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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산법 판례 여행 25. 불법어로 단속 중 발생한 인명사고에 대한 어업관리단 소속 공무원의 책임

  • 기사입력 2025.06.22 11:14
  • 기자명 이상협 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이상협 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이상협 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현대해양] 1. 들어가며

어류 산란기였던 지난달, 전국적으로 불법어로행위에 대한 합동단속이 이루어졌다. 해양수산부에서는 5월 한 달 동안 해양경찰청, 지방자치단체, 수협중앙회 등과 함께 해역별로 맞춤형 단속을 실시했다.

이러한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불법어로행위는 현재까지도 근절되지 않고 있다. 더욱이 일부 어선들은 불법어업 단속을 피하여 도주하거나 일부 중국 어선은 단속에 물리적으로 대항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인명사고가 발생하는 경우도 왕왕 발생한다. 이와 관련하여, 이번에 소개할 대법원 판결(대법원 2021. 6. 10. 선고 2017다286874 판결)은 불법어로행위 단속을 피하여 도주하던 어선이 암초와 충돌하는 사고로 사람이 사망한 사안에서 어업관리단 감독공무원들의 행위에 대한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할 수 있는지가 다루어졌다. 특히 위 판결에서는 감독공무원들이 망인에 대한 구조를 지연한 것인지가 중요한 쟁점이 됐다.

2. 사실관계

해양수산부 산하기관인 동해어업관리단은 부산신항의 입·출항로 등에서 불법어로행위 특별합동단속을 실시하였다. 이에 따라 동해어업관리단의 어업지도선은 2015. 4. 22. 19:30경 부산 강서구 인근 해상으로 이동하여 단속정(고무보트)을 바다로 내렸다.

어업관리단의 단속정에는 단속팀장 A, 운전원 B, 팀원 C과 D 등 감독공무원 4명이 승선하고 있었다. 단속정은 19:45경 해상에서 소등 상태로 있던 어선 2척을 발견하고 접근하자 위 두 선박은 도주하였다.

어업관리단 소속 감독공무원들은 19:49경 암초와 충돌하여 크게 파손된 도주 어선 1척과 그 앞에 부상당한 F를 발견하였다. F는 감독공무원 D에게 E가 물에 빠진 것 같다고 말하였다. A는 어업지도선에 이 사건 사고를 보고한 후 단속정에 남아 있던 B에게 본부에 보고하도록 지시하였다. 한편, E는 20:25경 5~30m 떨어진 바다 위에서 익사한 상태로 발견되었다(이하 ‘이 사건 사고’).

E의 상속인들은 국가를 상대로 감독공무원들의 구조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공무원의 직무집행상 과실이란 공무원이 그 직무를 수행하면서 해당 직무를 담당하는 평균인이 통상 갖추어야 할 주의의무를 게을리 한 것을 말한다(대법원 1987. 9. 22. 선고 87다카1164 판결 참조).

공무원에게 부과된 직무상 의무의 내용이 단순히 공공 일반의 이익을 위한 것이거나 행정기관 내부의 질서를 규율하기 위한 것이 아니고 전적으로 또는 부수적으로 사회구성원 개인의 안전과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설정된 것이라면, 공무원이 그와 같은 직무상 의무를 위반함으로써 피해자가 입은 손해에 대해서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범위에서 국가가 배상책임을 진다.

이때 상당인과관계의 유무는 일반적인 결과 발생의 개연성은 물론 직무상 의무를 부과하는 법령을 비롯한 행동규범의 목적, 가해행위의 양태와 피해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1993. 2. 12. 선고 91다43466 판결, 대법원 2016. 7. 27. 선고 2014다227843 판결 참조).

대법원은 위와 같은 법리를 전제로, (i) 이 사건 사고 주변 해역은 암초가 많고 조류가 센 편이며 당시 기온이 낮고 앞을 거의 볼 수 없는 상태였던 점, (ii) 감독공무원들은 E의 정확한 추락위치조차 모르고 단속정과 E가 부딪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사고선박 주변에서부터 그 수색 범위를 천천히 넓힐 수밖에 없었던 점, (iii) 제한된 인원과 장비로 수색을 무리하게 진행하기보다는 1명을 본부로 보내 지원요청을 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에 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하기 어려운 점, (iv) E는 술에 취한 상태에서 차가운 바다에 추락함에 따라 감독공무원들이 단속정을 본부에 이동시키지 않고 수색을 하였더라도 E의 생존가능 시간 내에 그를 발견하여 구조할 가능성이 낮았던 점 등을 종합하여, 이 사건 감독공무원들에게 직무집행상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감독공무원들의 행위와 E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도 없다는 이유로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 판결이 정당하다고 판단하였다.

4. 검토

본 사안에서는 어업관리단 소속 감독공무원들이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사망하게 된 E에 대하여 구조 지연 등에 따른 책임을 부담하는지 여부가 문제되었다.

만약 감독공무원들이 고의 또는 과실로 구조를 지연시키는 등의 사유로 인하여 E가 사망하게 된 것이라면 국가배상법에 따른 책임이 인정될 여지가 있다.

그런데 이 사건 사고 당시의 해역 상황, 이 사건 감독공무원들의 인원상 제한이나 장비 문제, E와 단속정의 충돌 가능성, E의 생존가능 시간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감독공무원들이 통상 갖추어야 할 주의의무를 게을리하였다고 단정하기는 어렵고, 감독공무원들의 조치와 이 사건 사고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보기 역시 어려운 측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대상 판결의 결론은 타당한 것으로 생각된다.

과거 해양경찰이 아무리 빨리 현장에 도착했어도 저체온증으로 물에 빠진 선원이 사망했을 것으로 판단하여, 해양경찰의 과실로 인한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던 사례(대법원 2007. 11. 15. 선고 2007다38618 판결) 역시 참고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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