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해양] 총경제적가치란?
총경제적가치(TEV, Total Economic Value)는 자연 자원이나 생태계가 인간에게 제공하는 유·무형의 직·간접적인 혜택을 모두 포괄해서 설명하는 경제학 용어로, 주로 환경경제학 분야에서 적용하고 있다. 이는 어떤 자연자원 또는 생태계 전체가 가지는 가치의 중요성을 설명하기 위해서 고안된 것으로 특히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는 가치, 즉 비시장가치의 중요성을 체계적으로 개념화한 것이라 할 수 있다.
TEV의 구성요소는 학자들에 따라 다소 상이하게 설명하는데 독일 헬름홀츠 연구소의 바르트코프스키 박사는 토양이라는 자연자원을 예로 들어 총경제적 가치의 개념을 다음 그림과 같이 구체화했다.
이 그림에서 사용가치와 비사용가치를 묶어서 ‘명확한 세계의 가치’라 하고, 선택가치와 보험가치를 묶어서 ‘불명확한 세계의 가치’라 표현했다. 사용가치는 다시 직접사용가치와 간접사용가치로, 비사용가치는 이타적 가치(또는 공공적 가치)와 존재가치, 유산가치로 구분된다.
직접사용가치(Direct Use Values)는 자원을 직접 이용하는 것에서 얻는 가치이다. 위 그림의 예시에서, ‘토양’이라는 자연자원은 식물의 생장에 직접적인 기여를 해 여러 가지 농작물의 산출을 도움으로써 농산품이라는 재화의 가치를 창출한다. 간접사용가치(Indirect Use Values)는 생태계가 제공하는 기능으로 인해 얻는 가치이다. 토양이라는 자연생태계는 우기에는 수분을 저장하고, 건기에는 수분을 방출함으로써 홍수를 조절하는 기능을 한다.
비사용가치는 사람들이 직접 사용하지 않더라도 그 존재 자체를 인정하고 소중히 여기는 심리적, 정서적 가치인데 여기서는 세 가지 구성요소로 세분화했다. 먼저, 존재가치(Existence Value)란 자연이나 특정 생물 또는 생태환경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에 대해 사람들이 느끼는 가치를 말한다.
예를 들어, 매우 멀리 떨어진 장소의 토양에 서식하는 멸종위기 생물종이나 희귀한 자연생태기능은 실제로 이용할 가능성은 없지만 이들이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만족을 느낄 때 발생하는 것이다. 그 다음, 이타적 가치(Altruistic Value)와 유산 가치(Bequest Value)는 자기 자신이 직접 사용하지 않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중요한 쓰임새가 있을 경우에, 그것을 내 자신이 보전해 줌으로써 느끼는 타인을 위한 공헌에 대한 가치를 의미한다.
이 두 가지의 가치를 엄격하게 구분하기는 어렵지만, 대체로 이타적 가치는 현재와 미래의 가능성을 모두 포함하는데 비해 유산 가치는 현재보다는 미래세대에 더 초점을 맞춘 것이며, 이타적 가치는 현재 창출되는 형태의 가치를, 유산 가치는 미래에 더 크게 발전할 수 있는 잠재적 가치, 즉 실현될 수 있는 가능성에 보다 비중을 두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한편, 불명확한 세계의 가치를 구성하는 것 중에서 옵션가치(Option Values)는 현재의 시점에서는 아무런 가치를 형성하지 않지만 미래에 직·간접적으로 사용할 가능성을 위해 자원을 보존하는 것에 대한 가치이다. 옵션가치는 비사용가치를 구성하는 것 중 유산가치와 비슷한 면이 있지만 유산가치의 경우에는 현재에도 충분히 가치가 있는 것, 즉 명확히 존재하는 가치를 포함하는데 비해 옵션가치는 현재로서는 가능성만 있는 불명확한 상태의 잠재적 가치를 의미한다.
보험가치(Insurance Values)도 미래의 선택을 위해 가능성을 보전한다는 의미에서 옵션가치와 비슷하지만, 토양이라는 자연생태계가 홍수, 사막화 등 자연 재해 또는 기타 외부적 요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위기 상황에서 보호 역할을 할 수 있는 안전장치의 기능을 더욱 강조한 것이다. 이는 기후변화의 진행속도가 예상보다 빨리 진행된다는 위기감이 반영되어 돌이킬 수 없는 결과에 대해 최소한의 대비를 한다는 의지를 담은 개념이다.
