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검색 서비스

부터
까지


부터
까지

후배 공무원에게 공직자 지침서 무상 배포한 최갑준 前 전남도 수산자원과장

2015년 680명에게 배포 이어 개정판 내어 전남도 내 830명에게...
'공무원의 성공습관'... ‘보고서 한 줄이 운명을 바꾼다’

  • 기사입력 2025.07.02 09:21
  • 최종수정 2025.07.02 09:37
  • 기자명 임종현 기자
책에 830명 후배 공무원의 이름을 정성껏 적어넣는 최갑준 前 전남도 수산자원과장
책에 830명 후배 공무원의 이름을 정성껏 적어넣는 최갑준 前 전남도 수산자원과장

[현대해양] 정년 퇴직과 동시에 책을 썼다. 40년 공직생활을 마친 다음 날, 그는 다시 책상 앞에 앉았다. “후배들이 저처럼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길 바랐습니다. 수산직 공무원으로서 현장과 행정을 두루 거치며 몸으로 부딪쳐 배운 것들이, 정리하지 않으면 그냥 사라져버릴 것 같았어요”라며 담담히 말했다.

최갑준 前 전남도 수산자원과장은 2015년 자비로 집필한 자기계발서 ‘공무원이 성공하려면 어떻게 할 것인가’를 수산직 후배 공무원 680명에게 무상 배포했다. 그리고 10년 후인 올해, 변화한 공직 환경과 MZ세대 공무원들의 눈높이에 맞춘 개정판을 다시 자비로 발간해, 전남도 및 시군, 읍면 수산직 공무원 830명에게 무료로 배부했다.

전남 고흥 풍양면에서 태어난 그는 고흥중학교를 졸업한 뒤 여수수산대학교(현 전남대학교 수산해양대학) 증식학과와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법학과를 거쳤다. 1973년 고흥군 금산면사무소에서 일용직으로 근무하며 공직의 세계에 첫발을 디딘 그는, 1974년 지방 9급 공개채용에 합격해 전라남도청에 임용됐다. 이후 보성군 해양산림과장, 전남도 해양수산과학관장, 친환경수산담당, 수산기업화담당, 해양생물과장, 수산자원과장을 거쳐, 2014년 완도국제해조류박람회 도 지원단장을 마지막으로 공직생활을 마무리했다.

책의 핵심은 실무 역량 강화다. 그중에서도 그는 ‘기획보고서 작성 능력’을 가장 중요한 자산으로 꼽는다. 문서작성법, 문장 구성력, 프레젠테이션 기술, 문제해결형 보고서 구성 등 직급별 실무에 필요한 요소들을 실제 사례와 함께 정리했다. 그는 “공직자는 글로 말하는 사람입니다. 특히 수산행정처럼 현장성 높은 분야일수록 설득력 있는 문장이 정책의 방향을 바꿀 수 있어요”라며 “보고서 한 줄이 예산의 흐름을 결정하기도 한다”고 강조했다. 

최갑준 前 전남도 수산자원과장의 공무원생활 40년 노하우를 담은 책 '공무원의 성공습관'
최갑준 前 전남도 수산자원과장의 공무원생활 40년 노하우를 담은 책 '공무원의 성공습관'

특히 이번 개정판에는 실무 서식과 함께 각 문서의 목적과 맥락을 짚어주는 설명이 곁들여져, 초임자도 쉽게 참고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시련을 교훈으로 삼은 점도 그의 이력에서 눈에 띈다. 1988년, 형사사건에 휘말려 직위해제됐으나, 대법원 무죄 판결로 복직했다. 그는 이를 ‘공직 인생 최대의 고비’라 회상하며 “하지만 그때의 경험이 이후 보성군 과장으로 일할 때, 형사 문제에 연루된 부하 직원을 도울 수 있는 디딤돌이 됐다”고 전했다.

책에는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공직자가 위기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담담하게 정리해두었다. “청렴과 침착함, 그리고 제도에 대한 이해가 위기를 넘기는 열쇠였습니다”라는 그의 말처럼, 이 책은 단지 글쓰기 기술서가 아니라 위기관리 매뉴얼에 가깝다.

그는 정년 이후의 삶도 공직 연장의 일환으로 여긴다. 실제로 퇴직 후에도 후배 공무원들을 위한 강의와 상담 활동을 이어오고 있으며, 개인적으로 쌓아온 실무 기록과 사례들을 꾸준히 정리하고 있다. “정년 이후 30년은 공직의 결과를 증명하는 시간입니다. 현직 시절 준비한 역량이 퇴직 후 삶의 기반이 됩니다”라며, “공직자는 떠나도 영향력은 남아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개정판 말미에는 ‘리더의 기본소양 5가지’와 ‘2막 인생을 위한 계획 수립법’도 실려 있다.

책의 형식 또한 눈길을 끈다. 기존의 서사형 자기계발서와 달리, 보고서 형식을 본문 구성에 반영해, 목차만 훑어봐도 내용의 핵심이 드러나도록 설계돼 있다. 그는 “책 읽기가 익숙하지 않은 후배들도 큰 부담 없이 실무에 바로 활용할 수 있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단락마다 ‘실제 공직에서 있었던 일’이 예시로 붙어 있어 단순 이론서와는 결이 다르다.

“이 책은 제 경험이 아니라, 후배들을 위한 실무 도구입니다. 글쓰기 두려움을 덜고, 예기치 못한 위기에서도 방향을 잃지 않도록 돕고 싶었습니다.” 후배들이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스스로 빛나는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란다는 마음에서 쓴 책. 그는 지금도 자신을 ‘공직의 경험을 나누는 사람’이라 소개한다. 수산행정의 바다를 지나온 그가, 이제는 후배 공직자들의 항로를 비추는 조용한 등대로 남아 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