 반영한 통합적 통계 시스템을 통해 보다 정밀한 정책 설계와 분석이 가능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이주 시점, 정착 단계별 변화, 어업 진입 여부, 소득 수준, 공동체 참여도 등을 추적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된다면 정책의 실효성과 집행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다양한 사례와 흐름을 포착할 수 있는 데이터 기반은 향후 정책 조정에도 유용하게 작용할 수 있다.
어촌의 지속 가능한 경제 활성화는 지역 내부 자원의 조직화와 공동체 중심의 역량 강화에 기반하되 외부 전문성과의 조화로운 연계를 통해 보다 실효성 있게 추진될 수 있다. 귀어귀촌 정책이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함으로써, 전문성을 갖춘 인재들이 어촌에 안정적으로 유입되고, 이를 통해 지역 경제가 점진적으로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