이처럼 총경제적가치는 자연과 생태계가 인간의 복지와 경제적 활동에 기여하는 모든 가치를 포괄하는 것으로, 자연 자원의 전체적인 중요성을 이해하고 정책 결정에 반영하는데 매우 중요한 개념이다.
바다의 총경제적가치
이제 총경제적가치의 관점에서 바다의 가치를 항목별로 알아보자.
먼저 직접사용가치는 바다에서 직접 얻는 자원의 시장가치로, 어획물, 양식생산물, 염전에서 생산된 소금, 채굴 또는 시추된 해양광물, 해양심층수, 해양생태계나 해양경관을 직접 이용함으로써 발생하는 관광수입 등이 해당된다.
반면에 간접사용가치는 바다의 생태계 기능으로부터 인간이 누릴 수 있는 간접적인 혜택을 말한다. 해양생태계를 통해 대기중에 공급되는 산소, 수자원의 순환, 기후 조절 기능, 오염물질 정화 기능 등인데 간접사용가치는 해양생태계의 건강성이 유지되는 한 지구상의 모든 인간 사회와 자연에 공평하게 혜택이 돌아가는 것이 직접사용가치와 다른 점이라 할 수 있다.
그 다음, 바다의 비사용가치를 설명하기 위해서 대왕고래라는 특정 생물종을 예로 들어보면, 현재나 미래의 어느 누구도 대왕고래가 제공하는 재화나 서비스를 이용할 가능성이 없다고 하더라도 대왕고래라는 고유한 생물종이 지구상에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로부터 정서적 만족을 느끼는 사람이 있을 경우에 (+)의 존재가치가 발생한다고 할 수 있다.
이타적 가치와 유산가치는 나 자신이 직접 대왕고래를 눈으로 보거나 촬영한 영상물을 보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현재 지구상에 살고 있는 누군가 또는 미래의 어떤 사람이 대왕고래라는 특별한 생물종의 생김새를 관찰함으로써 만족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대왕고래의 지속가능성을 유지하기를 희망할 때 발생하는 가치이다.
한편, 인류의 지식과 기술수준의 한계로 많은 해양생물자원이 이용되지 않고 있지만, 미래에 이들 해양생물자원으로부터 새로운 치료제의 원료가 발견될 수 있거나 어떤 생물의 성분이 인류에게 필요한 신소재 개발에 사용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바다생태계를 지속가능하게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바다생태계의 선택가치를 인정한다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바다가 가진 생태계 기능을 유지하는 것, 적어도 인위적인 훼손을 최소화하는 것이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미지의 위험을 예방하는 것이며, 만약 어떤 자연재난이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바다생태계를 그대로 유지함으로써 잠재적인 피해를 줄이거나 회복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은 바다의 보험가치를 창출한다.
총경제적가치는 모두의 바다를 실현하기 위한 가치 체계
위의 총경제적가치의 구성요소간의 관계를 보면, 대체로 직접사용가치는 다른 구성요소와 대립 또는 경쟁적 관계에 있음을 알 수 있다. 현재 바다를 직접 이용하는 사람들이 얻는 시장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선택은 자원의 지속가능성을 유지할 수 없게 되는데 이는 비사용가치와 선택가치, 보험가치의 창출에 지장을 초래한다. 또한, 이 과정에서 바다생태계의 일부가 훼손된다면 생태계기능을 통해 얻는 간접사용가치의 질이 저하될 수 있다.
즉, 총경제적가치의 관점에서 바다의 포괄적 가치를 정책의사결정에 반영함으로써, 지속가능한 해양개발과 해양생태계 보전의 균형을 이루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인 바다이용, 나아가 모두의 바다를 실현할 수 있는 것이다. 총경제적가치의 개념이 해양정책에서 중요한 이유는 바다가 가진 공공재의 특성과 시장 경제 제도의 한계 때문이다.
이러한 개념이 없다면 바다의 가치는 오직 시장을 통해 거래되는 직접적인 가치로만 계량화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과거 개발의 시대에 갯벌생태계를 쓸모가 적은 공간으로 인식해 간척사업으로 농토를 늘리는 과오를 수십년간 지속했었다.
이와 같이 바다로부터 얻는 진정한 가치를 크게 과소평가하거나 인간의 무지로 인한 바다생태계의 훼손과 교란이 미래세대에게 큰 부담이 될 가능성이 없는가? 현재 우리나라의 해양수산정책을 총경제적가치의 관점에서 면밀하게 짚어 볼 필요가 있다.
다음 정책 현안들에 대해서 독자 여러분들께서 고민할 시간을 가지길 바라며 이번 글을 마친다.
